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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5/03/04
    나이든다는 것
    hongsili
  2. 2015/02/14
    남미, 독일, 일본.. 어쩌다보니 다른 나라 이야기들
    hongsili
  3. 2015/01/18
    상반된 환기의 방식(3)
    hongsili
  4. 2015/01/04
    박사원정대 2차 원정: day3-4(1)
    hongsili
  5. 2015/01/03
    박사원정대 2차 원정: day2(1)
    hongsili
  6. 2015/01/03
    박사원정대 2차 원정 - day1
    hongsili
  7. 2014/12/07
    이런저런 감상들
    hongsili
  8. 2014/07/24
    상념
    hongsili
  9. 2014/06/23
    미시로부터 출발한 두 권의 "정치" 서적
    hongsili
  10. 2014/06/08
    코스모스 Again
    hongsili

아이슬란드 바보원정대_01

 

한창 농번기에 뜬금없는 장기휴가 일정이라 다들 죽을 맛 ㅠㅠ 하도 정신 없이 일하다 가니까 여행의 설렘은 개뿔... 3년전에 함께 부어놓은 적금을 무기 삼아 일단 결행... 수천만원 모아둔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 ㅋㅋㅋㅋ
미운콩이 힘들여 짜놓은 투어 알정 확인도 못해보고 일단 출발
여행 프로그램이고 뭐고 다들 먹을 거에 모든 관심 집중. 세계 1등이라는 어마무시하다는 물가 탓에 라면 30개 괴나리 봇짐 지고 떠남 ㅠㅠ   와, 미운콩 가방 속에는 압력밥솥이 있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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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tle Book of Tourists in Iceland: Tips, tricks, and what the Icelanders really think of you

 

# 2018/06/05

 

환승한 핼싱카 공항에는 검소순박한 스칸디나비아 이미지와 다르게 너무 면세점 지나가게 동선 설계 ㅋ 이놈들!!!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폭탄세일한다며 두개에 750 유로 붙여놓은거 보고 괜히 빵 터짐... 이게 다 뭔가 싶음... 공항 인테리어가 이케아 스타일이구나 ㅋ

 

긴 여정 끝에 드뎌 레이캬비크 도착. 심카드 사는 데 성공했으나 아뿔싸 술 면세 코너를 놓침 ㅠㅠ 시내에 술값이 어마무시하다는디... 아, 이 때부터 뭔가 바보원정대 분위기가 시작됨...
 
무려 200여 만원을 주고 4륜 구동 Ford Kuga 렌트.  풀커버리지 보험을 들었지만 도강 (渡江)은 안된다는 깨알같은 주의를 받음. 도강이라니요....ㅋㅋㅋ 그럴 맘은 1도 없어요.
렌트하면서 주유 할인카드 받고 엄청 좋아라 했는데 나중에 보니 7만원 넣으니 700원 할인해주더라구 ㅋㅋㅋ 이게 뭐야, 일부러 할인 받으려 제휴주유소까지 멀리 찾아갔는데...

환전하니까 친절하게 데빗카드 만들면 편하다고 해서 오케이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발급 수수료가 1만 5천원이잖아... 그걸 왜 말 안해주는 거야 ㅜㅜ 어쩐지 정산하는데 뭔가 안 맞더라구....
 

하여간 기나긴 여정과 입국 절차를 모두 마치고, 수퍼에서 저녁거리 장만하여 아담한 카사블랑카 아파트에 도착.  도착하자마자 거한 저녁식사 준비에 몰입. 하지만 오호 통재라 서울에서 공수해온 압력밥솥이 인덕션에 작동하지 않아 ㅠㅠ 원정대 공식 셰프인 회박사 패닉.... 할 수 없이 아껴두었던 햇반 시식... 그리고 아홉시에 모두들 다이

 

# 2018/06/06

 

모두들 시차 탓에 새벽 기상
새벽 다섯시 미운콩 어두운 화장실에서 응가 크리티칼 포인트에 접어들 무렵, 나의 무자비한 노크로 실패 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필 그 시간에 우리는 무슨 악연인가 ㅋㅋㅋㅋㅋ 그리고 나서 사흘동안 화장실 못가서 나를 저주함 ㅋㅋㅋㅋ

아침 든든히 먹고 드뎌 첫 여정 두둥...

 

씽벨리에 (Þingvellir)국립공원 방문. 아메리카 대륙판과 유럽대륙판이 갈라졌다는 곳으로 거대한 자연 장벽이 웅장하고 자연환경 너무나 고요하고 아름다움.
이곳 사람들이 신성한 곳으로 여기는 장소이고 국립묘지도 있음. 안내책자에 세계최초의 parliament 가 있던 곳이라고 해서 내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나 했더니만 실제로 의회가 열렸던 곳일세...
이곳에서 가볍게 트레킹 시작. 산책로 곳곳에 흩뿌려진 개똥 같은 물체의 정체를 두고 갑론 을박... 곳곳에 흔해빠진 거위의 응가임에 틀림없다, 저게 새똥일 리가 없다, 그럼 사람 응가냐 ㅋㅋㅋㅋ 나중에 인터넷 찾아보니 거위 응가 맞고 심지어 병균덩어리 ㅋㅋㅋㅋ 새똥은 동그랗다는 편견을 버려 ㅋ

 

트레킹 마치고 돌아와 공원 입구 화장실 가려고 보니 1인당 2천원? 내 눈을 의심했다구...
신용카드 결제에 바코드 찍고 들어감 ㅋㅋㅋ
이놈들 물은 공짜로 먹게 해놓고 화장실에서 이렇게 돈을 받아니 악랄하군 ㅋㅋ
물이 깨끗해서 생수 살 필요도 없고 아무 수돗물이나 받아 먹으면 된다고 너무 좋아라 했는데, 이런 함정이 숨어있을 줄이야! 화장실 티켓 찍는 손이 떨렸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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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있는 게이시르 (Geysir) 방문. 십분마다 물 뿜는 간헐천 방문 마냥 신기 ㅋㅋ 이러다. 터지면 어쩐다???  방문자센터에 내놓은 야외벤치에서 도시락 먹으려보니 식당 손님만 이용가능하다는 안내문 붙어 있음. 아이고 인심 사나워라 ㅡ.ㅡ  차에서 주먹밥먹음

 

 

1번 국도 타고 이동하여 굴포스 (Gulfoss) 폭포 감상. 정말 장대하고 장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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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만찬으로 램스테이크 해 먹으려 했는데 너무 비싸서 돼지고기 먹음 ㅡ.ㅡ
세상에 사방천지에 양이 저리 많은데 양고기가 왜 이리 비싼 게야??? 길에 가다 새끼양 한마리 납치해야하나 잠시 고민 ㅋ

 

저녁먹고 가비얍게 마을 산책 그동안 라벤더로 알았던 꽃이 루피너스라는 것을 알게됨. 보라색 꽅이 예쁘다고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자연의 무법자 ㅡ.ㅡ  외래종인데 이곳의 생물다양성을 해치고 있다함
그리고 새삼 깨달았지만 이제 더 이상 박사원정대 아니고 바보 원정대 ㅠㅠ 다들 말귀 너무 못알아듣고 어버버 장난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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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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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 모아두기

노동과 건강 2018년 봄호

누구 편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나: 강태선 노동건강연대 회원, 산업보건학 박사, 정해명 노동건강연대 회원, 공인노무사,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노동과건강 2017년 겨울호

각자도생과 21세기 복지의 풍경: 불안정 고용 시대의 사회보장을 다시 생각함 : 김정숙 / 건강세상네트워크,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정성철 / 빈곤사회연대

속깊은 대화: 앞이 보이지 않게 된 노동자들과 함께 한 1년 :박혜영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프레시안 2015년 4 월 24일

당신만 모르는 진실, 숫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알렉스 브로드벤트 남아공대학 교수

 

프레시안 2011년 12월 8일

쟁하는 삼성, 애플. 더러운 기업 대표주자: 테드 스미스 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국제운동 코디네이터

날아온 참새가 기절하는 기이한 공장, 정체가 뭘까요? : 웬링 투 타이완 국립정치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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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못다한 공연 이야기

어쩌다 이렇게 시간에 쫓겨서 메모 몇 줄을 못 남기는 겐가... ㅡ.ㅡ

늦가을 단풍, 낙엽과 호호 불며 겨울을 지나 쌀쌀한 봄날까지 이어졌는데

당시만 해도 지금 같은 지옥의 폭염은 1도 상상을 못했지.. 아이구야...

 

# 제향날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 채만식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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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의 식스팩 때문에 허거덕했던 점을 제외하면 너무나 빼어난 연극
어쩜 그리 작고 가까운 무대에서 천연덕스럽게 몰두할 수 있는 것인지 배우들 새삼 놀랍게 느껴짐.
이미 오래전에 쓰인 희곡이지만 오늘날에도 그 비판적이면서 따뜻한 시선은 하나도 촌스럽거나 시대에 뒤떨어지게 느껴지지 않았음
빨간 색으로 칠해진 국립극장 건물들이 가을날씨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고....

 

#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김재엽 작, 연출)

 

포스터이미지

 

다소 단조로운 나열식 구성이 좀 아쉬웠음. 관객이 상상할만한 여지는 하나도 없다고 봐야...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으로 설득력을 갖게 되었고,
무엇보다 팩트의 힘... ㅡ.ㅡ 저렇게 만날 것 같지 않은 역사적 사건들이 그 시간과 그 장소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사실은 진짜 극적인 요소라 할 수 있음

다만 외국인 배우 나올 때마다 나는 자꾸 서프라이즈 재연배우 떠올라서 혼자 웃어버림 ㅋ

배우의 연령을 둘러싸고 짱가, 노신과 갑론을박 벌였으나 자신의 연극 경험을 과시하며 척 하면 알 수 있다고 장담하던 노신 참패 ㅋㅋ 뒷풀이 술값 내고 전사 ㅋㅋ

 

# 트로이의 여인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에우리페디우스 원작)

 

포스터이미지

 

 

노랫말 대단히 아름답고 함축적임. 그야말로 '문학적'
간단하기 그지 없는 무대 장치임에도 상당한 몰입력과 변화를 준다는 점에서 깜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실력이 정말 후덜덜함. 특히 헤바큐 역의 김금미 배우님 너무나 대단했고, 카산드라, 며느리 역할 배우들 정말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설득력을 보여줌
연주 또한 일품....

