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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8/08/15
    아이슬란드 바보원정대_02
    hongsili
  2. 2018/08/15
    아이슬란드 바보원정대_01
    hongsili
  3. 2018/08/05
    인터뷰 글 모아두기
    hongsili
  4. 2018/08/03
    2017년에 못다한 공연 이야기
    hongsili
  5. 2018/05/16
    지성에 관한 책
    hongsili
  6. 2018/04/15
    영화 여정 (2)
    hongsili
  7. 2018/04/15
    영화 여정 (1)
    hongsili
  8. 2018/02/04
    2017년 지나간 책 이야기들 (2)
    hongsili
  9. 2018/02/04
    2017년 지나간 책 이야기들 (1)
    hongsili
  10. 2017/10/09
    이 참에 공연들도
    hongsili

자신을 믿는다는 것

나이 들어가면서 이상하게 방향을 바꾸는 사람을 볼 때마다 주변에 '내가 저런 기미가 보이거들랑 꼭 말려달라'고 신신당부하고 하는데...

막상 그런 순간이 닥치면, 옆에서 누가 뭐래도 말을 잘 들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순간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기보다, 점증하는 조짐이 있었을테고 사람들도 서서히 손절하거나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었겠지..

 

그래서, 요즘에는 요구사항을 하나 추가했다.

나에게 진정한 애정이 1이라도 남아있다면, 말 안듣는다고 포기하지 말고, 치매가 걸렸다고 둘러대든 바깥 문을 잠그든 막아줘야 한다고 ㅋㅋㅋ  예전 국정교과서 편찬위원 위촉과 관련한 해프닝이  좋은 참조 사례다 ㅋㅋㅋ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이상하게 변할 수 있으니, 2차 저지선, 3차 저지선을 마련해놓는게 좋겠어 ㅋ

요즘 보면 주위에서 내가 제일 멀쩡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ㅋㅋ

 

일희일비하지 않는 천성과 평균 이상의 자기객관화 능력이 나름의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커리어가 쌓이고 정치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자의식과 자기효능감이 비대해질 수 있는 상황에 마주치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시민사회, 운동조직과의 배태성이야말로 위험한 개인적 선택을 피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가 아닌가 싶다.  

세상에, 다른 사람은 절대로 잘하기 어려운데 나만 잘 할 수 있고, 모든 외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나라면 다르게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당연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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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일기_20200322

시절이 하 수상하여, 율도국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바...

기본 중의 기본은 먹거리...  세상 어디를 가든 농사를 지을 줄 알아야 굶어죽지 않는다!!!

 

사실 작년 연말 송년회 때 임실  KM 샘 가족께서 흔쾌히 농사일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크게 마음 먹고 있었는데, 코로나 유행에 허리 삐끗, 강풍경보까지 겹쳐서 2주 이상 미뤄지다 드디어 파종을 위한 임실행.

 

마침 날씨도 더 없이 청명, 따뜻하고, 도심을 벗어나니 2m 물리적 거리를 두어야 할 사람의 발길 자체가 드물어서 정말 오랜만에 해방감...  전날까지만 해도 건조한 실내에서 계속 잔기침을 해서 걱정이었는데, 코가 뻥 뚤리고 목에 참기름 바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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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 서로 다른 종류로 세 이랑, 완두콩 한 이랑 심고 (맨날 이랑/고랑 헷갈림 ㅋ)

감자는 씨감자를 통째로 여섯 이랑 심었음. 원래 네 이랑 심으려고 번호표 1/4~  이렇게 시작했는데 갯수가 남아서 내친 김에 여섯 이랑 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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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살충제나 제초제도 안 쓰고, 또 농촌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비닐덮개도 안 쓰기 위해 시간과 돈을 엄청 들여서 두둑을 만들어두심...   게다가 비닐 대신 멀칭 용으로 사용하려고 겨울 전에 호밀도 심어두신 상태...

그래서 호미로 조금만 흙을 파봐도 지렁이 대박 많고 (혼비백산했음 ㅜ.ㅜ), 지렁이 미식가인 두더지 굴이 온통 연결되어 있음.

다행히, 두더지가 농작물을 직접 파먹는 건  아니라고 하는데 상업작물을 하는 농가에는 밭을 들쑤셔놓아 피해가 막대하다고 함...  뿌리가 상하는 일이 많다고...  그렇다고 덫을 놓거나 약을 뿌릴 수는 없는 일이고.. 일단 지켜봐야겠음. 근데 벌레 무서워 죽을 것 같음 ㅜ.ㅜ  다리가 2~4개의 범위를 벗어나는 동물류 모두 질색...

창창한 농부의 앞길을 벌레가 가로막고 있다....

 

점심에 맛난 삼겹살 먹고, 오후에는 겨울을 버텨낸 시금치 수확함. 자주 내려와 숙소로 사용할 방도 둘러보고, 산책하면서 매화도 감상하고....  거 참, 두시간만 움직이면 이토록 다른 세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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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식구들 가져다줄 선물보따리 들고, 오후 느즈막히 귀향.

맨날 손꾸락 놀리며 키보드질만 하다가 오랜만에 호미질 좀 했다고 팔꿈치 관절이 아파.. 몹쓸 관절...

그래도 피곤한 와중에 시금치 다듬어서 스파게티 해먹고, 꺾어온 매화는 주먹도끼가 선물해준 우아한 미니어처 청자에 꽂아보았음.

모름지기 선비라면 매화! 옆의 접시는 진희가 이란 출장 다녀오며 선물해준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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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내려가서는 밥에 원없이 넣어 보고 싶은 호랑이강낭콩과

나만의 소득증대 작물로 계획 중인 수세미를 심을 예정 (지지대를 설치해야 한다!!!).

올해는 자주 내려가서 땀흘려 농작물도 가꾸고, 벌레랑도 좀 친해지고,

와이파이 팡팡 터지는 조용한 농가에서 음악 들으며 책도 열심히 읽어볼 생각...

미니벨로 하나 얻어서 읍내 장터에는 그거 타고 다녀야지.

헬멧도 사야하고, 장화도 사고 싶네 ㅋㅋ 농가의 미니멀라이프는 커녕 점점 더 살림이 늘어나게 생겼어 ㅋㅋ

벌써부터 날총은 코로나 때문에 벚꽃놀이도 못 간 마당에 날잡아 닭이나 삶아먹자 하고 ㅋㅋㅋㅋㅋ  이러다보면 빈한한 선비의 삶이 아니라 주지육림 탐관오리의 삶이 될지도 모르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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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의 종교

코로나19 유행 대국에서 가장 예상치 못했던 것은 사이비 종교집단에 의한 폭발.

아무리 잘 막아낸다 해도 지역사회에 산발적으로 클러스터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미친 듯한 전파는 정말 상상도 못했음.

아시모프 할배의 파운데이션에서 the Mule의 등장에 가까운 돌발변수.

 

21세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허술하기 그지없는  종교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 SF 소설이 그려내는 초절정과학문명 시대에 여전히 괴상한 컬트가 횡행하는게 그닥 비현실적 설정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음. 이를테면 [라츠드 제국] 시리즈 같은 경우도 그렇고, 아서 클라크 작품들도 마찬가지.

 

주류 기독교에서는 이들 집단이 '이단'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선긋기를 하고 있지만, 이단이냐 아니냐는 교리를 둘러싼 해석의 차이니까 어차피 내 알 바 아님. 어차피 허무맹랑한 가상의 존재를 믿는거야 똑같은데, 누가 좀더 그럴 듯한 설명틀을 갖느냐의 차이 아니겠남. 그래봤자 해당 종교 바깥 사람들한테야 아무 의미도 없는 것.

이단의 폐해를 드러내기 위해 사회적 해악을 강조하는 것도 좀 어이없음. 이건 이단이고 정통이고를 떠나 세속적 윤리와 도덕 기준에서도 크게 벗어나는 행위들이라 굳이 이단 가져다 붙일 것도 없음. 이를테면 불법 다단계판매업자들과 유사한 사기, 재산갈취, 유인협박.. 이런거 종교 교리 들먹이지 않아도 이미 세속 기준에서도 문제이고 불법적 행위들 아닌감.

 

대한민국에 재림예수가 최소 50명이라니, 이 좁은 한반도에 무슨 축복인가 말여 ㅡ.ㅡ

 

정통이고 이단이고 상관말고, 믿음 가진 분들은 부디 모두(!) 천국 가셨으면 좋겠음.

