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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_감자투어_마지막

6편에 이어서

 

#_Day11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아우슈비츠를 드디어 방문하는 날...

크라쿠프 시내에서 원데이 투어가 있어서 감자가 진작 예약해놓음. 버스 타고 한 시간 조금 넘게 이동하여 1수용소와 비르케나우 2수용소를 관람하는 일정... 프로그램이 약간 터프한데 ㅋ 점심 시간도 없고 그냥 알아서 도시락 싸오라는 메시지... 그나마 따로 도시락 까먹을 장소도 없음. 하긴 수용소 유적지에 멋드러진 카페테리아 만드는 것도 이상하긴 하니까...

하여간 샌드위치랑 물 싸들고 투어 시작...

익히 내용을 알고 있고, 사진으로도 많이 접했던 것이지만 실물이 주는 충격은 여전히 대단함...

영어 가이드 할매의 차분하고 동요없는 목소리가 묘하게 큰 울림을 주었음.

다른 지면에 글을 쓰기도 했지만... 나는 아직도 나치가 왜 그렇게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일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됨.... 정말 리차드 세넷의 말처럼, 우리가 한 번 일을 시작하면 잘하려는 의지가 나도 모르게 발동해서 못 하기가 어려워지는 건가....

그러면서도.... 이 고통을 겪었던 이들이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저지르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면, 나치와 똑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장애인과 성소수자들을 모욕하고 있는 한국의 '동료 시민'들을 생각하면 호모 사피엔스 종에 대한 환멸이 느껴짐....  인간은 고통을 겪었다고 저절로 성숙해지지는 않고, 많은 이들이 나치를 욕하면서 (요즘은 사실 나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조차 의심) 본인들이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에는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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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시내로 돌아와 사고 싶던 폴란드 도자기 몇 개 사고 저녁은 동네 맛집에서 돼지등갈비와 비트만두국 ㅋㅋㅋ 모양이 지나치게 괴기해보였지만 (뱀파이어 수프인가... ㅡ.ㅡ)  건강에 좋은 한약 맛이었음.
빵에 라드와 병아리콩 발라먹는데 그것도별미... 혹시 혈관 막혀 죽지나 않을까 했지만 당장 죽을 것 같지는 않았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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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차 한잔 마시며 휴식.... 드디어 귀국이라니 ㅠㅠ.... 출근이라니.....ㅠㅠ
 
여행 내내 칙칙하던 날씨가 떠나는 날에 드디어 맑게 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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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기 타고 플푸 공항으로 돌아와 감자랑 아아 한 잔 마시고 빠이빠이....
지난 여행 때는 혼자 두고 돌아가는게 너무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이곳에 적응 잘 하고 졸업 작품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걸 보니 이제는 그런 걱정은 없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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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_감자투어_6편

5편에 이어서

#_Day10

 

아침에 토스트와 과일 먹고 슬렁슬렁 시내구경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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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나와보니 여기 진짜 관광 핫스팟이로구나 ㅋ 새삼 깨달음.. 폴란드 경주.

가벼운 보슬비가 하루종일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커피로 기운 차리고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꾸나 카페 들어갔다가 큰 사기 당함.. 환율을 헷갈렸는데 나중에 계산해보니 커피 두잔에 케익 한조각 먹고 5만원 ㅋㅋㅋ 이동네서 먹은 음식 중 제일 비싼게 이 커피였음 ㅋㅋ 우리 뭐한거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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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맛있으면 그만이다 위로하고 나와서 동네 나들이..

유럽의 많은 성당 교회들이 보통 관광객 말고는 비어있기 마련이었는데, 여기는 클스마스기도 하고 실제 미사가 계속 집전 중이었음. 관객들에게 주의 당부 메시지가 붙어있고, 내 평생 한꺼번에 가장 많은 신부와 수녀들을 목격함...

돌로 지어진 외벽과 달리, 돔은 금칠을 엄청나게 해댔고 성당 내부는 화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음.

건축물은 매우 아름답지만, 역시 이러니까 종교개혁이 일어날 수밖에 없지 혀를 차게 됨. 하지만 예전에 드레스덴에서 루터교회 가본 결과 개혁 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 없었음 ㅋㅋ

감자는 언제 또 프린스 차밍 ㅋㅋ 사진을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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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경계인 바벨성에도 오르고, 걸어서 유대인 지구까지 나들이.

처음으로 시나고그에도 들어가봄. 사제의 집전에 따른 원웨이 미사/예배 공간이라기보다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공간의 성격이 잘 드러남. 그런데.... 그렇게 토론하고 하느님의 말씀 공부해서 나온 결과가 무엇이냐 하면.... ㅡ.ㅡ   일단 나는 유일신교를 견딜 수가 없음...  뒷마당에는 소박한 묘지가 있는데, 모자쓴 아저씨들이 모여서 추모예배 드리고 있었음. 여자 찾아볼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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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광장으로 돌아왔더니 이게 뭔가... 아침에 고즈넉했던 분위기는 어디로 사라지고  사람이 개많음 ㅋㅋㅋ 어우 당황스러움. 브런치 시간 맞춰 출근한 비둘기까지 가세해서, 광장은 천하삼분지계. 사람, 강아지, 비둘기가 펼치는 혼돈의 카오스가 펼쳐짐...

 

보슬비는 여전히 오락가락하는데 ㅋㅋ 클스마스 마켓에서 간식 먹으려는 비둘기는 끊임없이 저공비행하고, 사람, 유모차, 강아지들이 뒤엉켜 있음. 와..... 감당이 안 된다....

애기들이 비둘기 잡으러 뛰어다니고 멋지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은 테이블에서 비둘기랑 겸상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네....


우리도 폴란드 특산 훈제 치즈 구이와 한국에서도 광고 많이 하는 폴란드산 킬바사로 늦은 점심..
여기저기 구경다니다가 저녁 먹으러 갔더니 아뿔싸...식당에 자리가 하나도 없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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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해보니 숙소 앞의 손만두집이 의외로 유명 맛집이었음. 코로나 유행 이전에 만두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집이라고 ㅋ 한국 만두에 비하면 만두피가 너무 두껍다는 것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만두 자체는 맛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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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들어와  잠시 쉬었다가 베드로-바오로 성당에서 하는 클스마스 콘서트 감상하러 감... 파이프오르간과 실내악 협주, 성악 모두 좋았는데, 아무래도 성당 공간의 울림과 클스마스라는 분위기 자체가 공연을 더 설레게 만드는 것 같았음. 심지어 공연 마치고 나오니 바로 성당 입구에서 거리의 음악가들이 아코데언으로 바흐의 푸가부터 똑같은 레파토리로 연주하는데 실력이 대단 ㅋㅋ
 
우리는 늦은 시간이라 공연장까지 걸어서 왕복하는 데 혹시나 좀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감자가 언니 뒤 좀 돌아봐 해서 쳐다보니 우리 뒤에 성난 시위 군중이 따라오는 줄 ㅋㅋㅋ
어우 여기 오밤중까지 광장에 사람들 겁내 많이 돌아다님....

유럽 관광객 여기 다 와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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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_감자투어_5편

4편에 이어서

 

이번 여행에서는 기차 이동이 많고 아침 저녁 여유가 있어서 책을 많이 읽음.

종이책 두권은 읽은 다음 감자한테 주고 갈 생각으로 가져왔고, 아이패드에 전자책도 여러권 담아왔음.

뭔가 책읽기에 대한 감각이 다시 돌아온 느낌이라서 뿌듯....

