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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2/02
    2018_일본_병원사_탐방 #마지막
    hongsili
  2. 2020/02/02
    2018_일본_병원사_탐방 #3
    hongsili
  3. 2020/02/01
    2018_일본_병원사_탐방 #2
    hongsili
  4. 2020/02/01
    2018_일본_병원사_탐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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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20/01/27
    불평등과 차별에 관한 책들
    hongsili
  6. 2020/01/25
    대중 과학(으로 분류해도 될지 모르겠는) 책들
    hongsili
  7. 2020/01/22
    다양성 SF(1)
    hongsili
  8. 2020/01/19
    2019 겨울 독일 휴가 #마지막
    hongsili
  9. 2020/01/19
    2019 겨울 독일 휴가 #6
    hongsili
  10. 2020/01/19
    2019 겨울 독일 휴가 #5
    hongsili

해파랑길 49.5 코스 극기훈련...

주먹도끼가 갑자기 샌드위치 휴일에 나들이 가자고 해서 급 휴가...

우리의 계획은 설렁설렁 아름다운 해변길을 걷는 것이었음.... 그래서 나는 심지어 운동화를 신고 갔다고...

 

자, 저녁 느즈막히 속초에 도착...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갖은 해물이 실하게 들어있는 전복 뚝배기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지역 브루어리 찾아 크래프트 비어 포장해옴... 대선 정국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박찬욱의 '일장춘몽'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변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일출 결의 ㅋㅋㅋ 낙산사에 가서 해수관음상 너머 떠오르는 해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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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맞춘대로 6시에 겨우 일어나기는 했는데 눈꼽만 떼고 겨우 출발하여 가다보니 아뿔싸????

일출 보려면 낙산사 입구에 4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네? 그래야 올라가서 볼 수 있다고.... 시계를 보니 아직 숙소 근처인데 벌써 6시 30분.. 일출 예쟝시간은 6시 57분...

이를 어쩌냐 황당해할 무렵, 마침 신호등에 걸렸는데 하늘은 이미 분홍색이고 왼쪽에 해맞이 공원 ㅋㅋㅋ

차를 돌리자꾸나...

이 때부터 약 40분 동안 바다바람 맞아가며 오랜만에 조용하고 아름다운 일출의 전모를 관찰....

손톱같은 초승달이 남아있는 새벽 어스름부터 새빨간 태양,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와 하늘의 색깔까지.... 오랜만에 역시 태양은 star 항성이구나 떠올림 ㅋㅋㅋ 광년이처렁 사진찍었네..

이 시간에 어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 그 이른 시각에 출항하는 배...  그리고 떠오르는 해에 물들어가는 설악산의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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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침 먹는 여자들...

매의 눈으로 아침밥 하는 식당을 찾아서 대구탕과 맛난 밑반찬 곁들여 푸짐한 아침 식사... 나한테 맛집 촉이 있나봐... 역학 전공이 이럴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인가..... 하여간, 이 때 겸손하게 밥을 안 먹었더라면... 나중에 산에서 쓰러졌겠지.. 돌아보면 천만다행...

숙소 돌아와 다시 한 시간 자고 일어나서 이제 해파랑길 49코스 출발..

우리의 원래 계획은 거진항에 차를 세워두고 대진항까지 택시타고 올라가서 슬렁슬렁 걸어내려오자...

하지만.... 택시 아저씨의 과욕... 조금만 더가면 도보로 갈 수 있는 해파랑길 출발점이니 거기서부터 걸으면 좋다... 네네.. 그럴까요? 이렇게 해서 지옥의 행군이 시작됨...

난데 없이 우리를 민통선 앞에 내려주심. 오징어 입간판 앞이 포토스팟이라는 것도 알려주심 ㅋ

최북단 초등학교라는 명파 초등학교 지나면서 작은 '언덕'이 보이길래 우리는 아 전망대인가보다 했지..  그랬더니 그게 산이야 ㅋㅋㅋㅋㅋㅋㅋ 5km 산길 ㅋㅋㅋㅋㅋㅋㅋ 나 운동화 신었다고... 눈 녹은 미끄러운 진흙길, 낙엽 쌓인 산길.. 능선도 아니고 오르막 내리막 끊임없이 반복되는데, 아 길은 아름답고 좋았다고, 하지만 너무 난데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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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너무 황당해서 할말을 잃음... 하지만 돌아갈 수도 없고 뭐 택시를 부를 수도 없고.. 꼼짝없이 명파에서 마차진 해수욕장까지 산을 넘어옴 ㅋㅋㅋㅋ 넘어왔더니 이제서야 통일전망대 신고소...

이미 12시가 넘었고 마음이 급해 휴게소에서 밥 먹을 시간은 없을 것 같아, 군밤 한 봉지씩 사서 끼니를 떼우며 우리가 원래 출발점으로 생각했던 대진항으로부터 걸어서 남하...

약간 가라앉은 날씨에, 말하면 입아픈 아름다운 해변을 끼고 걷기.... 이어서 화진포 지나면서 고즈넉한 호수 끼고 걷기....  풍경은 아름아웠지만 아까의 충격이 여전히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중 ㅋㅋㅋㅋㅋ

그리고 신기한 건.. 여기는 무슨 퀴어 프렌들리냐.. 해변가 경계석과 계단. 조형물이 온통 무지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일부러 기획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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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2차로 우리의 뜻밖의 여정 시작...  김일성 별장 지나서 호수 끼고 계속 걷던 중 '응봉' 올라가는 표지판 발견... 120여미터밖에 안 되는 데다가 화진포 전망이 다 보이는 곳이라는 안내글을 오기 전에 본 적이 있어서, 기왕 온 김에 올라가서 보자고 길을 꺾음.

그리고 여기서 기연을 만남 ㅋㅋㅋ 금강상사 입구부터 강아지 한 마리가 계속 우리를 안내해줌.. 처음에는 우연인가 싶었는데 자기가 먼저 올라가 우리 올때까지 중간중간 기다리며 계속 길을 안내... 심지어 하산하는 여행객이 나한테 우리 강아지냐고 물어봄...  이런 따뜻한 기연을 두고, 우리 주먹도끼는 꼭대기에 올라가면 쟤가 팁 달라는 거 아니냐는 동심파괴 언사! 하지만 나도 마음속으로 똑같은 궁금증을 가졌던 터라.. 둘의 순수히지 못한 마음에 빵터짐 ㅋㅋㅋㅋ

정말 정상에 올라 내가 남겨놓은 알밤을 나눠줄 때까지 기다림.. 경계심이 많은데 또 털은 너무 반드르르한 걸로 보아 유기견보다는 절집 강아지가 아닐까 의심.... 하여간 기연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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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화진포 풍경 정말 아름답고 고즈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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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언덕만 살짝 넘고 다시 내려올 줄알았더니... 이 산길이 거진항까지 이어진 것이었단 말이다...

소나무 숲길 너무 예쁘고 향도 좋은데.. 그걸 즐길 수가 없어.. 너무 힘들어서 ㅋㅋㅋㅋㅋ

도시 아스팔트에나 적합한 워킹화를 신고, 급오르막 급내리막길 오르내리며 정말 죽는 줄알았다고 ㅜ.ㅜ 접지력이 하나도 없어서 발가락 꺾이는 줄 알았음...

원래 예정된 코스였다면 오후 3시쯤 다 끝나서 아침에  못가본 낙산사 가서 낙조나 보자구 했는데, 낙산사는 커녕 산에서 해질까봐 조마조마하며 미친 듯이 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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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겨우 거진항에 내려와서도 차를 너무 멀리 대놓는 바람에 울며 1km 추가 행군 ㅋ

차에 타고 보니, 이동 거리가 20km 에 4만보를 걸었다고.. 이게 뭔 일이야...

우리는 힐링하러 왔지 극기훈련하러 온게 아닌데.....

 

근데 또 밥은 먹어야겠음 ㅋㅋ 속초 맛난 막국수집 찾아서 고고...

이목리 막국수집에 가서 맛난 동치미 막국수와 감자전 먹고.. 기왕 늦은 거 맥주 사가자 ㅋ 브루어리 들러서 맥주 사가지고 서울로  고고....  되다 되.....

치밀한 계획 없이, 엄선된 맛집 리스트도 없이 대강대강 돌아다녔지만

매우 즐겁고 고단한 여행 ㅋ

여행이란게 원래 그런 거지 뭐.... 우연과 모험과 그리고 고통 ㅋㅋㅋㅋ 나중에 나중에 돌아보면서 서로 즐겁게 회상할 수 있는 이야기 한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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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2길 나들이

이것도 벌써 1년 전.. 사진 정보 확인해보니 21년 4월의 일이다...

무슨 회고록도 아니고... ㅡ.ㅡ


부산 출장이 있어서 내려갔다가 팥수수, 부추가 합류하여 저녁에 해변에서 양갈비 구이 먹고 바다 구경

제목은 해파랑길인데 첫번째 사진은 양갈비 ㅋㅋㅋㅋ 원래는 좀더 캐주얼한 곳에 가서 배터지게 구워먹을 생각했는데 C가 손님대접으로 해변가 고급진 식당에서 난데없이 만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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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말에 폰 바꾸고 처음으로 야간 사진 ... 카메라 좋구나 실감 ㅋ

한적한 밤의 해안에서 오랜만에 바닷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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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전복죽 맛나게 먹고 해운대 달맞이고개 ~ 기장 대변항까지 해파랑길 2코스 걷기.