그동안 휴머니스트들은 꺼지지 않는 지옥불을 무한동력으로 삼아 에어컨도 돌리고, 공기청정기도 돌리면서, 인간의 도덕규범을 논하며 살기 좋은 지옥 세상 만들어보자구. 아시모프,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같은 셀럽들도 즐비하고, 내가 좋아하는 칼 세이건, 보네거트, 더글라스 아담스 같은 양반들도 다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설레기까지 한단 말야 

 

어후, 이 혼세마왕의 시대, 얼릉 좀 평화를 되찾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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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_일본_병원사_탐방 #마지막

hongsili님의 [2018_일본_병원사_탐방 ] 에 관련된 글.

 


# Day7

아침 일찍 기차타고 이동...

가마쿠라 막부 본거지 들러서 작은 마을에 위치한 고쿠사쿠지 방문. 이곳은 닌소의 유적지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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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보고 나서 슬슬 걸으며 마을 산책했는데,  하세라는 해안가 마을의 곳곳에 놓인 쓰나미 경고 표지판에 후덜덜...아름다운 바닷섬도 알고보니 화산섬... 이런 자연환경이 사람들의 멘탈리티를 어떻게 만드는지 몹시 궁금... 이 아름다운 동네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만화 슬램덩크의 무대였다는디 ㅋ

지나다보니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운운하는 전쟁세력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사무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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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요쿠사코 해상 자위대와 미군 기지, 러일 전쟁 당시 승리를 거둔 미카사 호 구경...
이 나라 참 큰일..... 러일 전쟁이 침략 전쟁이고 아시아 민중을 도탄에 빠뜨린 시작이라는 건 아무 의미 없음. 서양을 상대로 우리가 이긴 것만 중요함...

게다가 도쿄에서 불과 50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의 난감한 분위기가 오늘의 위태로운 인류의 운명을 보여주는듯 ㅡ.ㅡ  나 진짜 잠수함 처음 봤다구... 동해시 어달리에 전시해놓은 거 말고.... 시커먼 잠수함 엄청 위압적이고, 주변 공원이 시위 금지 장소로 지정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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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점심으로 먹은 해군카레랑 디저트로 먹은 딸기 소프트아이스크림은 왜 이렇게 맛난겨...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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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로 돌아와 차이나타운에서 최후의 만찬, 맛난 저녁 식사.

좋구나 이런 수학 여행 ㅋㅋ  다음에 이런 여행 있으면 또 데려가 달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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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문제는 시간이 너무 지나서, 사진에 해당하는 책 내용이 기억이 안 나...  내머릿속 지우개 ㅜ.ㅜ

사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정보를 쏟아부어서 당시에도 이미 용량 초과 ㅋㅋㅋ

이 책 읽으면서 오늘날 한국보건의료 체계의 기원에 대해서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말이지... 담에 천천히 책도 다시 읽으면서 이 장소들 다시 돌아보면 좋겠음

 

일본 병원사
일본 병원사

한울(한울아카데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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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_일본_병원사_탐방 #3

hongsili님의 [2018_일본_병원사_탐방 ] 에 관련된 글.

 

# Day 5
 
동경여자의대 방문. 학교는 여자가 세웠는데 역대 학장은 죄다 남자야? 아오 꼴보기 싫어.
 
사진 자료들 보면, 메이지 유신 이후 행사 깨나 한다는 남자는 몽땅 양복쟁이들인데 여성은 계속 기모노.. 오늘 함께 돌아본 호리 상에게 물어보니 당시에 서양 옷은 '술집 여자'들이나 입는 거라는 인식이 있어서 전통을 고수했다고 함.... 하여간...
 
점심에는 다나카 샘이 알려주신 돈카츠 맛집... 와 평생 먹어본 것 중 최고의 돈카츠!!!
메이지 시절 일본 육군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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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사토 기타 박물관 갔는데 로버트 코흐 제자였다 함. 이 양반 업적이 진짜 훌륭함. 사기꾼 노구치가 아니라 이 양반이 지폐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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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진정 놀라운 것은 건물 마당에 코흐와 사토 기타 선생을 모신 신사.... 나 빵터짐... ㅋㅋㅋ
여보시오. 이들은 근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천하의 과학자란 말이오!!!
 
위키 찾아보니 코흐는 인생에 한번도 종교와 관련된 적이 없다는데 이 타향에서 뭔일이래 ㅋㅋㅋㅋ 후손들에게 제보라도 해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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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카레 우동... 뭐지? 병원 기행 아니고 맛집 블로거 같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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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y 6
 
 
기차타고 요코하마로 이동... 히데요 노구치가 일하던 검역소 찾아감
이 양반...희대의 뻥쟁이 야심가 같으니라구ㅋㅋ
하지만 당시 그는 일본인에게 필요했던 절실한 그 무엇을 채워준 딱 맞춤형 인물임. 그 왜소한 변방의 아시아인이 덩치 큰 서양인들을 그야말로 '거느리고' 남미로 아프리카로 종횡무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신화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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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고로 항구를 방문하여 코쿠리코 언덕에서 의 배경이 된 공원 산책ㅋㅋ
까마귀 주의 표시 인상적.. '까아' ㅋㅋㅋㅋ
이후에도 맛집 블로거 역할은 계속된다 ㅋㅋ
 
그리고 요코하마에 왔으니 또 지역 맥주 먹으며 딥슬립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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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_일본_병원사_탐방 #2

hongsili님의 [2018_일본_병원사_탐방 ] 에 관련된 글.


# Day3


아침 일찍부터 코이시카와 양생소, 동경의대병원, 우에노 공원 등을 돌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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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병원 병리학교실 입구에 비치한 해부 테이블과 해체신서 변역을 결심하게 만든 장관 기념비를 보게 됨...
뭔가 과학과 네크로필리아의 교묘한 만남처람 느껴진 건 나만의 억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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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스카이라운지 식당에서 카레 정식 먹고, 우에노 공원 들렀다 약간 외곽의 공동 묘지.. (근데 여기 왜 갔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 아마 여기도 사체  해부 관련한 자료가 있었던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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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누가 병원 메인 빌딩에 그야말로 깜놀... 저리 높은 마천루가 병원이라니 이게 실화냐 ㅠㅠ  응급상황에서는 대체 어쩌려고??? 저 웅장한 병원의 스카이라인을 보아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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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미야우치 샘 오셔서 아사쿠사에 가서 뎀뿌라 정식 먹고, 시장에서 엄청 비싼 '잉어빵'도 먹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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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성년의 날이라고 화장실도 못가는 기모노 복장으로 도심을 돌아다니는 젊은 여자애들에게 묘한 이질감... 전통문화라는 이름의 가부장 성차별주의가 뼛속까지 잠식했다는 생각...

 


# Day4

세상에, 어제 성누가 병원 마천루는 장난이었음
오늘 동대 준텐도를 비롯하여 고층빌딩 병원들이 한군데 모여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괴상한 광경을 보고야 말았음 ㅠㅠ 아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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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본사에서는 마음 완전히 착잡... 이 나라의 국가형 군사주의의 뿌리는 정말 깊고도 깊구나....

그런데 어두운 역사에 대해서도 반성의 한 마디는 써놓아야 하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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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생학사나 준텐도 박물관의 전시는 몹시 흥미로웠으나 역시 일본의 근대는 전쟁과 군사주의를  피해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실감... 아이구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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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텐도 가기 전에 점심에는 시내에서 맛난 쯔케면 먹고, 오후에는 잠시 숨 돌릴겸 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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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즈막히 추모공원 들렀다.. 역시 저녁은 맥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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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_일본_병원사_탐방 #1

급한 마감 하나 해결하고 (아직 다른 마감도 사실 있는데 ㅜ.ㅜ) 잠시 무념무상 상태...

밀린 숙제 하듯 예전 기록 하나씩 정리...

지금처럼 일본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기 전.. 벌써 2년 전의 여행 ...

다행히 에버노트님이 살아계시다 ㅋㅋ


사실 그 때 정리했어야 하는데 이제 세월과 함께 기억도 사라지고, 오로지 에버노트 메모와 사진을 연결하며 한바탕 추리게임이라니... 오늘의 내가 2년 전의 나의 행적을 캐물으며 씨름하고 있음. 뭔가 의미가 있어서 찍은 사진인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는데 너무 많음... 아우 뜻하지 않은 타임트래블...


당시에 하루 매일 2~3만보 걸으며 강행군.. 거의 새거나 다름 없었던 운동화 밑창이 닳아버려서 황당했던 기억이 떠오르네... 뭔 운동화를 이렇게 부실하게 만들었다냐 ㅡ.ㅡ

또한 나의 레질리언스에도 살짝 깜놀했었지..  남자 어르신 둘 모시고 다녔는데 하나도 불편하지가 않았다구 ㅋㅋㅋㅋㅋ  뭔가 아재 최적화 ...