하지만 여행기도 이렇게 늦어지는 마당에 책 정리는 대체 언제... ㅡ.ㅡ

인셀 테러 - 온라인 여성혐오는 어떻게 현실의 폭력이 되었나
인셀 테러 - 온라인 여성혐오는 어떻게 현실의 폭력이 되었나
로라 베이츠
위즈덤하우스, 2023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심너울
안전가옥, 2021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돌베개, 2023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아레 칼뵈
북하우스, 2021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어크로스, 2023

 

 

 

#_Day8
 
 
태풍 때문에 정신을 빼앗겨 피곤했는지, 다들 늦잠 ㅋ
이 와중에 감자 모친이 꼭 같이 신으라고 사주신 클스마스 기념 양말 맞춰 신고 서둘러 기차역으로 이동하여 하이델베르그 행...
기차에서 감자 응가하러 갔는데 너무 안 돌아와서 찾으러 가려했음 ㅋ 그동안 변비 해결하고 창백한 얼굴로 돌아옴 ㅋㅋ
기차역에서 준비한 샌드위치로 맛난 도시락 먹고 시내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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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타고 정상에 올라 졸탄의 뒤끝을 만나서 황급하게 작은 호텔로 대피하여 커피로 몸을 녹인 다음 ㅋㅋ 슬슬 걸어다니며 성곽 구경...
담담이는 비로소 유럽다운 전통 관광지 구경인 셈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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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로 내려와 읍내 구경하고, 맛난 학세와 맥주샘플러 먹고 슬슬 기차타고 플프로 돌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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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푸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뢰머 광장 나가서 구경하고 사진 찍고..
패피의 소원 들어주려고 칼하트(?)에 같이 옷구경갔는데 아니 무슨 넝마 쪼가리 같은 티셔츠가 6만원이래 ㅋㅋ 하지만 그동안 언니들 등쌀에 옷을 하나도 못사서 입이 댓발 나온 담담이 결국 구매...
명동같은 번화가에 즐비한 가게들 둘러보는데 아디다스니 버켄스탁이니 맘에 드는 제품이 없어서 담담이 실망 ㅋㅋㅋ 나는 가격표에 당황... 아니 무슨 슬리퍼가 15만원이야...
마지막으로 DM 가서 선물용 비타민과 카밀 핸드크림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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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스미의 도움을 받아 맥주와 맛난 스프레드 쇼핑하고 귀가해서, 볼로네즈 파스타 만들어 먹고 휴식...
이제 담담이는 내일 돌아가서 출근해야 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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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Day9
 
드디어 이별의 날!
 
아침 느즈막하게 먹고 플푸 공항으로 이동하여 담이랑 헤어짐. 우리는 폴란드 뱅기 타는 터미널 라운지에 기다리다가 담이 한국 뱅기 수속끝나면 탑승장에서 만나려 했지만 EU 관내/관외 터미널 다르고 출입국 수속이 필요한 상황. 애타게 기다렸지만 절매니절매니 통과 어렵다고 담담이가 영상통화하며 징징징 ㅋㅋㅋㅋㅋㅋ 이곳으로 오는 곳을 포기하여 결국 못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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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와 나는 한 시간 뱅기 타고 크라쿠프...
도착하니 벌써 깜깜한데 글자도 하나도 모르겠고 ㅋ
버스를 탔는데 주변에 인가가 없는 경기도 외곽 컴컴한 국도를 달리는 기분... 가슴 쫄깃하게, 그 와중에 내리는 다른 승객있어 무사히 버스 환승하고 숙소 들어옴...
혹시나 클스마스 휴일이라 모두 문닫으면 어쩌나 했는데
생각보다 유명한 관광지라 슈퍼와 식당들이 많이 열려 있었음
 
숙소는 역시 사진보다 훨씬 나았고 (왜이렇게 사진들을 못 찍는가 ㅡ.ㅡ)
챙겨온 비상용 진라면 한개씩 먹고 폴란드판 명절 맞이  국악한마당 시청...
아니 어른 아이, 남자 여자 다들 노래를 개 잘하네.. 거의 두 시간 넘게 공연 감상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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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_감자투어_4편

3편에 이어서...
 

#_Day6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날.... 늘 그렇듯이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왜 독일 오는데 비행편 아시아나 제일 저렴한지 보여주는 날씨.... 이것이 바로 비수기라고 반복 주지시켜줌 ㅋㅋ
 
오전에 아침 든든하게 챙겨먹고 케테 콜비츠 미술관을 방문함.
원래 문을 닫으려 했는데 사람들이 항의해서 자리를 옮겨 개관했다고 함. 지금은 리노베이션 중이라 한 구역에 작품들을 모아서 전시하고 있음...
 
너무 좋은 전시... 석판화를 그토록 자유롭게 다루면서, 동시에 동글동글한 이미지에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아넣는 작가의 솜씨를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니 이게 뭔 일이야 싶었음.
근데... 이 절절한 반전의 메시지들이 과거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장탄식이 끊이지 않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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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큰  감동받고 귀가하니 D 샘이 기차 시간 혹시 애매할지 모른다며 택시를 불러놓음..
어처구니 없지만 ㅋㅋㅋ 다같이 벤츠 택시 타고 전세계에서 베를린에만 있다는 하리보 매장으로 고고고...
우와 당뇨병 왕국을 만들겠구나 싶었음 ㅋㅋㅋㅋ
담담이 선물 한 보따리 사고, 다시 기차역으로 택시 고고고...
감자는 독일 사는 동안 택시 처음 탔다고 했는데 그게 하리보 투어라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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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기차역 분위기 심상치 않음. 기상악화로 기차들이 줄줄이 연착되고 마침 크리스마스 '명절'이라 인파 대 혼잡....
겨우 기다려 기차를 탔는데....두둥...
하노버 환승하려 내렸더니 이제 기차가 다니지 않는대..
감자 폰에 설치된 앱에서 마법같이 기차 아이콘들이 스스르 사라짐 ㅋㅋ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태풍 때문이라며 어깨 한번 으쓱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이럴 일인가.. 한국 같으면 사장 나오라고 난리를 쳤을텐데 사람들 황망한 표정으로 인포메이션에 줄을 서고 있음. 백미터는 족히 넘을 줄을 서봤자 무슨 답이 있겠어.. 모든 노선이 중단되었는데...
우리 옆에 있던 할매는 승무원한테 자기 바젤까지 가야되는데 어쩌냐고 하니까 또 어깨 으쓱 ㅋㅋ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ㅋ 어차피 오늘 안 된다면 얼릉 숙소나 구해서 쉬자 싶어서 앱으로 근처 숙소를 예약함... 숙소에서 뉴스를 켜보니 태풍 '졸탄' 때문에 북쪽 교통이 거의 마비...
태풍 좀 온다고 기차 못다니냐 욕했는데 뉴스 보니까 기차가 막 찌그러지고 도시가 물에 잠겨 있음.. 아이구 후덜덜... 담담이 저놈의 졸탄.. TV에 욕하고 있음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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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가 친구한테 전화해서 하노버 맛집 소개받아 저녁 예약하고 하노버역 앞에서 클스마스 마켓 구경.. 어지간한 독일 사람보다 우리가 클스마켓 더 많이 다닌 거 같음.
저녁은 과연 맛집이었음. 명절이라고 그동네 사람들 다 모여 선물 교환하고 난리더구먼...

맛난 저녁 먹고 숙소에 돌아와 다이..... 과연 내일은 프랑크푸르트 갈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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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Day7

 

어제 하노버역에서 사온 빵과 우유, D샘이  선견지명을 가지고 싸준 스프레드 곁들여 소박한 아침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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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기차 운행은 재개되었는데, 직행을 기다리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태풍 경로에서 떨어진 뒤셀도르프로 돌아가 환승해서 올라가기로 함.... 탁월한 선택이었음..

그런데!!!! 기차에 사람이 너무 많음 ㅡ.ㅡ 밀린 승객들이 한꺼번에 타니까 좌석 검사고 뭐고 그냥 피난열차임. 혹시나 해서 식당칸에 가보았지만 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청소년부터 시작해서 식당칸, 복도까지 사람이 바글바글 ㅋㅋㅋㅋ  호랑이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심정으로 일단 커피 한잔씩 때리고, 벽에 기대서서 책도 읽고 경치 구경도 하고...

다행히 뒤셀도르프에서 프랑크푸르트 가는 기차는 멀쩡하게 운영됨. 여기도 사람이 많아서 식당칸에 일찌감치 자리잡고 점심 먹으며 이동함.. 근데 난리통에 식재료도 동나고 전기도 문제가 있어서 되는 메뉴가 별로 없음... 우리 건너편 자리 할저씨 주문하는 메뉴마다 없다고 해서 완전 빡침.... 서빙하시는 승무원이 전기가 안 들어와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하니까 손가락으로 실내등 가르키며 그럼 이건 뭐냐고 막 따짐 ㅋㅋㅋㅋㅋ 웃긴 건... 프로엿들러 감자가 이런 상황을 일일이 우리한테 실시간 통역해줌 ㅋㅋㅋㅋㅋ

우리도 할수없이 차가운 콩샐러드랑 빵 주문...

다들 신기한 경험이라 생각하면서 수다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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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도착한 플푸 숙소는 사진보다 훨씬 넓고 안락함..

트램타고 나가서 저녁 장봐와서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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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_감자투어_3편

2편에 이어서

 

#_Day5

베를린에서는 D 샘 덕분에 아침을 정말 든든하게 잘 먹음. 든든하게 샐러드 챙겨먹고 투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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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공원을 거쳐 브란덴부르크 문, 유대인기념비 지하박물관까지...

