Posted on 2009/01/21 12:07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서울에서는 처참한 소식이 들려왔다. 인권을 생각해서 가급적 금하고 있는 동계 철거에 맞서 농성을 하던 철거민들이 5명이나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는 아마도 경찰특공대를 투입해서 화염병을 가지고 저항하던 철거민들을 손쉽게 진압하고 신임 경찰청장으로서의 가오를 살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가오의 대가는 철거민 5명과 특공대 1명의 사망이었다. 이 철거민들이 원한 것은 철거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니 임시상가를 달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가슴이 먹먹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몰아친 경제위기는 결국 이렇게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만 것이다. 항상 그랬다. 자본이 장사가 안 되서 생기는 경제 위기는 결국 고스란히 노동자와 민중들의 희생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현재 발생하고 있는 경제 위기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철거민과 노숙인들의 죽음, 실업자의 양산, 비정규직의 해고와 임금 삭감, 무급 휴직 그리고 퇴직금 출자 전환까지.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할 만한 다양한 방법들이 상생이라는 이름하에 동원이 될 것이고 결국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은 언급하기도 어려워지고 노동자들은 죽고 자본만 살게 될 것이다.
 
98년도 IMF를 겪으면서 우리는 이미 경험 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도 무급휴직과 정리해고를 통해 98년 이후에 현장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말이다. 아파도 아프다고 이야기하기 힘든 상황과 강화된 노동강도 속에서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괴로워했고 일년에 8명씩 과로사로 죽어 나갔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시간급의 노예가 되어 잔업과 특근을 하지 못하면 애들 학원비도 못 내고, 보험료도 내기 힘든 지경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런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귀족노동자라는 굴레였다.
 
또한 지금의 경제위기에 MB 정부는 친 기업적 정책으로 호응하고 있으니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 이미 경총에서 정부에 제출한 규제완화 관련 건의 사항들을 보면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할 만한 항목들이 부지기수 이다.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유해요인 조사의 축소, 산재 보상의 축소, 안전 점검 등의 축소를 기본으로 하여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재보상보험법을 통해서 최소한 보장되고 있던 노동자들의 권리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작년 7월 개악된 산재법으로 인해 제대로 치료를 받거나 요양에 들어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우리의 관점을 올 곧게 세워야 한다. 이미 98년에 우리는 경험했다. 우리가 무급휴직으로 괴로워하고 정리해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자본은 이런 노동자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98년의 위기를 1년만에 극복해 매출이 정상화되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골병과 죽음의 현장이었고 자본의 말을 잘 듣고 죽도록 일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임금이었다. 이젠 그만 속아야 한다. ‘상생’이란 없다. 우리의 몸과 삶을 근거로 자본의 위기를 넘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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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1 12:07 2009/01/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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