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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책들... 작년 봄 학회 준비하면서 읽었는데 ㅋㅋ
그래도 아직 1년 되기 전에 포스팅...
# 김재인.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사고력 강의 김재인 동아시아, 2017 |
인문학 전공자들이 자주 보이는 반과학주의 때문에 인문학자들이 과학책 썼다고 하면 일단 뒷걸음치는데 하도 K 기자가 괜찮다고 추천해서 읽어봄. 최근의 논의들이 잘 포함되어 있고, 내용이 상당히 알차고 논리적임. 나중에 들어본 강의도 무척 흥미로웠음. 학회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았던 편..
근거없는 반과학주의나 잘 모르는 사람만이 갖는 근거없는 유토피아적 기대도 없고, 그냥 건조함 ㅋ
인공지능 그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이를 통해 제기된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담고 있음. 저자가 철학자니까 ㅋ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근대의 대부분 기간동안 (서양에서) 철학=학문=과학이었고, 형이상학=오늘날의 철학에 갈음.
인공지능을 통해서 오히려 자연스럽고 질문받지 않았던 인간 사고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묻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 책은 약인공지능과 강인공지능(범 인공지능)을 구분하고, 픽션에서 그려지는 후자와 오늘날 활용되고 기술적으로 접근가능한 전자를 구분함. 현재의 수준으로 본다면 인공지능이 인류를 말아먹을 우려는 당분간 안 해도 될 듯 ㅋ
하지만.. 인공지능 그 자체보다 '강화 알고리즘'의 개발로 말미암아, 정치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포스트 트루스 시대를 맞아 혼돈의 카오스 때문에 인류 멸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우려는 지울 수 없음 ㅡ.ㅡ
# 송기원의 포스트게놈 시대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 생명 과학 기술의 최전선, 합성 생물학, 크리스퍼, 그리고 줄기 세포 송기원 사이언스북스, 2018 |
여성 과학자와 고양이가 등장하는 일러스트가 일단 매력적이고 어려운 내용을 차근차근 따라가다보면 이해할 수 있게 적절히 수위 조절이 잘 된 책이라고 생각함. 강의도 조근조근 잘 하심..
뭐랄까 크리스퍼 가위 기술을 통해 질병과 건강에 대한 접근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과연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통제하고 사회적 편익을 극대화시킬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음... 미국에서도 이러한 유전자 기술은 과학자가 주도하는 벤처캐피털에 의해 혁신이 이루어지고, 게다가 한국은 뭐만 하면 미래 먹거리 산업...
그러나 저자의 말대로, 어떤 규제에 의해 과학 발전이 가로막혔던 적은 없음 ㅜ.ㅜ
"과학의 역사에서 과학자들이 윤리적 문제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춘 적은 없었다"
합성생물학 영역에서의 성과가 대중화와 비용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면서 DIY 방식의 접근, 커뮤니티 랩에서도 여러 작업들이 가능해졌는데 과연 이것이 과학기술의 민주화인지 나도 의문.... 이것도 엄청 걱정됨.. 그나마 규제를 받는 국가 혹은 정식 연구기관들과 달리, 이 부분을 어찌 할 것이여.. ㅡ.ㅡ
# 메리언 울프. 다시 책으로
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어크로스, 2019 |
혹시나 러다이트 류가 아닐까 걱정했으나 그보다는 좀 실용주의자 갈음...
나 약간... 심리, 마음, 인간.. 이런거 나오면 일단 걱정부터 하는 게 버릇 같음 ㅋㅋㅋ 과학 파괴자 등장할까봐... ㅋㅋ
과거의 아름다운 책 읽기 세상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어느 시기까지는 물리적 실체로서의 책 읽기, 읽어주기를 해야하고,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어가는 이 국면에 어떻게 디지털 디바이스를 제대로 활용할 것인지, 혹은 책을 직접 읽어주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가정, 사회에서 이런 디지털 디바이스로 어떻게 독서경험을 늘려줄 것인지 일종의 바이링구얼 플랜을 구상하자는 이야기...
