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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4/19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
    hongsili
  2. 2020/04/01
    자신을 믿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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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8/08/05
    인터뷰 글 모아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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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7/03/10
    오늘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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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6/11/21
    한국에서 문화자본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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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16/01/16
    단기적 비관과 장기적 낙관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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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15/11/15
    혼란하다 혼란해
    hongsili
  8. 2012/12/30
    실현되지 않은 지구멸망의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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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12/07/13
    긴장감 제로의 노동조합을 시작하며(3)
    hongsili
  10. 2012/03/28
    잡생각 메모(3)
    hongsili

동트기 직전이 정말 제일 어두운가

지난 한 주 내내 한국 사회 여성들이 집단으로 싸다구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손정우 사건이야 더 이상 보탤 말도 없지만, 안희정, 박원순 두 정치인에 대해서는 아 정말 복잡한 심경이...

 

처음에는, 수감되어 부모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자식의 심정이 오죽할까 연민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장례식도 결혼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보란 듯이 실세 조문객들과 언론을 불러모으고, 어머니의 죽음을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 복귀 퍼포먼스로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대체 내가 뭘 보고 있는 건가 어안이 벙벙했다. 

몇 십년을 같이 활동해왔던 지인이 말도 안 되는 잘못을 저질렀고, 그가 마침 부모님 상을 맞았다면 나도 아마 조문을 갔을 것이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 일부러라도.... 인간의 마음에는 여러 단면들이 있고, 그와 활동했던 시절, 그 때의 마음 또한 모조리 진심이 아니었다고는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커다란 슬품 앞에서 잠깐 위로는 받을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가 저지른 잘못에 현재 명백한 피해자가 있고, 그가 앞서 보여준 활동의 가치와 모습을 전면 부정하는 종류의 윤리적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면, 개인적 연민과 위로는 전하되 차마 화환을 보내고 공개적으로 조문하는 일은 못할 것 같다. 내가 그와 관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친구 단속 제대로 하지 못한 부끄러움 때문에라도 말이다. 그리고 만약 그가 전혀 거리낄 없이 행동한다면 너 이러면 안 된다고 따로 불러 따끔하게 이야기해줄 것 같다... 친구를 진심으로 아낀다면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알파메일클럽에서는 그런 종류의 염치나 속깊은 우정은 애시당초 의미가 없는 것인가보다.

 

이런 착잡함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박원순 시장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벌어졌다. 

실종 뉴스 직후부터 온라인에는 성범죄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평소 그의 인격을 높이 평가해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기도 하고), 대통령이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조금도 감추지 않은 지난 몇 년이기 때문에 도덕이고 인품이고를 떠나 그 정도의 리스크 관리는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너무 안달복달하는 모습이라도 좀 숨겼으면 낫겠다 싶을만큼 대선레이스에 대놓고 관심을 보여온 그가,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또다른 측면은 변호사로서 서울대교수 성희롱 사건이나 부천서 성고문 사건 변호인단 활동도 하고, 20년을 넘게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같은 곳에서 활동을 해왔는데 성추행을 저지를 정도의 윤리적 감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바닥에 소문이 나도 진즉 나지 않았게나, 이런 판단도 들었다.

그런데.. 사망이 확인되었다. 소문이 점차 확증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다른 동기를 생각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또 생각이 복잡해졌다. 여전히 의도적 성폭력이라는 생각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영페미들이 온라인에서 들끓을 때도, 난데없이 민정당 후예들이 하이에나처럼 몰려들어 미투를 이야기할 때도 그저 양쪽 다 듣기 싫었다.  아무리 시장 한 사람이 다 한 것은 아니라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서울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변화들, 특히나 주거복지, 노동인권, 건강불평등 측면에서의 정책과 사업들,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과 촛불 시민들이 광화문에 설 수 있도록  보호하는데 그의 정치적 리더십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힘들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더욱 컸지만, 그렇다고 성과를 전면 부정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가 씨를 뿌린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제 몫을 하며 한국사회 변화에 기여한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떠나는게 참 허망하고, 착잡하다는 단어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러면서 별별 가설을 다 세워보았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개념을 모르지는 않을테고, 혹시 자기 혼자 로맨스라고 착각했나? 여성 하급직원이 사무적으로 공손하게 응대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혼자 소설쓰고 있었던 거 아냐?  자신의 매력을 과대평가하는 K저씨들의 고질병?? 

 

그/러/나/... 

두 차례의 피해자 기자회견을 보면서, 내가 정말 알파메일을 모르는구나.... 머리를 맞은 듯했다.

그래도 그가 남긴 유산을 기리며 인간적 애도를 하던 마음이 정말, 말 그대로 차갑게 식어버렸다.

로맨스 착각이 아니라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분명한 성추행을 저질렀고, 이것이 대선가도에 리스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감히 문제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만큼 권력의 속성을 알았기에. 

심지어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거나 피해자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생을 마무리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정말 환장할 노릇 아닌가... 4년동안 괴로웠던 사람이 누군데, 이 마당에서 왜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까지 가져야 하나.... 

부러질지언정 굽힐 수는 없다는 자존심과 자기애가 이런 선택을 가져온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때로는 치욕을 견디면서 과제를 완수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게 책임윤리 아닌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정당한 댓가를 치르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과오를 반추하면서 본인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를 바꾸는 데 1이라도 기여를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말이다. 명색이 정치인이고 그에 앞서 활동가였는데....

 

최소한 20년 전 시민단체 활동을 했던 그 시절에도 지금과 같았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권력에의 도취가 도덕과 윤리의 끈을 놓아버리게 만든게 아닐까 싶다.

허나 인간이란 사회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사회를 바꾸어나가는 주체이기도 한데 최소한의 자기성찰조차 하지 못했다니 그저 놀라울 뿐...  알파메일의 세계란 그런 곳인가? 20만 년 인류 진화의 역사로도 극복하지 못할 만큼 수컷 우두머리의 렙틸리안 속성은 강력한 것인가? 