저 낯선 곳, 국악과는 어울리지 않는 외국어 이름들이 처음에 어색했지만 이내 설득당해버림.. 아~프로디테 ㅋㅋㅋ
전쟁은 밑도 끝도 없고, 신들의 장난질에 인간들 죽어나고, 특히나 여성들은 귀족이면 귀족인 대로, 노예이면 노예인 대로 고통과 치욕의 나날을 견뎌야 함. 승자에게는 과연 무엇이 남는 거냐고...
정말,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무대...

정이는 본인이 평생 겪어보지 못했던 '한'을 경험했다고 표현.. 나도 세찬 파도 싸대기를 정신없이 맞고 나온 느낌이었음... 공연 하나 봤을 뿐인데 기가 쏙 빠짐 ...

 

# 향연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포스터이미지


서사 위주의 공연이 아닌 극도의 추상과 조형미, 시각적 청각적 압도의 정서
과연 지배계급의 문화자본을 실감할 수 있었음.. 허나... 뭔가 불편함

 

# 국카스텐 Happening 연말 공연 (잠실실내체육관)

 

포스터이미지

 

뭐 실력과 퍼포먼스야 말할 것 없고 ㅋㅋ

무대 장치는 그야말로 일신우일신... 하지만 여전히 가사에 따라 사물 등장하는 건 웃김 포인트 ㅋㅋ

 

# 신창극 소녀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이자람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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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했다고 ㅋㅋㅋㅋㅋㅋ
빨간 망토 이야기인 건 알았지만, 멋지게 기지를 발휘해 늑대 뱃속에 돌을 쳐넣고 꿰매버릴 줄 알았지 이렇게 늑대를 가지고 놀 줄은 몰랐다고 ㅋㅋㅋㅋ
철로 된 드레스와 신발을 신을 때부터 어랏, 이게 모지? 했는데 혼자 꽃길을 가며 노래를 부를 때나 늑대를 만나는 순간, 급기야 늑대의 침대로 들어가서 그야말로 '희롱'하고 벌거벗은 채 다시 산길을 돌아 집으로 가는데 정말 뭐라 말해야 하나? 괴이함과 상쾌함과 짜릿함과 해방감.... ㅋㅋㅋㅋㅋ 늑대는 어쩌다보니 피해자 ㅋㅋㅋㅋㅋ

지난 번 트로이이의 여인들에서 무녀 카산드라로 나와 레이져 발사하던 이소연 배우가 빨간 구두 신고 무대에 출연할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았는데, 정말 이자람 감독과 철떡궁합임...  이 두 젊은 여성 예술가 너무 대단하고 존경스러움...
 여성해방의 서사, 소녀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논쟁적 주제를 이렇게 밝은 에너지로 그려내도 되는거야? 진짜 멋진 작품.....
공연보고 나왔는데 예술의 전당 검은 하늘에 커다란 보름달, 구름이 스르르...
어디선가 혼자 눈물을 훔치고 있을 늑대가 생각나서 혼자 막 웃었네 ㅋㅋㅋ
같이 본 나후는 '이 동심파괴 프랑스 놈들!'하면서 욕을 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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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에 관한 책

# 전문가와 강적들 (톰 니콜스, 2017)

 

전문가와 강적들 - 나도 너만큼 알아
전문가와 강적들 - 나도 너만큼 알아
톰 니콜스
오르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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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처음 블로그에 이 문제와 관련한 포스팅을 했을 때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엄청난 공감과 호소의 이메일을 받았다는데, 사실 나도 할 말 많음 ㅋㅋㅋ
종편에 나와서 개소리하는 의사들 욕을 했더니만 울 엄마가 '그 사람들도 다 배운 사람인데 왜 너만 맞다고 생각하냐'는 이야기를 하는데 완전히 벙쪄버림 ㅋㅋ 
또 얼마 전에는 불평등 관련 강의를 하던 자리에서도, 청자 중 한 명이 본인의 경험세계를 이야기하며 "자살률에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부자들도 자살한다, 통계는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을 함. 국가통계는 믿을 수 없지만, 내가 경험한 좁은 세계로부터 내린 결론은 참이라는 사람을 설득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 ㅡ.ㅡ
 
 
*
이 책은 뭐랄까... '요즘 것들' 때문에 골치아픈 꼰대 아저씨의 술자리 한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는 것도 사실...
물론 엄청난 공감을 하면서 보기는 했는데, 전문가 스스로가 초래한 전문성의 위기, 반지성주의를 통해 오히려 이득을 얻는 엘리트 집단에 대해서는 좀 소홀하게 다룬 게 아닐까 싶음.
너무 나이브한 해석이 아닐까 우려되는 대목들이 적지 않음. 특히 '욕먹을 각오'를 하고 모든 사람이 대학을 다 갈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개나 소나 대학을 다니게 되어서 문제가 심화되었다는 지적의 경우.... 사실 대학 문이 넓어진 그 자체보다는 교육의 질과 소비자주의가 문제 아닐까 싶은음. 물론 이 두 가지가 동떨어진 것은 아니지만서도...
 

*

일단 아시모프의 한탄으로 책을 시작함 
"미국은 무지를 예찬하는 경향이 있다. 옛날부터 쭉 그래왔다. 반지성주의라는 끈이 지속적으로 미국의 정치와 문화생활의 틈을 제멋대로 헤집고 다녔다. 이런 현상이 자리잡게 된 것은 민주주의가 '나의 무지나 너의 지식이나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탓이다"
 
저자는 무지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무지를 문제삼지 않는 태도, 배우지 않으려는 태도,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진단함. 100퍼센트 동의... 
 
"실제로 미숙하고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다른사람들보다 훨씬 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이유는 그들에게 메타인지라고 부르는 핵심적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에도 엄청 동의함. 더닝크루거 효과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
하지만 후훗... 무슨 이런 복잡한 이름이 왜 필요한가, 이 땅에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좋은 속담이 있지 ㅋㅋ
 
 
*
확증편향의 문제가 심각한데, 사실 나 또한 눈이 썩는 것이 싫어서 다른 성향의 매체를 읽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트위터 커뮤니티야말로 확증편향의 공동체 ㅋㅋ 
더욱 많아진 언론(?) 채널이 거대한 확증편향 실현의 장이 되었다는 지적에도 너무 공감... 현재 미국인들은 잘 모르는 게 아니라, 잘못 알고 있는게 문제라는 진단.... 네네 한국도 이래요.. ㅜ.ㅜ
 
 
*
고정관념과 일반화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에도 엄청 공감.
일반화란 '본질적 차원의 설명이 아니고 관찰가능한 사실들에 기초한 일종의 확률적 진술'인데 비해, 고정관념은 조잡한 사회적 습관에 불과. 즉, 일반화는 측정과 입증이 가능한 데 비해 고정관념은 이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예측'이라기보다는 '결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음. 그렇기에 '편견'이라 지칭... 
 
 
*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모든 사람의 의견이 동등한 한 표일 수 없고, 근거에 가중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은 심각한 문제...  소위 '평등편향' 나도 맞고 너도 맞다.. 오로지 세계가 주관성의 세계에서만 산다면 학문은 무엇이며 법칙은 무엇이랴 ㅋ
 
 
*
대학에 대한 비판은 사실 엄청나게 동의를 했는데, 그래서 더 암울함.. 미국과 한국이 다르지 않아서.. ㅡ.ㅡ
대학교육이 특권적 자리를 벗어나면서 대학에 다니는 일이 '총체적인 경험 서비스'가 되었다는 지적에 너무나 공감... 그 경험마저도 문제인 것이, '대학은 불편한 경험'이어야  하는데 (즉, "기계적인 암기식 학습 방법에서 탈피하여 불안과 심리적 불편함, 그리고 - 바라건대 평생토록 더 깊은 지식을 습득하게 해 줄 - 복잡성이라는 도전을 받아들여야 하는 곳"), 이제 그런 불편함은 사라지고 환영받는 '고객님'들만 남게 되었다는 비판...  
저자는 대학이 돈벌이 목적으로 마구 사업을 확장하단는 점 이외에 미국 문화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는데 '실패한 아이들 앞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긍정과 자기실현의 문화'를 지적함. 로버트 휴즈는 이를 '아이들이 스스로가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감싸주는 문화'라고 지적함 ㅋ 이제 '헬리콥터 부모 역할'이 아니라 아예 '근접 공중지원 제트전투기 부모 역할'이라고 표현 ㅋㅋ 이게 무슨 말들인지 나 너무 잘 알겠음 ㅋㅋ
교수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나에게서 배우는 것만큼이나 나도 학생들에게서 배운다'라는 말이 틀렸다는 지적에 빵터짐 -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으면서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나의 동료들에게 나는 정중하게 이런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당신은 그리 좋은 선생이 아닌 겁니다'"
"교육은 끝없는 배움을 가로막는 장벽을 부숴버리는 대신,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감정이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
검색으로 자신의 지식을 대신하는 현상을 '아웃소싱한 지식을 내부의 지식으로 착각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동의 (전반적으로 동의가 백만 개 존재 ㅋㅋ 책 읽으면서 어쩜 이렇게 내 생각하고 비슷하냐 맞장구를 친 부분이 너무 많음 ㅋ)
영국작가 엘러스테어 쿡의 금언 "전문가들은 내키지 않을 때조차 최선의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라는 정의 너무 적절함.
미국의 언론학 교육 비판하면서 '고등학교 때부터 온라인 상에 자신들의 내밀한 생각들을 올리는 데 익숙해져 있는 많은 학생들이 '언론활동'과 '블로그활동'가간의 차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졸업하고 있다' 고  피를 토하며 지적하는데.... 아재... 그나마 요즘은 블로그처럼 긴 글도 안 써요 ㅋㅋ
 
*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부분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동의의 한계를 방아들이는 일과, 전문가의 판단이 허용하고 있는 결론보다 더 많은 결론을 이끌어내려고 하지 않는 일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는 지적에도 역시 대공감
 
수잔 자코비가  미국인들의 무지를 향한 진군에서 가장 걱정스런 부분은 '지식의 결핍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의 결핍에 대한 오만한 태도'라고 했다는데, 한국에서 소위 '무학의 통찰'을 강조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
 
*
전문가와 정책입안자들에 대한 오해 정리... 이 또한 대공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문가의 사회적 책임이 가벼워진다고는 할 수는 없음. 
1) 전문가는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이 아니다.
2) 전문가는 지도자가 자신의 조언을 실행하는 방식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한다,
3) 어떤 전문가도 정책을 구상에서부터 실행 단계까지 전부 다 이끄는 경우는 없다,
4) 전문가는 선출 지도자가 자신의 조언을 얼마나 많이 방아들일지를 자기 마음대로 정하지 못한다,
5) 전문가는 선택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하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가치'에 관해 그들이 직접 선택할 수는 없다
 
*
일반적인 정치철학으로서의 '민주주의'와 그 구현체인 정부 형태로서의 '공화국'을 구분하는 문제. 민주주의는 정치적 평등이라는 조건을 의미하지만 많은 이들이 '실제로 등등한 상태'를 민주주의라고 착각한다는 지적에도 동의함.
 