남북한의 대치에 비하면 독일은 통일 전에 교류도 많았고 비교적 자유로웠던 것으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또 가서 보니 어느날 갑자기 동네에 장벽 만들어지고 가족끼리 생이별하고, 탈주하려다 사람들이 다치고....  역시 인생은 고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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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박물관에서... 프리모레비의 글귀를 만나고, 왜 이런 과거가 성찰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늘날 이해할 수 없는 잔혹극으로 펼쳐지고 있는지 환멸.... 그나마 기록이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추모라도 할 수 있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흔적없이 사라져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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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로 들어와 굴다리 커리부어스트 맛집에서 소박한 만찬을 즐기고
동네 명물이라는 리터 초콜릿 가게에 가서 핫초코로 여독 풀고, 선물용 맞춤 초콜렛도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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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동서 베를린을 넘나드는 검문소 체크포인트 찰리에 들렀다가
분서갱유의 현장 베벨플라츠 찾아감. 입장하는데 돈내는 클스마스 마켓이 떡하니 운영 중이었는데, 분서갱유 보러 왔다니 들어보내줌 ㅋ 화려한 조명과 먹거리 잔치 한가운데 고즈넉한 역사의 현장...
괴테 후손들이 책에 불싸지른거는 정말 두고두고 미스테리여... 당시 사진 보면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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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걸어서 공포의 지형학 박물관. 말하자면 나치 시절 안기부, 국정원 자리...
2019년 뉘렌베르크 갔을 때 막연히 나치를 공포정치로 생각했던 것이 내 오해였음을 깨달았는데, 그렇지 포퓰리즘이었지.... 사람들의 광기와 열광... 대중의 열렬한 지지가 있었지....  전시자료를 보면서 다시금 절감. 모멸감을 안기기 위해 일부러 저지른 행위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는 마음을 보여준 사람들의 미묘하고 조용한 저항에서 인간 존엄성을 애써 발견.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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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돌아오는 길에 또 힙스터 가게 방문 ㅋㅋㅋ 담담이가 사고 싶다고 들고 온 옷이 놈놈놈에서 송강호가 입었던 깔깔이 ㅋ 근데 가격이 25만원.. 그거 군대PX 에서 만원도 안 할 거라고 설득해서 못 사게 함 ㅋㅋ 해괴한 장갑도 수십만원.... 패션피플의 세계는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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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밤... 담담이가 힘들게 배송한 전기쿠커를 이용해서 D 샘이 김치찜을 차려주심 ㅋㅋ
첫날 샬롯텐부르크 클스마켓에서 사우어크라우트 만드는 가마솥단지 옆에서 담담이가 김치찌게 냄새난다고 킁킁거린 걸 기억하고 ㅋㅋㅋㅋㅋ 진짜 맛나게 먹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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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_감자투어_2편

1편에 이어서

 

#_Day3

아침 슬슬 먹고 기차역에 가서 느긋하게 커피 마시고 플랫폼으로...
그런데 이놈의 기차 또 연착... 우리보다 앞서 연착한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환승을 위해 미친 듯이 뛰어가는 거 목격... 마지막 사람 탔을 때 구경하던 사람들 박수칠뻔했음 ㅋㅋㅋ
 
점심 도시락까지 장만하여 느긋한 기차여행.. 근데 출발 늦었는데 신기하게 제시간에 도착함 ㅋ
S-bahn 역에서 D샘 만나서 집으로 이동... 반가워서 수다떨다 하마터면 역에 캐리어 놓고 갈뻔했음 ㅋㅋㅋ 살롯텐부르그 성에서 가까운 이 집은 백년도 넘은 곳 ㅋ 귀족의 저택을 갈라서 두채로 만든 곳이라 처음에는 화장실이 없었다고 함 ㅋ 유리씨 할배가 직접 만드셨다네...
정말 현대의 문명생활이라는 것이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실감...
 
짐 풀고 샬롯텐부르그 성의 클스 마켓...
역시 대도시는 다르구먼...
담담이 홀린듯이 애플 사이더 사고 우리는 시연에 홀라당 넘어가서 마법채칼 공동구매 ㅋㅋㅋ 아니 왜 여기서 채칼을 샀는지 아직도 미스테리이기는 하지만 ... 요리왕이 될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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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드디어 독일식 만찬. 슈니첼과 생선구이, 오리구이 배터지게 먹었음 진짜 맛있네 ㅋ
담담이가 남의 집 테라스에 달린 별 주구장창 찍어대면서 자기만 별 없다고 징징거려서 D샘이 창문에 별 달아줌 ㅋㅋㅋ 아주 언니들이 금이야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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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슬립했는데, 이때부터 귀에 문제 있다는 것을 인식... 지금의 판단으로는 중이염의 재발이라기보다 진주종 주기적 처치를 오랜 동안 까먹어서 그냥 시한폭탄이 터졌던 것으로..
하여간.. 귀는 아프고.. 물을 흘리며 여행....  독일만 오면 병마에 시달리는 희한한 징크스...
 
#_Day 4
 
아침 D 샘이 맛나게 끓여주신 황태 미역국에 콜라비 깍두기 반찬 배부르게 먹고 시내 투어!
담담이가 바라클라바 사고 싶다고 노래부르는데, 감자가 자기 졸업작품 끝나고 떠줄테니 기다리라고 함. 그럼 3월이고 봄이 온다고 담담이 징징거리니 D샘이 본인 선물받은 것 빌려줌..
떼쟁이 막내 아주 신났음 ㅋㅋㅋ 언니들이 뭐든지 다 들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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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 버스 타고 시내 돌면서 전승 기념탑 구경하고,노이에 바헤 (Neue Wache) 방문. 케테 콜비츠 작품을 크게 제작하여 가운데 배치했는데 바깥에 비도 오고.... 마음이 착잡... 우크라이나에서 팔레스타인에서 지금 이시간에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마치 전쟁이란 과거의 일인양 추모 공간을 '관광'하는 부조리가 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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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역사박물관 갔는데 휴관일이라 뮤지엄 샵에서 마선생님 굿즈만 사가지고 옴. 니체, 한나 아렌트 등  컵도 팔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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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렁슬렁 걸어서 만물박사 훔볼트의 이름을 딴 훔볼트 대학, 베를린 돔 거쳐 박물관섬에 도달.
원래 베를린에 오면 꼭 페라가몬에 다시 가보고 싶었는데 유지보수 중이라 들어가지 못하고 신 박물관 전시 관람하고 페라가몬 파노라마관으로 고고.
신박물관은 전시가 대단히 마음에 들었는데, 대영박물관이나 뉴욕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넘쳐나는 장물에 관광객이 뒤엉켜 정신이 없었다면 여기는 (역시 장물은 많지만 ㅋㅋ) 여유 있는 작품 배치와 동선 설계, 그리고 관람객 숫자가 적어서 훨씬 여유있게 찬찬히 감상할 수 있었음.
그리고 파노라마 관람은 처음이었는데, 영상을 통해 3D를 구현하는 것인가 했더니만 그게 아니고 정말 엄청나게 큰 사이즈의 그림을 그리고 조명의  변화를 통해 생생한 현장을 구현해냄... 역사 속 페라가몬 시내, 산과 강, 그리고 생생한 사람들의 모습에 정말 입이 떡벌어짐...
제작 메이킹 자료를 보니, 실제 모델들에게 포즈를 취하게 하고 모든 씬을 정밀하게 재현한 것이었음... 와 사람의 능력에는 끝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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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D샘 만나서 단골이라는 베트남 식당에 가서 반미샌드위치로 점심. 아이고 맛나는 데다가 힙스터 성지라는군 ㅋㅋㅋ 요즘 한국에서 베를린이 힙 성지라는데, 담담이 가고 싶다는 대로 언니들이 열심히 체크해가며 힙성지 투어...
 
보난자 커피, 두유리드미 서점, 오토슈미츠 독립예술골목....
이 정도 커피는 한국에도 널려있고, 아니 서점에 갔으면 책을 사야지 왜 에코백을 사는지 당최 이해가 안 가지만 ㅋㅋ
이 와중에 예술가 감자는 전시된 매거진들의 종이 질, 디자인, 편집에 대해서 열정적 설명 ㅋㅋㅋ
야 진짜 이 여행의 컨셉은 취향 널뛰기.... 이 부조화가 너무 웃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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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힙 초과 섭취하고, D샘이 단골이라는 중식당에서 고사리 짜장볶음과 따뜻한 국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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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_감자투어_1편

블로그가 연초에만 활발함. 다른 사람들이 피트니스나 영어 학원 등록하고 시들어갈 때, 나는 블로그에서 반짝 했다가 시들어가는듯...

작년에 실로 많은 일이 있었고, 읽은 책도 한 무더기인데... 기억의 공백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

까먹기 전에 감자투어 먼저...