선탠에 맞서는 이름으로 문탠로드라니 아연실색할 만했지만...
날씨 너무 화창하고, 해변 따라 걷는 길의 풍광도 너무 아름다워서 에라.. 다 용서해주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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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길에서 잠깐 빠져나와 맛난 커피도 마시고, 다시 걷다 빠져나와 용궁사 앞에서 해물쟁반짜장도 먹고.. 대변항에서 맛난 아이스크림도 먹었는데 사진을 안 찍었네!!!

매우 쉬운 길이었지만 어쨌든 발바닥이 얼얼할 만큼 걷고 바닷바람 원없이 맞고 햇볕에 구워지고...

여태껏 부산을 돌아본 중에 가장 경치가 아름답고 조용한 나들이었던 것 같았음

마지막 대변항에서 택시타고 숙소로 돌아와 짐 챙겨서 나는 서울 고고. 부산이 고향인 두 처자는 부모님 댁으로...

이게 1년 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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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랩스 책읽기

예전에 읽었던 책들 메모랑 요즘 읽은 책이랑 순서 뒤죽박죽... 그래도 정리해두는게 안하는 것보다야 낫지..  나를 위한 글인데 순서가 엉망이면 뭐 어떤가

 

# 전국축제자랑 (김혼비, 박태하, 민음사 2021)

 

전국축제자랑 -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전국축제자랑 -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박태하
민음사, 2021

 

 
재미있게 가볍게 읽었으나.... 좀 묘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
일관되지 않음과 온갖 부조리극, 혼돈의 카오스가 사로 잡은 K-축제란 것이 신기한 박물지처럼 그려졌다만... 나는 사실 이런 축제에 아마 저자들보다 많이 가본 사람 ㅡ.ㅡ
 
일부러 찾아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지만, 절기에 맞춰 열리는 축제는 기가 막히게 그 시기가 한창이라는 것을 알기에 (지역 담당 공무원의 명운이 걸려있다!) 어떻게든 최고의 순간은 누리면서도 인파를 피할 것이냐에 초점을 두고 스케줄을 짜본 경험이 허다할뿐 아니라 (특히 산수유축제, 매화축제, 벚꽃 축제가 그러하다!!!) 별 생각 없이 절기를 맞아 찾아갔는데 현장에 가보니 예상치 못했던 지역 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갑분싸 강제로 축제를 즐기고(?) 왔던 적도 많았던지라... 이를테면 강진 갈대밭 축제, 김제 지평선 축제, 보성 차 축제...
 
이 책의 저자들이 경험했던 초현실적 순간이 못지않게 많았음.  최근 기억나는 것은 우연히 찾게 된 김제 지평선 축제. 분명히 축제 개시 전날이라 했는데 난데없는 인파에 놀랐고, 어이없어하던 공군 에어쇼 리허설을 넋놓고 보던 우리들의 얼간이 같은 모습에 놀랐고, 총성없는 전쟁터처럼 진심으로 경쟁을 벌이는 마을 부녀회 먹거리코너의 고퀄에 놀랐고, 안내부스에 가서 어디 가면 지평선 보이냐고 물어봤다가 찐따 된 경험 ㅋㅋㅋ 여기가 지평선이라고 ㅋㅋㅋㅋ 네??
 
새벽 첫 버스 타고 내려가 화개장터에서 화개장터에서 재첩 수제비 먹고 쌍계사 벚꽃길 걸어올라가 차 한잔, 그리고 다시 장터로 돌아와 비빔밥이랑 메기 들어간 참게탕 먹던 기억이 아련하구나...
 
 
# 월간주폭초인전 (dcdc, 알마 2019)
 
월간주폭초인전
월간주폭초인전
dcdc
알마, 2019

 

월간영웅홍양전, 주폭천사괄라전은 예전에 단편집 모음에서 이미 읽었던 것이고,
수정초인알파전까지 묶어서 경기여성히어로 연대 3부작으로 묶임.
 
터지는 현웃과 더불어 건전한(?) 관점, 권선징악(?)까지 모두 챙길 수 있어서 순식간에 읽어치움.
dcdc 님은 왜 본명으로 돌아온 게야 헷갈리게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심너울, 아작 2020)
 
아주 가까운 근미래, 기술은 놀랍게 진보했으나 사회질서는 여전한 K 사회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고도 씁쓸하게 그려냄. 
제목 단편의 내용이 마냥 놀려먹을 수 없는지라 마냥 웃을수만도 없었다구... ㅜ.ㅜ
이제 이입하는 세대의 연령이 달라진 걸 느꼈다니까....
 
그런데 한편으로.. 대학원과 학문세계에 대한 묘사들이 어쩐지 특정 계층에게만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 마음이 좀 불편.... 이건 세대 차이일까???
 
어쨌든 드디어 90년대생 작가들의 글을 읽게 되는구나   
 
 
# 왕은 안녕하시다 (성석제, 문학동네 2019)
 
 
왕족 죽고 나서 어떤 복식을 얼마나 오랫 동안 입을 것인가 가지고 끝도 없이 싸워제끼는 양반들 모습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임금 찜쪄먹는 (왕은 진정한 나의 조국 송나라의 총독에 불과하니 우습지!) 사대부들 힘겨루기나, 눈하나 깜짝 안하고 사람 목숨 날려버리는 왕이나 다 꼴보기 싦기는 마찬가지.
복잡한 시대 속에서 하필 '성'씨라는 성을 가진 ㅋㅋ 액자소설 속 주인공이자 아마도 액자소설의 필자인 '파락호' 출신 '어사'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가 느꼈던 감정들에 깊이 공감했는데, 이건 뭐랄까.... 정나미가 떨어지지만 결코 버릴 수는 없고, 그토록 미워했던 상대이지만 애잔함을 떨쳐버릴 수 없는 인간사, 인간관계의 복잡함게 대한 공감 때문이 아닐까 싶음
 
하필 중요한 역사적 장면마다, 인물마다 함께 하는 허풍선이에다 (숙종의 비밀 형님에, 장옥정, 송시열과 때를 같이 하고 김만중의 사씨남정기를 전파했다!!!) 심지어 여러 스승을 (돌아간 아버지까지 한 표) 거치며 절세 무공을 깨우쳐 마침내 이기어검의 경지에 이르고 (현웃 터짐 ㅋㅋ) 무협소설답게 멍텅구리라는 절대 무기도 우연히 얻게 됨. 고대소설이니까, '성'씨가 주인공이니까 가능한 일 ㅋㅋㅋ
 
아 진짜 성석제 작가 웃김...  박태보와의 플라토닉 러브는 갑분 또 무엇이여...  소설 읽다가 여러번 현웃 터지면서도 애잔함과 씁쓸함과 뭐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이래서 성작가를 좋아함
 

 

예전에 읽다가 중간에 어찌 휴지기가 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읽음.

소설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토록 헛헛한 마음으로 끝날 줄은 몰랐네..

Ares 에서 phobos 를 거쳐 처음 화성에 착륙하고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모든 것을 만들어내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의 기술적 도전, terraforming 의 흥미로운 실험들이 이어질 줄만 알았다구.. ㅜ.ㅜ  2편 3편이 green & blue mars 아냐.... 테라포밍 어렵지만 착착 진행되고 그 다음으로 이어질 줄 알았지.... 하아.....

 

자원이 있는 곳에 탐욕이 몰려들고, 더할나위 없이 강해진 자본의 전횡과 착취, 극단적 불평등. 그리고 저항과 혁명의 시도들, 실패.... 아니, 실패라고 불러도 되는 것일까?

SF는 역시 사회실험 쟝르... 

예전에 [쌀과 소금의 시대] 읽을 때 진즉 깨달았지만, 작가 필력이 후덜덜.... 

 

결국 자신의 손으로 힘들게 건설한 모든 것들, 그야말로 모든 것들이 스러져가는 모습을 지켜봐야하고 동지들을 하나씩 잃어가는 the first hundred 들의 심상에 너무나 깊이 감정이입....

Nadia 가 space elevator 추락하는 모습에서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움을 느꼈을 때, 마치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거대한 DNA double helix가 춤추는 듯한 모습을 그렸을 때, 내 눈으로 직접 보는 줄 알았다구... 대홍수와 지각변동의 엄청난 파괴력에도 후덜덜....  Frank Chalmers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찔끔.... 

 

후속 시리즈도 읽어야겠는데, 이제는 문고판 사이즈 글씨가 너~무 읽기 힘들어서 (특히 밤에 침대에서 읽으면 글씨가 안 보여... 쓸모 없는 눈 갖다버리고 싶음 ㅜ.ㅜ) 어쩔 수없이 아마존 킨들 버전 다시 사야 함...  소설에서 DNA repair 치료 하는 거 보니까 쏠쏠해보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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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혹은 마음에 대하여

오래(?) 전 급하게 남겨놓은 메모만으로 당시의 고민과 감정을 유추해서 '추리'하며 써내는 독후감의 쟝르는 대체 무엇인가... ㅜ.ㅜ

 

# 리사 배럿. 감정(emotions)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생각연구소 2017)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생각연구소, 2017

 

 

뭔가...  내 세대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여러 학문 분야에서 일정한 지점에 이르러 비슷하게 공통의 문제에 직면하고 새로운/하지만 비슷한 시각을 취하기 시작한 것 같음. 자동적 지식과 타동적 지식의 구분, 우리의 감각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실재'와 그것을 인식하는 우리의 value-laden, idea-laden, 혹은 affection-laden 인식에 대한 공통된, 메타적 자각이랄까???