먹이에 가장 먼저 접근하고 독점하던 알파메일 원숭이들이 식중독으로 모두 죽고 나니 남아 있는 원숭이 무리에 평화와 협력이 찾아왔다는 사폴스키 교수의 연구결과가 문득 떠오른다. 이 정도 되면, 펜스룰을 적용해서 여성을 남성 주변으로부터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권력있는 자리에 아예 남성을 앉히지 않는 게 답인 것 같다.

 

사실 지금 제일 어이 없는 것은 서울시에서 시장을 보좌했던 정무라인 사람들이 보이는 무책임한 태도. 심지어 젠더특보는 사건 터지자마자 휴가를 냈다더니 아예 사표를 제출했다가 그나마 반려되었나보다. 그의 정치적 동지들이 고인에 대한 동지애가 1이라도 남아있다면, 이 사건을 제대로 평가하고 약한 고리와 미흡한 부분이 어디었는지 찾아내서, 비록 그가 다시 살아올 수는 없겠지만 그의 죽음을 계기로 조직내 민주주의가 한발 나아가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야 죽음에 의미를 1이라도 부여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데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문학적 메타포인지...

어찌 되었든, 지금이, 많은 사람들이 절망과 탄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 시기가, 바로 동트기 직전의 그 시기이기를, 그렇게 함께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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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

실컷 다 써놓고 글을 날려버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ㅡ.ㅡ

뭘 잘못 눌렀길래... 하여간 다시...

 

#1. 투표율

 

코로나유행 때문에 선거가 제대로 될 수는 있을까, 투표율이 바닥이면 어쩌나 은근 걱정했는데 다들 그런 걱정을 한 것인지 오히려 예년보다 투표율이 더 높았다.  도통 바깥 나들이를 하기 어렵다보니, 나라가 허용해준 기회에 모처럼 나들이해보자는 심사였는지도 모르겠으나, 나도 사전투표하러 갔다가 사람 너무 많아서 깜놀 ㅡ.ㅡ  마감 시간 다가와서 투표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기까지...

'적당히'를 모르는 민족의 근성이 여기서도 발휘된 것인가...

어떤 정당을 지지하든간에, 도저히 저꼴은 못봐주겠다, 이건 막아야한다는 절박함을 각자 품었던 게 주요 이유가 아니었을까.  내가 투표 안하면 저놈들이 이긴다, 그건 눈뜨고 볼 수 없다... 이런 마음?

이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이나 민주당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되도 않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파렴치한 행동을 정당화하고, 쇠파이프 움켜쥐고 민주주의 투사인양 목에 핏대를 세우는 나경원의 모습을 더이상, 네버 앤 에버, 보고 싶지 않았다. 이건 뭐 이념이나 개별 정책에 대한 동의/부동의 같은 품격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

 

#2. 위성정당과 민주당, 진보정당

 

내 블로그는 소중하니까, 여기에 쌍욕을 쓰지는 않겠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아무짓이나 해도 되고, 그래서 했고,  심지어 그랬더니 실제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기까지 했다. 민주주의 역사에 참으로 아름다운 교훈을 남겨주셨다. 쟤네들이 하는데 우리는 그럼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는 거냐고 항변하는데,  이거야말로 정의당을 비롯한 소위 '우군' 시민사회를 발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다는 이야기 아니고 뭐겠나. 너네한테 사정하고 달래가면서, 듣기싫은 욕먹어가면서 같이 가고 싶지는 않아, 그런 노력 따위 하고 싶지 않다구. 따라올테면 따라와... 요런 마음?

그런데 이게 어떤 개인의 '마음'이라면야 뭐 어쩔 도리가 있겠나,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보호받아야지. 그런데 집권여당이 이런 정치적 스탠스를 보인다면, 이게 도대체 의회 민주주의인가??? 또라이에는 또라이로 맞서는 바닥으로의 경쟁이라니.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코어팬덤 전사들의 결기야 내가 공감해줄 마음의 여유가 없으나, 이런 방식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사후 승인하는데 가담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이들의 불편한 마음에는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87년 이후 유구한 '비판적 지지론'에서 이제는 '비판적' 마저 떼어버리고, 심지어 심상정, 이정미 의원 지역구에마저 떡하니 공천을 해대는 패권주의에 이제 넌더리가 난다. 수구보수 일파보다 우리 민주당 앞길에서 딴지 걸었던 정의당이 더 밉다고 온라인에서 떠드는 이들을 보면, 과연 어떤 대목에서 딴지를, 그리고 왜 걸었는지 확인 좀 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합리적 대화는 어차피 불가능.

 

물론 정의당에 대한 심경도 복잡하다. NL 그룹이 대중적 진보정당을 '본사'의 지령을 받는 허수아비로 만들어가는 꼴 보기 싥어 탈당하고, 진보신당을 거쳐 가만히 있다보니 노동당원 되었다가, 여기도 또다른 본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기도 안 찬 사실에 탄복하여 탈당한 이래 아직까지 당적이 없다. 정의당으로 표상되는 진보정당 존재의 정당성을 강력히 지지하면서도, 여전히 당원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다. 해결되지 않은 그 무엇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의당보다 더 처참한 것은 녹색당이다. 그나마 정의당은 원칙을 지킨다는 명분이라도 남았지만, 대체 녹색당은 왜 그런 악수를.. ㅜ.ㅜ  쉽지는 않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후일이라도 도모할 수 있는 것 같다.

 

#3. 자기효능감 대잔치

 

선거 다음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야인'으로 돌아가겠다는 인터뷰를 보고 나도 모르게 방언이 터졌다. 왜, 기왕이면 트렌치코트 입고 성냥개비라도 물고 인터뷰하지... 자기효능감이 아주 만랩이로구나.