# Day1

일본 병원사를 함께 번역하신 porco 샘, 일본어 과외 스승 다나카 샘이 일본 병원사 투어를 조직했다며 끼워주심.  진짜 아무런 준비 없이, 샘들이 시키는 대로 토요코인 회원 가입하고, 알려준 일시/장소에 따라 현지 토요코인과 항공권 예약하고, 일본 병원사 책 한권 싸들고 괴나리 봇짐 매고 떠남 ㅋㅋ


이런 패키지 좋아.. 심지어 다나카 샘 덕분에 현지 맛집이랑 가보기 어려운 곳도 모두 척척...

 

뱅기 내렸는데 다나카 샘 친구분이 오셔서 승용차로 라이드도 해주심...

바로 준텐도 방문. 닌텐도 아님 ㅋㅋ 최초의 난방의학 진료소이자 교습소였다고 함. 한국의 순천향은 이걸 따라 한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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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산책해서 돌아다녔는데 한적한 지바현의 시골 마을 사쿠라 엄청 맘에 들었음... 아담하고 조용하고 정겨움...  근데 에도 시대 사무라이 마을 ㅋ

저녁은 동네 주점에서 맥주 일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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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숙소에 돌아와 (이당시만 해도 동네 편의점에서 보기 어려웠던) 에비스 맥주 한 잔으로 여독 사르르... 진짜 난데없는 여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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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y2

 

사쿠라 시내 국립민속역사박물관 관람.

 

주변 공원도 너무 좋고 전시물 매우 꼼꼼하고 설명도 잘되어 있음. 가해의 역사를 기록하고 말하고 학습해야 하는 독특한 심리적 환경은 이들에게 어떤 멘탈리티를 남겼을까? 관동대지진 때 발생한 조선인 학살에 대해서도 비교적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살짝 놀랐음.  다나카 샘 말로는 여기가 좀 예외적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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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박물관이라 주로 생활 모습 담겨있는데 무엇보다 에도시대부터 사람들이 여행을 즐겼다는 점이 신기했음.
무릇 여행이란 타자를 익히고 공감의 기회를 넓히며 자기를 둘러싼 작은 세상을 일반화하는 과정.. 귀족이 아닌 일반 평민들에게 여행이 널리 퍼지고 돈을 모아 마을 대표를 뽑아 보내기도 했다니 신기... 이 당시에 조선에서는 양반놈들이 노비 데리고 유람다니던 시절 아닌거 말여... 

조선에서 계속 천자문 가르치고 있을 때, 에도시대 학당은 글쓰기와 산술법 가르쳐서 이미 메이지 유신 시기에 에 (최소한 남성은) 문맹률이 상당히 낮은 상태였다는 거 책에서 보고 신기했는데, 실제 여기에 교재와 학당 모습도 잘 재현해놓았음....  근대 과학/의학 교육용 교재도 잘 정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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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과로 자살]에서 읽었던 스와호 주변 방사 공장 같은 상황도 전시해놓음. 일이 힘들어 자살한 젊은 여성노동자들의 사체가 걸려올라오기도 했다는 물레방아에와 공장 작업 일지 ..

그리고 형평사 운동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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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육군들 먹었던 돈까스 급식이 요즘 서울에서 파는 것보다 낫다는 점 ㅋㅋㅋ 음식 모형 보고 깜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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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나 가을에 와서 한 2-3일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음. 점심은 박물관 식당에서 특선 메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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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사쿠라 고등학교에 오란다어 사전 등 역사적 전시물 보러 갔으나 학교 쉬는 날...

 

오후에 도쿄로 들어와서 종두소, 국립 위생 시험소 등 유적지 돌아봄. 한적한 사쿠라에 있다가 아키하바라 인파에 정신이 번쩍 아이구야 ㅠㅠ  유적지들은 다 도심 건물로 변하고 표지판 등만 남아 있는데, 이런 거 앞에서 사진찍는 사람들 우리 일행밖에 없어서 길가던 사람들이 다 쳐다 봄 ㅋㅋ 
이미 사라진 건물 흔적까지 세세하게 챙기는 분들이 왜 그렇게 역사 왜곡을 일삼는지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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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맛난 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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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헤비 페북 유저인 porco 샘이 본인 페북에 올린다고 여행 내내 나를 거의 찍사처럼 부림 ㅋㅋ
초반에는 본인 배 나오게 찍었다고 컴플레인 대박... 아니 그 배에 대한 책임이 나한테 있는 건 아니잖여??? 할 수 없이 큐 사인을 주고 찍는 순간 숨을 들이쉬는 정도로 타협.... ㅋㅋㅋ  투어에 끼워준데 감사하는 후배의 작은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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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과 차별에 관한 책들

이런 분류에 다 퉁쳐도 되는지 모르겠네..

일부는 이데올로기와 인식론에 대한 것이고, 일부는 구조 그 자체에 대한 것인데.. 그냥 크게 묶어서 한 덩어리로 ㅡ.ㅡ

 

# 미치코 가쿠타니,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 거짓과 혐오는 어떻게 일상이 되었나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 거짓과 혐오는 어떻게 일상이 되었나
미치코 가쿠타니
돌베개, 2019

 

 

어우 속이 시원해 ㅋㅋㅋㅋ
사실 프로토타입으로서의 사회구성주의가 어디 있겠냐 막연히 생각해왔지만, 요즘 소위 탈진실시대 글로벌 스케일로 포스터모더니즘이 펼쳐지고 있는 건 깜빡 놓쳤네..


당연히 포스터모더니즘, 혹은 해체주의가 등장한 것 또한 담론의 권위주의적 점유와 과도한 실증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당대의 진보였지만, 문제는 사회구성주의 그 자체는 자신을 부정하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는... 모두가 각자의 진실이 있다면 학문은 무슨 소용이며 진리에 대한 탐구는 다 뭔 뻘짓이겠어..

현재 우파 포퓰리즘이 포스트모더니즘 논의를 '전용'하여 객관성에 대한 철학적 부인을 수용한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 포스트모더니즘 자체가 보수주의 우파의 권위를 공격하기 위한 철학적 토대였건만..  참으로 역사는 알 수가 없다는...  근데 또 해체주의자들, 예컨대 데리다 같은 사람들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 반유대주의 활동을 했던 드 만을 옹호하기 위한 논거로 해체주의 가져온 거 보면 정말 토나옴... 어우...

 

이 과정에서 인터넷이 엄청난 역할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 이제 사회구성주의 그대로, 인터넷이 현실을 반영하는 데서 더 나아가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임...

몇 가지 기억해둘 문장이 있음.

한나 아렌트가 1951년 전체주의 기원해서 했다는 말 "전체주의 지배의 이상적인 대상은 확인에 찬 나치당원이나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사실과 허구의 차이, 진짜와 가짜의 차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아렌트 책 좀 읽어봐야겠음 ㅡ.ㅡ)

민주당 상원의원을 지낸 사회학자 대니얼 모이니핸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이지, 저마다의 사실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토크빌도 참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네... 원본을 읽어봐야겠음..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자기통치 습관을 완전히 포기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통치자를 제대로 선택할 수 있을까"


제이냅 투팩치 [트위터와 최루가스] "망으로 연결된 공적 영역에서 권력자의 목적은 대개 사람들에게 특정한 이야기가 진실임을 납득시키거나 특정한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막는 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체념, 냉소주의, 권한이 없다는 느낌을 자아내는 것"

이렇게 냉소와 체념만큼, 다 더럽다, 다 똑같이 도둑놈이다라는 허무주의/해체주의 서사만큼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도 없음 ㅜ.ㅜ
도덕이나 사실의 거짓 등가성, 열정의 비대칭성 이런 단어도 개념을 잘 드러냄

정희진 선생의 해제는 가장 논쟁적인 부분에서 좀 받아들이기 어려움.

"포스트모더니즘은 누가 옳은가/그른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진실이라 할지라도 '단 하나의 목소리에 대한 문제제기였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도 진실로, 유일한 목소리일 수 없다.. 진실을 추가하는 대안이 저자의 주장대로 포스트주의 비판일까? 이러한 현상이 진실이 사라졌다는 의미일까? 진실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진실이라고 간주되는 것이 있었을 뿐이다. 포스트모더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어뜬 의도이건 간에 모든 사유는 오해되고 왜곡된다. 그래서 모든 담론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의 '올바름'이 아니라 효과다. 언어의 사용 과정에서, 즉 누가 어떤 위치에서 말하는가에 따라 의미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신을 과거의 승자와 동일시하는 대중의 인식이다. 진실을 유무와 시비, 진위를 중심으로 논할 때, 결국 하나의 진실만이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진실을 따지게 되면 피와 폭력이 동반된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의미 있는 흐름이었지만.. 지금 전세가 역전되었다는 게 이 책의 메인 주장 아닌감??? 이 정도 되면, 타동적 (transitive) 대상이 아니라 자동적(intransitive) 존재로서의 실재에 대한 부정으로 보이는디??? 이런 시대일수록 비판적 실재론이 나침반이자 등대 역할을 할 수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리고 러시아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글로벌 빌런 역할을 하는지 당최 이해가 안 가네..  사회주의도, 공산주의도 뭣도 아니고, 딱히 이념형이나 시장형인거 같지도 않은데, 그냥 순수 악인가? 악행에 동기가 없으면 그게 그냥 순수 악 아녀?