실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반드시 정확한 반영이 아니고, 인식론적 상대주의를 취하게 된다는 점.  이것은 너도 옳고 나도 옳다, 각자 나만의 세계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님. 이러한 비판적 실재론 패러다임을 통해서 "구성된 감정이론" 또한 이해할 수 있음.

가장 원초적인 것이라고, 그 자체로 실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감정조차 개인과 사회적 문화, 관습, 학습에 의해 (그리고 내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뇌의 신경망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구성'된다는 것...

이러한 개념은 몹시 흥미롭고 설득력있는데, 다만 기우라면 우리가 '스스로 감정을 구성하는 설계자'라는 관념이 마치 합리적/이성적 과정을 통해 감정을 연출하고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오해할 것 같음 ㅡ.ㅡ . 그래서 사이비 마음수련이나, 엄연한 고통의 실재가 존재하는데 다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일체유심조 순응의 이데올로기로 악용되지 않을까..... 너무 지나친 걱정이려나???

 

* 구성된 감정이론 theory of constructed emotion

"감정은 내장된 것이 아니라 더 기초적인 부분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에 따라 다르며,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것. 즉 신체 특성, 환경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발달하는 유연한 뇌, 이 환경에 해당하는 문화와 양육조건의 조합을 통해 출현. 감정은 실재하지만 분자나 뉴런이 실재하는 것과 같은 객관적 의미에서 실재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화폐가 실재하는 것과 갆은 의미에서 실재. 감정은 착각은 아니지만 사람들 사이의 합의의 산물"

"감정 개념이 있어야만 관련된 감정을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있음"

즉, 공포에 대한 개념이 없으면 공포를 경험할 수 없고, 슬픔에 대한 개념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슬픔을 지각할 수 없음

구성된 감정이론에 포함된 구성은 사회적 구성 (문화와 개념의 중요성) + 심리적 구성 (감정이 뇌와 신체의 핵심체계에 의하여 구성된다고  간주) + 신경 구성 (경험에 따라 뇌의 배선이 달라진다는 견해 수용)의 세 가지를 포함


* 감정 입자도 emotional granularity

 

내면의 감정 상태를 얼마나 정확히 판독할 수 있는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도록 훈련시켜서 감정입자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함. 이는 자기 객관화와 메타 인식의 세계이며, 묘하게 불교의 마음수련과 닮아있고 실제 저자도 자주 언급함.
신체 반응이나 표정으로 감정을 예측하거나 읽어내는 것은 매우 부정확함. 동일한 감정 범주가 상이한 신체반응을, 반대로 다른 감정이  비슷한 신체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음.

"일관성이 아니라 다양성이 표준"

감정 지문은 신화! 이런 면에서 개인의 표정이나 신체 반응을 통해서 감정상태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위험

 

* 정동실재론 affective realism

 

자주 등장하는 두 가지 개념

  • 내수용 (interoception) - 감정의 핵심 성분이지만 감정 경험에 비하면 훨씬 단순. 신체에너지의 예산 통제 담당
  • 정동 (affect): 하루 종일 경험하는 일반적 느낌. 감정이 아니며 훨씬 단순한 느낌. 1) 쾌감 혹은 불쾌감 - 유인성 valeence, 2) 평온 또는 동요 - 흥분도 arousal
  • 정동은 내수용에 의존. 가만히 있거나 잠들어 있을 때도 끊이지 않는 연속적 흐름. 감정적으로 경험하는 어떤 사태에 대한 반응으로 켜지거나 꺼지는 것이 아닌 의식의 근본적 측면.

정동을 모른 채 정동을 경험할 경우, 정동을 세계에 대한 자신의 경험이 아닌 세계에 관한 정보로 취급할 확률이 높음. 하지만 우리가 세계에 관한 사실로 경험하는 것의 일부는 우리의 느낌에 의해 만들어짐. 화창한 날이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는 보고를 더 많이 하지만, 날씨에 대한 질문을 노골적으로 받으면 이런 편향 사라짐.

"우리는 뇌가 느낀 대로 믿는다"


사람들은 합리적 사고를 통해 감정을 극복할 수 없음. 왜냐하면 신체 예산 상태가 모든 사고와 지각의 기초이며 내수용과 정동이 매순간에 개입하기 때문.

이렇게 보면 인간 뇌의 진정 놀라운 점은,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과 통계적 학습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 아닐까 싶음. 이런 면에서 베이지안의 a prior/posterior 확률 추론은 뒤늦은 깨달음 같기도 함. 오히려 머신러닝을 통해 인간 스스로의 뇌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인간의 가장 주목할만한 적응 특성 중 하나는 인간 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배선을 위해 모든 유전물질을 후세에 전달할 필요가 없다는 점 이는 생물학적으로 엄청 많은 비용을 초래할 수 있음. 인간 유전자는 뇌가 주위 사람들의 뇌를 바탕으로, 즉 문화를 통해 발달하는 긋을 가능케 함!!! 인간의 문화는 진화의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우리는 후손의 뇌를 배선(!)함으로써 그들에게 문화를 전수

지각, 시각이든 청각이든 사실 객관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발견하는 신체와 이런 변화의 의미를 구성하는 뇌가 세계와 상호작용할 때 구성되는 경험

 

감정의 기능 - 1) 감정 개념이 다른 모든 개념과 마찬가지로  의미를 구성한다는 사실에서 비롯, 2) 개념이 행동을 명령한다는 사실에서 비롯, 3) 신체예산을 조절하는 개념의 능력과 관련

 

* 다양성에 기초한 개체군 사고

 

동일성에 기초하는 본질주의와 다양성에 기초하는 개체군 사고는 근본적으로 양립 불가! 하지만 본질주의는 반대 증거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음. 이건 종교도 마찬가지 아녀??? 본질주의가 감정이론에 적용될 때 이는 학설 이상의 것이 됨. 이는 인간존재의 의미에 대한 그럴듯한 이야기를, 즉 인간본성에 대한 고전적 이론을 제공하기 때문!!!

감성지능의 핵심은 우리의 뇌가 특정 상황에서 가장 유용한 감정개념의 가장 유용한 사례를 구성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감정을 구성하지 않을 때는 가장 유용한 다른 개념의 가장 유용한 사례를 구성하는 것!


바이러스는 신념, 성실, 가치관에 관심이 없고 인격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내리지 않지만, 정동은 내수용 감각을 우리 자신에 관한 어떤 것으로, 나의 잠정과 단점이 결부된 어 떤 것으로 변모시킴. 그러면 감각은 인격적인 것이 되고 나의 정동적 적소 안에 머물게 됨. 불편은 순전히 신체적인 것이지만 괴로움은 인격적인 것이며, 이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함.

 

* 올바른 법률 제도를 위한 조언 "법률제도를 위한 정동 과학의 선언"

저자는 감정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혹은 과도하게 '근본적'인 것으로 해석되는 현실, 특히 법률체계에서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함

  • 감정표현: 감정은 표현되지도 표출되지도 않으며, 그밖에 어떤 식으로든 얼굴, 신체, 목소리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무죄/유죄 또는 처벌을 결정하는 사람은 이를 알아야 한다
  • 실재: 시각, 청각, 그밖의 감각은 언제나 느낌의 영향을 받는다. 가장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증거조차 정동 실재론의 영향을 받는다
  • 자기통제: 자동적이라고 느껴지는 사태는 반드시 완전히 당신의 통제밖에 있지는 않고 반드시 감정적이지도 않다. 예측성 뇌는 당신이 감정을 구성할 때 사고 또는 기억을 구성할 때와 똑같은 정도의 통제를 제공한다,
  • '내 뇌가 그렇게 하도록 시켰다"는 변명을 조심해야 한다. 특정한 뇌 부위가 나쁜 행동을 직접 야기했다는 주장을 의심해야 한다,
  • 본질주의를 유념해야 한다. 모든 문화는 성인, 인종, 민족적 배경, 종교 같은 사회적 범주로 가득 차 있으며, 이들을 자연 깊숙이 경계산을 가지고 있는 물리적, 생물학적 범주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감정의 고정관념은 법정의 문제가 아니다.

 

"감정은 진화의 결과이지만 동물조상으로부터 물려밭은 본질 같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감정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이런 경험의 수동적인 수취인은 아니다. 당신은 따로 지시를 받지 않더라도 타인의 감정을 지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정을 타고나거나 학습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타고난 것은 개념을 사용해 사회적 실재를 구축할 수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 사회적 실재를 통해 다시 뇌가 배선된다. 감정은 사회적 실재의 매우 실제적인 창조물이며, 이것이 가능한 까닭은 인간의 뇌가 다른 인간의 뇌와 협조하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개념들을 가진 보편적인 마음이 있어야만 우리 모두가 같은 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환경과 물리적 환경에 따라 배선이 진행되어 결국에는 여러 종류의 마음을 산출하는 대단히 복잡한 뇌로 충분하다."