다들 킹 메이커 놀이. 정치 막후/배후 조정 놀이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조심성이라고는 개나 줘버린 것 같다. 칩거하던 모사가 선거 국면에 홀연히 중원무림에 나타나 기가 막힌 용병술을 발휘하여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이제 혈겁을 뒤로 하고 내 역할은 여기까지오. 윙크 한 번 하고 쿨 하게 돌아서서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는 서사를 내가 왜 "무려 21세기" 선거에서 봐야하는지 모르겠다고!!!

석양으로 붉게 물든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소오강호 가락이 어울릴까나, 아니면 영웅본색의 테마OST가 흐르는게 더어울릴까나 그런게 궁금해졌지. 

민주연구원은 원래도 당의 정책 씽크탱크 역할을 전혀 못해왔지만, 이제 공식적으로도 그냥 선거공학 일삼는 아재들의 살롱으로 확정. 비례후보들도 누구를 대표하고 어떤 배태성을 갖는지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으니, 그저 신출귀몰한 플레이어들의 용병술을 믿어볼 밖에. 다음 선거 때도 다시금 홀연히 등장하여 작전을 지휘해주실테니, 그동안 비전이고 정책이고, 시민사회연대나 지역운동 모두 쓸데 없는 낭비적 투자 되시겠다.

 

미래당은 선거 전날까지 본인이 맡은 당 이름도 모르는 분한테 선거캠프를 이끌도록 했으니 더 할 말도 없다만, 위기에 짠 하고 등장하여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그런 근자감 나도 진정 배우고 싶었다. 한국 남자들에게 삼국지 금지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잠깐 들었던 것이, 다들 유비의 삼고초려를 받는 와룡에게 자기동일시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든단 말이지. 

그런가하면 아무런 정책도, 작전도 없이 그저 달리기만 하고 세 석을 가져온 안철수의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은 앞으로 또 어쩔 것인가?

 

#4. 코호트효과

 

당분간 선거 결과에 대한 이런저런 심층분석이 나오겠지만,

장기적 추세에서는 상당 기간 미래통합당(aka. 자유당,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 신한국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등)이 우세를 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나의 짐작. 물론 대선에서 어떤 카리스마적 인물이 출현하거나 선거 국면에서 이변이 속출할 가능성이야 상존하기에 장담이야 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흔히 나이가 들면 보수화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예전에 호프스테드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연령 효과는 대개  Power Distance 가 높은 국가들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미국과 유럽에서의 68세대, 일본의 전공투 세대들을 보면 이후 나이가 들어서도 후속 세대보다 계속 일관되게 리버럴한 것이 특징인데, 이를 power distance 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코호트 효과가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물론 "권력 질서를 비판하면서도 자신은 그 권력에 닿기를 애타게 소망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잠재력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ㅋㅋ

현재 50대는 20년 전의 50대와 역사적 경험이 전혀 다르고,

이제 50대에 접어들게 되는 70년대 출생인간들은 그 이전과도 또 다른 망나니세대 ㅋㅋ 그 유명한 엑스세대, 신세대인데다 교복과 두발 자유화, 과외도 없이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보내고 90년대 대중문화의 전성기를 향유하며 온갖 리버럴 짓은 다 해본 이들 아닌가. 이들은 사회조사에서 나이가 들어도 진보적인 견해에 동의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계속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물론 이후 금융위기를 비롯하여 사회경제적 굴곡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그래서 사회경제적/계급적 이슈에 대해서는 본인의 계급 위치에 따라 다른 견해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최소한 이념적이거나 사회적/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보수꼴통을 지지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짐작한다. 너무 낙후하고 너무 후지기 때문.

예컨대 유승민이나 이혜훈처럼 그래도 좀 제정신으로 말하는 것같은 보수주의자들이 등장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는 글쎄올시다. 게다가 이 두사람조차, 처음에는 좀 멀쩡한가 했으나 들여다보니 그것도 아니어서 ㅋㅋㅋ 그 똑똑하다는 KDI 경제학 박사도 동성애자 이슈 앞에서는 하느님의 순한 양이더라구 ㅋㅋㅋ

 

장기적 전망이 그렇다는 거지, 격변이 잦은 한국사회에서 또 무슨 일이 일어나서 사람들의 마음이 획 돌아살지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최소한 정치적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성숙한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계급적 이슈들이 전면에 부각되었을 때는 코호트 효과고 뭐고 사라지는 거지 뭐. 뿐만 아니라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우리 20대 XY 인구집단......  아...... 할많하않...

 

그나저나 21대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마침내 달성했으니 그동안 힘없어서 못한다고 엄살피우던 여러 가지 개혁조치들, 차별금지법 입법, 52시간제 유예와 탄력근로제 확대 중단, 부양의무제 철폐, 공공병원 확대, 젠더폭력 처벌강화 등등의 의제들을 어떻게 처리하나 두고 볼 일이다. 공수처나 검찰개혁, 사법농단 재발방지 같은 이슈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엘리트그룹 분파 내에서 알아서 필사적으로 싸울테니 굳이 나까지 걱정해주지 않아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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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믿는다는 것

나이 들어가면서 이상하게 방향을 바꾸는 사람을 볼 때마다 주변에 '내가 저런 기미가 보이거들랑 꼭 말려달라'고 신신당부하고 하는데...

막상 그런 순간이 닥치면, 옆에서 누가 뭐래도 말을 잘 들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순간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기보다, 점증하는 조짐이 있었을테고 사람들도 서서히 손절하거나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었겠지..

 

그래서, 요즘에는 요구사항을 하나 추가했다.