*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민주주의 사회와 국가의 주인이라 아니라 하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일반 국민들 역시 스스로 주인이 되려면 자신들의 나라를 운영하는 일에, 계속해서 관심을 끈은 놓지 않으려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하면서 시민참여와 시민의 의견 존중, 전문가들만의 리그에 대한 감시를 주창하는 입장에서, 균형의 어려움을 제시하는 책.
현상의 진단에는 거의 동의하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어떤 세력이 이를 부추기고 이로부터 이득을 얻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는 게 아쉬움
그러다보니까 대안도 그냥 추상적인 일반명제밖에 이야기할 수 없음...
조금더 논의가 정교할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의 반지성주의]를 읽어봐야겠음....
 
 
# 활자 잔혹극 (루스 랜들, 2011)
 
활자 잔혹극
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북스피어, 2011

 

 
*
'문맹'으로 상징되는 길들여지지 않은 본성, 문명화되지 않은  폭력성과 공감의 부재가 가져온 끔찍한 결과라고 해석하는 건 뭔가 좀 과잉 같음.. ㅡ.ㅡ
장정일의 서평이자 추천사에는, 활자, 더 넓게는 독서를 통해 다른 세계를 배우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삶의 해악을 보여준다며, 그러면서도 작가가 균형감각을 살려 '자일즈'로 대표되는 현실과 동떨어진 활자 중독의 폐단까지 함께 보여준다고 이야기했는데.... 나는 별로 동의가 안 되염
 
문맹 그 자체로 인한 야만과 비공감이 문제라기보다, 
어떤 개인이 평생에 걸쳐  비밀로 간직해온 콤플렉스를 들키지 않으려는 초조함, 점차 커다란 거짓말과 대담한 행동으로 작은 잘못들을 덮어나가다가 마주하는 파국적 결말을 다룬게 아닌가 싶단 말여...  
이것이 꼭 문맹 그 자체의 특성이라고는 보기 어렵겠지만.. 예컨대 대다수가 글을 모르던 전근대 사회에서 특히 여성의 경우 최소한 작은 경계 안에서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하등 어려움이 없었을 거라고..  그러나 문맹이 거의 사라진 사회에서 문맹이라는 몹시 극단적이고 '부끄러운' 문제를 가지게 되었을 때 이걸 숨기기 위해 노력하다 실패했을 때, 혹은 이것이 비자발적으로 드러났을 때의 비이성적 분노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나?
글을 모른다는 것, 책이나 활자매체를 통해서 더 넓은 세계로 곰강의 범위를 확장시키기 어렵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글을 알고 모르고 학식이 높고 낮고가 비정함이나 연민의 결핍과 반드시 연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음. 저자도 문맹 그 자체를 주제로 했을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심지어 현대 사회에서 전근대적 주인-노비 관계를 구축하던 상황적 특수함은 분노를 촉발시키기에 더욱 적절했던 것 같음
 
게다가  활자가 공기만큼이나 만연한 시대에, 그 활자를 모른다는 것은 어디에도 숨거나 피할 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니 당연히 모든 세계로부터, 관계로부터 등을 돌리게 되지 않을까????
너무나 일촉즉발의 위기가 매일의 일상, 모든 공간에 있다고 했을 때 사람이 괴물로 변하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문맹'으로 상징되는 공포와 불안, 그리고 부정과 냉소의 자기방어 기제가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을 보여준 소설이라 진단하겠음.. 
 
*
근데 주제를 다 떠나, 아우 글솜씨가 어찌나 쫄깃한지, 정말 결말을 책 첫머리에 떡하니 밝혀놓았는데도 이 사건이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궁금하여 손에 땀을 쥐고 읽었음.
심지어 유니스가 범행을 저지르는 순간에 임박해서는 너무 가슴이 콩닥거려서 잠을 못 잘까봐 일부러 책장을 덮어버림... 이런 긴장감은 진짜 오랜만....    
 
 
 
# 불평등의 댓가 (스티글리츠, 2013)

 

불평등의 대가 -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
불평등의 대가 -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열린책들, 2013

 

 

이 책 읽은지 한 2년 지났는데 왜 여태 메모장에 남아있는 건지 모르겠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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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 '정치경제학'의 분위기를 가져온 실물 경제 비판서라 할 수 있음. 불평등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그리고 그러한 결정을 한 행위자들의 이해관계 측면에서 분석하고, 다시 그러한 불평등이 가져온 파괴적 악순환에 대해서 분석....
사실 마르크스가 보기에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는 인간 주체를 빼놓고도 설명할 수 있는 내적 질서였겠지만, 스티글리츠가 보기엔 이건 '저절로'가 아니라 분명히 '인위적' 현상임. 나쁜 정책 때문!!!!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작금의 상황을 되돌릴 수도 있다는 희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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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경제질서, 불평등에 대한 '오해'를 하나 하나 짚으면서 논박하고 실제 문제가 무엇인지, 그로 인한 여파가 얼마나 어마무시한 것인지, 교정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를 그야말로 '애타는 마음으로' 설파하는 것을 내가 너무 잘 알겠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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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아도 시장이 멀쩡해보이지 않는데, 주류 경제학, 특히 신고전파  경제학의 판에 박힌 염불소리를 비판하는 경제학 비판서이기도 함. 도대체 실증적 근거를 무시하고 아무리해도 똑같은 소리만 읈어대는 신고전주의 낙수이론, 통화팽창주의자들에 대해서 경제학 내부에서는 어찌 생각하나 했는데, 나와 다르지 않았음 ㅋㅋ "피를 뽑는 치료법을 맹신하던 중세의 치료사들이 환자가 회복되지 않으면 한번 더 피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21세기 경제학계의 피뽑기 치료사들은 자신의 신념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프리드만에 대해서 "자유 시장에 대한 그의 신념은 경제분석보다는 이데올로기적인 확신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모르지만, 프리드먼은 이런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ㅋㅋㅋ 아오 내 속이 다 시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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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금융부문의 전횡을 '윤리적 타락'이라고 부르는 것이 한편으로 구조를 도외시하고 그 개인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도 같지만, 실제로도 도덕/윤리 감각이 없는 것은 사실로 보임. 아마도 그들의 '인지포획'이 그런 타락을 낳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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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해악 요약하면
1)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 악화 - 공공투자 축소, 잠재력 발휘할 수 있는 기회 차단, 지대추구/금융화/규제완화를 통한 경제 왜곡
2) 민주주의에 위기를 가져온다 - 법치주의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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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인지자원은 제한되어 있다면서 빈곤층의 쇼핑 기억에 대한 연구 사례 소개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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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 시장'에 대한 논의 흥미로움.
아이디어들이 자유로운 공론의 장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으며 심각한 인지왜곡을 불러오고 정치/언론을 불신하게 만듬. 하지만 지금 아무리 관념 시장이 소수에 의해 통제되어 있다고 해도, '여전히' 틈새는 존재.
그리고 관념의 전쟁터는 '설득'의 전쟁터이자 '구조화 framing'의 전쟁터라는 지적에 매우 공감!!!
이런 맥락에서, 다수의 전문가와 일반인, 공무원들이 예산긴축 신화에 빠져서, '정부 예산이 한 가구의 예산과 같다'는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에도 대 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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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에 대한깔끔한 소개
지대 - 임금이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면, 지대는 독점권 혹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얻는 수익
규제 포획 regulatory capture - 규제기구들이 규제 당사자들 혹은 동조하는 이들에게 전유당하는 현상. 반드시 금전적 동기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며, 인지 포획 cognitive capture 가 중요한 역할
통계적 차별 - 차별이 집단 간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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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정 (2)

 

 

# 공동정범 (김일란, 이혁상 감독, 2018년)

 
 
 
 
전작 '두개의 문' 이후 무슨 이야기가 더 남아있을까 의아했는데...
영화 보는 동안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머리는 쉴새없이 오만 가지 생각이 들고...
아 정말 힘든 영화였음 ㅠㅠ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이 오히려 공동정범으로 묶이고 용서도 위로도 나누기 힘든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되는 걸 보는 심정이라니...당사자의 마음이 너무나 각각 이해가 가서 더 힘들었음...
 
연대란 도대체 무엇이며, 가해와 피해의 인식이 뒤엉킨 사람들 사이에 공동체는 어떻게 성립될 수 있는 것일까...
 
영화가 저대로 끝나는 갠가 전전긍긍하다 박래군 소장 등장하고 다섯명이 조금씩 함께 머리를 맞다는 모습을 보고 아이고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림 ㅠㅠ
 
같이 본 부추도 팥수수도 다들 똑같은 마음이었더라구...  ㅠㅠ
 
 

# 패딩턴2 (폴 킹 감독, 2018년)

 
 
 
 
 
나의 심장을 빼앗겼어...
이 영화 비판했다가는 너무 모질고 나쁜 사람 될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
은근 블록버스터라서 손에 땀을 쥐고 본 데다, 예상 가능한 감동 포인트에서도 어찌나 또 우직하게 감동적인지... 나이브하다고 코웃음쳐버리기에는 그 우직함 때문에 정말로 정말로 설득되어 버리고 말았다고...
 
