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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on 2005/10/30 23:58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요즈음, 내 머리속을 채우고 있는 화두는 또는 감정은 '미안함'이다.

 

지역순회투쟁에 결합할 수 있는 2박 3일의 시간에 솔직히 어디론가 가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게 미안하고,

그 대공장의 보고서 땜시 끙끙대고 고민하는 것을 알면서도 우찌 도와줘야 할지 몰라서 미안하고,

뭔가 제대로 하지 못한채 입만 살아서 또는 손끝만 살아서 나불대는 것 같아 미안하고,

하이텍 집중집회에 못 간게 혹은 안 간게 미안하다.

 

이렇게 미안해 괴로워하면서 어딘가를 갔다 오고나면 그것 역시 미안하다.

 

그리고 이렇게 미안해하는 내가 가끔은 짜증난다. 결국은 이것도 저것도 100% 만족스럽지 않고, 대안을 만들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왜 도대체 이렇게 미안해 하는 걸까?

 

그 속에 최근에 선배들한테 들은 몇 가지 이야기가 계속 목에 걸려 있다. 걸려있는게 있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 어떤것도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그냥 꾹꾹 눌러 담고 있을 뿐이다. 지난 금요일에는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선배를 만났는데 역시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한 선배는 나의 올해의 활동이 붕 뜬것 같다고 얘기했다. '왜'인지 물어보지 못 했다. 내가 느끼는 느낌은 '붕뜸'이 아니라 '정체성 못 찾음'인것 같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 운동에서 어떤 역할로 자리매김 하고 싶은건지가 또는 자리매김 해주길 바라는건지가 못내 궁금하다.

 

내가 무언가에 목말라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는 좀 틀린것 같다. 오히려 문제는 내가 언제나 그런 '생활'과 동떨어진 것들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게 그림이든, 영화든, 헬스든, 등산이든...  그것으로 무언가를 해소하고 싶은게 아니라 그런걸 하고 싶다는 거다. 물론 일부 스트레스를 그런거를 하면서 풀기는 하지만 그 녀석들은 그 녀석들 고유의 역할로 역시 내 '생활'의 일부인것 같다.

 

그건 아마도 나의 철저하지 못한 활동과 생활방식, 그리고 나의 개인적 활동경향이 문제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선배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쩌면 나는 '개인기'로 활동을 하고 있거나 '자유주의자'여서 내가 만든 껍질안에서만 자꾸 실을 짓고 있는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내가 만든 실에 내가 목이 졸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런가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내가 '그렇다'고 결론을 내리지는 못 했지만 고려할 지점인것은 그리고 일부 동의할 수 있는 지적인것은 틀림없다.

 

아무튼 뭐가 이리 복잡한가 싶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또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4년간 못한 공부를 좀 제대로 최선을 다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진다. 젠장... 왜 이렇게 하고 싶은게 많은 건지 모르겠다. 욕심을 버리는 법을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

 

근데, 그나마 스스로가 기특한 것은 '복잡함'을 스스로 인지하고 고민하고 있으면서도 예전처럼 '우울모드'로 전환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의 경험과 활동속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생겼다보다. 아님 스스로 쌩까는 능력이 생겼거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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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30 23:58 2005/10/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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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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