나에게 진정한 애정이 1이라도 남아있다면, 말 안듣는다고 포기하지 말고, 치매가 걸렸다고 둘러대든 바깥 문을 잠그든 막아줘야 한다고 ㅋㅋㅋ  예전 국정교과서 편찬위원 위촉과 관련한 해프닝이  좋은 참조 사례다 ㅋㅋㅋ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이상하게 변할 수 있으니, 2차 저지선, 3차 저지선을 마련해놓는게 좋겠어 ㅋ

요즘 보면 주위에서 내가 제일 멀쩡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ㅋㅋ

 

일희일비하지 않는 천성과 평균 이상의 자기객관화 능력이 나름의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커리어가 쌓이고 정치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자의식과 자기효능감이 비대해질 수 있는 상황에 마주치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시민사회, 운동조직과의 배태성이야말로 위험한 개인적 선택을 피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가 아닌가 싶다.  

세상에, 다른 사람은 절대로 잘하기 어려운데 나만 잘 할 수 있고, 모든 외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나라면 다르게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당연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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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 모아두기

노동과 건강 2018년 봄호

누구 편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나: 강태선 노동건강연대 회원, 산업보건학 박사, 정해명 노동건강연대 회원, 공인노무사,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노동과건강 2017년 겨울호

각자도생과 21세기 복지의 풍경: 불안정 고용 시대의 사회보장을 다시 생각함 : 김정숙 / 건강세상네트워크,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정성철 / 빈곤사회연대

속깊은 대화: 앞이 보이지 않게 된 노동자들과 함께 한 1년 :박혜영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프레시안 2015년 4 월 24일

당신만 모르는 진실, 숫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알렉스 브로드벤트 남아공대학 교수

 

프레시안 2011년 12월 8일

쟁하는 삼성, 애플. 더러운 기업 대표주자: 테드 스미스 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국제운동 코디네이터

날아온 참새가 기절하는 기이한 공장, 정체가 뭘까요? : 웬링 투 타이완 국립정치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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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기억하며

살다보면 오늘같은 날도 오는구나....

 

#.

집단적으로 싸워서 바꿔낸 경험이, 사람들의 일상 여기저기에 스며들었음 좋겠다.

 

#.

신기하게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은 밝혀진다...  물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두운 역사들이 수십년이 흐른 뒤에라도 조금씩 밝혀지고 뒤늦지만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겨나는 걸 보면 신기방기...

지금 당장 이기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기록하고 흔적을 남겨두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

그렇게 반대했던 종편이 이 거대한 진보의 흐름에 부인할 수 없는 큰 기여를 했고,

또 첨단기술문명의 결과물인 스마트폰 메신저가 보수반동을 결집시키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걸 보면,

정말 세상은 아이러니와 uninteded consequences 로 가득찬 곳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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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문화자본이란 무엇일까?

예전에 일하던 대학에서 교수 연수회라는 이름의 행사에서 총장 테이블에는 비싼 위스키를 가져다 놓고, 교수들 테이블에는 청소년들이나 사먹는다는 싸구려 편의점 위스키가 올라온 적이 있었다.

거기 와서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자기 돈 주고 절대 사먹을 리 없는 종류의 술을 가져다 놓은 거 자체는 그냥 이해해보려 했다. 교수들이 비싼 술을 마시며 행사를 치르는 것도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니까.... 그럼 다같이 검소하게 하든가..... 교수들을 격려하고 치하하는 자리니만큼, 총장이 '대접하는' 자리인데, 손님에게는 싸구려 술을 내놓고 주인장만 비싼 술을 마신다는 게 양반의 품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더랬다.

 

이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은 없다] 에서 이씨 가문이 손님 자리에는 저렴한 와인을, 자기들 테이블에는 최고급 와인을 차려놓았다는 내용을 보고, 세상에나 깜놀했다. 한국의 부자들, 회장님/총장님/사장님이란 자들의 품격이란 게 다 이런 건가 싶었다. 

이윽고 올 여름에 공개된 이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을 보면서 그 저렴한 취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불법 성매매 자체에 놀란 게 아니었다. 나는 그 쯤 되면 3류 가십 기사처럼 연예인이나 고급 콜걸 같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를 거라고 나름 짐작했었다. 그런데 한국 제일 부자는 평범한(?) 업소 여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심지어 본인과 거래를 마치고 출근해서 다른 남성과 거래를 할 것이라는 점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독점의 욕구가 없는 저 백만장자의 소박한 취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그런데....

최근의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한국사회에는 아직 경제적 자본, 사회적 자본, 문화적 자본이 함께 가는 건 아닌가보다 하는 심증을 굳히게 되었다. 범죄의 내용은 물론, 그들의 습속이 너무나 품격이 없어서 어이가 가출할 지경이니 말이다. 경제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이 그 누구보다 출중한 인간들이, 기껏 야매로 태반주사나 맞고, 심하면 사망이나 발암 위험성까지 있는 줄기세포 치료를 몰래 받았다. 모임과 거래는 목욕탕에서, 아파트 입주민협의회에서, 헬스클럽에서, 호스트바에서,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이루어졌다.

문화적 자본까지 삼박자로 같이 가는 게 더욱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너무 대놓고 '근본없는 졸부'임을 과시하니, 보는 서민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게다.

물론, 경제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은 압도적으로 힘이 세서, 그깟 품격이나 최소한의 위선적 교양 쯤은 없어도 계급을 계승하는 데 하등 문제 없고, 대학교수 출신 비서관이며 행시 출신 고위 공무원들도 그 앞에서 절절 맨다.  그리고 이런 품격없음을 통해서 저지른 전횡이 너무나 천문헉적 규모에, 전방위적으로 촘촘하기 이를 데 없다.

 

부르디외 센세가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보셨다면 뭐라고 해석했을지 궁금하다. 아직 자본의 삼위일체가 고착되지 않은, 변화가능한 역동적 사회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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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 비관과 장기적 낙관 사이에서

*

오랫만에 포스팅 하나 해볼까 하던 차에, 신영복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상의 필요와 삶의 길이는 정말 아무런 연관성이 없나보다. 

선생님 부디 영면하세요.....