2019년 코로나 유행 직전 마지막 해외 여행이 엊그제 같은데

그것도 벌써 4년전 일이 되었고, 이번에는 담담이와 함께 감자투어..

 

#_day1

출국 전날 밤 공항에서 가까운 담담 모친 댁으로 이동.
비도 오고 담담 야근에 나도 집안 정리하느라 늦어져 야밤에야 도착함.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짐싸기 한바탕 짐싸기 씨름을 벌이고 쪽잠 끝에 새벽 출발. 근데 새벽녘 일진광풍에 눈보라 ㅠㅠ
비행기 두 시간이나 출발 지연.. 아오 허리도 불편한데...
하지만 클스마스라고 칵테일도 주길래 맛나게 마시고, 책 읽으며 오랜만에 장거리 여행...
 
당일 오후 늦게 프랑크푸르트 도착, 드디어 감자와 랑데부. 공항이 허술하여 짐 찾는데까지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음 ㅋㅋ 기이하다... 담담이는 내가 먼저 입국수속하는 바람에 너도 카셀 가냐, 앞의 사람이 너 언니냐 예상치 못한 질문세례에 진땀 ㅋㅋㅋ 어나덜 시스터, 어나덜 시스터.... 손짓발짓 ㅋㅋㅋㅋ
이때부터 이미 웃음보따리 장전...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 말 한 마디만 해도 까르르까르르 ㅋㅋ
 
감자네 기숙사에 도착하니 동네도 조용하고 기숙사도 깔끔 쾌적하게 잘 관리하고 있어서 걱정을 덜었음. 감자가 준비해놓은 맛난 양배추롤 먹고 씻고 거의 24시간만에 딥 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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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Day2
 
요거트랑 빵으로 아침 먹고, 오전에 그림 박물관 방문하여 집착남 다시 만났음. 다시 봐도 대단함 ㅋㅋ
담담이는 사진 찍기 싫다면서도 포즈 척척해서 찍는 재미가 있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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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터키 되너와 케밥 만찬. 미대 친구들이랑 회식하러 오는 단골 식당이라네... 맛있음..
케밥 아저씨 자동 그라인더 사용해서 고기 잘라내는 거 신기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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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졸업전시회 관림하는데...  뭐랄까 큐레이터의 애환이라는 것은 생전 처음 느껴봄 ㅋㅋ
젊음 특유의 자의식 과잉에 어떤 일관성도 없는 이 작품들을 모아서 이렇게 멀쩡하게 한상 차려놓은 것에 경의를 표함. 미술관도 도큐멘타 했던 곳...  감자 이야기 듣거나 이렇게 볼 때마다 학생들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이동네 분위기가 부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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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광란의 먹거리 장터와 산타 구경 ㅋㅋ
감자네 친구들이 월 초부터 산타 봤냐고 서로 이야기했던 터라, 대체 어떤 산타가 등장하려나 마음 조리며 기다림... 광장에 모인 모든 사람 한마음으로 산타 맞이 응원 ㅋㅋㅋㅋㅋㅋ
카셀 사람 여기 다모인 것 같음. 이것이 진정 지역 축제로구나 ㅋㅋ
그리고 이 때부터 담담이의 별타령 시작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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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감자가 카레라이스를 준비했는데 ㅋ 닭고기를 육수용으로 사온 바람에 개고생. 고민 끝에 냉동해두었던 양배추롤을 해동-해체하여 거기 들은 고기를 활용함. 애기가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져가며 밥 준비를 해서 안쓰러웠음 ㅋㅋㅋㅋ 그래도 맛은 좋았다니까 ㅋㅋ
이제 내일부터 본격적 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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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이지 않은 것 같지만 본격적인 정치이야기

밀린 독서노트 틈틈히 정리해보자. 티끌은 모아봤자 티끌이라지만, 어차피 태산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으니 작은 티끌들을 소중히 줍줍..

 

# 그런 세대는 없다 (신진욱, 2022)

그런 세대는 없다 - 불평등 시대의 세대와 정치 이야기
그런 세대는 없다 - 불평등 시대의 세대와 정치 이야기
신진욱
개마고원, 2022

 

신진욱 선생님의 진정한 빡침이 느껴지는 책 ㅋㅋㅋ 내가 그놈의 88만원 세대 때문에 20년동안 W 욕했지만 메인스트림에서 실명으로 이를 비판한 경우는 보기 드물었던지라, 일단 책에 급호감 ㅋㅋㅋ
이 책의 미덕은 이러한 빡침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세대론의 이론적 기원을 설명하고 (만하임 등장!), 세대 간, 세대 내 불평등을 실증적으로 검토하면서 "세대" 그 자체가 아닌 "세대 담론"을 둘러싼 지형을 세밀하게 분석함.

불평등 그 자체에 대한 분석은 이미 오래 전에 신광영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사회학자가 수행하여 세대 간 불평등보다 세대 내 불평등 문제의 본질을 지적했던 바 그리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세대 담론의 진화는 매우 인상깊게 읽었음. 박근혜 정부의 소위 노동개혁을 거치면서 청년과 불공정 담론이 본격 만나게 되고,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이것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경과를 뚜렷이 보여줌. 사실 나는 조국 사태가 이 정도의 폭발력을 가진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었는디...  물론 그것이 보수언론과 정치이데올로그들에 의해 적극 조장된 담론/프레임이라 해도 일단 이렇게 폭발하고 나면 담론 그 자체가 새로운 힘이 되어버린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존재.

 

"기성세대라는 가상의 악을 만들어 청년들에게 비난의 대상을 만들어주고 청년의 편인 듯 가장하여 인기를 얻으려는 발상은 어쩌면 큰 걸림돌이 없는 일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 기성세대른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회집단으로서 실체가 없기에, 비난에 대해 반박하지도, 보복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냐나 만약 당신이 고용주에게, 직장상사에게, 집주인에게 맞선다면 당신은 곧바로 응당한 댓가를 치를 것이다. 그가 노인이든, 중년이든, 당신보다 젊은 청년이든 말이다. 계급은 실체이기 때문이다"

 

제도권 정치든 사회운동이든 고령화가 진전되고, 젊은 리더들이 기성 정당으로 편입하여 정치게임의 '작은 부품으로' 편입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속시원하게 간명하게 진단을 내림

"구조의 본질은 나이가 아니다. 이미 권력자원을 점하고 있는 기성 정치세력들이 현존하는 정치질서의 근간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개혁적 에너지를 흡수하여 체제를 지속하는 체제. 안토니오 그람시가 변형주의 transformism 이라고 불렀던 반 개혁 정치가 본질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MZ 세대 담론은 압도적으로 경제력과 문화자본을 가진 상류층과 중산층 청년들에게 접속하는 청년담론. 그렇다보니 사실 소비자로서 청년 세대를 호명한 1990년대 X세대 신세대 담론과 다르지 않음. MZ 세대 어쩌구 볼 때마다 저거 30년 전에 했던 똑같은 이야기잖여 라고 마뜩찮아했던 X 세대의 직관을 분석으로 잘 보여줌.

근데..... 아무리 이런 분석이 있고, 심지어 이를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책을 내면 뭐하냔 말인가... 쓰나미같은 미디어와 상업자본의 공세에 어떻게 맞설 수가 없잖여 ㅜ.ㅜ

 

#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허시먼, 2016)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 퇴보하는 기업, 조직, 국가에 대한 반응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 퇴보하는 기업, 조직, 국가에 대한 반응
앨버트 O. 허시먼
나무연필, 2016

 

2년 전에 읽은 책에 대해서, 에버노트 쪽메모를 기반으로 독서노트를 정리하는 나란 사람.. 대체.. ㅜ.ㅜ

기억이 나지 않아, 기억이 나지 않아... 곽재식의 '칼리스토 법정의 대역전극'에서 마금희 변호사가 로봇판사에게 어뷰징을 걸기 위해 불렀던 노래를 내가 여기서 부르게 될 줄이야...

하여간, 노력을 해보자면...

 

제발 번역서 제목 좀.. "Exit, Voice, and Loyalty: 이토록 간결한 원저 제목을 왜 이따구로....  ㅡ.ㅡ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오래된 고사에도 불구하고, 어떤 공동체에 남아 부단히 뭔가를 바꿔보려했던 사람들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가.... 하면 그건 아니고 ㅜ.ㅜ

경제학자이자 정치사상가답게 어떤 상황에서 이탈이, 혹은 항의가 조직 혹은 구성원들의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 그 와중에 충성심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논리적으로 탐색한 책이었음.