 

# 최종렬, 복학왕의 사회학

 

복학왕의 사회학 - 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
복학왕의 사회학 - 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
최종렬
오월의봄, 2018

 

구경꾼 삼아 관찰한 것이 아님은 알겠는데, 이 타자화는 어쩔 것이여.. ㅡ.ㅡ  너무 화자/대상이 구분됨
아무리 '경험적 실재'가 아니라 '분석적 실재'를 추구한다고 했지만, 이 연구의 추론을 통해 만들어지는 고정관념은 어쩔 것인가...   이런 방식의 서술이 윤리적인 것인지 정말 모르겠네 모르겠어... ㅜ.ㅜ

지방대생이라고 하면 공부를 어중간하게 했던 지방 출신 학생과 타지역(대개 수도권) 출신 학생들이 합쳐진 것일텐데, 공부를 어중간하게 하고 문화적/사회적 자본이 불충분하고 가정 형편도 여의치 않은 이들이야 수도권에도 넘쳐나는 바,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이 지방이라는 문화적 환경의 영향인지, 현행 대학입시 지향 교육체계 안에서 어중간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현황에 대한 것인지는 불분명. 두 개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 같지는 않음.   

"어차피 나는 노력해도 성취를 이룰 수 없으니 성실하게라도 임하자"는 생각은 그저 지방대생 사이에서만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일까?

지방대생이 '앎에 대한 의지가 아니라 모르고자 하는 의지', '자기계발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자기보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지만 이는 '지방대생'만의 정체성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러한 학습의욕 저하 집단을 퉁쳐서 지방대생으로 범주화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음. 수도권 인근에도 이런 종류의 습속을 가진 사람들은 넘쳐나는 거 같은데...  가족과 친구라는 일차원 공동체에 대한 의존도 오히려 중산층 정상가정 이데올로기 속에서 세대적 속성으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함. 이제는 부모 세대를 넘어서는 게 아니라 부모의 경제적 자원은 물론 정치적 성향과 문화적 취향까지 이어받는 게 트렌드 아닌가 말여 ㅡ.ㅡ

서울 강남 청년들이야말로, 자기계발과 목적 합리적 행위를 한다고 하지만 철저하게 부모가 만들어놓은 안전망이나 틀 안에서 하는 거 아닌가???

'압축적 근대화를 통해 고향을 잃고 가족이 해체되었다는 담론은 서울에서나 통한다. 지방에서는 고향이 상실되지도 않았고 가족 또한 굳건하다"는 주장도 글쎄올시다... 이건 계급적 이슈.. 수도권 엘리트 핵심 분파 내에서 가족이라는 경제 공동체, 이념 공동체가 얼마나 굳건한데 말여???

'지방에서는 정치경제적 차원의 세대 전쟁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문화적 차원의 세대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결론에 그래서 동의하기 어려움...  세대 전쟁은 다분히 공중전이고, 수도권에서야 주거 문제를 통해 가시화된 것이라고 생각함

또한 지방대생들이 사치스러운 대상을 추구하기보다 특정 활동을 통해 얻는 감각적, 캐락적 경험을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남이 보든 말든 상관없이 자신이 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거야 말로 요즘 소확행 열풍과 경험 구매의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지 특별히 지방대생의 문화라고 보기 어려울 듯.. 그럼 뭐 스카이 대학 학생들은 사치스러운 대상을 추구하나???

가장 공감하는 것은 확장성 없는 사회자본에 대한 지적인데, 이는 대개 경제적 중하위 계급 전반, 문화자본 측면에서의 비엘리트 대다수에게 해당하는 것이겠지만 특히 지방이라는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회네트워크와 문화적 전망이 협소하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될 수 있다고 생각함

내용 요약은...
지방대생에게 최고의 가치는 가족의 행복 -- 이러한 가치는 성찰적 겸연쩍음을 통한 방식으로 추구 (권리라는 인정 형식 속에서 타자로부터 호혜적으로 인정을 받아본 경험이 없음. 학교 성적이 따라주지 않아서. 이들의 생활 세계에서 가족과 친구를 넘어서 목적 합리적으로 행위할 수 있는 자아가 아직 분화되지 못함. 시장경쟁 언어가 오히려 닻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자신을 변형시키는 자기통치의 길로 나아가지 않음) -- 가치 추구의 수단은 주변의 습속 (목적 수단 범주를 통해 자기계발에 나서지 않으며 '느슨한 관여'를 통해 몰입 상황 회피. 목적은 사라져도 행위가 조직되는 방식은 그대로라는 점에서) - 이를 통해 특유의 '적당주의 집단 스타일' 실천

하필 영남지역이라서 그런 건가, 뭔 놈의 고색창연 가부장주의는 21세기에도 이렇게 굳건한 것인지... 언빌리버블...  이게 동시대, 나보다 젊은 세대의 이야기라는 것이 한숨 포인트...


저자는 대학이 대학다우면 된다는 '단순명료한 사실'로부터 희망을 찾고 있는데, 즉 '학생들에게 인간으로 현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을 이야기하는데 글쎄올시다....
수도권이라고 이런 교육이 되는 것도 아니고, 대학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진공의 온실도 아닌데.. 과연 이게 가능한 꿈인지 나는 모르겠다고 ㅜ.ㅜ

 

# 메리 그레이, 고스트워크

 

고스트워크 - 긱과 온디맨드 경제가 만드는 새로운 일의 탄생
고스트워크 - 긱과 온디맨드 경제가 만드는 새로운 일의 탄생
메리 그레이 외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2019

 

데이터 과학자와 인류학자가 같이 쓴 책이라서 좀 기대를 했는데, 기대만큼 빼어나지는 않음... ㅡ.ㅡ

그래도 새로운 개념들을 정립하고, 플랫폼 노동 시대 (한국에서는 아주 최근에서야 본격화된 크라우드워크)의 여러 모습을 균형있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함.

아직은 정식으로 분류되지 않은 온디맨드(on-demand) 형식의 고용. 본질적으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그런 직업은 제대로 규정되지 않아고 그런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들이 볼 수 없도록 감춰져 있기 때문에 '고스트워크'라 지칭.


물론 대부분의 생산 현장에서 생산하는 자, 노동자들이 전면에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아마도 이전의 노동과 다른 점이라면 이런 일들이 사람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 아닐까 싶음... 휴대폰 누가 만드는지 휴대폰 보면 척 떠오른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무언가를 조립하고 있을 거라는 이미지가 존재하는 반면, 페북에서 음란 이미지 삭제하는 건 인공지능이 알아서 해준다고 생각하지 이걸 누가 일일이 지우고 있다고 생각하겠어.. ㅜ.ㅜ

마치 자동판매기 안에 알고 보니 사람이 들어있더라.. 뭐 이런 거 아녀.. 실제로 배달앱 초기에 영세업자들은 인터넷으로 주문들어온 것을 일일이 자기네가 콜센터 만들어서 식당에 전화로 주문해주는 황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는게 알려져 웃음거리가 된 적도 있지...  이 책에서도 우버 드라이버 실시간 신원 인증 과정이 인공지능에 의한 이미지 인식이 아니라 인도에 앉아 있는 노동자가 화면 확인하고 몇 초만에 클릭 누른다는 사실에  깜놀함.. 뭔가 웃픈데.. 그런 면에서는 고스트워크라는 명명이 적절해보이기도 함

 

이름도 잘 지어요, crowdsourcing, microwork, crowdwork... 프로젝트를 잘게 나누어 분배하고 이를 종합하는 컴퓨테이션도 사실 한국의 다단계 하청구조를 보면 그닥 새로울 건 없는데, 일련의 과정은 힙스터+첨단 이미지로 포장하고, 아예 사람을 만날 수 없는 비인격 구조로 만들었다는 것이 특징으로 보임...