 

*

어느 순간부터, 우리 세대 혹은 나에게 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이들,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한 시절을 공유한 기억이 많았던 이들이 세상을 떠나는 일들이 잦아졌다. 아마도, 재미난 농담이 창궐할 것만 같았던 어느 만우절 아침, 메신저를 통해 들불처럼 번졌던 장국영의 죽음 소식이 그 결정적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세계의 어느 부분에 아름다운 흔적을 남겼던 이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야 항상 있어왔던 일이고, 아마도 정보 공유가 쉬워진 오늘날 그 체감 수준이 부쩍 높아진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게 세상을 떠나는 이들과 나의 세대적 간극이 점차 줄어들고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이들의 떠남이 점차 빈번해졌다는 것이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죽음에 익숙해지고 가까워지는 것이야말로 나이듦의 뚜렷한 징후가 아닌가 싶다.

 

*

엊그제 소위 '생계형' 알바 청년들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토론회에 다녀왔다.

정말 '아유, 애기들이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20대 초중반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참 설명하기 어려운 상념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많은 노동자와 소위 사회적 약자들을 직접 만났고, 또 글로 영화로 무수히 간접경험했지만, 유독 심사가 복잡했다. 

평생 불안정 고용, 성차별, 빈곤의 나락과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삶을 지탱해왔던 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을 만났을 때에도 그 삶의 신산함과 '성실함'에 대해서 나즈막한 한숨과 경의를 내뱉었지만, 이 젊은이들에 대한 감정은 그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다 지나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작 그들은 너무나 씩씩하게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고 있는데, 나 혼자 비관의 늪에 빠져서 '괜찮아, 좋아질거야'라고는 결코 말해줄 수 없음을 괴로워했다. 저렇게 똘똘하고 씩씩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삶을 개척해온 대견한 청년들, 하지만 '가난'이라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굴레에 묶여 있는 이들의 앞길에 펼쳐질 길이란.....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 뭐, 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돌아보면 나의 10대, 20대도 생계와의 고분군투로 점철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학력 자본이라는 당대의 희소 자원이 있었고, 무엇보다, 앞으로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라는 시대적 낙관이 있었다. 내가 극도로 싫어했던 것이기도 했지만, 소위 청년/학생들이 엘리트 계층으로서 분에 넘치는 발언권을 가졌던 시절이기도 했다. 아마도 소위 '386 세대'는 더했겠지만, 기껏해야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이 남한 사회를 (최소한 말로는) 들었다놨다 했던 것이다. 내일 당장이라도 세상을, 학교를, 공장을 뒤집어 엎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대학생들의 객기란, 지금 돌아보면 황당하기 그지 없다. 정말 국제 정세 한 톨도 모르면서, 용감하기는 무지하게 용감했었다. 

그랬는데...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청년 세대는 '불쌍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일까...

물론 88만원 세대론이 제기한 것같은 연령/세대 중심의 분할론에는 지금도 동의하지 않는다. 장학금 지급에 필요한 소득 상한 기준을 만족시키는 가난한 학생이 도무지 없어서 기금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는 의대 교수의 이야기가 새롭지도 않고, 또 중고령의 불안정 고용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 청년 계층 내부에 자리한 이러한 간극을 뛰어넘을 방법이 (앞으로도) 좀처럼 없다는 점이다. 이제 겨우 20대 초반인데, 인생 경로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 없다면, 이보다 슬픈 일이 또 어디 있을까?

 

*

정보를 주고, 조언을 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줄 '어른'이 절실하다고 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소에 가져왔던 '스무살 넘으면 다 어른'이라는 지론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했다. 사실 그들이야말로, 그 어떤 '어른'보다 용감하게 살아왔지만, 그걸 너무 혼자, 어렵게 해왔던 것이다. 

그동안 부정하고 있었지만, 세상을 이 따위로 만들어버린 데 일조해버린 '기성세대'라는 자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지난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경험한 감정이다.

아마도, 죽음의 빈번함과 익숙해짐만큼이나, 이런 '세대적 미안함'이야말로 나이듦의 중요한 징후가 아닌가 싶다.

 

*

많은 경우, 우주적 시간 프레임에 기대서, 단기적으로 비관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낙관해왔는데, 이제 그러한 낙관에 자신감이 사그라든다.

일본 제국주의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의 도저한 낙관을 상상해본다. 30년이 넘는 세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항을 포기하고 식민지배의 영구성을 의심치 않았던 상황에서, 그들을 지탱한 낙관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지 말이다. 지리산에서 스러져간 혁명 빨치산들, 광주 도청을 끝까지 사수하던 시민군의 낙관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바닥 없는 비관이 휘몰아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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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하다 혼란해

파리에서는 폭탄이 터지고, 서울 한복판에서는 물대포가 터지고,

이게 도대체 뭔 일인가 싶다.

내가 생각했던 21세기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우애와 연대가 꽃피는 세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노골적인 종교적 근본주의와 폭력적 공안 통치가 횡행할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정당화 혹은 정당성 legitimacy 을 확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 따위, 개나 줘버리라는 몰염치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그래도 인간이라면 염치가 있고, 공유된 윤리가 있어야 대화의 여지가 있을텐데 말이다.

 

전쟁 같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우리는 천안의 인형극 공연장에 있었다.

가난을 살아내는 씩씩한 아이들의 이야기와 몸짓은 '대견하다'는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압하는 한 아이가, 그래도 사회에 나가면 이모나 삼촌같은 어른이 한 명은 있을 줄 알았다며 울먹이는데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는.....  이 아이들이 발딛고 있고, 또 나아갈 세상이 이런 전쟁터라니......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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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되지 않은 지구멸망의 예언...

기대했건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12월 21일은 지구에 아무런 불상사도 생기지 않았다네...