합리적 주체 (호모 이코노미쿠스)와 완전경쟁 시장에서 수요-공급이 지배하는 경제학의 세계에 이탈 이외에 충섬심이나 항의라는 개념은 존재하기 어려움. 소비자는 이 상품이 맘에 안 들면 다른 상품으로 옮겨가면 되잖여. '회복가능한 일탈'이란 개념이 존재하기 어렵지....  허나 현실은 그보다 구질구질하고
또 독점인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적극적 항의를 통해 변화를 도모하는 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작업이 필요했다고 설명함. 놀랍게도 책의 발간 시점은 베트남전으로 미국이 혼돈에 휩싸여있던 1970년...

저자가 1958년에 출판한 [경제발전전략론]의 기본 명제가 "발전은 주어진 자원과 생산요소들을  최적으로 조합하는 것보다는 여기저기 숨어있거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자원과 능력을 발전 목표에 맞게 이끌어내 정렬시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는디, 어쩐지 너무 절절하게 공감.. ㅜ.ㅜ

모든 조직이 매 순간 최대한의 능률로, 최대한 활기차게 움직이는게 아니라, 그게 운동조직이든 민간기업이든 공공부문이든... 시간이 되면 어찌 되었든 느슨해지는디.. 허시먼은 "느슨함은 매순간 태어난다'며 "제 아무리 기능을 잘 고안해서 제도적 틀을 갖춘다 해도 기업 등의 조직은 합리성, 효율성, 잉여생산 에너지를 서서히 잃어가는 지속적이고 임의적인 퇴보와 쇠락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퇴보는 언제나 공격을 멈추지 않고 존재하는 힘이라고 생각하는 이 급진적 비관주의는 스스로 고유의 치유책을 마련해낸다" 고 기술함. 기이할 정도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관점이여 ㅋㅋㅋ

 

밀턴 프리드만을 비롯한 경제학자는 이탈이야말로 효율적이고 심지어 유일한 문제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컨대 공교육에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러한 관점에서 비롯된 것임. 부모들에게 쿠폰 나눠주고 경쟁적으로 제공되는 교육서비스를 선택하여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 '오로지 성가신 정치적 채널을 통해서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라는 문장이 대표적. 항의에 대한 경멸이 아주 잘 드러남.

그러나 현실에서는, 국가에서 가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제도들은 성가시더라도 항의를 다루는 것이 일상적이고 때로는 유일한 대처법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 밀턴 프리드만 이 냥반, 이 시절에도 까였는데 나중에 무슨 세상 멘토인 것처럼 사람들 떠받드는거 꼴보기 싫어 죽겠음. (심지어 내가 2년 전에 이런 메모를 남겨놨는데, 자칭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께서 밀턴 프리드먼을 끔찍이 떠받드는 걸 실시간으로 보고 있어야 함. 뭔 시련인가!!!)


하지만 정치학 영역에서 이탈은 '변절, 반역'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범죄행위로 낙인찍히기도 함.. 이것도 진짜 꼴불견이자 세상 망조의 지름길. 변화를 위해 싸우는 것도 아니고 일단 우리가 남이가 해서 결속만 외치는 것도 꼴보기 싫기는 마찬가지..

근데 현실에 이 두 가지 극단 정말 분명한데, 경제학과 정치학에서 이를 어느 한쪽만 지켜봤다는 것도 좀 의외이기는 함 (1970년 이 저작 이후는 좀 달라진 것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잖여)

  • 이탈 exit : 경쟁(즉 이탈)이 하락한 성과를 회복시키는 기전으로 작동하려면 예민한 고객과 둔감한 고객이 혼재되어 있어야 함. 썰물처럼 모두 빠져나가거나 아무도 이탈하지 않으면 그냥 망해버리거나 아니면 개선의 기회를 놓치게 됨. 이런 면에서 모두가 초예민하고 정치의식, 참여의식이 드높은 것만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음 (문제가 생길 때마다 마치 가슴속에 시말서 품고 다니는 직장인이라도 되는 양, "내 이럴 줄 알았다" 며 돌아서는 행태가 떠오르지 않냐고... ㅜ.ㅜ)
  • 항의 voice: 물품을 구매하는 기업보다는 자신이 속한 '조직'과 관련해서 더 중요한 역할. 당연히 후자의 숫자가 더 적기 때문이기도 함. 경쟁이 적어서 마땅히 이탈할 곳이 없...ㅜ.ㅜ 이탈이 '이것 아니면 저것'의 확실한 구분만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항의  방식은 기본적으로 계속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하는 예술 (이 아니라 '기예' 아님??? art?)
  • 이탈과 항의의 결합: 품질 변화에 가장 민감한 소비자들이 신속하게 이탈. 공립학교 교육 질 나빠지면 교육에 관심많은 중산층 이상이 빠져나가는데, 문제는 이들이야말로 가장 활발하게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항의할 수 있었던 사람들. 사립학교에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으니 이들은 항의 기전을 더욱 열심히 활용 (사립학교에서는 이탈이 강력한 원상회복 기전). 반면 공립학교에 남아 있는 이들은 목소리 내기 어렵거나, 이탈이 발생해도 반응성이 낮다는 문제.  이는 한국의 공립학교, 공공병원이 가진 문제 그대로... 결국 사적 부문을 축소하여 이탈의 가능성을 줄이고 공공부문의 이탈/항의에 대한 반응성을 높여야 하는디.. ㅜ.ㅜ 삶의 질과 관련된 기본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항의 방식이 특히 중요! (그런데 대개 고품질 범주에서 이탈보다 항의가 쉽게 발생하기 때문에 계층 간 간극이 더욱 커짐)
  • 게으른 독점의 문제: 경쟁은 예상과 달리 독점을 억제하기보다 말썽많은 고객을 제거함으로써 부담을 덜어주는 경우가 많음 ㅜ.ㅜ '일종의 '전제적' 독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  이 경우, 강한 자가 약자를 억압하고 게으른 자가 가난한 자를  착취하는, 즉 독점에 대한 야심은 없지만 동시에 독점으로부터 탈출이 가능한 까닦에 더욱 견고하고 억압적 ㅜ.ㅜ (라틴아메리카 독재 국가들이 언어나 문화가 비슷한 이웃 국가로의 망명을 적극  부추겼던 사례) 하지만 다른 곳에서 거래 상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기업/조직이 자신의 욕구화 취향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유혹하고  협박하고 유도하는 소비자들의 힘 존재

 

쉽게 이탈할 수 있으면 항의 방식에 호소하는 일이 줄어들 것 같지만, 항의 방식의 효과는 이탈의 가능성 덕분에 강화됨. 즉 이탈의 위협 덕분에 항의가 작동함.

충성파가 조직을 떠날 시점을 판단할 때, 이탈 시 감내해야 할 도덕적 혹은 물리적 고통보다는 자신들이 떠나면 이 조직이  악화일로에 처할 것이라능 생각 때문에 쉽게 이탈하지 못함...  (ㅜ.ㅜ 한국 운동조직의  또 다른 일면 아닌가. 하지만 이렇게 해서 망할 조직이면 진즉 망해야 ㅡ.ㅡ)
또다른 문제는 조직의 산출 혹은 질이 구성원들이 떠나간 후에도 문제가 되는 경우인데, 즉 완전한 이탈이 불가능한 경우를 나타냄. 이를테면 중산층이 자기 자녀를 사립학교 전학시키는 방식으로 공교육에서 이탈해도, 이 지역 공교육의 질은 공동체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공립학교 문제는 내 알바 아니라고 할 수 없음. "빠져나올 수 없다"는 표현이 쓰임. 이것이 바로 공공재의 외부효과 아니겠나 싶지만, 이것조차 감당하기 싫어서 더 멀리 떠나는 것이 현실이기도....


미국은 전통적으로 이탈의 국가.  유럽 맘에 안 든다 - 미국 신천지로 이민 - 미국 동부가 마음에 안 든다 - 서부로 진출... 이는 기묘한 순응주의와도 연관되며, 떠나가는 이민자라기보다 항상 떠나온 이민자들이라 할 수 있음. 떠나고 나면 이전에 속했던 공동체에 더이상 신경 쓰지 않음. (다만 저자가 이 책을 쓰던 시점의 히피 운동은 이탈의 방식이되 기묘하게 항의와 결합되어 있었음) 어쨌든 싸우지 않고 이탈하는 습성 때문인지 미국 베트남전 관련한 정부의 잘못에 대해 어떤 관료도 항의하며 그만두기보다 개인사, 가족사 등을 언급하며 도망치듯 이탈하는 것에 저자 화냄 ㅡ.ㅡ  '공직자들이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정책에 항의하여 싸우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반대자의 순치'가 존재함. 베트남 정책에 회의적인 관료들에게 '공식적 반대자' 혹은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부여한 것. 회의자들은 이를 통해 스스로 양심의 위로는 받겠지만 그의 입장은 명확하고 예측가능해지며, 이들의 권력은 심각하게 손상되고 입장은 무시당함. 반대자들은 그저 팀의 일원으로서 역할분담에 참여하고 있다는 조건 하에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게 됨. 이를 통해 강력한 무기, 즉 반대의견을 제시하며 사퇴위협하는 행동이 사전에 포기당함... (나도 주류 학회에서 이런 거 여러 번 느꼈음. 너에게 비판자의 역할을 기꺼이 줄테니 이 경계 안에서 마음껏 말하려무나..... ) 이 경우, 기회주의는 공식적 의무감으로 합리화될 수 있음

"좀더 미화하자만 비밀스러운 순교라는 가면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달콤하고 복합적인 동기유발이 주어진 상황에서 비들기파는 자신의 정당화 논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한층 강도높게 지속적으로 기회주의 행동에 빠져들게 된다. 비둘기파는 자신의 이탈이 상황에 미칠 영향력과 파괴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게 된다"

 

요약하자면...