창문닦기 알바 할 때나, 도둑이랑 조우해서 추격전 벌일 때, 기차에서 추격전 할 때 정말 현웃 터진 건 나만은 아니었음. 특히나 시럽사과를 발가락에 끼우고 기차 천장을 걸어다니고, 브라운 아저씨 다리 찢으면서 오픈 유어 마인드 할때, 브라운 아저씨네 부부가 피닉스 집 털다가 들켰을 때 나 정말 웃겨서 숨이 넘어갈 뻔했다구 ㅋㅋㅋㅋㅋㅋ
 
원래 핑크 엄청 싫어하는데, 흉악범들을 핑크 플라맹고로 만들어버린 그의 실수에 아이구야.. 이렇게 따뜻한 색이구나 ㅋㅋㅋㅋ 가족들이 너를 잊을 거라고 했는데 마침 면회날 제 시간에 오지 못했을 때 패딩턴의 표정은 정말...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었다구...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그리도 절묘하게 조합되고, 배우들의 원래 캐릭터와 연기가 너무나도 맞춤옷처럼 맞아들어간 데다, 아  패딩턴의 그 귀염귀염 표정과 털의 감촉..... 빠져들고 말았잖아....
 
나야 패딩턴 동화 보고 자란 세대가 전혀 아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의 동화가 얼마나 차별적이고 제국주의적인지  악명이 자자하지만 (로얄드 달을 보라지), 그걸 이렇게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살려내다니 정말 감독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 블랙팬서 (라이언 쿠글러 감독, 2018년)

 

 
 
와 나 정말 감동먹음 ㅠㅠ
 
힙스터 반영웅(anti-hero)이 대세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이토록 진중한 정공법의 영웅서사라니... 그 고귀함에 엎드려 절할뻔 했음 ㅠㅠ
 
아프리카 전통 문화에 대한 존중과 그들 역사에 대한 위로, 현재 미국에서 흑인들이 처한 현실과 자존의 힘을 자기 연민없이 조롱과 냉소 혹은 허튼 자문화 우월주의 없이 이렇게 담아낼수 있는 거였구나...
후반부 LA 그 현장에 다시 왔을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흑인 아이들의 모습, "부품 떼어다 이베이에 팔자"는 대사는 그냥 가벼운 농담도 아니고 조롱도 아니고.....너무 슬픈 대사이지만 그걸로 또 끝내지는 않는다는게 미덕. 유엔연설에서 우리가 동포들을 직접 돕겠더고 했을 때 난 정말 이게 현실이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니까 ㅠㅠ
우리를 지킨다는 이유로 이웃의 고통을 외면해오던 전통을 이토록 멋지게 벗어던지고 세상밖으로 나가는 모습 너무 좋았다구...
 
여자들은 또 어찌나 멋진지...
정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일을 척척 해내는 여캐들에게 반해버림.... 오코예의 그 결기와 슈리의 거칠것 없는 재기발랄함.... 오코예가 부산 클럽에서 가발 집어던지며 썅 할 때 와우 반해버렸네 ㅋㅋ
그리고 예비 시어머니인 왕비가 나키아에게 네가 허브를 먹고 싸우라는 장면도 꽤나 인상적....특히 슈리는 정말 한 세대의 흑인 소녀들이게 좋은 롤모델이 되어줄 것 같음. 최근에 나온 분석 보면 현재 30대 여성 STEM 분야 종사자들이 스컬리를 롤 모델로 하면서 자랐다잖아...
이 영화가 빈곤 지역 흑인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닿게 하기 위해 사람들이 노력하는 모습도 너무나 인상적.. 대중문화 속에서 긍정적 표상과 롤모델을 찾고 뿌리 뽑힌 삶의 기원을 보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말여...  그런 면에서 여캐들이 백인의 옷차림, 백인의 해어스타일과 매너가 아니라 그들 본연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 정말 너무 좋았음...
 
킬몽거의 남겨진 삶에 대해서는 정말 한없는 연민이....
그가 연옥 어딘가에서 아버지를 만났을 때 화해도 없고 위로도 없고 그저 회한만 가득 ㅠㅠ
그러고보니 치탈라가 아버지를 만나던 보라색 오로라 드리워진 사바나의 풍경과 나무에 걸터앉은 흑표범들의 모습도 잊을 수가 없네... 음바쿠네 부족이 살고 있는 설산의 대나무 발이 드리워진 공간설계도 너무  좋고...
 
아프리카에 남겨인 흑인들과 풍요 속 소수자로서 미국 흑인들이 갖는 미묘한 차이와 갈등, 서로에 대한 인식 세계, 헤어/의상과 음악스타일까지, 내가 그 겹겹의 역사를 어떻게 감히 이해하겠냐마는, 최소한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너무나 알것만 같고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음.. 
 
뜻밖에, 골룸/스미골과 빌보 배긴스 투샷에 나 혼자 빵터졌던 건 소소한 즐거움 ㅋㅋㅋ
 

# the shape of water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2017년)

 
 
 
 
한국개봉 제목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임.. 근래에 보기 드문 썩은 제목 ㅋㅋ 그냥 물의 모양, 물의 형태 하면 될 것을 뭔 개소리를 하는 건지...
 
그나저나 우리 수남이 정말 멋지구나!!!
일라이자 역의 샐리 호킨스는 너무 예뻐보여서, 와 진짜 콩깍지가 씐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실감했음
 
둘이 포옹하고 있는 투샷이 너무도 따뜻하고 진심이 느껴져서, 다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게 됨...  
 
쇠락해가는 커다란 극장 안에 홀로 서 인간세상의 화면에 빠져들어가는 수남이 모습도 한편으로는 호기심과 한편으로는 깊은 연민... 
서슬퍼런 냉전 시대, 게이, 흑인, 여성, 장애인, 이주민, 그리고 비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신산함을 보여주면서도, 그들이 서로 도와 권력과 싸우고 작은 승리를 거두는 과정은 카타르시스....
그러면서도 일라이자가 그저 가련한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인식하고 표현하고, 대담하게 싸울 줄 아는  '사람'으로 그려진 것이 너무 좋았음.. "우리가 아무 것도 안 하면, 우리 또한 인간이 아니다"는 일라이자의 말은 정말 가슴을 후벼팠음... 
 
우리 조드장군님은 거칠고 폭력적이고 입만 있되 들을 줄 모르는 시대의 마초를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내심...  저러다가 어디서 슈퍼맨 날아오는 거 아닌가 걱정할 정도 ㅋㅋ
 
어쩜 그리 영상도 아름답고 음악도 멋지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진짜 성공한 괴수덕후... 이 정도는 해야 덕후라 할 수 있지!!
 
참, 영화에 두 가지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음.. 이후 인터넷 검색해봐도 딱히 명쾌한 답은 없고... 다들 추측만 난무 ㅋ
 
첫째, 수남이는 아마존 강 인근에서 데려왔다고 했는데 왜 욕조물에 소금을 뿌려줘야 하는가?? 혹시 아마존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해역에서 데려온 건가? 담수에 살고 있던 생명체라면 굳이 소금 필요 없는데 혹시 그래서 시름시름 아팠던 건 아니겠지??
둘째, 일라이저 목에 있던 상처.... 딱 아가미가 있었을 것만 같은 위치인데 혹시 일라이저 또한 수남이네 동족의 먼 후손이 아닌가 싶음...
 
 

#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2017년)

 
 
 
 
 
이렇게 복잡한 스토리와 맥락을 짧은 시간에 기승전결을 담아 그려내다니 시나리오와 연출의 힘이 그야말로 대단함..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찾아보니 스포트라이트 썼던 작가가 이 작품도 썼다 함... 
 
뭐랄까.... 시대에 구속된 사람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조금씩  그 시대를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랄까?
메릴 스트립.. 와 이 언니 정말...
직장 일이라고는 한 번도 안 해본  교양있는 상층계급 중년 여성이 표출하는 공적 공간에서의 불안과 위축, 자꾸만 뒤로 물러서려는 그 머뭇거림,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결단을 내리고 책임지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리도 잘 표현할 수는 없다구!!!
특히 후반부 대법원 판결 이후 뉴욕타임즈 회장과 편집장이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인터뷰할 때, 아무런 입장 발표없이 멋적은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오며 (홍해를 가르는 모세처럼) 한 세대의 젊은 여성들을 뚫고 지나오는 모습은 너무나 상징적...
 
스필버그 특유의 이래도 감동 안 할래? 안 할래? 하는 요소들이 몇 번 있었지만, 스토리 자체가 가진 힘 때문에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음... 
 
가장 거슬렸던 것은 ㅋㅋㅋㅋ
한국적 상황에서 '가족기업'이라는게 하도 개차반이라 그 부분만 나오면 참 이입이 안 되더라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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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정 (1)

 

# 블레이드 러너 (드니 빌뇌브 감독, 2017)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으로 나온다 그래서 대실망했는데, 의외로 너무 탁월한 선택이었음
드니 빌뇌브 감독을 SF 장인 인정해주기로 나 혼자 결심함.
 
일단 음악과 그 아득하고 황량한 풍광의 완벽한 계승과 발전에 일단 10점 만점 주고,
꼼꼼한 플롯과 개연성 있는 스토리에 다시 10점을 주겠네...
도대체 음악은 어떻게 그 핵심을 가져오면서 이토록 색다르게 변주한 것일까... 난 오리지널 버전의 OST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사람이라고......
 
영화 후반부, 드디어 데커드가 등장해서 '내가 니 에비다' 할까봐 엄청 노심초사 ㅋㅋㅋ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음.
데커드보다는 예상 못했던 레이첼의 등장이 너무나 반가웠지 뭔가...
 