영화 <멜랑콜리아> 같은 위험하고 매혹적인 광경은 결코 눈앞에 펼쳐지지 않았지.......ㅡ.ㅡ

 

한해가 저물고 새로 시작된다는 것이, 인간들의 인위적인 구분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자연의 '주기'가 담긴 것이라, 또 그것에 맞춰 지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내다보는 것이 그리 나쁜 일은 아닌 듯....  이렇게라도 안 하면, 엄청난 속도에 휘둘려 내 인생을 내가 산 것 같지 않은 기이함에 빠져들고야 말지...

 

 

# 2012년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 정치적으로...

 

이런 꼴을 볼 줄이야 상상도 못했던 것들을 무더기로 보았던 해라고 정리할 수 있을 듯...

당은 만신창이가 되고,

소위 '진보'는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자폭을 계속하고......

진보정당 당원이 된 이래, 이토록 난감하고 무력했던 시기는 일찍이 없었지.

통 연락하지 않던 행인님에게까지 문자를 보내 고민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던...  

특히나 대선정국에서 나는 주위의 누구에게도 내가 누구를 지지한다고, 어느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스스로에게조차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용감하게 주장하지 않은 것은 나로서는 최소한의 양심을 지킨 행위였다고 생각함.... ㅜ.ㅜ  

 

@ 죽음이라는 키워드...

 

이재영 국장과 개인적 친분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 심란한 대선을 앞두고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으로 먹먹했음.

뭔가 진보정당 운동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생각도 들고....

 

후배 J 의 죽음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휴대전화 속 그의 연락처를 지울 수 없는 건, 

살고자 욕망했던 그 개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 뿐 아니라, 그와 공유했던 시대의 경험들이 오늘날 이런 찌질한 현실로 남게 된 것이 너무 허무하고 속절없이 느껴져서일 수도....

 

에릭 홉스봄 할배야 워낙 천수를 누리고 돌아가셨으니 '안타까움'이야 없지만

역시나 한 시대의 끝을 실감케 하는 죽음이라는 점에서 심란함이....

 

그리고, 잠깐 손놓고 있던 자살 관련 연구를 재개하면서,

일년 내내 죽음이라는 단어가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음... 

 

@ 새로움...

 

어두움만 있었던 한 해는 아니었음

 

사당동으로 거처를 옮기고, 출퇴근 시간을 좀더 여유있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네...

햇살을 맞으며, 한적한 대로를 걸어 일터를 오갈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여...

다만 아쉬움이라면.... 지하철 타는 일이 줄면서 독서량이 급감했다는... ㅡ.ㅡ

글고, 동작구도서관에는 책단비 서비스가 없다는 것도 독서량 감소의 기여요인...

하지만 독서의 가장 큰 적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어른패드... ㅜ.ㅜ

이 마법의 기기는 블로그 포스팅 습관마저도 앗아갔지... 

 

드디어 일본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빅뉴스!!!

비록 말 한마디 못하지만서도, 떠듬떠듬 책을 읽으며 일본사회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다시 한국사회를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은 너무나도 대견하고 기쁜 일이었지...  

국제연대활동이라며 무보수로 성실하게 가르침을 주신 미야우치 선생님께 그저 감사드릴뿐!!!

선생님이 매주 사무실로 와주시지 않았다면 이런저런 일정 핑게로 수업을 그토록 꾸준하게 할 수 없었을 것이여...

 

새로운 음식 만들기에도 도전했던 한 해...

쑥버무리도 만들어보고, 가지나물, 곤드레 나물밥, 인도식 커리, 단호박 죽....

내년 봄에도 쑥버무리 배터지게 해 먹어야지 ㅋㅋ 삼베 보자기까지 샀다구!!!

 

@ 풍성한 정서적 경험들...

 

한 달에 한번씩 나들이 계획을 세웠는데, 다 지키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많이 놀러다녔음 ㅋㅋ

나의 옛 친구들은 맨날 놀러다닌다고 팔자좋은 인간이라고 비난하고,

업무 영역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워커홀릭인 줄 아는 기묘한 이중생활.. 훗...ㅋㅋ

 

오로라 탐험이라는 엄청난 일정으로 한 해를 시작하고,

이후 부석사와 무섬마을, 상원사/월정사/오대산숲길,  강릉과 동해, 변산반도와 김제금산사, 군산..

심지어 강릉 여행은 오랜만에 부모님 모시고 효도까지!!! (뜻하지 아니한 안보관광..)

비록 발표준비와 미팅일정 때문에 바쁘기는 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도 다녀오고

아직 정리는 못한 뉴질랜드 남섬 여행도 무사히 완수....

 

공연 또한 어느 해보다 풍성하게 감상...

델리스파이스, 넬, 브로콜리 너마저, 이자람의 사천가와 억척가...

 

아쉬운 건 오로지 책.... ㅡ.ㅡ

 

@ 놀기만 한 건 아니여....

 

연구소에 중요한 인적 변화가 생겨서, 노건연 집행위 활동은 일단 접고 연구소 일에만 집중했던 한 해...

이런저런 실천적 연구과제도 몇 가지 수행하고, 

나서기 엄청 싫어하는데 할 수 없이 토론회에도 몇 번 나감.. ㅜ.ㅜ

 

"**연구회" 를 통한 노동자 지원활동을 꾸준히 했고,

일부 긍정적인 성과들과 논의의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뿌듯 ...

 

연구소에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전문가로서인지, 조합원으로서인지 애매하지만 공공노조 활동에 기여한 것도 뿌듯...

 

장시간을 끌던 논문 하나를 드디어 쫑내고 (ㅜ.ㅜ)

밀려있던 과제를 털어버릴 수 있는 조력자를 구한 것도 연말의 큰 성과... 

 

찻집 방담에만 머물던 공공성 문제를 드뎌 세미나로 조직화한 것도 나름의 성과임...

물론, 논의 결과를 정리하고 시즌 2를 시작해야 한다는 거대 과제가 남겨져 있음 ㅋㅋ

 

강의하는 거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데

사회역학을 널리 알리겠다는 나름 숭고한 목적으로 ㅜ.ㅜ

K 대 강의도 한 학기나 해주고, S 대학이랑 H 재단에도 몇 차례 강의...

