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9/13 13:26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지난 주부터 몇일째 소위 '전화질' 중이다. 하이텍 투쟁 관련하여 산업의학전공의 성명서을 조직해서 여기저기 뿌렸고, 지금의 청와대에 넣을 "양심있는 의사 버전"의 의사탄원서를 조직중이다. (참세상 칼럼을 마감이 넘도록 아직 못 쓰고 있는 일종의 변명? ㅠ_ㅠ) 

 

산업의학전공의 성명서는 지난번 노동부의 요양처리지침에 대한 질의서 제출로 학회에 물의(?)를 일으킨지 얼마 안 돼는게 영향이 좀 있는지 동의해준 사람은 전체 전공의의 1/3이 안 됐다. 하이텍 투쟁에 대해 모르고 있을거라는 생각에 참세상 기사랑 동영상, 칼럼 등등을 링크했다.

 

동의를 표하고 이름을 올린 선생님들은 예상이 되었던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일부는 메일에 바로 답을 주기도 했고, 일부는 전화를 걸기도 했다.

 

어떤 선생님은 "링크를 걸어 놓으니 찾아 보기 힘들다. 다음에 하게 되면 자료를 그냥 첨부하면 좋을것 같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고, 어떤 선생님은 "가만이 앉아서 보고만 있었는데 참가하게 해 줘서 고맙다"는 답글을 남기기도 했고, 어떤 선생님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관점과 목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글을 보내기도 했다. 어떤 선생님은 하이텍 투쟁에 대해 이것저것 꼼꼼하게 물어와서 "농성장에 한번 오시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제법 충실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반면에 어떤 전공의들은 우리 의국에 전화를 해서 "이번에도 산업의학 전공의 일동" 명의로 나간거 아니냐며 항의성 전화를 해서 우리 아랫년차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 얘기에는 정말 화가 났다. 메일에 분명히 개인 명의라고 했고, 메일 돌린 사람은 난데 왜 우리 아랫년차에게 물어보는지... 결국 "그런 전화 받으면 모르니 저한테 전화하라고 하세요"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 전화는 한 통도 오지 않았다.) 물론 저번건처럼 노동부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이고 소위 산업의학을 전공한다는 사람들이 낸 성명서인지라 학회에서 또 호출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암튼, 사설이 좀 길었다.

 

성명서를 조직하면서 문득 섬찟해졌다. 각 연차별로 성향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우리년차는 거의 다 동의했는데... 아랫년차들은 한 연차에 1-2명이었다. 그나마 인원이 가장 많았고, 소위 운동권 물을 먹은 선생님들이 좀 있는 1년차가 좀 있었던 거다.

 

'산업의학'이라는 전공을 선택한 것이 '운동'이나 '노동자'나 '사회'를 생각하기 보다 개인의 '삶의 질'을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아랫년차들 사이에서 늘어나는 만큼 결국에는 자본의 편에서 일할 '적'들이 늘어날 것이란 막연한 생각이 현실로 확인되는 느낌이었다.

 

산업의학을 선택하는 이유가 바뀌고 있는 것이고, 결국 이는 노동자들을 통제, 관리하는 시스템의 확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뭘 할 수 있을까? 그들이 누구의 편도 아닌 중립의 위치에서 과학적 근거에 충실한 합리적 판단을 하기만 바라게 될 거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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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3 13:26 2005/09/1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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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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