 

조직원의 
강력한
반응 양식
이탈
아니오
항의
자발적 결사체, 경쟁적 정당, (예) 소수 구매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가족, 종족, 국가, 교회, 전체주의 아닌 일당 지배적 정당
아니오
고객과의 관계에서 경쟁적인 기업
전체주의적 단일정당, 범죄조직

 

가능한 조합
조직이 퇴보할 때 구성원 반응
이탈
항의
조직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피드백 방식
이탈
경쟁적 기업 
반대가 허용되지만 그것이 (순치를위해) '제도화'되어 있는 경우
항의
대체제의 경쟁에 직면한 공기업, 게으른 과점체계, 기업-주주 관계, 도시 중심부 등
구성원들의 충성심을 상당히 확보하고 있고 민주적으로 반응하는 조직

 

그니까.. 대체 언제 갈라서야 하냐구 ㅜ.ㅜ  나는 그게 알고 싶은데...

 

이런 종류의 책에서 보기 드문 방식으로 저자는 글을 마침

"이 책이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것이 무엇이든 현재 무시되고 있는 반응 유형의 숨겨진 잠재력을 이끌어내 이탈 혹은 항의 방식을 택하도록 고무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글쓰는 자의 꿈이 적으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쫌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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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혹은 빈곤에 대한 책들 (2)

트랙백 기능 없어진 거냐.. 왜 뭐가 안 되지.. ㅡ.ㅡ

 

# 빈곤 과정 (조문영, 2022)

빈곤 과정 - 빈곤의 배치와 취약한 삶들의 인류학
빈곤 과정 - 빈곤의 배치와 취약한 삶들의 인류학
조문영
글항아리, 2022

 

몹시 흥미롭게 읽었으나 3부 인류세의 빈곤에서 기후위기 나오고 코로나 이야기... 는 아직 저자의 생각이 정리가 덜 된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음

국내의 빈곤 관련 서적들이 대개 서사 중심의 현실 드러내기, 그들도 사람이었네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좀더 학술적으로 정제되어 상태로서의 빈곤이 아니라 유동하는 과정으로서의 빈곤 문제를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음.  제1장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사, 2장 '의존의 문제화'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기억이 희미해진 가까운 한국현대사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었고, 노동-자립 / 빈곤-의존의 견고한 이분법이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님을 보여줌

장소와 시기는 다르지만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중국의 빈곤문제를 통해 보편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게  한 부분도 좋았고, 한국의 글로벌 반빈곤 산업이 청년 봉사자들의 열정덕분에 집합적 퍼포먼스로 부상한 점, 청년들의 자원봉사가  타국의 경제적 빈곤에 대한 적극적 개입이라기보다 신자유주의 시대 실존의 빈곤을 보듬는 '치유'기제가 되버린 아이러니를 보여준 것도 너무 이해가 되었음


학생들과의 인류학 수업을 통해  소위 '말할 수 있는 프리케리아트'로서의 엘리트 대학 학생들의 현실 빈곤 인식론, 안전 담론을 들여다본 부분도 흥미로웠음. 나도 관심이 있던 문제라....

그런데 네그리/하트, 이진경, 바우만, 들뢰즈, 지젝.... 같은 사람들 -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 ㅋㅋ  이 사람들을 왜 이렇게 많이 인용하는 것인가.  이들이 멀쩡한데 하도 남한사회에서 이상하게 소비되는 것 때문에 내가 편견을 가진 것인가? 근데  인용한 부분도 보면 뭐 특별한 개념의 구축이나 혁신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여전히 미슷헤리

몇 가지 메모

  • 캐나다 메슈 D 상카르티에 '비난 테크놀로지 denunciatory technology' - 대중 자체를 통치의 도구로 삼으면서 국가는 숨어있는 '적' 숨겨진 '비밀'을 캐내도록 시민들을 부추기고 동료 시민을 서로 고발하는 통로를 열어둠 (부정수급 신고센터, 부패공익신고)
  • '열정적 빈민 the passionate poor' 인정의 정치에 물질적 정동적 에너지를 과하리만치 투입하는 이들에 대한 저자의 개념화
  • "복지가 직업화, 제도화, 산업화를 거치며 '성장한' 역사란, 뒤집어보자면 사회복지 체제 구축에 관여해온 종사자들이 가난한 사람들한테 '의존해온' 역사 (67쪽) - 이는 오코너의 지식산업 역사, 대런 맥가비의 빈곤 사파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된 문제
  •  "노동의지에 따라 다른 형태의 빈민 통치가 작동했다는 점은, 빈곤이 단순히 부wealth에 대응하는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품행의 심사장이었음을 뜻함"'(69쪽)
  • 글로벌 빈곤 레짐의 특징 1) 초국적 (불법) 노동 및 난민 이주가 증가하고 911 이후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가 팽배하면서 (냉전 시기 서구의 근대화 프로젝트를 부분적으로 뒷받침했던) 빈곤과 안보 security의 연계가 뚜렷해짐 2) 잇따른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윤리적' 자본주의가 일시적 위선적 이데올로기를 넘어 기업의 필수적 생존 전략으로 공론화되면서 글로벌 빈곤 레짐에서 자본과 기업의 역할 급증 3) 글로벌 빈곤 레짐은 빈곤 퇴치의 '전문성'을 물신화하는 방식으로 작동 4) 전문성 뿐 아니라 대중성을 권장하면서 전세계 평범한 시민들을 빈곤퇴치 무대에 등장시킴 5) 2000년대 이후 글로벌 빈곤레짐은 단순히 서구와 비서구, 글로벌 북반구와 남반구의 비대칭적 위계를 강하하는 대신 세계화,국제정치의 역동에 따라 더욱 복잡한 지형을 보여줌

 

# 결핍의 경제학 (2014)

결핍의 경제학 - 왜 부족할수록 마음은 더 끌리는가?
결핍의 경제학 - 왜 부족할수록 마음은 더 끌리는가?
센딜 멀레이너선 & 엘다 샤퍼
알에이치코리아(RHK), 2014

 

미국에서 교양 사회과학책 쓰는 진보 리버럴들이 공유하는 무슨 대본이 있는 건가. 정말 이 분위기 미치도록 싫음. 쿨하고, 자기비하의 농담을 여유롭게 즐길 줄 알고, 사람들이 흔히 놓치는 흔한 사실/경향을 예리하게 콕 집어내는 천재성을 갖춘 자뻑 명문대학 남자 교수들....

마감을 앞두고 집중력이 폭발하는 것을 집중 배당금이라 하고, 터널 시야에 사로잡혀 다른 것을 고려하지 못해 생기는 손실을 굳이 터널링 '세금'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니 참으로 경제학 전공자 답다 싶음...
심지어 담배/술 같은 유혹 상품에 지출되는 생활비 비중을 '유혹의 세금'이라고 표현했고, 당연히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이런 상품의 소비 비중이 더 높은 것도 마치 결핍 때문에 이런 유혹에 쉽게 휘둘리는 것처럼...
이런 단어 만들어내고 자기네들끼로 신나서 하이파이브했겠지?
심지어 요점을 계속 반복하면서 책의 분량을 한정없이 늘림...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이야기인가????

사실 책에 나열된 사례들은 저자들의 핵심 개념인 '결핍'이 아니라 'distraction' 혹은 'cognitive burden' 으로 설명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문제들이 대부분이었음. 경제적 빈곤층이 왜 근시안적 결정, 바보같은 행동을 하는지,  시간/마감에 쫓기거나 다른 데 정신팔린 사람들이 왜 엉뚱한 오답을 내놓는지...
이건 채워지지 않은 욕망으로서의 결핍 때문에 그 결핍의 대상에 사로잡힌 게 아니잖아,
고려해야 할 수많은 요소 때문에 그야말로 prefrontal cortext 의 인지적 자원이 고갈되어 버린 거라구.. ㅜ.ㅜ  그게 경제적 결핍일 수도 있고, 관계의 갈등일 수도 있고, 응시하는 성적 시선일 수도 있고.... 그리고 내적 자원이 고갈된 상태에서 (proprioception) 부정적 정서와 부적절한 인지적 반응이 만들어진다는 것도 이미 많은 연구가 이야기하지 않았음?