심지어 천안과 부산도 한 차례 뛰었음...ㅡ.ㅡ

내년에는 좀 은인자중...

 

 

@ 총평하자면....

 

나름 다사다난...

정치적 영역을 제외하면 (ㅜ.ㅜ) 개인적으로는 보람도 있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도 많았던 한해...

하지만 허송세월도 많았고, 특히 어른패드 때문에 글쓰기와 책읽기가 게을러지면서

바보될 뻔한 위기에 처한 한 해이기도 했음.... 이러지는 말자구.....

 

 

# 다가오는 새해에는...

 

흔히들 작심삼일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지킬 수 있는 결심을 대개 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거의 없음 ㅋㅋ

몇 가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자면...

 

1. 일본어 공부 꾸준히 하기

지금 읽는 '관전사' 마저 다 읽고, 복지정치 제도의 진화에 대한 책을 읽었으면 좋겠음. 잠깐 방통대 등록도 고민해봤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너무 과한 욕심이라는 자각...  

 

2. 책읽기와 블로깅 다시 열심히...

퇴근 후 여흥용으로 어른패드 만지작 거리는 시간 줄이고,

매일 최소 한 시간은 책읽기나 글쓰기를 하자구...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닌데....ㅡ.ㅡ

 

3. 멈추지 않는 나들이

한달에 한 번 나들이가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 쉬운 일을 아니지만

그 정도는 신경을 써야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사수할 수 있다는게 경험으로부터의 학습...

 

4. 신체활동량 증가...

극한의 날씨가 아니라면 걸어서 출퇴근을 꼭 지키자구!!!

점심시간에도 청권사 나들이나 서리풀 둘레길 정도는 돌고 오는 것이 올해의 목표...

 

5. 밀린 원고들 털기...

지금 밀려 있는 논문이랑 보고서 후딱 털고 새로운 글 좀 써보자 ㅡ.ㅡ

상반기에 모두 터는 것이 목표!!!

 

6. 도전: 대금 혹은 도시농업....

바로 아파트 정문앞에 대금 교습소가 있는데도 어쩌지 못했던 이 가련한 신세라니...

다음 주에 알아보고 2월부터 시작해볼 생각임...

동작구에서 열리는 도시농부학교 참여해보고 싶은데 여름부터 시작임... 일단 연구소 워크샵 통해 올해 업무량과 활동량을 가늠해본 뒤에 결정해야 할 듯...

 

7. 정치/사회활동....

이건 개인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진보정당 활동은 뭐가 되었든 좀 결론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ㅡ.ㅡ

전반적으로는 '은인자중'과 '부동의 평정심'을 모토로 삼아 조용하고 신중한 몸가짐을 갖겠다는 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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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제로의 노동조합을 시작하며

 

연구소 상근 연구자들이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분회...
이정도 길이의 이름이라면 일찍이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석..."씨가 계셨다... ㅡ.ㅡ
연구소 상근 연구자들이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분회...
이정도 길이의 이름이라면 일찍이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석..."씨가 계셨다... ㅡ.ㅡ
 
연구소 상근 연구자들이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분회...
이정도 길이의 이름이라면 일찍이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석..."씨가 계셨다... ㅡ.ㅡ
 
노조에 가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4월 경이었는데,
도대체 공공노조에서 만나주질 않아서 (ㅜ.ㅜ) 진행을 할 수가 없었더랬다.
뭐 교육이라도 받고 가입을 해야 할 거 아녀... 
하지만, 장기투쟁 사업장도 많고, 마침 화물연대 파업도 터지고....
이런 하찮은 사업장 따위에 신경 써주길 바라는게 무리였던 게지... ㅡ.ㅡ
 
어쨌든 공공노조 부위원장님이 사오신 참외를 먹으며 늦게나마 이런저런 설명도 듣고 조합원만이 누릴 수 있는 엄청난 혜택 (?)도 알고 나서 우리는 다같이 가입 서류를 작성했다.
심지어 분회장도 1분만에 뽑았다.
노조창립 기념타월이나 우산이라도 돌리면 좋겠지만, 우리 형편에 그건 어렵고,
분회장이 십자수로 만든 핸드폰 줄이라도 돌리면 어떨까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좀 웃겼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너무 싱겁게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호호깔깔 웃음 속에서 이루어진 게다.
서로들, 이렇게 긴장감과 비장함이 없는 노조는 첨 본다고 웃었다.
노조를 만들어보겠다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때로는 목숨을 걸고, 몇날 몇일 노숙을 하고, 또 금전적 손해와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인데 말이다.
 
그래서...  
몇 가지, 이 상황에 대해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에게, 또 연구소 후원자들에게, 그리고 다른 연구자  혹은 비영리/공익 단체 활동가들에게 설명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 
 
#1. 우리는 왜 노조를 결성하는가!
 
사실 이미 우리 일터는 충분히 민주적이고 소위 노사갈등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일상적 의사결정은 주간회의를 통해서 함께 이루어지고, 
이사회나 회원 총회에서 큰 방향들이 결정되는데 이 또한 매우 민주적이다. 
 
또 소위 '사원'복지라면, 월급 적다는 것 빼놓고 문제될 만한 것이 없다.
(오히려 소장님이 우리한테 수탈당하는 구조라는게 적합... 맨날 거둬먹이느라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연구소 재정 충당한다고 강의 맡아라 세미나 열어서 우리 공부좀 시켜라.... 이런 요구 때문에 괴로워하심. 심지어 요즘 매주 논평까지 쓰시느라 더욱 고생..... 하지만 안 힘든 척ㅋㅋ)
실제로 이사회에서 상근자들 급여 인상을 결정해도, 후원금과 노조/시민사회의 연구의뢰로 재원을 충당하는 빤한 사정 때문에 상근자들 스스로 인상 폭을 조절하는게 그동안의 관행이었다.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소위 '스펙'에 비해 급여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한국사회 비정규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임금 통계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 우리 월급 적다고 징징거리는 것은 볼썽 사나운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걸 감수하기로 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이고, 그러면서 동시에 다음 세대의 진보적 연구자/활동가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의 생활임금은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접점을 찾기 위해 (매일매일은 아니지만 ㅡ.ㅡ) 고민한다.
 