인터뷰들 보면 해리슨 포드는 아직도 데커드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니, 배우가 자신의 정체성을 모르는 이 웃픈 상황 ㅋㅋ
 
이 영화를 둘러싸고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대한 비판들이 꽤나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그게 좀 과도한 억측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어리버리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는 K, 그저 구조를 기다리는 무력한 존재로 그려진 데커드에 비해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인물들은 모두 여자 아니였나 말여...
세상의 구체적 존재로 물화되기를 시도하는 조이, 우리 LAPD 멋쟁이 국장님은 너무 시크해서 저 분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막 솟구쳤음. 게다가 세상 살벌한 러브, 꿈의 세계를 만드는 면역결핍 행세 박사님.... 심지어 레플리컨트 반란군 보스와 핵심 메신저도 여성임.
공식적으로 정의된 주인공은 찐따 같은 남성 둘이지만, 이 세상을 움직였던 것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은 모두 여성들 아닌감???
이 정도로 여성을 주체적으로 그린 영화마저 반여성적이라고  비판하는 건 어쩐지 너무 기계적 평가라는 생각...

 

# 스타워즈: 라스트제다이 (라이언 존슨 감독, 2017)

 

 
 
중2병 남자들 어쩔 거임?
 
아니 루크는 이제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그 모냥 ㅠㅠ
와, 난데없이 '나는 자연인이다' 찍는데 나 정말 현웃 터졌음... 어쩜 요다 스승님한테 받은 가르침으로 기껏 바다괴물 모유나 갈취하고 개폼 잡으면서 물고기 작살낚시나 해대는 건가... ㅋㅋ
 
요다 스승도 잠깐 스노크 악령 들린 중 알았잖아.. 왜 그리 갑자기 나타나서 잔망을 떨어대는지....
 
레아공주가 보낸 옛적 홀로그램 보니 참으로 짠하더군.... 그토록 오랜 세월 레아는 우주를 떠돌며 투쟁하는데 루크는..... 자연인 행세하며 전설 코스프레하다 조카 잘못 건사하고 심지어 죽이려고 했음 아이구야... 그러다 조카한테 졌으니 더 횡당...
 
오스카 아이작의 포 다메론은 온 우주 말아먹을 민폐 캐릭터에
아 우리 카일로 렌...... 어쩜 이렇게 남주에게 매력을 1도 못 느끼게 만드는지 이것도 능력...
웃통벗고 훈련하다 레이와 연결되었을때 레이가 화들짝 놀라며 얼른 옷 입으라고 잔소리하는데 여기에 나도 진심 공감 ㅋㅋㅋㅋㅋ
레이 구해내서는 스노크 일당 처단하고 뜬금없이 '노인네 다 죽이고 우리가 우주 지배하자' 하는데 역시 현웃 터짐... 쟤 뭐야??? ㅋㅋ
 
레아는 고귀한 가문 출신인가 했지만 역시 흙수저얐고 드디어 스토리는 완전히 새로운 프레임에 안착하게 되었음. 고귀한 귀족 혹은 제다이 혈통의 영웅서사에서 아무 것도 아니지만 용기를 가진,  보통 존재들의 서사로 전환됨... 이름없던 스톰트루퍼에서 한 명의 온전한 존재가 된 핀이며, 충실한 가드에서 전사로 거듭난 로즈며, 심지어 노예 생활을 하던 어린이들까지...
 
그나저나 레아 장군 저리 함들게 살려놓았는데 실재에서 돌아가심 ... 어쩌....
 
그리고 우주 최강 전투로봇 BB8 너무 갖고 싶네 ㅋㅋㅋㅋㅋㅋ
우리 편이길 너무 다행.... 그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모습 뒤에 숨겨진 냉혹한 킬러본능 ㅋㅋㅋㅋ
 
 

# 1987 (장준환 감독, 2017)

 

 
 
낯익은 공간과 시간, 낯익은 (실존) 인물들이 눈앞에 흘러가면서 묘한 감정....
 
아마도 80년대 초중반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에게 '그나마 아쉽지만' 승리의 역사로 기억되는 반면, 90년대 초반 패배 또 패배, 고립 또 고립만을 경험했던 세대에게는 뭐랄까 슬픔과 회한을 극대화시킨 영화... ㅡ.ㅡ
나중에 이야기해보니, 87학번 선배들 중에는 아직 대면할 용기가 나지 않아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이들도 있었음...  해피엔딩이기는 하지만, 고문과 죽음과 상실과... 이 모든 것들을 다시 대면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일 거라고 짐작만... 나만 해도 백골단 쫓기는 장면에서 모골이 송연.. 이런 게 '재경험'이구나 실감할 수 있었으니....
 
학생운동만을 과도하게 부각시키지 않고, 특정 인물의 초인적 영웅담에 기대지도 않고, 
보통 사람들, 아주 완전 선량하지는 않지만 대강 직업적 자존심은 가진 사람들의 작은 결단이 역사를 바꾸는데 조금씩 기여한 것으로 그려낸 방식이 몹시 마음에 들었음. 검사나 교도소장이 지나치게 미화되었다는 비판도 있는데, 영화를 봐도 그 사람들이 절대 선인이나 결의에 찬 사람은 아니라는 게 잘 드러남.
 
한편으로는 여성주의 시각에서 여성의 비중이 작고, 나이어린 여자(연희)가 주변 남자들의 도움으로 각성해가는 모습으로 그린 것이 성차별적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이것도 동의하기는 어려움...
 
전반부에서 권력게임에 몰두하는 조폭같은 망나니들이 떼로 등장한 때야 남초인 것이 당연할 것이고, 후반부 운동의 조직화로 가는 상황에서 이름 가진 여성들이 더 많이 나왔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물론 있음. 그러나 이 때는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채 40%가 안 되던 시절이고, 대학생 숫자에서 남/여 격차가 엄청났던 것은 사실....
특히 연희만 주체성이 결여된 것처럼 그렸다는 비판은 정말 동의하기 어려움. 앞서 등장한 주요 인물들의 개인별 '전사'가 한두마디로 간략히 설명되는 데 비해, 오히려 개인의 서사가 살아있는 실제 인물은 연희밖에 없음. 광주 비디오를 보고, 선배의 죽음을 경험하고, 운동에 뛰어드는 경험은 너무 전형적이지만 당시 정말 상황이 그랬었고, 연희에게 비디오를 보여주고 데모에 데리고 나갔던 선배들도 다 똑같은 과정을 거쳤음. 다만 그 과정을 처음부터 보여준 게 연희였고, 그래서 나는 살아있는 개인 서사가 있다는 점에서 여성차별적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생각함....
만일 뒤집혀서, 여자 선배들이 처음부터 '타고난, 자발적으로 결의한' 운동권으로 그려지고 남자 후배의 개인 성장서사가 그려졌다면, 오히려 그게 더 성차별적이지 않을까 말여... 
 
영화 중 의외로 나 혼자 빵터진 장면은 하정우가 김윤석에게 북한사투리 고만 쓰라고 말하는 장면 ㅋㅋㅋ 경상도 사투리, 북한 사투리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는데 내 속이 다 시원해짐...
 
문성근, 우현 배우는 본인 역할 하면서 너무 흥미진진했을 것 같음. 보통 사람이라면 경험하기 어려운, 자신의 적이자 가해자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해내야 하는 도전을 이들은 어떻게 해냈을까? 
 
강동원 마스크 벗는 장면에서 극장 안에 일제히 터지던 '탄식'에 진심으로 빵 터짐 ㅋㅋㅋㅋㅋ 극장에서 이런 거 첨 봤는데, 아마도 전국적으로 동일한 현상이 있었던 듯....  정말 강도원님 현재 꽃미모 원탑일세....

 

 

# 패터슨 (짐 자무시 감독, 2016년)

 

 
 
 
 
이 영화 보고나서 후향적으로 카일로 렌을 좋아하게 됨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담 드라이버  이사람, 매력있잖아??? 왜 이제서야..
이런 배우를 왜 그리 찐따로 만들었나 좀 어안이 벙벙 ㅋㅋ
 
와.... 폭력과 빈곤이 물든 패터슨에서 자연시를 쓰는 전직 해군 출신 버스기사의 삶이란 무엇인가? 패터슨 시 로미오 줄리엣 커플 총질쇼에서 순간 카일로 렌이 광선검 꺼내는 줄 알았음 ㅋ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 씨를, 아담 드라이버가 맡아서 버스 드라이버 일을 하는데, 시 너머로 흐르는 “조금만 아름다운 “ 풍광, 그리고 의외로 울림 좋은 아담 드라이버의 낭송에 푹 빠져들었음....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지만 어느 하루도 정말 똑같지는 않았음. 아 그 미묘한 변주.....
인생이 루틴으로 굴러가는 것 같지만 정말 어느 한 날도 같지 않고, 세상에 현재가 두 번 반복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미묘한 '리듬'이 생긴다는 걸 깨달아버렸다니까....... 
 
그런데 내가 너무 세파에 찌들었는지, 강아지 마빈이 어느 날 유괴/납치라도 될까봐 영화 보는 내내 전전긍긍했다구.... 그런 영화 아니잖아...
그런데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더라는... 
 
영화적 경험을 충만하게 해주는 매우매우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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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지나간 책 이야기들 (2)

#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 (권내현, 2014)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 - 어느 노비 가계 2백년의 기록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 - 어느 노비 가계 2백년의 기록
권내현
역사비평사, 2014

 

 
세금을 걷기 위해 정리된 한 지역의 호구조사 자료와 족보를 추적하여, 오늘날 족보니 양반가문이니, 성이니 본관이니 하는 뻘짓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지를 (뜻하지 아니하게) 폭로해주는 재미난 책 ㅋ 
 
조선 후기, 절대 다수인 평민이나 노비 같은 하천민이 사회적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방향은 양반 기득권의 직접적인 해체가 아니라 모두 다 양반이 되는 독특한 길"... 나 이 말 너무 공감함...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resentment 는 대개 불평등 그 자체보다 내가 그 자리에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사실에 대한 원통함으로 귀결되는 슬픈 사실을 너무 많이 목도함 ㅡ.ㅡ
 
자신을 소유한 양반가의 성씨는 아니지만 인근에 흔한 양반성씨를 신분 세탁에 활용했고, 그 대표적인 성씨가 김해김씨라는 추적에 너무 고개를 끄덕임. 이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전국민의 1/3이 김해김씨일 수 있냐는 말여 ㅋㅋ
 
 
"성왕이 천하와 국가를 다스림에 있어서 반드시 그 사정이 가지런하지 못한 것으로 인하여 귀한 자는 귀하게 여기고 천한 자는 천하게 여기며 후한자는 후하게 여기고 박한 자는 박하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호포의 경우 귀천을 논함이 없이 모두 포를 내게 되니, 만약 선비들로 말한다면 평생 고생하며 부지런히 독서만 하는 자가 한 글자도 읽지 않는 자와 같이 그 포를 낸다면 또한 억을하지 않겠습니까?"
 