무엇보다 1장에서 책을 읽는 시각적 자극을 통해 촉발되는 뇌 안에서의 활동을 여러 개의 무대를 동시에 종횡무진하는 서커스 공연으로 그려낸 것에 엄지 척했음... 뇌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지는 의문부호이지만, 머릿 속에서 그야말로 그림이 그려지며 이해가 확 되는 느낌적 느낌
사실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이렇게 문자로 기록하고 전승하고 자신을 넘어서 세계를 이해하게 된 건 불과 길어야 5천년, 이렇게 대중화된 것은 사실 2백년 남짓 아닌가 말여..
하지만 이 기간이 인간 진화(의 정점인지야 아직 모르지.. 멸망을 안 했으니까)의 결정적 도약이 된 것만은 분명해보임. 헤르만 헤세가 "인간이 자연의 선물로 받지 않고 자신의 영혼으로 창조한 수많은 세계들 중에 책의 세계가 가장 위대하다"고 한 것은 이를 잘 드러냄
물리적 책과 디지털 디바이스로 책 읽는 것이 내용의 습득이라는 면에서는 차이가 없고, 후자의 경우 잦은 주의 분산이 문제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물질성, 시간성, 위치성, 촉각이라는 요소가 중요하고, 굳이 네트워크로 인한 주의 분산 아니더라도 깊이 읽기 측면에서 물리적 책이 낫다고 알려줌.. 어쩐지!!!
사람과의 관계와 반복도 중요한 요소...아기였을 때 똑같은 책을 수십번 읽어주고 들으면서 얻게 되는 다중감각과 언어적 연결은 디바이스의 재밌는 멀티미디어 북이 줄 수 없는 효과. 그리고 새로운 자극으로부터 벗어나 '인지적 인내심'을 통해 깊이 들어가는 것은 영화나 영상을 통한 몰입보다 훨씬 깊다고 함
'깊이 읽기'는 '연결'과 관련... "아는 것을 읽는 것에, 읽는 것을 느끼는 것에, 느끼는 것을 생각하는 것에, 생각하는 것을 삶의 방식에 연결짓는 것.." 뭔지 너무 잘 알겠네요!
반지성주의에 대한 비판과는 조금 다른 맥락이기는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글을 반대하며 ("문자에 의존하면 무언가의 기억을 자기 내부에서 가져오는 대신, 외부해 표시해둘 것이다" - 그 때는 지식이 많지 않아서 가능했겠지 ㅋ) 두려워했던 것이 '젊은이들이 진실을 찾는 고된 훈련에 나서기도 전에 이미 진실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점에 깊이 동감. 외장하드도 지나 클라우드와 넷 세상에서 지식의 외주화는 결국 깊이 생각하기를 멀리하고 판단을 외주화할 가능성을 높이는 게 아닐까 ...
수전손택 - "도덕적 인간이 된다는 것은 모종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며, 그럴 의무를 진다는 것이다.. 도덕적 판단은 본질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한계의 범위는 확장될 수 있다"
깊이 읽기를 버린다는 것은 주의를 버린다는 것이고, 그것은 도덕적 인간으로 살 가능성을 져버리게 된다는 것.. 물론 책 많이 읽은 엘리트들이 세상 말아먹은 이야기는 굳이 여기서 할 필요 없겠으나, 자기성찰적 인간이 되어가는데 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는 말해 무엇하랴...
칼비노가 이야기했다는 "느낌과 생각을 가라앉혀 무르익게 하고 모든 조바심이나 순간의 운연을 버리는 것 외에 다른 목표는 없는 상태에서 지나가는 시간의 리듬"을 느끼는 것을 "페스티나 렌테 festina lente" 즉, 천천히 서두르기로 표현. 깊이 읽는다는 것은 바로 페스티나 렌테... 인지적 인내력을 갖는다는 것은 의식적으로 의대혼 대로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리듬을 회복한다는 것임
어린이와 청소년의 문해력, 인지발달 관련한 아동 초기의 책읽기 교육에 대해서 엄청나게 강조하고 있는데, 현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 국내에서도 돌봄의 불평등이 워낙 강고하고, 특히나 공교육이 모든 아이들을 데려가겠다는 생각을 포기한 것 같은 이 상황에서 글자는 읽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읽기를 못해서 사회도 못하고 수학도 못하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 청년들 모습이 떠올라 막막...
초등학교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저자는 반복적으로 강조하는데 너무 동감. 다만 이 역량이 거지같은 제도 안에서 개인의 뛰어남만을 강조하는 건 아니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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