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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문화자본이란 무엇일까?

예전에 일하던 대학에서 교수 연수회라는 이름의 행사에서 총장 테이블에는 비싼 위스키를 가져다 놓고, 교수들 테이블에는 청소년들이나 사먹는다는 싸구려 편의점 위스키가 올라온 적이 있었다.

거기 와서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자기 돈 주고 절대 사먹을 리 없는 종류의 술을 가져다 놓은 거 자체는 그냥 이해해보려 했다. 교수들이 비싼 술을 마시며 행사를 치르는 것도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니까.... 그럼 다같이 검소하게 하든가..... 교수들을 격려하고 치하하는 자리니만큼, 총장이 '대접하는' 자리인데, 손님에게는 싸구려 술을 내놓고 주인장만 비싼 술을 마신다는 게 양반의 품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더랬다.

 

이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은 없다] 에서 이씨 가문이 손님 자리에는 저렴한 와인을, 자기들 테이블에는 최고급 와인을 차려놓았다는 내용을 보고, 세상에나 깜놀했다. 한국의 부자들, 회장님/총장님/사장님이란 자들의 품격이란 게 다 이런 건가 싶었다. 

이윽고 올 여름에 공개된 이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을 보면서 그 저렴한 취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불법 성매매 자체에 놀란 게 아니었다. 나는 그 쯤 되면 3류 가십 기사처럼 연예인이나 고급 콜걸 같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를 거라고 나름 짐작했었다. 그런데 한국 제일 부자는 평범한(?) 업소 여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심지어 본인과 거래를 마치고 출근해서 다른 남성과 거래를 할 것이라는 점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독점의 욕구가 없는 저 백만장자의 소박한 취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그런데....

최근의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한국사회에는 아직 경제적 자본, 사회적 자본, 문화적 자본이 함께 가는 건 아닌가보다 하는 심증을 굳히게 되었다. 범죄의 내용은 물론, 그들의 습속이 너무나 품격이 없어서 어이가 가출할 지경이니 말이다. 경제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이 그 누구보다 출중한 인간들이, 기껏 야매로 태반주사나 맞고, 심하면 사망이나 발암 위험성까지 있는 줄기세포 치료를 몰래 받았다. 모임과 거래는 목욕탕에서, 아파트 입주민협의회에서, 헬스클럽에서, 호스트바에서,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이루어졌다.

문화적 자본까지 삼박자로 같이 가는 게 더욱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너무 대놓고 '근본없는 졸부'임을 과시하니, 보는 서민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게다.

물론, 경제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은 압도적으로 힘이 세서, 그깟 품격이나 최소한의 위선적 교양 쯤은 없어도 계급을 계승하는 데 하등 문제 없고, 대학교수 출신 비서관이며 행시 출신 고위 공무원들도 그 앞에서 절절 맨다.  그리고 이런 품격없음을 통해서 저지른 전횡이 너무나 천문헉적 규모에, 전방위적으로 촘촘하기 이를 데 없다.

 

부르디외 센세가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보셨다면 뭐라고 해석했을지 궁금하다. 아직 자본의 삼위일체가 고착되지 않은, 변화가능한 역동적 사회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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