 

* 인간의 마음에 설정된 세 가지 모드 

  • 1) 정동 실재론 - 당신이 믿는 대로 경험하는 현상은 뇌의 배선 때문에 필연적.  내수용 신경망의 신체예산 관리부위는 뇌에서 가장 강력한 예측자이고 일차 감각부위는 열렬한 청취자. 논리와 이성이 아니라 정동이 실린 신체예산 예측이야말로 당신의 경험과 행동을 좌우하는 주요 운전자! 정동 실재론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음 정동실재론을 점검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 사람들은 절대적 확신과 고집불통에 빠질 것! 정동 실재론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당신이 이것에 대해 속수무책인 것은 아님!!! 정동 실재론에 대한 최선의 방어책은 호기심!!!!!  불확실성을 어색해하지 말고 수수께끼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의심의 함양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조언. 이런 습관은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 신념에 반하는 증거를 평온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지식 탐험의 기쁨을 경험하는데 도움을 줄 것임. 넵! 명심하겠슴다!
  • 2) 개념 - 인간의 뇌는 개념 체계를 구성하도록 배선. 하지만 필연적이지 않은 것은 당신이 '특정'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점! 개념은 단순히 '당신의 머릿 속에' 있지 않으며 감각 입력이 예측과 상호작용하면서 예측과 행동이 동기화되고 서로의 신체예산을 조절. 개인적 경험은 행동을 통해 능동적으로 구성됨. 우리는 우리 경험의 설계자일 뿐 아니라 예산을 직접 담당하는 전기 기사이고ㄷ 함. 개념은 인간 생존에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만 개념을 통해 본질주의로 가는 문이 열린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함!!!
  • 3) 사회적 실재 - 갓 태어난 아기는 신체예산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누군가 대신 해주지만, 이 과정에서 아기 뇌는 통계적으로 학습하면서 개념 창조하고 환경에 따라 배선 작업 진행. 이 환경에는 사회적 세계를 특정한 방식으로 구성해놓은 다른 사람들이 가득. 그래서 이 사회적 세계가 아기에게도 실재가 됨. 사회적 실재야말로 인간의 막강한 능력. 인간은 순전히 정신적 개념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 그러나 어떤 '특정한' 사회적 실재로 필연적인 것은 아님. 이는 해당집단에 기여하는 하나의 실재일 뿐이며 물리적 실재의 제약도 받음

마음의 이런 세 가지 필연적 측면을 통해 구성적 견해가 주는 교훈은 바로 '회의적 태도'!!!! (반면 본질주의는 확실성을 깊이 신봉) 우리가 파악할 단 하나의 현실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뇌는 주위에서 들어오는 감각 입력에 대해 하나 이상의 설명을 만들어낼 수 있음. 적당량의 회의주의는 고전적 견해의 요전적으로 공정한 세계와는 다른 세계관을 낳음. 사회에서 당신이 차지하는 위치는 무작위로 결정된 것도 아니지만 필연적인 것도 아님. 예컨대 인종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은 사회적 실재에서 뇌 배선의 물리적 신재로 변화할 수 있으며 그래서 빈곤이 유전자 탓이었던 것처럼 보일 수 있음. 이 대목에서 필자가 스티븐 핑커 까대서 기분 급 좋아짐 ㅋㅋㅋ 흑인이 백인보다 복지 수당 받을 확률이 더 높다고 믿는 것이 비합리적인 것이 아닌게, 이게 현실에서 맞기 때문. 다만 핑커는 과학자들이 정치적 공정성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해석하는데 비해서, 바렛은 복지 통계가 맞는 것은 '우리가 사회를 통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함.


물리학, 화학, 생물학은 소박실재론과 확실성에 뿌리를 둔 직관적이고 본질주의적 이론으로 시작했으나, 이런 이론을 넘어서는 진보가 이루어진 것은 낡은 관찰이 특정 조건에서만 참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 이에 따라 개념의 대체 작업이 이루어짐. 정치 혁명을 통해 새 정부와 사회질서가 들어서는 것처럼 과학혁명은 특정한 사회적 실재를 또다른 사회적 실재로 대체. 과학의 개념들은 본질주의에서 다양성으로, 소박 실재론에서 구성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있음

다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시에, 무언가 실재론과 구성주의의 양날개가 크게 펼쳐지고 지금의 학문 세대가 거기에 함께 올라타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됨....  

 

# 마샤 누스바움. 타인에 대한 연민 (알에이치코리아 2020)

 

타인에 대한 연민 -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
타인에 대한 연민 -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
마사 C. 누스바움
알에이치코리아(RHK), 2020

 

왜 원서의 제목을 이따구로 바꾸었는가.. The monarchy of fear -  두려움이라는 군주...  책을 쓰게 된 동기이자 전반적인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좋은 제목이었는데 말이지

뜻밖에 누스바움의 생활세계를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밤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거나 좋은 아이디어도 컴 앞에 바로 앉아있을 때 차근차근 떠오른다든가 ㅋㅋㅋ 트럼프가 당선된 미국 대선 결과를 해외에서 맞이하면서 근심과 불안에 시달리다가 이 두려움이야말로 미국 사회의 현재 문제를 풀어가는 열쇠라는 것을, 이 감정에 대해 더 정리해보아야겠다는 "행복한 발견"으로 "희망을 품고 잠에 들었다"는 뭐랄까... 탈인간급의 경지를 엿보게 되었는디 ㅋㅋㅋㅋ 진짜 서론에서 육성으로 현웃 터졌음....


글쎄. 이런 차분함을 전선에서 격렬하게 싸우는 활동가들은 누릴 수 없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팔자 좋다'고 치부해버릴 수 없는 것이 이렇게 한발 떨어져 문제를 숙고하고 장기적 전망과 근본적 질문을 던져주는 철학자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우리도 나아갈 수 있는 것...  향수를 불어일으키는 역사상 완벽한 민주주의 사회도 없었고, 지금의 상황이 '우리의 행진이 뒷걸음질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재앙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 을 말하면 지금의 현장에서 절박하게 싸우는 이들에게는 서운하게 들리겠지만 오랜 역사를 두고 본다면 그래도 진실....  

 

절대 군주제 국가라면 복종을 가능케 하는 두려움만 있으면 되지만 민주주의에서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부터...

"선에 대한 믿음, 미래에 대한 희망, 민주주의를 좀먹는 증오와 혐에오 맞서려는 결심입니다. 저는 이 증오, 혐오, 분노가 두려움을 먹고 자란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민주주의 개 피곤하고 어려움.... ㅜ.ㅜ

 

감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규범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형성된다는 지적은 중요함. 이 대목에서 배럿의 연구를 인용했고, 그래서 오랫동안 보관함에 담아두기만 했던 책을 드뎌 읽게 되었음.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분명하게 말해주는 것이 좋음

"인종 혐오, 여성 멸시, 이민자들에 대한 두려움, 장애인을 혐오하는 감정들 중 불가피하거나 '자연스러운' 것은 결코 없다. 지금까지는 그래왔을 수 있으나 앞으로는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당연히 그러지 않을 수 있다."

 

두려움의  나르시시즘을 극복하고 해방되는 과정을 인간발달을 비유로 설명. 하지만 개인들의 관계에서든 사회와의 관계에서든... 두려움의 군주에 사로잡힌 나르시시즘은 얼마나 만연해있는가 ㅜ.ㅜ

 

"사랑은 자기중심적인 요구 이상으로 타인을 독립된 개체로 인식하는 능력, 상대가 무엇을 느끼고 원할지 상상하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노예가 아닌 분리된 삶을 허락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절대 왕정에서 민주주의적 관계로의 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기의 분노는 근본적인 모순에 입각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이 모순 속에서 살아간다. 나는 무력하고 우주는 내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생각과, 나는 독재자이며 모든 사람이 나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무력한 신체, 자기애, 유아기적 나르시시즘의 조합이 그 모순을 만들었다."

 

분노는 확실한 생각을 동반하는 명환한 감정으로, 강하고 남성다운 중요한 감정처럼 보이지만, 분노는 두려움의 산물. 그 이유는 1) 인간은 타고난 취약성 때문에 자신이 곤란해지지 않는다면 절대 분노하지 않을 것 (문제는 두려움을 잃으면 사랑도 잃게 된다는 점 2) 두려움은 상대적 지위에 대한 집착에도 불을 붙인다는 점.


마찬가지로 혐오 또한 비인지적 감각반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두드러진 인지능력.
그리고 인간 사회에서 자신의 혐오스러운 모습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면 흔한 전략의 도움을 받을 수있는데, 특정 집단을 우리보다 더 동물적이라고, 더 많은 땀을 흘리고 냄새가 나고 성적이며 죽음의 악취가 풍기는 집단이라고 규정하면.. 그런 집단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지배하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ㅋ . 이것이 바로 투사적 혐오 개념의 토대 (projective disgust).. 사람들이 혐오를 느낄 때  원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회피...

 

진보적 운동에서 중요한 점은 행위와 행위자를 구분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이성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음. 타인의 인간성을 포용하면서 그들이 저질렀을지 모르는 잘못된 행동만을 반대해야 함. 그래야 동료 시민의 말과 행동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친구로 여길 수 있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전래 속담이 바로 이런 철학적  숙고를 담은 내용이었다니.. ㅡ.ㅡ


성소수자를 향한 폭력에 대한 연구가 말해주는 타깃 선택의 이유는 뿌리 깊은 증오보다는 오히려 단지 경찰이 그들에게 관심이 없어 그들을 공격해도 처벌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 이런 면에서 법과 규제, 통합과 가시성이 중요.. 그래서 젊은이들이 보다 많이 커밍아웃해야 한다고 메시지..  그러면서 소셜미디어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코미디가 소중한 반혐오 장르라면서 그리스의 희극 시인을 데려왔는데 ("몸의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에 웃을 수 있다면 소수자들의 신체도 불안함 없이 바볼 수 있게 된다") 한국의 다수 코미디가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앞장서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말씀 못하실텐데?

