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1/28 11:44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어제 이주노동자 노말헥산 공대위 회의에 다녀왔다. (어제 문득 깨달았다. 나는 이주공대위라구 줄여서 부르는데 대부분은 노말헥산 공대위라고 부르더라. 차이가 뭘까?)

 

상황을 총화해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1.

 

노말헥산을 1.5리터 PET병으로 하루에 4개를 사용했다고 한다. 거기가 작업대와 작업자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작업을 하다보면 노말헥산이 전부 흡수될거 같은 환경이란다. 노말헥산의 위험성은 전혀 모르고 있었고, 게다가 환기도 안되는 그지 같은 작업환경이니... 이런 조건이면 500ppm~2000ppm은 될거구 급성중독이라는 담당의사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게다가 사태가 심각해진 이유는 작년에 물량이 갑자기 늘어서란다. LCD 물량이 많이 늘어서 매일 밤 10시까지 작업하는 것은 기본이구 새벽 1-2시까지도 종종 작업을 했단다. 거기다임금은 최저 임금두 안되구... 안봐도 뻔하다 원청업체(삼성인가? 확인해봐야겠다.)에서는 공기에 맞춰서 물량을 뽑아낼 것을 요구했을 것이고 그게 안되면 하청을 끊겠다고 협박했을 것이다. 실제로 삼성등의 대자본들의 물량을 빌미로한 하청업체에 대한 횡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조가 조직되면 하청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근골격계로 문제가 되면 노조를 협박하기도 하고 가지가지 한다. 이미 깨져버린 무노조 신화를 하청에까지 강요하기두 하니까...

 

암튼, 환경두 환경이지만 글케 일했는데 노말헥산 중독이 아니라도 과로사라두 했을거 같다.

 

 

#2.

 

노동부 하는 짓거리가 참 웃기다. 사건이 터지자 마자 노동부는 367개 사업장에 대한 특별 감독을 할거라구 발표했고, 몇일있다가 노말헥산 뿐만이 아닌 유해물질에 대해 1000개의 사업장에 대한 특별 감독을 하겠다구 했고, 2월 5일까지 마감하겠다구 얘기했었다.

 

근데... 일주일쯤 남은 지금 1000개 사업장은 커녕 사건현장에 대한 실태조사 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구 한다. 할 예정이라는 답변이었고, 그것두 전수 조사가 아니라 표본조사를 한다구 한다. 그게 어떻게 1000개냔 말이다!

 

관리 감독두 제대로 못하더만 이젠 언론플레이 하면서 직무유기두 하구 있는거다! 내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물론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노동부에 이런 일들을 할 만한 인력이 부족하고 관리감독 하기에도 턱없이 인력이 부족하다. 이렇게 관리 감독을 못하구 제대로 조사 조차 못할 상황이면 텔레비젼 말마따나 청년실업이 50만에 육박하고 있는데 인력충원하구 제대로 감독, 조사 하면 될거 아니냔 말이다. 쳇!

 

 

#3.

 

더 어처구니 없는 일... 몇일전 이주노동자 한명이 체불임금관련해서 노동부에 진정을 넣으려 했다구 한다. 이 사실을 안 사업주는 출입국 관리소에 불법체류라 신고하였고, 이주 노동자들 잡으러 다니는라 너무 바쁜 출입국 관리소는 잡으러 갈 사람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이에 사업주... 112에 전화해 경찰을 불렀고, 이주 노동자를 연행하러 온 경찰에 다른 동지들이 육탄전을 방불케 하는 투쟁을 통해 겨우 빼내 왔단다.

 

젠장... 체불임금관련해 진정서 내러 가는 이주 노동자두 보호 못하면서 어떻게 이번 사태와 같은 일에 대해 재발방지를 이야기 할 수 있는지...

 

 

#4.

 

거기다 정부가 하는 꼴은 더 웃기다. 요즈음이 이주 노동자 집중 단속기간인데 예전하고 양태가 조금 변했다고 한다. 이주노동자를 연행한 경우 자진 출국 서명을 하고 선별적으로 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함으로 제 배때기 채우고 있는 자본은 비호하고, 이주 운동은 정리하겠다는 정부의 의도 아닐까?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함으로 인해서 (이건 비정규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겠지만) 부품이나 중간단계의 생산품에 대한 비용을 최소화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잉여가치를 완성품에서 극대화 하기 위한 자본의 피라밋이 무섭다. 거기에 정부는 호응하고 있는 거다.

 

뭐, 내 느낌이 과도하다구 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열받는건 어쩔수 없다. 이 문제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 정부와 자본의 더러운 이해와 공생의 관계를 밝혀내기 위한 정치기획이 필요한 것 같다. 이 문제가 그저 '노말헥산'의 문제로 정리되지 않도록 (물론 노동부하는 거 봐서는 이것 역시 만만한 일은 아니다.. ㅠㅠ)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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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8 11:44 2005/01/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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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1/28 15: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느낌 전혀 과도하지 않다!

  2. kanjang_gongjang 2005/01/30 1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회의를 대신 들어가서 느꼈지만... 위 같은 문제는 참여하는 주제들의 문제입니다. 저희 오산 근처에 사업장이 위치해 있는데... 저희 센터가 신경을 쓰고 위 같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아직 실력이 없어서 그렇지만)있다는 것이 못내 아쉽네요.... 위와 같은 뜻을 가진 활동가들이 있다면 이후 활동에서 귀결되지 않을까? 잠시 글을 읽고 생각해보았습니다.

  3. 해미 2005/01/30 1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장공장/ 정녕... 제가 그 회의에서 간장공장을 만났단 말입니까? 오산센터 대신에 오신 그 동지? 이론...

  4. kanjang_gongjang 2005/01/30 15: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그 자리에 제가 대신 회의에 들어갔답니다.
    그날 전 행인님에게 저녁 얻어먹고 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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