그리고 근무시간의 자율성이 높고, 구성원들의 헌신과 조직몰입도, 상호신뢰도 뭐 최상급 ㅋㅋ
 
따라서 임금인상이나 기업복지의 확대가 우리가 노조활동을 하는 이유는 아니다.
(물론 이게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민주적인 논의 구조와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분명히 교섭을 하기는 할게다.)
 
우리가 노조를 결성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노동계급으로서 '당연'한 일이고,
노조야말로 '덩치'와 '머리 수'만이 유일한 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랑 세 명, 미미한 숫자지만 티끌모아 태산 ㅡ.ㅡ
 
 
#2. 노조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투쟁과 갈등이 있어야만 노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북유럽 국가들의 노조 조직률이 그리 높은 것은, 임금이 너무 낮거나 노동자 탄압이 심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노조 조직율이 높기 때문에 그 힘을 무기로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는 것이 적절한 설명일 것이다.
 
파업이던 대타협이던, 노동자의 목소리를 관철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 수단은 노동조합이다.
그것도 개별 사업장/기업별 노조가 아니라 산별...  
 
하지만 한국의 극심한 노동운동 탄압, 혹독한 근로 환경, 반노동적 문화는 노동조합 건설을 극한의 생존권 투쟁, 민주주의 투쟁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노동조합 활동이란 때로는 목숨을 걸만큼 대단한 결의를 필요로 하는 비장한 그 무엇이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운동권' 문화이거나 혹은 경외감으로 바라봐야 하는 특별한 헌신...  
 
상대적으로 기업복지가 잘 되어 있거나 근로환경이 좋은 대기업 노동자들은 굳이 절박한 생존권 투쟁이 필요하지 않은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노조가 필요없다. 행여 쟁의행위라도 벌어지면 "그 월급 받으면서 뭐가 아쉬워 머리띠 두르고 노동조합 하냐"는 비아냥, 혹은 '귀족노조' 비난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한편 연구자, 혹은 공익적 성격의 비영리 기관  노동자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자신을 노동자로 여기지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사회단체의 경우 분명한 사용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혹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터 내에서 싸울 일 자체가  없기 때문에, 아니면 경제 사정이 빤하기 때문에 굳이 교섭하고 말 것도 없어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떠올리지 않는다. (한겨레21 915호에서 이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거룩한 곳, 착한 곳에도 필요해")
 
이렇게 되면 결국 노조를 만들고 가입하는 사람들이란 극한 상황에 내몰린 노동자들 뿐이다.
다들 내코가 석자인 사람들....
물론 이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대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모습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게 아니라,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힘이 되는, '한가하고 문제없는' 노동조합이 든든한 버팀목으로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건강보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 젊은 이와 나이든 이들, 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들이 함께 골고루 보험에 가입하여 위험이 분산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아픈 사람들만 잔뜩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은 제 기능을 할 수없다. 
현재의 노조활동이 이런게 아닌가 싶다.
너무 어렵고 절박한 이들이 노조를 만들고, 그러다보니 실제로 누가 누구를 도울만한 처지도 아닐 뿐 아니라, 
소위 지도부도 이 상황들이 감당이 안 된다. 장투사업장 순회 방문만으로도 주간 일정이 꽉 찰 지경이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제발로 찾아가 노조만든다고 해도 우리를 반겨주지 않았지... ㅡ.ㅡ).
말하자면, 우리처럼 한가한 사업장이나 아니면 조합비를 많이 낼 수 있는 부자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대거 pool 을 형성해서 위험을 공유하여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자는 것이다. 
 
절박한 위기 상황의 시민적 연대도 좋은 일이지만,
가급적 많은 노동자/직장인들이 평소에 '잉여' 조합원, 한가한 조합원, 돈만 내는 페이퍼 조합원 등으로 조금씩 기여하면서 노동조합 몸집을 불려나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기준으로 볼 때 노동조합이 가장 필요없는 사업장이야 말로, 가장 쉽게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곳들이 먼저 나서서 노조를 만들고 '이거 별거 아니야', '노동자가 있는 곳에는 당연히 노조가 있는거야'를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못살게 구는 것이 얼마나 기괴하고 촌스러운 것인지가 드러나지 않을까....
 
예전에 영화 고질라의 카피가 'the size matters' 였던 걸로 기억한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의 힘도 사이즈에서 나온다. 
모든 노동자에게는 노조가 필요하다. 
 
 
#3. 우리의 기여라면... 
 
우리는 사회 진보의 방식과 내용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의 정체성,
또 노동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갖는다.
열심히 연구활동을 할 것이고, 작은 돈이지만 성실하게 조합비를 내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연대투쟁에 조금씩 힘을 보태나갈 것이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앞으로 집회 나가면 찾아갈 깃발이 생겼어 ㅎㅎ
 
이렇게 써놓고 보니, 마치 내일 당장이라도 한국 노동운동을 짊어지고 나갈 기세지만 ㅋㅋ
우리의 가장 큰 기여는
아마도 '노조는 아무나 하는 것' '노조는 별일없어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는 신개념(?)을 전파하고  
분자 (쟁의사업장 숫자)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분모만 늘어나 (무려 세 명이라는 조합원 숫자 ㅋㅋ) 공공노조상근활동가들의 '조합원 숫자 대비 필요활동의 양'을 아주 미세하게(!) 감소시켰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다른 영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어여 노조 만드시라.
3일차 조합원의 허세.....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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