대체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넌센스임..  homo economicus 라는 말도 안 되는 전제에 대한 반발이 겨우 애들 장난 같은 심리학으로의 귀결이라니...????? 인도 시장의 노점상들이 행동만 다르게 했다면 얼마든지 덜 가난해질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이 용기를 우리는 배워야 하는 것인가... 그런데다 인도에서 행동경제학 실험은 왜 그렇게 많이 했다냐?  이런 연구들은 어떻게 IRB 를 통과한 것인감?
연구한다고 개인들한테 막 백만원씩 나눠 주고 그래도 되는 거임??????

이 책의 결론이 뭐냐면... ㅋㅋㅋ 1) 당신의 대역폭을 관리하라 2) 결핍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라 (동기부여나 교육, 당근, 채찍이 아니라 대역폭 확대에 집중하라는 것 - 어차피 인센티브 줘도 성공 못한다는 말씀) 3) 풍족함은 결핍과 맞닿아 있다

진짜 지랄도 풍년이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지... 빈곤 문제의 해결이 결국 일체유심조로 귀결되는 이 해괴한 현상을 보면서, 정말 빈곤지식산업이 얼마나 세상을 망치는지 실시간으로 감상한 느낌...

게다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이 엄청난 타자화는 뭐람?
'이 문제는 지독할 정도로 오래 방치되었고 그러다보니 이제는 어쩐지 지겹기까지 하다. 바로 이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왜 이토록 형편없이  굴까" 이것이 바로 방안에 있는 코끼리, 누구나 문제임은 인식하지만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난감한 문제이다'

아마도 이런 책을 사서 읽는 사람 중에 빈곤층 '당사자'는 없을 것이고, 독자들은 빈곤층의 이해할 수 없는 바보같은 행동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양식있는 동료시민이라 가정한 것인가? We/Others 가 이렇게 분명한 책도 참 오랜만일세....


이 책에 진심 감화받은 리버럴들은 (빈곤층을 돕는것에 진심인!!!) 빈곤층의 왜곡된 인지체계와 '마음가짐'을 교정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려나???
"결핍의 덫에서 해방되려면 자원을 욕망보다 평균적으로 많이 가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커다란 충격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느슨함을 가지는 것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ㅋㅋ 우리는 이것을 버퍼링이라고 부르구요... 그래서 소득만큼이나 자산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왔어요. 근데 가난한 이들은 바로 그 가난 때문에 이렇게 자산을 축적할 수가 없잖여... ㅜ.ㅜ

아우.. 매번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가 결국 스스로를 원망하며 끝나는 이런 책들.... 끝까지 읽기는 했다만 진정 책을 고르는 나의 안목이 퇴화한 것인가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네 ㅜ.ㅜ


사족으로... 1999년 나사의 화성탐사선 실패는 '영국식 측정법'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일상에서 미터법metric이라는 표준 체계를 사용하지 않고 이미 영국에서도 폐기된 imperial measure 를 사용하기 때문에 벌어진 사고였잖아.. 국제적 웃음거리 되었다고... 똑바로 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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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혹은 빈곤에 대한 책들 (1)

그나마 블로그마저 없었으면 어찌 되었을까...

에버노트와 블로그를 보조 저장장치 삼아가며 살아간다.

 

작년 올해를 거치며 가난에 대한 책을 몇 권 읽고 세미나도 했었는데, 에버노트 끄적임이라도 여기 옮겨놔야겠음

 

# 가난의 문법 (소준철, 2020)

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푸른숲, 2020

 

학술 커뮤니티나 교양독서 커뮤니티 안에서 엄청나게 상찬을 받았고 그럴 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윤영자 씨의 생애사가 나에게 그닥 새로울 것이 없어서 다소 놀랍기는 함... 내 주변에 너무 많았고 익숙했던 이야기들...
뭔가 이제 사람들이 어떻게 가난해지는지, 책을 읽어야 겨우 알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인가... ㅡ.ㅡ


마치 어디 머나먼 이국의 낯선 풍습과 문화에 대한 인류학적 관찰을 하듯, 이제 우리 내부의 빈곤도 여간해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누군가가 "본격적으로" 탐구해야 알 수 있는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 매우 씁쓸함 ㅜ.ㅜ


생애사를 그리고, 하루의 활동을 시간별로 촘촘하게 쫓아가면서 어떻게 밥을 먹는지 누구와 만나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일감을 어떻게 얻고 처리해나가는지.... 아주 꼼꼼한 관찰과 기술을 통해 특정 개인이 아니라 오늘날의 가난에 대한 전반적 그림이 그려질 수 있도록 했음
 
저자는 가난의 어원을 어려울 간 + 어려울 난 / 빈곤은 가난하여 곤한 상태. 즉 가난하여 살기 어려운 상태로 정의하며, 가난은 주로 현상을 묘사할 때, 빈곤은 분석에 동원된다지만 글쎄올시다..... 학술적 사용괴 일상어의 차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노인 빈곤에서의 젠더 차이를 설명하며 남성 노인은 젊은 시절부터 쌓아온 기존의 경력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노인의 경우 숙련되 기술이나 장기적 경력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쁜 환경과 조건의 서비스업으로 전환하거나 진입... 한다고 기술하는데, 일견 타당한 진단으로 보이면서 동시에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궁금과 걱정이 한 가득.
과거에 미숙련 중장년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식당보조, 간병/돌봄, 청소 등이었다면 우리 세대는 그래도 어지간해서는 고등학교 졸업했고 과거와 달리 완전 "허드렛일"보다는 제도화된 요양/돌보미 서비스, 마트캐셔, 콜센터 같은 일들을 해왔는데 과연 노년에 어떤 일자리로 이행하게 될지... 

남성들이야말로 오히려 돌봄의 와해, 산재 등의 이유로 중고령에 더욱 취약한 상태에 처하는 경우도 많고 게다가 경비 같은 일은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니 과연 어디로 갈꺼나...

빈곤의 '쓸모'가 단순히 '스스로의 안정감을 확신하고 불안정에 대한 두려움을 상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우만의 주장처럼) 실질적으로 사회가 돌아가게 만드는 '쓸모'가 있다고 생각함 ㅜ.ㅜ

 


# 가난 사파리 (대런 맥가비, 2020)

가난 사파리 - 하층계급은 왜 분노하는가
가난 사파리 - 하층계급은 왜 분노하는가
대런 맥가비
돌베개, 2020

 

여러 모로 힐빌리의 노래와 대조되는데 빈곤층 당사자의 성장 서사라는 점에서는 일견 비슷하지만
현재 글을 쓰는 시점에서 계급의 상향이동이 확정되었느냐 아니냐, 그리고 탈빈곤을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계급정치, 사회운동 맥락에 배태시켰는가 여부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임.
밴스의 사례에서 '정치'가 공백이었다면, 대런의 경우 매우 어린 나이에서부터 빈곤/박탈에서 비롯된 분노는 정치화의 경험 속에 단련되고 혹은 좌절됨.

당사자로서 저자는 빈곤층/지역에 대한 대상화와 타자화, 소위 좌파에 의한 '전유', 빈곤을 자원 삼아 생계를 이어가는 복지 서비스 조직들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대단함. 그  서비스가 빈곤층에게 소중하다는 것은 알지만, 복지 서비스 조직들은 바로 그 빈곤층이 있기 때문에 생존이 가능한 것임. 그리고 이러한 냉혹한 진실을 서비스 수혜자 당사자들도 잘 알고 있음 ㅡ.ㅡ
게다가 선한 의도를 가진 연구자들의 '채굴' 행위에 대한 비판은 매우 신랄함.