숙종실록 7년 4월 3일에 대사헌 이단하의 상소문 내용이라는데 내용이 아주 대단함 ㅋㅋㅋㅋ 
한국 사회의 대표적 사기 개념단어인 '선비' 대신, '지주/유한 계급'이라고 이름 바꿔야 함.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개뿔, 저런 새끼들이 나라를 지배한다고 깝치고 있었으니 조선 망해버린 거 아닌가 말여. 자신의 '사적 이해'를 위해 노골적으로 제도를 바꾸고 빠져나갔던 기회주의적 조선 양반계급 진짜 너무 혐오스러움. 당대의 유교적 기준으로 보아도 이건 납득할 수 없는 부도덕한 처사
 
양반이 관직을 얻지 못하고 죽어도 신주에 으레 '학생부군신위'라고 썼던 것은 살아서는 유학, 죽어서는 학생이라는 당대의 관행을 따른 것 뿐임. ㅋㅋㅋ 평생 놀고 먹었던 양반이라 해도 학생...
 
 
조선 후기는 정말 한반도의 암흑시대랄까.... 지금 존재하는 가부장제의 온갖 악행들이 이때 강화됨. 시집살이며, 동성촌락이며, 되도 않는 양반 문화에 남존여비... 심지어 오리지널인 중국보다 더 심해 ㅋㅋㅋ
현재의 화이트칼라/블루칼라 신분차별, 교육에 대한 과도한 집착 또한 이 시기에 (사실은 허울 뿐인) 과거제도를 통해 공직에 진출하고 봉건지배 계급으로 각종 특혜를 독식했던 나쁜 전통이 epigenetic change 로 굳어버린 게 아닐까 싶음....역사에서 지워져야 할 시기였음
 
무슨 가문 몇 대손이고, 조상 중에 무슨 벼슬한 아무개 있다.. 이런 거 대개 개소리라고 보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줌. 설사 그게 (일부) 사실이라 해도, 오늘날 그의 삶을 설명해주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말여... 게다가 대대로 호의호식하고 조선 망하는데 크나큰 기여했던 지주 계급이었던 게 뭐 자랑이라고 그러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음
 
근본없는 우리 집안, 조상 덕이라고는 1도 내세우지 않는 우리 가족이 새삼 자랑스러움 ㅋㅋㅋ 
 
 

# 보이지 않는 고통 (카렌 메싱, 2017)

 
 
이 미묘함... 실천적 연구에서 몹시 훌륭한 분인데 막상 본인의 삶에 대한 반추는 나이브하기가 이를데 없어서 매우 당황스러움... ㅡ.ㅡ 심지어 한 다리 건너면 아는 분...
물론 이 분의 연구/실천활동에 대한 존경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님. 그래서 더 찜찜....
 
 
현장과 연구의 괴리, 노동자 편에 서지 못하는 연구자의 문제를 공감격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이건 현상에 대한 명명이지 문제의 진단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 아녀...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운좋게도 이런 기회를 얻어 나는 훌륭하게 되었지만 다른 사람은 불쌍한 노동자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1도 없어...세상에나 저들은 왜 저러지???? 이런 마인드셋은 술먹고 뒷담화에서 할 이야기 아닌가 말여 ㅠㅠ  Pont of production에서 지식생산의 정치경제 분석을 시도했던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나이브해서 깜놀 ㅠㅠ
 
공감만 하면 다 잘 해결될 것인가? 공감에는 무시무시한 어두운 면도 있잖여. 난 경영자와 공감할거야....... 누구와 무엇을 가치에 둔 공감 혹은 연대인가, 왜 이것이 어려운 가에 대한 탐색 없이 공감은 모두 선량한 우리 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가 안 됨...
 
 
서로 다른 각자의 자리에서도 대등하게 존중하며 연대할수 있는 차가운 sympathy 보다 경험해보고 깊게 이입하는 empathy 전략만을 강조하는 게 찜찜함.. 아마도 메싱은 심퍼시, 엠퍼시 구분해서 책을 쓴 건 아닌 거 같음...
 
“교수라는 나의 지위는 그들의 곤경을 보다 잘 드러낼 수 있는 신뢰감을 형성한다”
 
하아... 너무 한국사회의 전형적 지사주의... 불쌍한 노동자 위해 권력 있는 내가 나서서 말해주겠어, 나의 커리어 위협, 연구비 위협을 무릅쓰고 그들을 위해 싸워주겠어... 아 뭐 이런 건가..ㅡ.ㅡ
 
그녀의 평생에 걸친 연구와 실천활동을 익히 알고 존경함에도 불구하고, 뭔가 뜨악한 이 불편함을 잘 설명할 길이 없네.... 한국사회에서 소위 진보적 지식인들의 '과잉대표되는' 사회적 발언에 대한 평소의 불만이 메싱 할매한테 표출된 건가.... ㅡ.ㅡ
 
심지어 한국사회는 현장 연구의 기회나 계급적 만남의 기회가 훨씬 많은데 이제는 연구자들도 이런 책 번역할게 아니라 한국의 경험을 후속 세대에게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함....
 
 
참, 한국과 캐나다의 공통점들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은 나름 흥미로웠음. 의사한테는 팁을 안주면서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에게 팁을 주는 것, 안전보건 문제보다는 고용과 보상에 노동자들이 훨씬 경도될수밖에 없는 상황, 공부 못하면 저렇게 된다는 속물적 언사들 .... 세상 다 비슷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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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지나간 책 이야기들 (1)

# 사소한 정의 (엔 레키, 2016)

 

사소한 정의
사소한 정의
앤 레키
아작, 2016

 

엄청 재밌게 읽었는데 메모를 안 해놔서 다 까먹음 ㅋㅋㅋ
일단 모든 보편 인칭이 그녀인 것이 흥미로움. 심지어 통상적 욕도 남성 성기를 빗댄 것이 아니라 여성 가슴을 빗댐 ... ㅋㅋ  페미니스트 작가로 추앙받는 어슬러 르귄의 [어둠 속의 왼손]에서조차 전형적 여성성과 남성성을 상정한 가운데 둘 사이를 오가고, 심지어 디폴트는 남성(he) 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 이 작품에는 아예 성별 전형성이 존재하지 않음....  심지어 성별을 구분해야 예의를 지켜야 하는 행성 언어가 몹시 괴이하다는 설정으로 등장함....
 
 
또한 개별 인공지능으로의 로봇 이야기가 아니라, 네트워크로 존재하는 클라우드 인공지능과 개별주체의 관계를 그린 것이 몹시 신선함. 네트워크가 단절된 상태에서 그들이 느끼는 패닉은, 와이파이가 단절된 곳에서 요즘 사람이 느끼는 공포에 비할 바가 아닐 것...
 
곁가지 서사와 세부 디테일을 떼어네면, 대위를 사랑한 인공지능 함선의 애정복수사 쯤 될 법한데, 이렇게만 요약해 버리기에는 매우 복잡한 서사들이 존재함.
세이바든과 팀을 이루어 행동에 나선다는 점에서 당연히 베일리 경감과 다니엘 R 올리버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지만, 제1애스크(브렉)는 뭔가 다니엘과 지스카드의 합성체로 여겨짐. 
 
이 작품에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이토록 발전한 세상에서 왜 사람들이 이렇게 또라이같은 종교와 가문에 집착하는 건지....  아서 클라크 영감님의 초월적 발전 세계가 나의 로망... 하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막장 종교 드라마들을 보면, 기술 발전과 별개로 이런 상황이 상당히 오래 갈 수도 있겠다 하는 우려가 들게 됨... 
 
무엇보다도, 글쓰기의 꿈을 접고 생활인으로 살아오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글쓰기 수업을 듣고 6년에 걸쳐 이 소설읇 첫 작품으로 완성했다니, 오히려 이 스토리가 더 소설같음!

 

# 채식주의자 (한강, 2007)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한강
창비, 2007

 

 
뭐가 좋은 건지 잘 모르겠네.. ㅡ.ㅡ
내 안목이 후진 겐가...
 

 

# 소년이 온다 (한강, 2014)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2014

 

 
몇 년만에 도서관에서 대출 성공 ... (아니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냉큼 집어왔는데, 알고보니 시각약자를 위한 큰글씨 편집본...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댄거랑 다름 없는 매너없는 행동이었음 ㅜ.ㅜ)
이런 글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르포르타쥬도 아니고 설익은 프로퍼갠더도 아니면서,'문학적'으로 '직조'한 어쩔 줄 모르겠는 비극적 사실에 참 많이도 울었다
 
문학은 '다른 나'가 되어 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나는 광주 외곽 어두운 야산에 버려지고 썩어가는 나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차례가 돌아오기까지 이 책을 거쳐간 수많은 이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아득해짐...
 

# 518 10일 간의 야전병원 (전남대학교 병원, 2017)

 
 
 
"모든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난 전국이 광주와 같은 상황인 줄 알았다. 광주만 전쟁터같은 상황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이제 여기서 끝이다'라는 생각마저 했다"
 
지금처럼 미디어가 편재한 시대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스토리... 자라리 '고립'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공포를 덜어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듯, 나중에 학회에서 협회에서 다른 지역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 무지와 오해에 대해서 받았던 충격과 분노란....
 