 

시기와 비판의 차이? 시기는 적대감과 함께 파괴적 소망을 담고 있어 소유한 자들의 기쁨을 망치고 싶어한다 ㅋ

최근 성평등을 둘러싼 백래쉬 중 여성들의 평등, 공적인 삶에서의 완전한 평등을 방해하는 것이 세 가지 있는데: 1) 의무를 다하지 않는 여성 (집안일 안 하는 여자들 ㅋ) 이데올로기, 2) 육체성을 가진 여성 존재의 강조 (그래서 여성을 단속해야 함 ㅋ) 3) 성공한 경쟁자로서의 여성 ㅋㅋ (그래서 더 이상 여성우대가 필요 없다!) - 이는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옹일하게 적용 가능 하지만 1, 2가 결합하면서 여성 문제에서 더욱 두드러짐 하지만 누스바움의 반론은 간단.... "여성이 타고난 본성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라면 하지 못하게 막을 필요가 없다" ㅋㅋ

성차별주의자와 여성 혐오자의 구분도 명쾌한데, 전자는 '불쌍한 여성들, 언제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라고 말하는 반면 후자는 '빌어먹을 여자들이 못 들어오게 해' 라고 표현함 ㅋㅋㅋ 이런거 보면 한국의 중장년세대는 성차별주의자, 떠오르는 이대남들은 여성혐오자로 분류하는게 맞을 것 같음


여성혐오와 성차별주의가 항상 같은 것은 아니며, 성차별주의자들의 믿음은 증거로 반박할 수 있고 실재로도 그래왔음. "진짜 문제는 조롱, 혐오 표현, 고용과 선출의 제한,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중 거부 등의 방법을 써서라도 구시대의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남성들의  결심!" 하지만 '여성혐오는 순간의 위안일 뿐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혐오 자체가 여성들을 위축시키고 제약하는 칠링 효과가 엄청나잖아.. ㅡ.ㅡ 누스바움 전반적으로 낙관적이심....

 

희망은 두려움의 반대편에 있으며, 둘다 불확실성에 반응하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응. 희망은 전진하고 두려움은 물러선다, 희망은 취약하고 두려움은 자기방어적이다... 두려움은 타인의 독립성에 대한 믿음보다는 통제하고자 하는 군주의 욕망과 비슷.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지 않는 사람은 통제하려는 사람, 군주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음. 내욕망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무엇도 좋지 않으며  불확실성과 취약성의 여지도 없고, 희망도 없다! 뭐 이런 논리...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을 지탱하는데 도움이 되는 영역으로 추천해준 것이.... 시와 음악을 비롯한 예술, 교육기관이나 다양한 토론 집단의 비판적 사고, 타인에 대한 사람과 존중을 실천하는 종교단체 (????), 폭력을 지양하고 대화로 정의를 추구하는 연대단체, 그리고 (그런 단체들과 깊은 관련이 있는) 정의에 대한 이론들..

 

허나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ㅋ '혐오와 수치심'에서도 그러했지만 '사회정의를 으뜸으로 삼는 유대교'를 향한 신실한 신앙... 이 양반 사상에서 제일로 이해 안가는 것이 종교.. 고상하고 진보적인 엘리트 유대교회 신도라서 그런가... 당최 이해불가.... 존재론적 유신론도 아니고...

"철학자들은 종교인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무척 종교적인 나라인 미국에서 철학자들이 대중적 영향력을 거의 끼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리석거나 천해서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종교를 믿는 개개인이 그 안에서 분열과 보복보다느 포용과 애정이라는 희망의 요소를 찾길 바라야 한다.  철학은 적을 존중하는 법은 알려주지만 적을 사랑하는 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예술이, 또 많은 이들에게는 종교가 필요하다"

네? 뭐라구요???????

 

인종과 계급의 차이를 넘어, 자신이 속한 집단을 초월하는 공동의 목표를 생각해내는데 도움을 주는 방법으로 공공업무 의무복무 제도 제안....  계급분리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나도 동의함.. ㅜ.ㅜ  하지만 이게 체험학습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하...

 

전반적으로 찬찬히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가끔은 과연 이 방법이 통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깊이 빠져들 수 있는 묵직하면서도 희망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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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그리고 갑자기 조지오웰

블로그 포스팅이 거의 매년 일정하게 오른쪽 꼬리가 길게 늘어진, 전형적인 skewed 패턴의 분포를 따르고 있음. 

 

# 마이클 영. 능력주의 (이매진 2020)

 

능력주의 - 2034년,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엘리트 계급의 세습 이야기
능력주의 - 2034년,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엘리트 계급의 세습 이야기
마이클 영
이매진, 2020

 

 

IQ + effort = merit

인간 본성과 가치의 수많은 측면 중 단일 능력, 즉 지능으로 모든 것을 판별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마이클 영은 일종의 대안역사소설을 썼지만,
어째 그 내용이 풍자로 읽히지 못하고 모름지기 능력주의란 이래야 하는구나... 로 오해받는 현실을 어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네 ㅡ.ㅡ  한국사회 가져올 것도 없이, 토니 블레어가 능력주의 사회로 나아가겠다고 했을 때 노인네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놀라운 것은 이런 막무가내 능력주의로 몰아붙였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보여준 내용들이 이미 한국 사회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들.... 이러면 웃을 수가 없잖아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정교한 (점점 앞당겨지는) 지능 측정 시스템, 그에 다른 성과의 배분, 무엇보다 이제 모든 것이 공정하다는 (객관적 차이에 의해 응분의 몪이 돌아가고 있으니!) 정당화 이데올로기.... 어째 능력으로 평가했는데 선별적 결혼 전략과 조기투자  (심지어  입양, 납치, 유전자 조작) 능력 자체가 세습화되는 기현상.....

책이 쓰여진 시점을 생각한다면 정말 예리한 통찰... 어쩌다보니 예언서 ㅜ.ㅜ

 

어쨌든 마지막 '혁명'이 여성들로부터 시작된 것은 의미심장... 이 가상의 필자는 혁명이 부질없다고 생각하며 낙관했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는 점 또한....

 

"특정한 가족의 성원으로서 시민들은 자기 자식이 모든 특권을 누리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동시에 다른 누구의 자식이든 특권을 누리는 데는 반대한다. 시민들은 자기 자식만 빼고 다른 모든 아이들에게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기를 원한다.... 우리는 가족이 하는 저항을 과소평가했다. 가정은 지금도 가장 비옥한 반동의 온상이다."


"생물학적이고 사회적인 의미에서 말하는 아동기가 계속 짧아지고 교육적 의미에서 말하는 아동기는 계속 길어지면서 딜레마가 생겨났다."


"불공정한 교육 때문에 사람들은  환상을 유지할 수 있었고, 불균등한 기회 때문에 인간의 평등이라는 신화가 자라났다. 우리는 이 이야기가 신화라는 점을 알지만 우리 조상들은 알지 못했다"


" 오늘의 상층 집단이 내일의 상층 집단을 길러낼 가능성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높다. 엘리트 집단은 이제 세습화되는 중이며, 세습의 원리와 능력의 원리가 결합되고 있다."

 

# 리차드 리브스. 20 vs 80 의 사회 (민음사 2019)

 

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민음사, 2019

 

내용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으나 주어와 목적어가 분명하고, 능동태로 쓰여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음. 그동안 불평등에 대한 수많은 교양서적들이 마치 상위 1% 문제만 해결되면 (심지어 상위 20% 속하는 이들조차 마치 자신은 서민이고 1%만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 혹은 타자화된 모습으로 그려진 빈곤층 문제만 해결한다면 될 것처럼 그리고, 정책 또한 어디선가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할 그 무엇처럼 비인칭으로 쓰이곤 했음


허나 이 책에서 저자는 본인이 속한 계급, 중상류층 엘리트들이 이기적 의도는 아니었지만 개별적으로 합리적이었던 행동이 집합적으로 불평등, 특히 기회불평등, 인적자본의 불평등에 엄청나게 기여하고 있으며, 이를 자각하고 어느 정도 포기하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함.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공자님 소리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기득권이 있고 그걸 일부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음


상대적 지위를 갖는 계층 구조에서 누군가 상층에서 내려오지 않는 이상 어떻게 상향 이동성이 생겨나겠음.. ㅜ.ㅜ 당연한 소리이지만 마치 그동안은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샹향 이동만 이야기하고 아무도 누군가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대놓고 이야기하기 꺼려했던 걸 생각하면 속이 씨~원함

 


"중상류층은 자신의 막대한 권력을 공정성이나 형텅성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의 지위와 자리를 지키기 위해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지위가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이기적이 되었다. 이웃이나 동료를 대한는 태도가 이기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더 큰 그림에서 이기적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우리이게 주어지는 조세혜택을 당연한 특권인 듯이 받아들이고 우리의 목적을 위해 다른 이들의 기회ㄴ를 차단하는 식으로 이기적이다...... 퍼트넘은 그의 저서 '우리아이들'에서 이책은 상류층을 왁마화하는 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상류층은 비난받을 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약간은 말이다. "

 

자신의 자녀들이 더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깔아준 유리 바닥은 (대학은 부유하고 덜 똑똑한 아이들의 하향이동을 막는 효과) 그 아래 계층의 아이들이 올라오는 것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되어버림. 그리고 이렇게 되면 사회 전체의 효용, 노동의 질도 떨어짐. 덜 능력있지만 집안 좋은 아이들이 상층을 차지하게 될테니까... 물론 사회가 어찌 되든 개인은 알 바 아니겠지만 ㅡ.ㅡ 최소한 정책결정자들은 신경써야 하는 일 아닌감??