"이런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본의 한 형태로 여겨진다. 이들의 삶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은 조직이 자신의 역할을 정당화하고 지속시키기 위해 채굴할 데이터와 서사를 담고 있는 자본 말이다. 선의를 가진 학생, 학자, 전문가들이 줄줄이 가난 깊숙이 내려와 필요한 걸 뽑아내고는 고립된 자신들의 집단으로 물러가 가난 사파리에서 가져온 인공 유물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곳은 빈곤 산업이다. 이 산업에서는 선량한 사람들도 사회적 박탈로부터 어마어마한 돈을 번다. 이 부문의 모든 사람이 경력을 유지하고 계속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문제가 남아 있어야 이 산업이 성공할 수 있다. 가난을 뿌리 뽑는게 아니라 낙하산으로 와 '업적'을 남겨야 상공할 수 있다. 그리고 자원과 전문지식을 철수해 훌쩍 떠날 때 뚜렷한 업적이 없더라도 간단히 조작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게 이 부문의 전통이다. 이 부문에서 일을 하는 방식은 보고도 못 본체하는 것이다. 실패하거나 일이 잘 안 되더라도 아무도 시인할 수 없다. 모두가 재정지원이 끊기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빠져나올 수 없는 가난,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난하지 않음으로써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하는 수단으로서의 가난, 그리고 가난한 사람에게 대중들이 '기대하는' 것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 ㅡ.ㅡ

 

"어떤 사람들에게 가난은 헤어나기 힘든 것이다. 그 인력에서 벗어나려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그것을 헤어날 길 없이 우리를 집어삼핀다. 빠져나가려 애쓸수록 우리 목으로 더욱 차오른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 가난은 절대로 가서는 안 되는 먼 산비탈에 사는 괴물이다. 우리가 겪지 않은 걸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기까지는 내 어린 시절이 힘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사람들이 그렇다고 말하기 시작하기까지는 내 인생이, 또는 실로 내가 어떤 식으로든 흥미롭다거나 의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 가난 서사를 거듭 반복하도록 유도하기 시작하기까지는 내가 말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대본에서 벗어나면, 수수께끼같이 커튼이 닫히고 수수께끼같이 조명이 희미해지며, 수수께끼같이 마이크가 멎었다."

 

자본주의 '체제'와 '구조', '정치'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엘리트 좌파에 대한 비판, 그러면서 빈곤층 스스로의 자기혁신과 지역사회의 변화 역시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 당사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통렬한 비판... 외부자들이 이런 '요구'를 할 수는 없잖여 ㅜ.ㅜ

"정치인들이 진정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못하고 심지어 이 문제를 정직하게 논의하지도 못하는 이런 절망스런 상황에서, 지금 당장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거짓 희망이나 거짓말로 채우지 않으면서 그들에게 어떤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까? 제3의 산업혁명이 시작될 때 여기에 없을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보편적 기본소득이 시작되는 걸 보지 못할 사람들에게 말이다. 나는 우리가 정직해지는 데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혁명은 없을 것이다. 우리 평생에는 없을 것이다. 이 체제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나아갈 것이고 우리도 그래야만 할 것이다."

"하층계급이 된다는 건 20년 전에 알았던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가디언' 기사로 가득한 뉴스 피드를 허구한 날 스크롤하고 앉아 있는 걸 의미한다."

 

다소 놀라운 점은 저자가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이라지만, 빈곤의 건강영향, 스트레스의 생물학, 정체성 정치 같은 소위 중간계급 좌파 혹은 리버럴 필자들이 활용하는 논거와 주장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 

그러면서 문화정치, 정체성 정치에 경도된 엘리트 학생 운동에 대한 비판은 매우 단호함.... 아마도 1980-90년대 학생운동을 대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애증이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추정함. 왜냐하면 나도 대학 들어가서 부잣집 운동권 선배들이 차가운 소주를 붓는다며 노동의 신새벽 노래 부르고, 낭만적으로 이상화된 민중, 현실과 동떨어진 "내일 당장 혁명".. 이런 거 맨날 읊어 대서 어안이 벙벙하고 황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 맨날 민중 운운 하지만 내가 학비 때문에 아르바이트 해야 해서 농활 못가겠다고 하면 그렇게 짜증을 내더라고 ㅋㅋㅋ 그래봤자 다들 20대 초반이었으니 이제는 다 용서함 ㅋ
 

"특히 대학 캠퍼스에서 발전한 활동가 단체는 정체성 정치를 비판하는 것이 억압과 불평등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본다. 정체성 정치가 사회정의 문제에 접근하는 양식이 보여주는 중요한 특징은 문화 추진력을 피해자와 소수집단의 서사에 주로 의존한다는 점이다. 정치 안건을 추진하기 위한 트로이의 목마인 셈이다. 이런 형태의 행동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 운동이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소수집단이나 학대 생존자에 대한 공격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논의를 이어가기가 어려운 건 우연이 아니라 고의다."

 

"전반에 걸쳐 교차성을 적용하면 우리의 다문화 사회에서 작동하는 역학관계를 좀더 충실히 보여주는 그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소수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교차하는 차별과 편견과 학대가 포함된다. 성소수자 내 인종주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이의 동성애 혐오, 페미니스트 사이의 성전환 논쟁, 이슬람교 공동체 내 여성의 종속성, 레즈비언 사이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 그리고 엄마가 아이들을 방치하고 학대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건 금기 또는 공격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교차성을 통해 백인 남성의 특권만이 아니라, 서구 엘리트 대학의 풍족한 학생들이 우리 스스로 우리 경험에 대해 생각하고 논의하는 방식을 통제하려 드는 현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우리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대화에 끼지 못하게 한다. 우리가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모슨이나 비정상을 지지하면, 활동가들은 멸시하는 말이나 독설을 쏟아부어 비판을 묵살하고 더 이상 논의를 하지 못하게 한다. 활동가들은 말 자체가 폭력의 한 형태라고 주장하겠지만, 또한 자신들의 목적을 추구하는데 필요하다고 여기는 일이면 무엇이든 관여할 수 있는 특권을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그래서 협박, 괴롭힘, 신체 폭력 행위가 용감하게 '기득권층에게 한 방 먹이는 일'로 여겨진다. 모든 상호작용을 교차성이라는 렌즈를 통해 보고, 따라서 권력의 역학 관계로 여긴다. 소셜미디어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감정 과잉 상태에 빠진 이 활동가들은 자주 자기 행동이 낳은 인간적 결과가 자신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전해들은 정보나 소셜미디어의 소문을 근거로 다시 생각해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한 사람의 평판을 망치거나 취업을 방해하려 든다. 결국 이런 문화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반면 이 문화 자체는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특권집단은 자신의 언어와 행동이 어떻게 사회적 배제를 강화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소수자에 대한 억압과 소외가 계속된다고 활동가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이 활동가들은 문화적 출입제한이 있는 자신들의 논의가 하층계급 사람들과 어떻게 교차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동계급'이라는 말이 '백인 남성'과 동의어가 되면서 계급이라는 주제를 고려하지 않고 제쳐두기가 더 수월해졌다. 최근 극우가 부상하면서 더욱 그렇다. 사회적 배제와 악습을 겪고 있는 많은 하층계급 출신 백인 남성이 특권계급 학생들 대신 비난을 받고 있다. "


"사람들은 미치광이처럼 구는 나를 응원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실하거나 유익해서가 아니라 박수치는 사람들의 정당성을 입증해왔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자기 외에 세상 모든 게 바뀌어야 한다고 믿었다. 나는 어느 순간 나의 생각, 감정, 행동이 내 책임이 아니라는 거짓말을 믿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모두 나를 학대하고 배제하는 체제의 부산물이었다. 또 사회가 내가 처한 상황에 개입하거나 사회를 해체해 재구성해야만 내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변화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나는 자라면서 내가 느끼는 모든 분노가 정당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단지 내가 하층계급이라는 사실만으로 말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분노 자체는 정확한 순간에 정확한 방식으로 표출해야만 쓸모가 있었다. 올바른 의도를 가지고 알맞게 사용할 때라야 정당했다. 그래도 분노의 유용성은 한시적이다.술, 담배,  약물, 정크푸드와 마찬가지로 정당한 분노의 새로움은 곧 사라지고 충동만이 아남아 우리의 감정을 격화시키고 괴롭히는데, 이 때 대개 문제의 해결책은 우리 코앞에 놓여 있다. 이것은 좌파 사람들한테는 인기가 없겠지만 솔직한 이야기다. 이 경우에 나는 내 이기심을 감추는 연막으로 정당한 분노를 이용했다. 나 개인의 의제를 제기하기 위한 트로이의 목마로 '노동계급'을 이용했다. 게다가 개인적 분노가 어떻게 교묘히 내 생각의 방향을 결정짓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내가 아는게 많고 대단히 도덕적이라 생각하면서 이 모든 일을 했다."

 

사회적 맥락이 매우 다르기는 하지만, 이 책은 어쩌다 가난해졌나 혹은 빈곤의 실상은 무엇인가... 라는 종류의 르포라기보다는 가난에 대한 내부자와 (심지어 우호적인) 외부자들의 인식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라는 측면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진 논의는 아니지만) 읽어볼 가치가 있음. 매우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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