물량팀장, 아니면 소사장, 하청업체 바지사장.. 이런 사람들은 그래도 물리적 실체가 보이지만 크라우드워크 환경에서는 저 멀리 사람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웹이나 단말기를 두고 사람 꼴을 볼 수가 없음...  그러니 노동자 입장에서는 비난도 복수도 읍소도 하기 어려움..

사이트 확인해볼 것: 아마존 엠터크, 마이크로소프트 UHRS, 리드지니어스, 아마라닷컴 (비영리)

고스트워크의 장점도 있음.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디맨드 플랫폼이기 때문에 거주지, 장애, 소수자 등 대면 접촉이나 물리적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보다 낮은 장벽으로 일에 접근할 수 있음. 그런데 리차드 세넷이 거듭 강조했듯.. 이게 일자리 장벽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분절화시켜서 각자 일하게 하는 건 인간성의 파괴를 가져온다고 생각함. 물론 이 책의 저자들이 이야기하듯, 이 온라인 환경에서도 나름의 네트워크와 인간적 관계를 구축한다고 하지만 과연 이것이 의미있는 부분인지 모르겠음... 내가 또 오프라인 일터의 괴롭힘이나 텐션을 너무 축소해서 평가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서도...

 

주된 내용은 아니지만, '이미지넷(ImageNet)'이라는 인공지능 이미지 인식 알고리듬 연습용 데이터셋을 개발하기 위해 엠터크를 이용해 2년 동안 167개국, 노동자 4만 9천여 명이 참여하여 이미지 320만 개에 태깅을 완료했다는 이야기를 보면, 한국의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논의가 정말 심란하게 느껴짐. 이를테면 헬스데이터, 진료기록을 이용한 어떤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만들려면 이를 태깅하는 연습용 자료가 필요하고, 여기에는 그야말로 인간 노가다, 고스트워크가 절실한데 이런 과정들이 과연 만들어져있는지 모르겠음.

당장 병원 진료기롞을 활용할 수 있게 열어주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정작 이걸 어떻게 학습용 데이터로 구축할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음. 게다가 건강, 의료 데이터라는 것은 엠터크에 풀어놓는 방식으로 마구잡이로 작업이 불가능하고 프라이버시 보호와 동시에 의학 용어 이해라는 난이도가 존재하는데..  현재 영상의학과나 병리학과에서 열심히 연습용 이미지 데이터 구축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 같음 ㅡ.ㅡ

 

어쨌든 컴과 플랫폼 환경에 익숙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이런 종류의 고스트워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개 대학 졸업 이상의, 젊은 사람이기 마련...  최말단에서 라이더로 일하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이들 또한 불안정한 일자리와 소득, 결국 항상 긴장 상태인 프리랜서 노동자이고 나이가 들어서도 이를 쫗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짐작하는데 (코딩이나 개발자들도 항상 새로운 거 배워야 해서 정년이 의외로 빠른 직종)..  그나마도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과연 이를 믿을만한 안정적 일자리로 믿어도 되는지는 의문.. 이 또한 어딘가에 안정적 물리적 일자리가 있다고 생각해버리는 나의 편견일 수도.. ㅡ.ㅡ 

어쨌든 이렇게 고스트워크로 분산화시키면서, 사무실이나 관리와 관련된 각종 부대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이런 방식의 외주화를 선호하는 이유겠지.. 말하자면 기업 입장에서는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는 수단...  문제는 고스트워크를 통해서 거래비용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주에서 고객(의뢰인)과 노동자에게로 전가된다는 것... 업무 교육도 필요없어, 부가급여도 필요없어, 사무실도 필요없어... 심지어 컴퓨터 같은 설비도 노동자가 각자의 것을 이용하니 사업주로서는 거래비용이 하나도 안 드는데 이게 다 노동자 부담...  공부도 해야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도 장만해야 해, 인터넷 회선도 자기가 부담하고 의자, 책상, 문제해결을 위한 멘토링 탐색, 골병까지 모두 노동자의 것...  이렇게 좋은 제도가 있나...ㅡ.ㅜ 플랫폼에서는 노동자도 일감을 사가는 고객, 업무를 맡기는 의뢰인도 고객...


산업혁명기에도 컨베이어로 상징되는 조립라인과 더불어서 이를 떠받치는 거대한 규모의 와주화된 '삯일'이 존재했다는 분석은 우리가 간혹 놓치는 것임. 많은 이들이 기계화가 진전되면 숙련된 인력으로 재편되고 삮일을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자동화 과정에서도 임시노동수요는 단기적으로 급증하거나 어쨌든 지속됨. 예컨대 미국에서도 남북전쟁 시작 무렵 면직물 수요 급증하면서 기계가 못하는 일을 처리해야 할 인력이 절실히 필요해지고 노예 수요가 오히려 5배나 늘어났다고... 다축 방적기 기술이 나오면서 인간 노동이 필요 없어진 것이 아니라 노동수요를 변화시켜 새로운 임시노동이 필요한 환경으로 변화... 그래서 아동 노동도 나오고...

고스트워크 또한 근본적 변화보다는 연속성에 초점을 맞추고 이해해야 할 것으로 보임. 한국에서도 산업 고도 성장기에 공장 바깥에서 허르렛일과 가내부업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었을 것이고, 아마도 오늘날 고스트워크는 이런 지위라고 보면 될 듯.. 여전히 취약하고 여전히 주변화되고... 딱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기술을 만나 독특한 속성을 갖는..

 

저자는 분명하게 이야기함 "기업입장에서 노동자들은 부담해야 할 비용이고 책임이다. 고객들은 각자 위험부담을 지고 상품을 사고파는 자주적인 행위자다. 그런데 노동자들을 고스트워크 플랫폼과 의뢰인들 간 상거래의 주요동력으로 인정하지 않을 때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것은 노동자들이다. 그 직접적인 결과로 수백만 명의 인력이 불확실한 신분으로 머물러 있다."


미국 2016년 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40%가 긴급하게 400달러를 써야 할 일이 생기면 돈을 빌리거나 무언가를 팔지 않고서는 그 돈을 마련할 길이 없다고 보고.... 400달러면 50만원임...  당장의 여유자금 50만원이 없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선택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가 이야기하는 아래의 해결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는 하는데, 이거 안 하려고 고스트워크 만든 마당에.. 과연 될지 잘 모르겠네 그려

  • 사회변동을 위한 기술적 해결책 - 1) 협력 (노동자들의), 2) 온디맨드 직원 휴게실 (예컨대 소셜미디어, 포럼, 채팅방) 3) 회사에서 마련한 공동의 작업공간 4) 돌발팀 조직 5) 간편한 노동자 평가 시스템
  • 기술적 전문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해결척 - 6) 노동자들을 위한 공감 형성 7) 책임과 기업 차원의 고스트워크 공급망 '굿워크코드' 도입 8) 공유자원에 적합한 고용 분류 9) 상업개선협회 역할을 하는 노조와 플랫폼 조합 10) 미래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망 (보편적 의료보장, 유급휴가, 지역적 공유 사무실, 평생교육 등 + 기본소득)
  • 우리 모두를 위한 해결책: 소비자들의 행동

 

# 로버트 퍼트남, 우리 아이들

 

우리 아이들 (페이퍼백) - 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
우리 아이들 (페이퍼백) - 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
로버트 D. 퍼트넘
페이퍼로드, 2017

 

왕당파의 복귀를 막기 위해 부르주아 세력을 옹호할 수밖에 없었던 프랑스 민중에 빙의하면서 조국 사태를 견뎌보내던 시절에 읽었던 책....   

 

조너선 코졸의 <야만적 불평등 > 이후의 업데이트를 본 듯한데, 학교라는 제도 너머 가족, 양육, 공동체의 영향과 역할을 두루 살피며 불평등 분석... 물론 엘리트 계급의 존속과 불평등 영구화에 대한 당파적 관점을 취한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주의자답게!),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주변 환경의 여러 층위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게, 때로는 한탄하며 읾었음. 한국의 엘리트들이 그토록 열렬히 추종하며 모방하는 시스템의 원조를 보면서 씁쓸하지 않을 수가 있나.. 나는 이번 조국 사태 속에서 한국 대학도 AP 를 채택하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음...아.. 여기 미국 식민지 맞구나...