"우리는 누구도 가난하다고 해서 배제하지 않았다. 우리는 신체적 능력이 약한 사람을 배제했다. 가난한 사람이 신체도 약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상위 20% 중상류층 엘리트들은 상위 1%에 가장 많이 드나드는 계층이면서 (그렇지만 본인들은 상위 1% 아니라고 생각) 동시에 강력한 문화자본, 사회자본, 지식권력을 통해 미디어, 여론, 정책/제도를 주도하는 계층.
한국에서도 이원재 대표의 글이 보여주듯, 자본의 삼위일체화 (부동산 자산, 학력 지위자산, 현금소득) 경향이 뚜렷하고, 그동안 경제학자 (소득과 부), 사회학자(직업지위, 교육수준), 인류학자(문화와 규범)들이 계급 분화를 두고 다양한 분석을 해왔지만 지금은 모든 추세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은 매우 타당함

 

 

대부분의 중상류층은 착취를 통해서가 아니라 재능을 활용해서 지위를 획득하는 경향. 하지만 현 세대에서의 소득 격차가 다음 세대에서 기회의 격차가 된다면 경제적 불평등은 영속적 계급으로 고착될 수밖에 없음.
부모는 아이가 잘 살아가도록 도울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할 권리가 있지만, 아이에게 '경쟁우위'를 부여하기 위해 무언가를 할 권리는 없음. 내 아니가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내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잘 사는 것을 도우면 안 된다는...  근데 이게 항상 뚜렷이 구분되는게 아니라는 문제... 그래서 개별 개인 선택의 총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사회적 규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함.


영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지위가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획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능력본위 시장에서 높은 지위를 얻으려면 능력을 가져야 하고, 이렇게 능력만 갖춘다면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능력을 들고가는 시장의 공정성이 아니라, 그 능력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평등하지 않다는 것... 중상류층 아이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할 무렵이면 이미 다른 사람보다 상당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능력대로 경쟁하면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됨... '세습적 능력 본위제'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은 대한민국 중상층 엘리트들의 자녀교육 군비전쟁의 의미를 잘 보여줌.


"대졸 엄마들의 노동공급에 대한 의사결정이 자신의 시간에 대한 금전적 가치보다 가정의 효융극대화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목표들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내가 현재 시장에 나가서 벌어오는 돈보다, 직장 때려치우고 헬리콥터 맘이 되어 아이 교육에 몰빵하는 것이 계급 지속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음. 그래서 어이없게도 교육에서의 젠더 평등화, 여성의 교육 성취가 희안하게 교육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아이러니를 목도하게 되는 기이한 현실...  한국에서는 고학력 여성들에게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는 애달픈 현실과, 그 고학력 여성의 배우자들이 전업주부를 유지할만큼의 경제력이 있다는 점, 그리고 교육투자를 통한 지위 경쟁에서의 우위 선점 삼박자가 만나서 대폭발.. ㅜ.ㅜ

모름지기 여자들 다 노동시장에서 일해야 한다... 여성 자신들의 사회적 성취도 이루고, 교육 불평등 악화도 막고,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것 아녀...  ㅡ.ㅡ

 

게다가 그토록 '공정' 좋아하는 수도권 명문대 청년들의 능력분위주의 이데올로기가 갖는 함의와 문제점도 이 책을 통해 한발짝 떨어져 돌아볼 수 있음

저자가 특히 문제라고 지적한 기회사재기 (Tilly 영감님의 opportunity hoarding)의 세 가지 유형 - 사실 이는 커다란 기계 작동의 결과가 아니라 개인들의 작은 선택과 미시적 선호가 누적되어 생기는 결과.... 하지만 이것이 사회전반의 문화에 큰 영향...
1) 배타적 토지용도 규제 - 고밀도 개발 반대 (한국인으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 ㅋㅋ 고층 럭셔리 아파트 들어오는 걸 왜 반대해 ㅋㅋㅋ) 2) 불공정한 대학입학 절차 - 특히 동문 우대, 3) 인턴 기회의 불공정한 분배 (이를테면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 자녀와 직장에 가는 날... 행사만큼 역진적인 게 없음 ㅜ.ㅜ)- 미국이라고 인턴 제도, 특히 무급 인턴 제도가 비판받지 않는게 아님. 한국은 희안하게 미국 나쁜 거 엄청 빨리 수입해옴. 미국 유학에 기초한 엘리트 지식인들의 자기성찰 부족과 관련있다고 생각함

 

그래서 저자가 제안하는 대안은, 노동시장 규제로 불평등을 사후 교정하려 하기보다 생애 첫 25년 동안 인적 자본 축적에서 격차를 좁히는 걸 목표로 삼자는 것!!! 한국과는 맥락이 몹시 다르지만 참조할 부분이 적지 않음.. 근데 이게 어떻게 가능하겠냐구 ㅜ.ㅜ 정치를 만들어내는 엘리트들이 모두 이 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들인데... ㅜ.ㅜ   그나마 법/돈/염치를 활용해보자는 제안, 특히 엘리트들의 '염치'를 활용하자는 제안이 눈물겹기까지 한데..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지식 엘리트 계층에 과연 염치라는게 있는지 매우 회의적.....
(1) 인적자본 육성 측면 - 경쟁 준비과정을 더 평등하게 만드는 것 1) 계획하지 않은 임신 줄이기, 2) 육아 격차 좁히기, 3) 열악한 한교에서 더 훌륭한 교사가 일할 수 있게 하기, 4) 대학 학자금 조달기회를 더욱 공정하게
(2) 기회 사재기 감소 측면 - 1) 배타적 토지 용도 규제 철폐, 2) 대학 입학자격 확대 - 대표적으로 동문자녀 우대제도 철폐 (여기에는 '법, 돈, 염치' 이 세가지 무기를 활용해야 함 ㅋㅋ), 3) 인턴제도 개혁

 

# 조지 오웰 전기 그리고 1984

 

조지 오웰
조지 오웰
피에르 크리스탱
마농지, 2020

 

왜 갑자기 이 책을 읽게 되었나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급발진... 하지만 계기를 까먹음...

그런데 읽으면서 깨달은 것이... 여태껏 오웰의 본명을 알지 못하고 있었음. 에릭이라니... 어쩐지 X-men 의 매그니토가 저절로 연상되잖아 ㅋㅋ


몰락한 귀족/양반의 자제로서 지적 재능을 가진 그가 만일 식민지 조선에 태어났더라면. 항일무장독립투쟁을 했거나 자신의 계급적 기반을 자책하며 자기파괴적 기행을 일삼는 '도련님'이 되었겠지만
어쩌다보니 그는 제국 영국에서 태어났고, 그런 계급적 속성 때문에 오히려 전형적 선택지를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으니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인가.. 참....


한 사람의 파란만장한 삶을 이렇게 심플한 일러스트와 짧은 글들로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정수를 전할 수  있다니 매우매우 놀라웠음!!!!.
자유로운 정신이 마냥,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겠으나... 그럼에도 그처럼 꾸준히 자유롭고 싶음.....

책을 읽자마자 1984를 당장 다시 읽고 싶다는 열정이 들끓어 순식간에 읽어버림.. .(무료 전차책!)

어릴 적 아마도 필독도서 쯤으로 읽었던 것 같은데... 이제와 다시 읽으면서 정말 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음. 무려 1949년..... 디스토피아적 예언이 어느덧 현실의 일부가 되었고, 그 출구없는 우울한 전망을 너무나 절실하게  경험했던지라... ㅜ.ㅜ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좀
무지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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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남도 나들이 4부

hongsili님의 [5월 남도 나들이 3부] 에 관련된 글.

 

불일암과 월출산에 간다는 계획만 정하고 일단 순천에 숙소를 잡고 내려와,

마지막 여정은 해남 대흥사로 결정....  워낙 멀리 떨어져 있으니 여러 번 남도에 내려와서도 대흥사까지 들린 적은 별로 없어서 마지막으로 와본 것이 거의 20년도 넘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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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안교를 넘어서는 순간 하나씩 기억이 떠오르고, 대웅전 문살을 보면서 그 시절 필카로 이걸 찍어서 인화하고, 책갈피로 썼던 것까지 새록새록....

마침 초파일을 맞아 초 공양이 이루어지고 있더 터라...

평소같으면 지나쳤겠지만, 불심이라고는 1도 없는 과객들이지만 J를 위해 초 한개 올림.