 
"새벽에 전공의, 전문의 할 것 없이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은 모두 거리로 나갔다. 청소도 하고 시민들에게 우리가 비록 고립돼서 이상한 전쟁을 하고 있지만, 사형장에 끌려가는 사람이 물구덩이를 뛰어서 건너가는 것처럼, 마지막까지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필할 필요가 있었다. 그 때 우리는 몰랐었다. 전남대병원 뿐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전화도 되지 않고, 어떤 연락도 취할 수 없는 고립상태에서 기독병원, 적십자병원, 개인 병원들까지 모두 같은 생각으로 청소하고 있었다"
 
이런 것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위대함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헬리콥터가 계속 떠다닌다. 지구전이다. 우리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항복하지 않으리라는 것 또한 틀림없다. 이제 와서 무릎 꿇기에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대대손손, 이 땅에 사는 자들은 광주시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민주주의, 인간 존엄성의 빚을 지고 있는지 말로 다할 수가 없다. 
 
 

# 투명인간 (성석제, 2014)

 
 
투명인간
투명인간
성석제
창비, 2014

 

 
사회적으로 투명인간이었던 자들이 생물학적 투명인간으로 변태한다 한들 뭐가 그리 새롭고 놀라울까?
 
성석제 소설에서 작가의 말이 이렇게 쓰라린 적은 없었던거 같다 
 
"현실의 쓰나미는 소설이 세상을 향해 세워둔 둑을 너무도 쉽게 넘어들어왔다. 아니 그 둑이 원래 그렇게 낮고 허술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소설은 위안을 줄 수 없다. 함께 있다고 말할수 있을뿐. 함께 느끼고 있다고, 우리는 함께 존재하고 있다고 써서 보여줄뿐.
이 소설의 첫문장을 쓰기 시작한 이후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나의 동시대 삶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남루했고
감당할수 없는 삶의 무게란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믜리도 괴리도 없시 (성석제, 2016)

 

믜리도 괴리도 업시
믜리도 괴리도 업시
성석제
문학동네, 2016

 

 
* 믜리도 괴리도 업시 - 청산별곡에 등장하는 "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라는 구절.....중년 남성 화자가 '나'를 들여다보는 이야기. 이 짧은 글에 이토록 미묘하고 서늘하고 아이고 모르겠다 인정하고, 그리고 여전히 따뜻하고 ㅋㅋ "사랑이야? 사람이야?"
 
*매달리다 - 사람이라는 인연에 매달리는 것이기도 하고, 고문틀에 혹은 나무에 매달리기도 하는 삶 
* 골짜기의 백합 - 판소리 한 자락
* 블랙박스/사냥꾼의 지도/몰두 - 프로 이야기꾼의 이야기 한마당 ㅋㅋ 교훈도 없다 오로지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ㅋㅋ 태초에 이야기가 있었다 ㅋ
 
이런 맛에 울적할 때는 성석제의 작품을.... (그러다가 투명인간 읽고 오히려 더 울적...ㅡ.ㅡ)
 

# 첫사랑 (성석제, 2016)

 

첫사랑
첫사랑
성석제
문학동네, 2016

 

이 아저씨 독특함.... 먼저 읽었던 [믜리도 괴리도 없이]의 전편이 이것이었군.... 
있는 그대로의 인정과 '아무렇지도 않음'이 너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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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참에 공연들도

 

정리해보자...ㅋ

 

# 콜드플레이 (잠실종합운동장, 2017/04)

 

포스터이미지

 


일찌감치 올해 초부터 티켓이 매진되어 있던지라 기대 1도 안했었는데,

나미비아 사막에서 해미 왈, 이렇게 인터벌이 긴 공연은 표 예매해두고 중간에 깨지는 커플들이 있어서 취소표가 꼭 나온다는 예언을 했음.  아니나 다를까 ㅋㅋㅋㅋㅋㅋ

무대 어마어마함.... 자이로 팔찌 대장관 ㅋㅋㅋㅋ
그렇게 큰 스타디움 공연은 첨인데, 그게 몰입이 된다는게 엄청 신기했음

사실, 콜드플레이 음악이 너무 매끈하다고 생각해서 열혈 광팬은 아니었는데, 라이브의 힘이란...

 

 

# 넬 단콘 "We Are" (하나투어 브이홀, 2017/05)

 

포스터이미지

 


의자의 불편함 수준이라면 올림픽 공원 뮤즈 라이브홀과 일합을 겨룰 만 했음
하지만, 꽉 찬 연주는 역시 좋았고, 아무리 거친 사운드를 내도 바닥을 뚫는 그들만의 우울함은 변함이 없었음
 

 

# 블랙스트링 "Black Shade" (국립극장 달오름, 2017/07)

 

포스터이미지

 


잠비나이 음악 듣다가 연관 검색으로 떠서 접하게 된 프로젝트 밴드인데, 와 정말 엄청났음
대금 비트박스며, 거문고의 거친 타악기 용법에, 낮고 분명한 창가와 타악기, 일렉트로닉 기타의 조화가 후덜덜...
무대 조명과 배경 영상도 이보다 더 맞춤일 수는 없겠더라고...
녹지에 둘러싸인 국립극장 정경이나, 사운드와 무대 시야가 너무 알맞은 극장 내부도 맘에 쏙들었음.

 

 

# 희비쌍곡선  판소리 - 필경사 바틀비 (학전블루, 2017/09)

 

포스터이미지


조촐한 무대 공간에 참으로 맛깔나게 원작을 잘 살린 창극이었음.
연주도 좋고 노래도 좋고.. 무엇보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작품을 3차원 현실에 너무도 잘 구현함.

예전에 책을 첨 읽었을 때는, 새로운 (금융) 자본주의에 거부하는 인간형이라고 생각했다가
이후에는 우울증 환자에 대한 임상보고서 인가 했는데 극을 보고 그런 생각이 더 강해짐 ㅋ


비평가들의 해석은 어떤가 찾아보니 의외로 바틀비가 변호사의 또다른 자아를 나타낸다는 해석도 있네 그려...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함. 변호사의 설명하기 힘든 바틀비에 대한 호의와 죄책감이 그렇다면 완벽하게 이해가능하지...

.

 

# 이승열 "Rewind myself2" (세종문화회관 M 씨어터, 2017/09)

 

포스터이미지

 

예상밖에, 첫 곡은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 울컥하는 감정이 안 들 수 있나....
예전 공연 때는 적혈구 화면으로 내 눈을 테러하더니, 이번에도 역시 불타오르는 화산 장면과 알 수 없는 박테리아 증식 장면을 비롯해 객석으로 하이라이트 조명 때리기 등 안구테러는 여전하더만.. 음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음. 덕분에 이번에도 눈감고 온전하게 음악에만 집중 ㅋㅋㅋ


마지막 곡을 부른 후, 잠시 암전된 후 파업을 알리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막방 영상이 흘러나옴.
사람들 약간 당황했지만, 다들 박수치면서 끝남....
예술가들의 이런 무심한 듯 예술적인 연대 넘 좋음...  
 

 

# 뮤지컬 서편제 (광림아트센터, 2017/09)

 

포스터이미지

 

9월에 뜻하지 아니하게 문화 풍년.....ㅋ

사실 소설부터 영화까지, 절대 내 취향은 아니라서 뮤지컬 공연 안내가 떴을 때도 별 흥미를 갖지 않았음. 이는 또한 사실로 증명됨 ㅋㅋ
뮤지컬 장르가 가진 고유의 극적 과장, 감정의 고양을 불러일으키는 과잉서사와 음악에 피곤 한 가득 ㅋㅋㅋㅋ

사람들은 엄청 울면서 봤다는데 나로서는 도대체 감정이입이 1도 안 된다고.... 저건 노골적 아동학대 아니냐...
이자람의 탁월한 노래와 연기가 아까버라....

특히 허공으로 날리던 그 눈물 한 방울... 그리고 심청가....

나중에 완창 판소리 공연을 꼭 봐야겠음

 

 

# NT Live 프랑켄슈타인 (국립극장 해오름, 2017/10)

 

포스터이미지

 


이런 신세계가 있나!!!!
연극을 영상으로 쏘아준다는 게 뭘까, 별 기대도 안 하고 갔는데 너무 몰입해서 스스로 깜놀..
같이 본 토끼도 연신 대박, 짱이다를 연발...
심지어 저녁에 잠들기 전에도, 모든 장면이 영상이 아닌 '연극'으로 기억됨

연기력들 너무 빼어나고, 무대 장치도 너무나 적절해서,
저것이 지구 반대편, 극장 무대일 뿐이고, 저들은 모두 '진짜인 척' 연기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잊게 됨.
마치, 초원이 펼쳐져 있고, 오두막이 불타고 있고, 외딴 섬에서 번개치는 어두운 밤 처녀 시체를 훔쳐다 몬스터의 신부를 만드는 장면을 내가 몰래 훔쳐보고 있다고 믿어버리고 말았다니까??? 인간의 이성줄이란 정말 허약하기가....

그나저나 메리 셀리는 약관의 나이에 어떻게 저런 성찰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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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영화들

# 로건 (제임스 맨골드 감독, 2017)

 

 


영화 본 직후에 엄마 병수발....
말 안 듣는 노인네  자비에 교수와 천방지축 야수같은 로라를 데리고 도대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약속의 땅으로 쫓기며 도망가야 하는 로건의 미칠 것 같은 심경에 너무 이입해버림....  그 피곤한 표정.. 하아....

.
이 감독은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거 그동안 왜 안 했대??? ㅡ.ㅡ
마지막 로건의 묘비에 세워진 십자가 아닌 X자... 어쩐지 울컥했지 뭔가 ㅜ.ㅜ

이것이야말로 엑스멘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경의....

이렇게 하고 나중에 DNA 복원 어쩌구 하면서 울버린 살려내면 정말 ............

꼬마 울버린 소녀의 야성과 포스에 완전 매료됨.

 

 

# 문라이트 (배리 젠킨스 감독, 2016)

 

 

포스터에 겹쳐진 세 명의 얼굴이 정말 동일 인물의 성장사인 것마냥 느껴짐
3부에서 도대체 그동안의 모습과는 너무도 이질적인 근육남이 등장하지만, 그 눈 속에서 깨질 것 같이 유약한 아까 그 소년의 모습을 보았지...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데, 아... 그 푸른 문라이트....
 