퍼트남 교수가 청소년기를 경험한 50년대, 인종차별과 계급격차, 젠더불평등이 당연히 존재했지만 개인 수준에서의 노력이나 때로는 '우리 아이들'이라는  생각을 가진 선량한 이웃들에 의해 뜻밖의 기회가 열리고 도움을 받았던 시절이 이제는 완전히 사라진 곳.. 약 30년의 격차를 두고 내가 한국에서 경험한 시절이 이 때와 비슷했던 것 같음.  (인종 차별이라는 건 아직 본격적 이슈가 되지 못했고) 빈부 격차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상층 이동의 기회가 열려있고, 빈번한 계급간 접촉과 교우가 존재했던 시절.... "우리는 가난했지만 그걸 알지 못했지"라는 퍼트남 급우의 회상은 내가 기억하는 것과 똑같음..  나도 대학에 가기 전까지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 평창동에서 학교를 다녔는데도 ㅋㅋㅋㅋ 멍청했던 건가 ㅋㅋ  


예전에 청소년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뭐로 측정하면 차이를 잘 나타낼까 했을 때, 어떤 애가 부자냐고 했을 때 초딩이던 토끼가 '이빨 교정하는 아이'라고 하면서 뭔가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그 이야기 등장해서 깜놀함... 퍼트남 와이프가 새로운 동네에 이사 갈 때 '치열 교정기 테스트'를 이용하는데 이것이 양육과 소득, 학교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였다고 ㅋㅋㅋ
 

코졸의 책이 공교육의 몰락 그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이 책은 학교를 포함한 지역사회 전체에 보다 초점을 두는데 코졸과 달리 공교육 자체는 불평등을 그다지 악화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함.. 문제는 학교 자체가 아니라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학교에 가져오는 물건들'이라고 함. 이는 가정에서의 격려와 과외활동을 위한 사적 지원금에서부터 범죄, 약물 무질서에 이르기까지.. 결국 학교 그자체보다는 누구와 함께 학교에 가느냐가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는 것.. 구성적 효과가 어느 순간 맥락적 효과로 양질전화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퍼트남은 '조직'으로서의 학교는 경쟁의 장에서 평준화에 기여했지만, '장소'로서의 학교가 계급격차를 확대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함


교육 성취를 설명하는 데 시험 성적보다 계급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실증 데이터에서 분명히 드러남. 실제로 대학 졸업 비율을 보면, 상위4분위 가정의 하위 1/3 성적군보다 하위 4분위 가정의 상위 1/3 성적군이 더 낮게 나옴.. 이 어마어마한 사회적 손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과외활동이 흔히 한국에서는 보충수업으로 여겨지지만 미국에서는 그 자체로 엄청난 혜택.. 나는 이것이 그동안 단순한 스펙쌓기용 도구라고 생각했는데, 이를 통해 소프트 스킬과 품성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이는 하드스킬이나 정규학습보다 더 중요함. 이러한 비인지적 특성이야말로 불리한 가정환경 아이들에게 더욱 중요할진데 현실에서 그 기회는 반대로 분포..   마찬가지로 사회적 유대관계, 그래노베터가 이야기한 약한 유대관계의 폭에서의 계급 격차는 이루 말할 수 없음. 한국 엘리트 계급의 자녀 스펙전쟁에서 이러한 전문직 인맥이야말로 대학 진학과 이후의 커리어 형성에 아주아주 중요하지... 이건 김성태 류의 불법 청탁이나 거래가 아니라 개인적 선의와 우애에서 나온 것이지만 비극적이게도 비-인격적 계급동맹이 되어버렸음... ㅡ.ㅡ

이러한 멘토링에서의 차이는 분별력의 격차를 낳음.. '기회의 길에 자리잡고 있는 제도를 이해하고 그러한 제도를 자신을 위해 작동하게끔 만드는 능력에서 뚜렷하게 대비되는 차이'... 뭔지 너무 알겠음 ㅜ.ㅜ  복학왕의 사회학에서 드러났던 것이기도 하지....


심지어 이제 미국에서는 종교 공동체에서조차 계급간 격차가 나타나고 있음. 그동안의 이미지와 달리 낮은 계층에서 종교 공동체 참여가 더 낮음... 교회가 더 이상 낮은 이들을 위한 안식이나 보호처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 어째 이것도 한국 엘리트의 기독교 편향과 쌍을 이루는 느낌적 느낌..  정말 한국 지식 엘리트야말로 미국 식민지의 천하제일 모범생!


이러한 계급격차는 정치 영역에서도 관찰되는데 '교육을 잘 받은 부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직업적 성공뿐 아니라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이점'.. 투표율에서의 차이, 참여에서의 차이, 나는 너무 잘 알겠음..

책에서 인터뷰에 참여한 빈곤층 청년들이 한 번도 투표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 말이지... 나치즘, 파시즘 등 '선동적 대중운동에 가장 취약한 시민들이 정확하게 "공동체의 공식적 비공식적 할동에 참여할 기회가 가장 적은 사람들"'이었다는 설명도 역시...

근로빈곤층과의 인터뷰에서 자녀들을 모두 대동하고 인터뷰 장소에 나온 이유가...주변에 대학 나온 멀쩡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야기...  한국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이 가장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직업이 사회복지사이거나 교사, 혹은 저 멀리 아이돌그룹인 것을 잘 설명해줌.. 의사, 변호사, 교수 같은 직업은 아예 머리 속에  존재하지 않음. 최근 내가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이런 슬픈 진실 그대로 재현...

 

퍼트남은 이 연구를 통해 자신의 깨달음을 전하는데.. '나는 열심히 노력했고 그 결과 포트클린턴의  평범한 배경을 딛고 출세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상당 시간 동안 내가 간과했던 것은 내가 지닌 행운의 상당 부분이 공동체적이며 평등주의적이었던 시대의 가정과 공동체, 그리고 공공기관 덕분이었다는 사실이다. 나와 반 친구들이 사다리를 오를 수 있었다면, 오늘날 평범한 배경의 아이들 역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연구를 마치면서 나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렇게 하지 못할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여기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너무 잘 알겠고, 한국의 현재와 근미래를 보여주는 청사진 같아서 커다란 좌절이..  이걸 도대체 어째야 하나...


용어 몀 가지

  • 젠더 키질 gender  winnowing 이라는 용어 매우 적절한 번역 같음 ㅋㅋㅋ 요즘 아이들이 키질이라는 걸 알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 복수 배우자에 의한 다산 multi-partner fertility 사실 한국도 점차 이런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임
  • 계급적 양육모델 - 1) 집중 양육 concerted cultivation - 집중 투자 방식, 2) 자연적 성장 natural growth - 아이 발전을 아이 스스로의 계획에 맡기고 투자보다는 규칙과 훈육

 

#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선량한 차별주의자 (리커버)
선량한 차별주의자 (리커버)
김지혜
창비, 2019

 

 

시의적절하게 동료 시민에게 성찰을 권하는 책... 그렇다고 자기수양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고,
흔히 빠지기 쉬운 문제. 내가 차별받을까봐 걱정하고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차별을 할 수도 있다는 점, 그것도 악의 없이... 이를 돌아보고 이런 세상일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건네는 책.
그리고 뭐라 딱히 설명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웠던 상황들을 개념적으로 명쾌하게 정리해주고 있음

 

호의나 자선 대 권리 개념 - 전자는 불평등한 권력 관계를 설명하게 드러냄.. 베풀 수 있는 자원을 가진 사람은 기존의 권력 관계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음. 그런데 수혜자가 권리를 요구하는 순간, 선을 넘었다고 비난할 수 있는 권력까지... 주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는 통제권이 나에게 있는 권력행위..

마찬가지로 사회적 권력의 열세에 있는 집단을 유머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단순히 까탈스럽다 예민하다의 문제가 아니라, 왜 웃긴가, 누가 웃는가 라는 질문으로 전환해야 핸다는 설명은 명쾌하게 불평등 관계를 드러남. 특히나 유머를 통한 비하는 엄숙하게라면 걸러졌을 혐오표현을 느슨하게, 고삐를 풀어주는 역할을 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 (편견규범이론)

'동성애자가 싫지만 법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언설로, 동성애자가 이성애자 싫다고 이야기하거나 난민이 국민 싫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단순히 개인의 선호나 취향 문제라기보다 권력의 문제.. 머릿속까지 단속할 수 없지만 공적 공간에서의 저런 발화 자체가 문제!