여전히, 대체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보살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삐뚤빼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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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들른 찻집에서 내온 차가 너무 맛나서 깜놀....  막상 포장해서 판매하는 것은 없기에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조심스레 안에서 꺼내주시는데 무려 100그램에 30만원 ㅋㅋㅋㅋㅋㅋ 큰손 도끼마저도 깜놀해서 포기....  10만원 정도면 사려 했다고 함...   예전 보성 한국다원에서 꽤나 맛난 차가 100그램에 9만원인 것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 최소한 그것보다는 비쌀 것이라고 나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었지........ㅋㅋㅋ 하지만 차의 품격을 모르는 무지랭이에게도 정말 눈이 번쩍 뜨일만한 맛....

향기로운 차와 함께 하는 조용한 시간에는 돈이 아주 많이(!) 든다는 것을 다시 깨달음 ㅋㅋ

일주문까지 벚나무와 단풍나무 가지들로 드리워진 아름다운 길을 지나 ... 이제 순천역에서 차량 반납하고 밭일하러 임실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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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남도 나들이 3부

hongsili님의 [5월 남도 나들이 2부] 에 관련된 글.

 

드디어 대망의 월출산...

봄에 여러 번 올랐었는데,  몇 년 전 왔을 때 마침 비가 너무 세차게 와서 천황사까지 갔다가 결국 돌아간 기억....  사실 처음 월출산 다녀왔던 해에는 너무 준비도 개념도 없이 무작정 올랐다가 이후 거의 일주일을 절둑거리며 다녔던 기억이 ㅋㅋ  서울 사람 입장에서는 해발 800미터가 우습게 보였던 게지... 해발이 정말 원점부터 시작할 줄 몰랐다고 ㅋㅋㅋ 지리산만 해도 대략 1천미터 이상에서 출발하잖아....  사실 목포 유달산도 채 300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데 죽을 맛 ㅋㅋㅋㅋ 한번은 주먹도끼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서 위험천만했던 적도 있었고.....  여러 모로 추억이 많은 산....

 

전혀 산이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 도로를 달리다가 짠! 하고 나타나는,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월출산 모습은 언제 봐도 신비롭고 경건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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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도끼는 운동한다면서 어쩜 그렇게 못 올라가는지, 처음에는 속도 맞추다가 너무 늘어지는 것 같아 버리고 올라감... 그래도 중간중간 계속 소리지르고 전화해서 생존 확인 ㅋㅋㅋㅋ  내가 하도 소리 질러서 그 즈음 올라오던 등산객들이 우리 듀오의 존재를 모두 알아버림

정상에서도 거의 한 시간을 노닥거리면서 다른 등산객들 사진 엄청 찍어줌 ㅋㅋㅋㅋ

혼자 왔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었는데, 친구가 지금 올라오는 중이라고 했더니 아~ 하면서 다 아는 눈치 ㅋㅋㅋㅋ  정 못올라오겠으면 내려가려고 전화했는데 또 온다고 해서 계속 기다림.. 장하다.... 포기를 모르는 주먹도끼의 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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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추스리며 무위사에 가서 마음 달래기....

마침 저녁 타종 시간... 세상 고즈넉한 공간에서 종소리를...

사실 예전의 그 아름다운 소박한 공간이 좋았는데, 개축불사 너무 심하게 해서.... 아쉬움... 세상을 떠난 J와의 소중한 추억도 함께 사라져버린 것 같은 마음 때문에 올 때마다 반복적 실망했지만... 그래도 종소리에 조금은 위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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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게 펼쳐진 차밭을 지나 맛난 저녁 먹고 숙소로 고고.....

청량한 풍경에 차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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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남도 나들이 2부

hongsili님의 [5월 남도 나들이 1부] 에 관련된 글.

 

슬렁슬렁... 낙안읍성에 가서 낙조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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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따라 천천히 걷다가 문득!!! 우리 오랜만에 순천만 갈대밭에 가자. 거기서 일몰을 보자꾸나...  시간을 보니 좀 촉박하겠군...  그래도 일단 시도해보자 서둘러 고고....

 

조금 늦었다 싶었지만.. 해가 요잇!땅! 하고 쏙 넘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시시각각 변하는 낙조를 원없이 감상...  짱뚱어와 게들의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도 어쩐지, 반가운 감정 ㅋㅋ 이건 둴까.......

방문객도 별로 없고 정말 머무르고 싶은 만큼 노닥거리며, 미친 듯이 낙조를 사진에 담음... 아이폰 바꾼 보람을 느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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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스는 항상 그렇듯 맛난 저녁........  남도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먹거리...

길고도 즐거운, 바로 어제와 다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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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남도 나들이 1부

두달이 지나서 좀 정리를 한다만,

사실 꽤나 오래 전부터 5월이면 최소 2박 3일 정도 남도 나들이를 다녀오곤 했다.

특히나 J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부질없는 일이지만 하나의 ritual 처럼 송광사 불일암에 연가등을 올리고 우리들의 최애 사찰이던 무위사에 들렀다 오는 것이 공식 코스... 월출산을 오를 때도 있었고, 강진 다산초당을 돌아본 적도 있었고.... 작년 코로나 때문에 5월을 그냥 지나보내고 올해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해서 연차 휴가... 그리고 거의 20년 만에 해남 대흥사까지 들러 왔다네...

 

지난 1년 반 동안 '여행'의 감각, 렌터카를 이용하고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걸 다 까먹었는지 출발부터 우왕좌앙 ㅋㅋ 내 차에는 없는 후방카메라에 차선변경 경고시스템까지... 운전하다 깜딱깜딱 놀램.... 어쨌든 일단 송광사로 직행, 예년과 마찬가지로 길상식당에서 맛난 점심으로 일정 시작... 식당 사장님한테 주차 잘한다는 칭찬도 듣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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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 가는 길은 정비가 되어 예년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갈 수 있었고, 경내 모습은 그대로.....

나무그늘에, 풍경 소리 들으며 한참이나 앉아 있었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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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에서 감로암 지나 본당으로 가는 길도, 너무나 푸르고 청명해서 블루베리 한 상자 먹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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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송광사.....

오랜만의 나들이 길에, 며칠전 내린 비로 물소리 너무 풍성하고 잎새들은 여름으로 넘어가기 직전 가장 싱그러운데다, 날씨마저 청명하고 바람 시원해서 정말 최고의 컨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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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시원한 모과차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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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구장창 밀리는 독서일기

출퇴근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 새로운 직장의 장점 ㅋ

의식적 노력 없이도 하루에 한 시간씩은 책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어서 행복해요 ㅋㅋㅋ 뭔 소리냐

책은 좋은데 정리는 귀찮고, 정리를 안 하면 좋은 내용과 감흥을 영구삭제하게 되니... 이게 숙제여...

 

# The great influenza: the story of the deadlist pandemic in history (by John Barry, 2005)

 

The Great Influenza: The Story of the Deadliest Pandemic in History

 

내가 뭘 읽은 거냐 ㅋㅋㅋ 인플루엔자는 핑게일 뿐.
역사물을 가장한 과학 아라비안 나이트, 아카데미 버전 무뜬금 사랑과 전쟁, 영웅호걸들의 웨스턴 삼국지냐 뭐냐..
와, 인플루엔자를 다룬 책인데 내내 미국 의학계의 후진성 이야기하다가 90쪽에 와서야 처음 유행 시작됨. 그래서 이제 뭔가 스토리가 나오나 했더니 다시 160쪽 될 때까지 1차 세계대전 미국 뻘짓 이야기 ㅋㅋㅋ 그리고 나더니 이제 수십 페이지에 걸쳐 미국 방방곡곡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진짜 무지막지하게 사람들이 쓰러져감...  보스턴 외곽 군대 훈련소에서 중서부의 작은 시골, 알라스카의 에스키모 마을까지..  일단 유행이 시작되니 정말 생생하게 비극과 공포와 좌절을 방대한 사료를 이용하여 손에 잡힐 듯이 그려냄...
'재미있다'는 표현을 하기에는 너무 큰 비극이었지만, 엄청 흡인력 있게 빨려들어가며 읽었음.. 진짜 이야기꾼일세!!!

 

유럽과 비교하면 후발주자였던 미국 근대 의학교육 체계에 대해서도 좀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테면 19세기 말 무렵 최대 20% 정도의 의대는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장조차 요구하지 않았고 등록금만 내면 누구나 받아줬다 ㅋㅋ 예컨대 1981년에 하버드 의대에서도 9개 과목 중 4개 낙제해도 의사 졸업장 ㅋㅋ
대학과의 관련성도 적었고 (직업학교니까!!!) 병원과의 연계도 없었음. 플렉스너 리포트 이전의 참상을 아주 상세하게 소개해줌...  사실 이런 거 읽을 때마다 히포크라테스 전통 이야기하며 천부의권 운운하는게 떠올라 정말 실소가 나옴....
존스홉킨스는 교수도 뽑았고 병원도 열었지만 돈이 없어서 의대를 아직 못 열고 있었는데 ㅋ 여학생을 받아주면 50만 달러 기부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어쩔 수 없이 (내키지 않지만!!!) 이들을 받아주면서 겨우 개교.... 이건 또 뭐냐.. 돈 앞에서는 성차별도 무너지는구나 ㅋ 홉킨스 문 열던 1893년, 대부분의 의대는 수련병원이나 대학과 연계가 없었고 대부분의 교수 월급은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환자는 만져보지도 않고 졸업 ㅋ 어쨌든 홉킨스가 개교하면서 미국 의학교육의 새로운 장이 열림...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1차 대전이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기여한 부분이 훨~~~씬 더 컸다는 것도 깨닫게 됨. 전쟁 총동원 체제 하에서 군사훈련, 이동, 밀집환경을 통해 전파가 가속화되었던 것은 물론 언론 통제에 이르기까지! 게다가 일본에서만 적십자가 군대의 하수인으로 일했나 했더니만,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음. 특히 간호 인력을 전선에 투입하는 핵심 기구.... 앙리뒤낭 어디 간 거냐???
한편 민족 자결론으로 한민족에게 유명한 윌슨.... ㅡ.ㅡ  실상은 기독광신도..... 평화협정 체결하러 파리에 갔다가 인플루엔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제정신 아니었던 것 같음 ㅋ
 

학생 시절 왜 바이러스 인플루엔자와 헷갈리게 Hemophilus influenza로 이름 지었을까 궁금했던 것도 풀림.
당시 정말 많은 과학자들이 인플루엔자의 병원체를 밝히기 위해 애썼고 그 시도 자체는 당시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과학적 성과들을 부수적으로(?) 거두었다는 것도 알게 됨. 그 중의 하나가 무려 DNA를 통해 유전이 이루어진다는 것!!!
어쨌든 병원체는 아니었지만 2차 세균감염을 저지하기 위한 폐렴구균 백신이나 혈청의 대량 생산도.. 내 막연한 추측보다 너무 본격적이라 깜놀함. 당연히(?) 공중보건체계도 강화되고 통계학적 연구도 발전!