도대체 어쩔 건가 싶은 그들의 삶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힙합은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괴이한 깨달음을...
저런 삶에 비견될 수 있는 건 우리 그네 언니 뿐이라고...

 

# 스타트렉 비욘드 (저스틴 린 감독, 2016)

 

 

뭔가 스케일 큰데 공허함.... 뭐지?? 그냥 잘 만든 평범한 시리즈물....


스팍이 너무 정념에 휩싸이는 거 싫다구....
하지만 씩씩한 소피아 부텔라의 제이라는 매력 만발...

그리고, 무엇보다 안톤 옐친의 유작이라는 게 슬픔 포인트...

 

# Shame (스티브 맥퀸 감독, 2011)

 

 


패스빈더에게 맞춤 옷 같은 영화...
오빠와 여동생 나오는 영화에 특별히 감정이입을 잘 하지만, 우리 남매는 저렇지 않아....ㅋ
여동생이 더 calm  하다는 게 우리 집안 특징이지 ㅋ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접어들고, 감당 못할 망가져버림과 미친 듯한 후회, 남루함이 그 디테일에서는 일반적 경험이 아님에도 커다란 울림을 주는 것은 누구나의 인생에나 존재하는 통제할 수 없음과 부끄러움에 대한 감정을 공유하기 때문이겠지.. 내가 나를 다스릴 수 없는...


매그니토보다, 인공지능로봇보다... 패스빈더에게는 이런 역할이 어울린다고...  

 

# Alien: covenant (리들리 스콧 감독, 2017)

 


리들리 스콧... 이 노인네 치매에 걸린게 틀림없음..
그리고 도대체 저놈의 영화사에는 저걸 걸러내 내보낼 안전 장치도 없단 말인가..

고색창연해서 신선함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클리세 - 인공지능의 창조욕구와 감정 - 는 그렇다고 치고,
우주 탐험 나선 인간들의 그 정념에 정말 어처구니 상실...
과학을 잘 알든가, 전투를 잘 하든가... 어떤 기준으로 선발대가 뽑힌 거냐구...
세상에 2천 명을 싣고 첨 보는 행성에, 안전장비도 없이 떡하니 내리질 않나
대원들 구한다고 또 2천명 실은 비행선으로 폭풍 속으로 기어둘어가지 않나,
비행선 안에서는 연달아 두 명이 에일리언 점액질 밟고 미끄러져 죽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정말 나 정말 너무 황당해서 영화보다 육성으로 쌍욕했음
아니, 산소 농도만 맞으면 외계 행성에 막 살 수 있나? 그렇게 녹음이 시퍼런데 어떤 바이오스피어가 존재할 줄 알고???

1950년대 아시모프 영감님 소설에서도 이런 막장은 연출하지 않았다고....

미친 과학자, 미친 탐험가, 이제 미친 AI까지... 아오 정말.....

한 가지 소득이라면... 항상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를 영화로 옮긴다면 누가 다니엘 R 올리버에 적합할까 생각했었는데 역시 그래도 마이클 패스빈더였어!!! 그럼 지스카드는 누가 좋을까? 맥어보이? 안 돼 너무 귀염상이라서 ㅋㅋㅋ 기종은 낡아보이고 더 완고해보이는 인상이어야 한다고....

 

# Get out (조던 필레 감독, 2017)

 

 


세상에 무서운 현실 공포영화...
어쩜 그렇게 디테일을 잘 포착해내고, 추상 개념을 구체적 장면과 표현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너무 깜놀함
갇혀 있는 몸과 정신, 하지만 아주 작은 창문을 통해서 자신이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는 이들의 미칠듯한 눈물 한줄기...


가정부의 한없이 어색한 인조 미소와 어울리지 않게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 전직 재즈 뮤지션의 폭주하는 눈물과 "겟아웃"의 단말마 비명이 그토록 슬플 수는 없었다고... ㅡ.ㅡ


극도로 세련된 차별, 차별이 없어졌다고 믿는 세상의 차별에 대해서 이보다 잘 그려낼 수는 없을 것이여....
 

# 옥자 (봉준호 감독, 2016)

 

 

옥자와 미자의 트루러브 스토리...
말도 안 되게 투박하게 생겼지만 이루 말할 수 없이 총명하고, 그리고 현실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생명체에 나도 모르게 빠져버렸다네...
강원도의 풍광도 너무 초록초록초록....

이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그리고 잔혹할 수 없는 봉준호의 동화...
감독의 한결같은 바가지 머리 취향은 두고두고 미슷헤리...

 

# 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17)

 

 


아이맥스 화면과 사운드에 압도 - 전쟁은 결코 멋있지도 통쾌하지도 않았음.
첫장면 골목 전투신부터 시작해서 망망대해와 끝없는 해변과, 그리고 하늘, 하늘... 자꾸만 뒤집히는 하늘...

전쟁이란, 그냥 뭣도 모르고 이리저리 쓸려다니다가 겨우겨우 살아남아 돌아오면 다행.
모든 것이 영화적 우연같지만, 실제로 전장에서 살아돌아온 이들은 모두 저런 우연의 우연을 거듭했을 것... ㅡ.ㅡ


영국판 국제시장이라고 하면서 국뽕이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상황이 실제이기도 했고, 대통령이 한강철교 끝고 먼저 피난간 국가의 시민 입장에서 보기엔 저들의 리더가 쿨하지 못하지만 정치적 책임과 연대란 저런 것이겠지 싶어 부럽더라구 ㅜ.ㅜ

 

톰하디는 얼굴 안보여주는 걸 커리어 전략으로 삼았나 왜 이렇게 꽁꽁 감추는 거야 ㅜ.ㅜ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있는 장면은 마지막 포로로 잡혀갈 때밖에 없으니 혼자 모형 비행기에 앉아 얼굴 클로즈업하며 연기했을 생각하니 그냥 짠하기만...


킬리언 머피는 심지어 엔딩크레딧에 이름도 없네 그려.. shivering soldier 라니!!!

왜 우리 머피에게 번듯한 역할 하나 안 주는 거야... ㅡ.ㅡ
마이클 케인은 초반 공군 작전 지시한 음성으로만 출연했다니, 놀란 아저씨의 사람 부리는 마법은 뭐람

영화 끝나고 우리 연구소 부추가 영국군 장군(케네스 브레너) 레미제라블의 그 경감 아저씨 (러셀크로) 아니냐고 해서 나 뒤집어짐 ㅋ 아 놔.. 우리 케네스 브레너에 대한 모욕이라고......

 

#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맷 리브스 감독, 2014)

 

 


긴장감 높게 엄청 촘촘하게 잘 만들었는데
인간 주인공 영화라면 젠더 불균형 땜시 욕좀 먹었겠지만 유인원이라 퉁치고 넘어감 ㅋ
사춘기 아들이란 자고로 집안 말아먹는 존재라는 것을 경고해준 의미심장한 영화라 할 수 있음...
코바가 쌍장총 들고 말을 몰며 폭주할 때, 무슨 상산 조자룡 등장한 줄 알았어 ㅋㅋㅋㅋㅋ

지옥에서 온 원숭이냐 ㅋㅋㅋㅋ

 

# 공범자들 (최승호 감독, 2016)

 

 


최승호 피디의 그 없는 취급, 경멸당하는 모습, 낯설지 않아... ㅡ.ㅡ
하지만 그의 뚝심에 새삼 존경...

우리 김재철님... 이렇게 앙증맞은 분인줄 미처 몰랐네 그려 ㅋㅋㅋㅋ 엠비도 한결같으셔...
방문진을 비롯하여 곳곳에 등장하는 우리 언론학 학자님네들.... 어쩜 이렇게 대쪽같으실까.....
세상에 가장 뿌리깊은 해악을 미치는 건, 조폭도 아니고 사기꾼도 아니고, 바로 이런 정신나간 학자들.... 하...
 
도대체 너네는 그동안 뭐하다 정권 바뀌고 나서야 목소리내는거냐, 라고 쉽게 말해버릴 수 없음을 조용히 깨달음. 내 눈에 안 보인다고 안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가끔은 까먹지...

 

#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감독, 2017)

 


혼자 미친 듯이 웃고 공감하면서 봤음. 깨알같은 그 디테일과 풍자와, 영화에 대한 미칠 듯한 사랑이라니!!!!

문소리는 이제 직접 각본도 쓰고 영화를 감독해야 함.


본인의 자아성취나 예술혼 실현까지는 내가 잘 모르겠고, 온통 남탕 조폭, 아버지, 국뽕으로 얼룩진 이 한국 영화판을 구원해야 할 시대적 책무가 그녀에게 있음 ㅋ

한국에 뛰어난 여자배우들이 얼마나 많냐구.... 왜 그녀들이 맨날 말도 안 되는 장식품처럼 영화에, 드라마에, 예능 프로에 나와야 하는 거냐고..

 

# 멀홀랜드 드라이브 (데이빗 린치 감독, 2001)

 

 


다시 봤네...

어쩜 이렇게 기억이 불량품인지, 학생 때 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2000년대 영화여 ㅋㅋ
영화에 대해서 기억나는 거라고는 "저게 다 망상이다 + 저 여인 둘이 사귄다" 딱 두가지 ㅋㅋㅋ

계속 새로운 장면인 양 몰입해서 봤다니까 ㅋㅋ
그래도 이 영화 이후 한 번도 스크린에서 본 적이 없음에도 리타역의 로라 해링 얼굴은 너무 잘 기억하고 있음
나이 들면서 심장이 쪼그라든게냐.. 왜 이렇게 쫄리면서 보게 되는지 모르겠네 ㅋ

역시 이런 영화 너무 좋음.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고, 뭔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고, 영상과 음악에 빠져버리는...
심지어 실렌시오 클럽에서의 노래는 너무 고퀄이라서 깜놀....
이 영화를 첨 볼 때만 해도 나오미 왓츠가 누군지 잘 몰랐었지...
그녀가 이후로 승승장구해서 넘 좋음.

90년대 2000년대는 과연 어떤 시대였길래, 저런 영화가 쏟아지고
키노 같은 잡지와 정은임의 영화음악같은 라디오 방송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걸까? 미슷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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