 

김치녀와 한남충을 똑같은혐오표현으로 볼 수는 없는 상황 ㅋ 김치녀는 '여성이 남성에게 보여야 하는 바른 행동에서 어긋나 있다는 평가를 포함.. 즉 조신하고 검소한 모습을 보여야 정상이라는 억압적 역할 규범이 부여된 언어' 이지만, 한남충은 여성이 남성에게 특정한 역할 규범을 요구한다기보다 여성의 입장에서 '나도 당신을 조롱할 수 있다'는 호명 권력을 사용하는 현상 ㅋ 이를 둘 다 잘못이라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지적함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평등해졌다 (비정규직/정규직 선물차이, 신분증 목줄 색깔 차이)에 대해서는 왜 제한된 자원인데 이런 종류의 차별을 해야되는지에 설명 필요. 어떤 타당한 이유로 자원 배분 우선순위를 달리했는지 ..물론, 대개 능력주의가 그 답으로 준비되어 있지만 이거야말로 문제 ㅋ

소수자가 효과적인 다른 저항의 수단이 없을 때 시민 불복종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이를테면 장애인 이동권 보장 투쟁) 롤즈의 설명 합리적 "만일 정당한 시민 불복종이 시민의 화합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일 경우, 그 책임은 항거하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반대가 정당화되겠금 권위와 권력을 남용한 사람들에게 있다." - 그런데 요즘 한국의 우익반동이  삭발에 단식 농성까지 그동안 소수자들과 힘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기댔던 수단을  취미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참... ㅡ.ㅡ

또한 모두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다지만, 이미 2백년 전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한대로 다수자는 소수자의 의견을 거침없이 공격할 수 있지만 소수자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표현을 순화하고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극도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구됨... 다수자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서 잘 말하라고 요구한다.. 는 말 너무 공감.

사회가 평등행지는 것에 대해, 기득권 세력은 평등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기에 저항... 너의 이익은 나의 손실이라고 생각하다는 거지 ㅋㅋ 평등은 한정된 재화가 아니란 말여 ㅋㅋ


"불평등한 사회가 고단한 이유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하도록 부당하게 종용하기 때문.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부정의에 대한 책임을 차별을 당하는 개인에게 지우는 것"..." 불평등한 세상을 유지하기 위한 수고를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불편함을 견딜 것인가 이 선택은 단순히 개인의 수고로움이나 불편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공동의 가치와 지향에 관한 것"


"내가 모르고 한 차별에 대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몰랐다' '네가 예민하다'는 방어보다는, 더 잘 알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성찰의 계기로 삼자..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우리들은 서로에게 차별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경청함으로써 은폐되거나 익숙해져서 보이지 않는 불평등을 감지하고 싸울 수 있다. 우리가 생애에 걸쳐 애쓰고 연마해야 할 내용을 '차별받지 않기 위한 노력'에서 '차별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옮기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지적에 매우 공감함....


그런데 고민되는 지점도 있음...

이를테면 '결정장애'라는 용어가 과연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로만 받아들여져야 할까.. 누구나 어느 지점에선가 하나씩은 장애를 다 가지고 있다는 점으로 오히려 장애에 대한 게토화를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드는데, 장애인 당사자들이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조심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복잡... 이를테면 퀴어라는 용어의 전복적 전유 사례처럼 누구나 한 가지의 어려움= 장애를 가지고 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낼 방법은 없을까???

이 책에는 '상식'처럼 널리 쓰이지만 정확한 정의를 몰랐던 용어를 명료하고 정확한 언어로 정의 해놓아 참조하기 좋다는 것이 미덕인데, 그 중에 하나가 토크니즘 (tokenism)- 역사적으로 배제된 집단 구성원 가운데 소수만을 받아들이는 명목상의 차별시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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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과학(으로 분류해도 될지 모르겠는) 책들

와, 이 책들... 작년 봄 학회 준비하면서 읽었는데 ㅋㅋ

그래도 아직 1년 되기 전에 포스팅...

 

# 김재인.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사고력 강의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사고력 강의
김재인
동아시아, 2017

 

인문학 전공자들이 자주 보이는 반과학주의 때문에 인문학자들이 과학책 썼다고 하면 일단 뒷걸음치는데 하도 K 기자가 괜찮다고 추천해서 읽어봄. 최근의 논의들이 잘 포함되어 있고, 내용이 상당히 알차고 논리적임. 나중에 들어본 강의도 무척 흥미로웠음. 학회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았던 편.. 

근거없는 반과학주의나 잘 모르는 사람만이 갖는 근거없는 유토피아적 기대도 없고, 그냥 건조함 ㅋ

 

인공지능 그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이를 통해 제기된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담고 있음. 저자가 철학자니까 ㅋ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근대의 대부분 기간동안 (서양에서) 철학=학문=과학이었고, 형이상학=오늘날의 철학에 갈음.

인공지능을 통해서 오히려 자연스럽고 질문받지 않았던 인간 사고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묻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 책은 약인공지능과 강인공지능(범 인공지능)을 구분하고, 픽션에서 그려지는 후자와 오늘날 활용되고 기술적으로 접근가능한 전자를 구분함. 현재의 수준으로 본다면 인공지능이 인류를 말아먹을 우려는 당분간 안 해도 될 듯 ㅋ

하지만.. 인공지능 그 자체보다 '강화 알고리즘'의 개발로 말미암아, 정치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포스트 트루스 시대를 맞아 혼돈의 카오스 때문에 인류 멸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우려는 지울 수 없음  ㅡ.ㅡ

 

 

# 송기원의 포스트게놈 시대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 생명 과학 기술의 최전선, 합성 생물학, 크리스퍼, 그리고 줄기 세포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 생명 과학 기술의 최전선, 합성 생물학, 크리스퍼, 그리고 줄기 세포
송기원
사이언스북스, 2018

 


여성 과학자와 고양이가 등장하는 일러스트가 일단 매력적이고 어려운 내용을 차근차근 따라가다보면 이해할 수 있게 적절히 수위 조절이 잘 된 책이라고 생각함. 강의도 조근조근 잘 하심..


뭐랄까 크리스퍼 가위 기술을 통해 질병과 건강에 대한 접근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과연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통제하고 사회적 편익을 극대화시킬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음... 미국에서도 이러한 유전자 기술은 과학자가 주도하는 벤처캐피털에 의해 혁신이 이루어지고, 게다가 한국은 뭐만 하면 미래 먹거리 산업...


그러나 저자의 말대로, 어떤 규제에 의해 과학 발전이 가로막혔던 적은 없음 ㅜ.ㅜ

"과학의 역사에서 과학자들이 윤리적 문제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춘 적은 없었다"

 

합성생물학 영역에서의 성과가 대중화와 비용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면서 DIY 방식의 접근, 커뮤니티 랩에서도 여러 작업들이 가능해졌는데 과연 이것이 과학기술의 민주화인지 나도 의문....   이것도 엄청 걱정됨.. 그나마 규제를 받는 국가  혹은 정식 연구기관들과 달리, 이 부분을 어찌 할 것이여.. ㅡ.ㅡ

 

# 메리언 울프. 다시 책으로

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어크로스, 2019

 

혹시나 러다이트 류가 아닐까 걱정했으나 그보다는 좀 실용주의자 갈음...

나 약간... 심리, 마음, 인간.. 이런거 나오면 일단 걱정부터 하는 게 버릇 같음 ㅋㅋㅋ 과학 파괴자 등장할까봐... ㅋㅋ


과거의 아름다운 책 읽기 세상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어느 시기까지는 물리적 실체로서의 책 읽기, 읽어주기를 해야하고,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어가는 이 국면에 어떻게 디지털 디바이스를 제대로 활용할 것인지, 혹은 책을 직접 읽어주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가정, 사회에서 이런 디지털 디바이스로 어떻게 독서경험을 늘려줄 것인지 일종의 바이링구얼 플랜을 구상하자는 이야기...


 
무엇보다 1장에서 책을 읽는 시각적 자극을 통해 촉발되는 뇌 안에서의 활동을 여러 개의 무대를 동시에 종횡무진하는 서커스 공연으로 그려낸 것에 엄지 척했음...   뇌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지는 의문부호이지만, 머릿 속에서 그야말로 그림이 그려지며 이해가 확 되는 느낌적 느낌


사실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이렇게 문자로 기록하고 전승하고 자신을 넘어서 세계를 이해하게 된 건 불과 길어야 5천년, 이렇게 대중화된 것은 사실 2백년 남짓 아닌가 말여..
하지만 이 기간이 인간 진화(의 정점인지야 아직 모르지.. 멸망을 안 했으니까)의 결정적 도약이 된 것만은 분명해보임.  헤르만 헤세가 "인간이 자연의 선물로 받지 않고 자신의 영혼으로 창조한  수많은 세계들 중에 책의 세계가 가장 위대하다"고 한 것은 이를 잘 드러냄

 

물리적 책과 디지털 디바이스로 책 읽는 것이 내용의 습득이라는 면에서는 차이가 없고, 후자의 경우 잦은 주의 분산이 문제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물질성, 시간성, 위치성, 촉각이라는 요소가 중요하고,  굳이 네트워크로 인한 주의 분산 아니더라도 깊이 읽기 측면에서 물리적 책이 낫다고 알려줌.. 어쩐지!!!