 

1918년 봄의 1차 유행이 비교적 마일드했다면 (증상이 매우 마일드해서 1918년 7월에 출판된 란셋 논문조차 아무래도 인플루엔자는 아닌 것 같다고 결론.. 하지만.. ) 가을 2차 유행이 엄청 폭발적이고 사상자를 많이 냈는데, 특히 군대를 중심으로 청년 집단의 피해가 극심했고 cytokine storm 에 의한 ARDS 가 하도 급격하게 나타나고 청색증이 심해져 심지어 인종을 구분하기도 어려웠다고... ㅡ.ㅡ 사람들이 '흑사병'이라고 오해할만했다고 하니... 그래도 오늘날 코로나 유행에서 극적으로 사람을 살리고 있는 과학기술의 진보에 대해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됨. 사실 유행 시작 1년도 안 되 백신이 개발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음 ㅡ.ㅡ 예전에 영화 contagion 보면서, 이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부분이 바로 신속한 백신 개발이라고 그랬었는데...

 

인간사가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이렇게 무서운 유행이 몰아치고 매장을 할 수가 없어 집안에 시체를 두고 살아가는 환경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이 거기에 또 익숙해졌다는 것....... ㅡ.ㅡ
그리고 흥미로우면서도 좀 서글펐던 것은 인류의 바보짓은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이 발간된 것은 이번 코로나 유행 한참 이전인데, 마치 지금 유행을 보고나서 글을 쓴 것 아닐까 의심할만큼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그 시절에도 있었음.


빠른 시간에 급격히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시신을 제대로 수습하기 어려워 관을 쌓아두고, 구덩이를 크게 파서 시체를 한꺼번에 매장하는 모습, medical surge 때문에 의료인, 특히 간호사 부족으로 난리가 나는 모습, 모이지 말라는데 말 안듣고 모여서 전파 확산시키는 모습, 괜히 겁주는 게 더 위험하다며 별거 아니라고 가짜 안심을 주는 모습 ("이제 피크는 지나갔다!" ㅋㅋ), 가짜 뉴스 ("독일인이 바이러스를 몰고 왔다!" ㅋ), 탑 저널도 제대로 된 과학적 검증이나 리뷰 없이 말이 될만한 논문은 어지간해서 다 실어줘서 아무말 대잔치 난리가 난 모습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 쓰는 것까지 똑같네 그려.. ),  섬나라 호주 빗장 걸어잠그고 초기에 전파 차단에 성공했던 것... ㅋ  무엇보다 백미는 웰치가 1920년에 이 유행 사라지고 나면 다 까먹게 될 것이라는 예측 등등....
이렇게 인간 사회의 도저에 자리한 본성, 의식, 사회적 질서가 좀처럼 변하지 않으니까 '고전'이 사랑받는 것이겠거니... ㅡ.ㅡ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를 다룬 문학작품은 많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발견. 사람이 사람에게 저지른 공포 (홀로코스트, 전쟁)에 대한 책은 많지만 자연이 초래한 공포는 글쎄올시다 아니었을까라고 해석. ...
 

널리 알려져있든 1918 팬데믹은 스페인 독감이라는 명칭과 달리 스페인에서 시작되지 않음. 그 기원은 1918년 초 미국 Kansas state, Haskell county 로 강력 추정됨. 다만 스페인 독감이라는 명칭은 1차대전에 총력전 펼치며 대부분의 부정적 뉴스를 검열하던 미국이나 유럽 다른 국가들과 달리 스페인은 아직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았고, 유행은 오히려 덜 심각했지만 맨날 뉴스 대서특필했기 때문 ㅜ.ㅜ
현재 역학자들이 추정하는 것은 최소5천만 명, 어쩌면 1억명 사망. 이는 겨우 2년에 걸쳐, 그것도 2/3의 사망이 24주, 특히 그 중 절반 이상이 1918년 9월 중순에서 12월 사이에 발생했다고 함. 중세 흑사병이 한 세기 안에 죽인 것보다, 에이즈가 24년에 걸쳐 죽인 것보다 24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음 ㅜ.ㅜ
미국에서는 유행 동안 총 사망의 절반 정도가 인플루엔자와 그 합병증 연관되었고, 평균수명을 10년 이상 깎아먹을 정도였다고 함. 젊은이 피해가 컸으니 그럴 만도 ㅜ.ㅜ 당시 추정값을 지금 미국 인구에 대입하면 약 175만명 사망 규모라고 하는데, 2월 23일을 기점으로 미국의 코로나 누적 사망자 수가 50만 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의학기술의 발전은 다 무엇인가 싶음 ㅜ.ㅜ

 

유행 당시 영아와 노인의 사망률이 당근 높았지만, 청년층 사망률도 높아서 W 모양을 보였는데 아마도 가장 치명률이 높았던 것은 임산부.. ㅜ.ㅜ 입원환자 중 치명률이 23-71%에 이르고, 생존한 이들 중에서도 26%가 유산을 경험했다고 함....  이후 후유증도 적지 않아서 그 유명한 수면병 (encephalitis lethargica)...  칼 메닝거는 인플루엔자와 조현병 사이의 관계를 탐구했는데, 2/3의 사례에서 5년만에 완전히 회복됨...
저자는 인플루엔자 감염이 너무나 보편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인종이나 계급에 따라서 패턴을 보여주지는 않았다고 해석했는데, 밀집도와 분명히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계급과 사망률 사이에서는 연관성 관찰됨. 물론 치료제가 변변치 않았고 유행이 워낙 대규모여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상황이기는 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좀...  게다가 그동안 높은 인구밀도로 도시가 개발되지 않아 면역 수준이 낮았던 저개발국가, 에스키모 등에서 그 피해는 심각..

 

코로나 유행 초기에 아마도 이 책을 읽었으면, 그리고 사람들이 이러한 내용을 좀더 많이 알았더라면 조바심이 덜 났을 것 같은데.... '가늘게 길게 애틋하게'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전략  

 

# 이욱연. 루신 읽는 밤

 

루쉰 읽는 밤, 나를 읽는 시간 - 그냥 나이만 먹을까 두려울 때 읽는 루쉰의 말과 글
루쉰 읽는 밤, 나를 읽는 시간 - 그냥 나이만 먹을까 두려울 때 읽는 루쉰의 말과 글
이욱연
휴머니스트, 2020

 

대학생 때 루쉰 선생의 번역서를 거의 빼놓지 않고 읽었던 것 같은데. 세세한 내용들은 기억이 안 나고 (길이 원래 있던 게 아니라는 그 구절만 기억!)

"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날이 서 있고 막 야단맞는 느낌이었다는 "분위기"만 기억 ㅋㅋㅋ
심지어 닉네임 노신 님께서 선물해주신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아직도 책꽃이에 있는데 시집조차도 마음이 촉촉해진다기보다 또 야단맞는 느낌이었던 기억 ㅋㅋㅋ
 

그런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무척이나 신기방기한 느낌... 아니 왜 나랑 생각이 이렇게 비슷한 거야???
나는 내용을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했던 고민, 그가 썼던 글들이 어느 덧 내 생각의 회로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버렸던 것이여????
마치 내 생각을 들킨 것처럼 익숙했는데, 그게 내 생각인지, 아니면 그동안 읽었던 글들이 결국 이런 방향으로 체화되어 동일한 결론에 이르게 된 건지 구분이 안 됨...

전집을 다시 읽어봐야 하나 생각.. 대학생 때 그 느낌, 불편하고 생경하고 야단맞는 느낌과는 다르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구..

 

이욱연 선생님의 해제도 깊이 있어서 좋음.

"저마다 삶에는 트라우마가 있다.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 이후다. 루쉰이 전하는 삶의 지혜는 치유를 위해서 지금 이곳의 삶을 응시하면서 말하라는 것, 글을 쓰라는 것이다. 새로운 삶의 시작점으로서, 새롭게 자신을 만드는 차원으로서 능동적인 망각이 필요하다는 것. 이것이 루쉰이 전하는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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