사람과의 관계와 반복도 중요한 요소...아기였을 때 똑같은 책을 수십번 읽어주고 들으면서 얻게 되는 다중감각과 언어적 연결은 디바이스의 재밌는 멀티미디어 북이 줄 수 없는 효과.  그리고 새로운 자극으로부터 벗어나 '인지적 인내심'을 통해 깊이 들어가는 것은 영화나 영상을 통한 몰입보다 훨씬 깊다고 함

'깊이 읽기'는 '연결'과 관련... "아는 것을 읽는 것에, 읽는 것을 느끼는 것에, 느끼는 것을 생각하는 것에, 생각하는 것을 삶의 방식에 연결짓는 것.." 뭔지 너무 잘 알겠네요!

 

반지성주의에 대한 비판과는 조금 다른 맥락이기는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글을 반대하며 ("문자에 의존하면 무언가의 기억을  자기 내부에서 가져오는 대신, 외부해 표시해둘 것이다" - 그 때는 지식이 많지 않아서 가능했겠지 ㅋ) 두려워했던 것이 '젊은이들이 진실을 찾는 고된 훈련에 나서기도 전에 이미 진실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점에 깊이 동감.  외장하드도 지나 클라우드와 넷 세상에서 지식의 외주화는 결국 깊이 생각하기를 멀리하고 판단을 외주화할 가능성을 높이는 게 아닐까 ...


수전손택 - "도덕적 인간이 된다는 것은 모종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며, 그럴 의무를 진다는 것이다.. 도덕적 판단은 본질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한계의 범위는 확장될 수 있다" 

깊이 읽기를 버린다는 것은 주의를 버린다는 것이고, 그것은 도덕적 인간으로 살 가능성을 져버리게 된다는 것.. 물론 책 많이 읽은 엘리트들이 세상 말아먹은 이야기는 굳이 여기서 할 필요 없겠으나, 자기성찰적 인간이 되어가는데 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는 말해 무엇하랴...


칼비노가 이야기했다는 "느낌과 생각을 가라앉혀 무르익게 하고 모든 조바심이나 순간의 운연을 버리는 것 외에 다른 목표는 없는 상태에서 지나가는 시간의 리듬"을 느끼는 것을 "페스티나 렌테 festina lente" 즉, 천천히 서두르기로 표현. 깊이 읽는다는 것은 바로 페스티나 렌테... 인지적 인내력을 갖는다는 것은 의식적으로 의대혼 대로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리듬을 회복한다는 것임

 

어린이와 청소년의 문해력, 인지발달 관련한 아동 초기의 책읽기 교육에 대해서 엄청나게 강조하고 있는데, 현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  국내에서도 돌봄의 불평등이 워낙 강고하고, 특히나 공교육이 모든 아이들을 데려가겠다는 생각을 포기한 것 같은 이 상황에서 글자는 읽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읽기를 못해서 사회도 못하고 수학도 못하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 청년들 모습이 떠올라 막막...

초등학교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저자는 반복적으로 강조하는데 너무 동감. 다만 이 역량이 거지같은 제도 안에서 개인의 뛰어남만을 강조하는 건 아니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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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SF

작년에 읽었던 과학소설들 정리하려고 메모 꺼내보니 유독 아시아 작가들이 많다.

국내 + 중국 + 심지어 영미권에서도 아시아 계열 작가들...

어떤 흐름이라도 봐도 좋겠지?

 

# 켄 리우, 종이동물원

 

종이 동물원
종이 동물원
켄 리우
황금가지, 2018

 

이토록 유려하고 아름다운 단편소설들이라니.... 진심으로,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홀로 투명한 구체 안에 들어앉아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차단된 고요함, 정적을 맛봄. 그렇다고 마냥 즐거웠다는 이야기는 아님 ㅡ.ㅡ

하나같이 마음을 지구 멘틀 핵까지 끌어당기는 우울의 정조. 도저한 우주적 스케일의 시련. 그래도 꾸준히 나아가야 하는 삶....  놀라운 상상력과 역사에 대한 (나와) 공유된 시각에 경탄과 더불어 뭔지 모를 위안을 얻음. 내가 가진 세계관이 이렇게 차분하고 성찰적인 작가의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세계를 창조한 작가의 시선이 허거덕하는 짱돌이 아니었다는 데서 나온 감정이겠지?


한자문화권이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그 문화와 정서, 그리고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것의 미묘함이 풍성한 층위를 만들어냄.  이 작가 정말 너무 좋네 그려


# 팁트리 주니어,  단편집 마지막으로 할만한 멋진 일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아작, 2016

 

아오 이 언니...

표지의 귀여움과 달리 글들이 하나같이 어찌나 폭력 수위가 높고 그걸 또 상세히 묘사했는지 무서워 죽겠네 ㅜ.ㅜ 막 생채기에 물파스 바르는 느낌, 어두운 골목에서 무언가 내 뒤를 쓰윽 지나가는 느낌을 내내 가지며 읽고 말았네 ㅜ.ㅜ

 

#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장강명 외
황금가지, 2018

 


주폭천사괄라전.. 핵 공감 ㅋㅋ

책 읽다 뒤집어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해주었는데, 다들 자기가 왜 그동안 술만 먹으면 개저씨가 되는지 큰 깨달음을 얻음 ㅋㅋㅋㅋㅋ  아/련 ㅋㅋㅋㅋ
여기 실린 글들은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음 ㅋ

 

# 듀나, 구부전

구부전
구부전
듀나
알마, 2019

 

조선 영남 양반 뱀파이어 좀비... ㅋㅋ

미친 새끼들, 좀비로 변하는 와중에도 존재의 정당성을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나라 세우려고 함... 아우 지긋지긋해... 너무 사실적이라 소름!!!
언문으로 쓴 치료법을 읽지 못해 괴로움에 빠진 한학자 선비라... 뭐랄까 세종대왕 의문의 1승 ㅋ

모든 작품들이 대체로 다 좋았고, 듀나의 서늘한 거리두기와 경계없는 상상력에 엄지 척 ㅋ


추억충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법한 기억의 이식에 대해서, 뭐랄까 아주 서늘하고 담담하게 그려서 뭐랄까 내용은 살벌한데 수채화와 같은 심상... 이런 이질성이 너무 좋았음...


# 류츠신, 삼체3부 사신의 영생

삼체 : 3부 사신의 영생 - 완결
삼체 : 3부 사신의 영생 - 완결
류츠신
단숨, 2019

 

거 스케일 한번 거대하도다 ㅋㅋㅋ
정서를 건드리는 따뜻한 부분이 좀처럼 없는 것 같으면서도 혼돈의 시간, 지구의 멸망, 우주에 홀로 남아버린 그 아득한 느낌,  어쩐지 다 가슴으로 이해가 되는 기묘한 느낌. 2차원 멸망에 대한 동화 속 은유와 실제 구현, 원근법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상상이라는 기발함에 깜놀함.
읽는 도중..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문득..  갑작스런 물방울 공격으로 세계가 폭망할 수도 있겠다는, 지금의 고요함이 그 전조라는 이미지가 떠올라 잠깐 심장이 두근거린 적도 있었음. 바로 이렇게 끝날 수 있다... 이런 자각이  갑자기 ㅋㅋㅋ 무슨 바보같은 반응인지 모르겠으나 내 마음이 그런 걸 나보고 어쩌라구 ㅋㅋ


왜 3권 빨리 번역 안하냐고 사람들이 엄청 욕했는데, 분량이 많고 내용이 복잡하여 쉽지는 않았을 듯.. 심지어 이 정도 되면 두 권으로 분책해서 내는 것이 합당한 도리가 아닐까 싶었음. 들고 다니느라 손목 나가는 줄알았다고...

 

# 테드 창, 숨

숨 (양장, 어나더커버 특별판)
숨 (양장, 어나더커버 특별판)
테드 창
엘리, 2019

 

일본 삿포로 여행갔을 때 후배에게 주고 와서 약간 아쉬움이 있었던 소프트웨어 객체 주기의 생애가 포함되어 있고, 모든 단편들이 너무 빼어나서 이 경이로움에 대해 뭐라 보탤 말이 없음.

시간여행을 하는 이슬람 세계에 대한 작품부터 어허.. 이거 심상치 않구나.. 생각했는데, 비디오로그를 통한 일생의 기록, 바로 앞을 예측할 수 있는 하지만 피할 수 없는 미래를 알려주는 기계, 양자 분기점에서 갈라진 평행세계를 프리즘을 통해 교유하는 세상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과학기술이 나아갔을 때 닥칠 수 있는 근미래의 딜레마를 이토록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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