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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내용을 유추하게 만들어서 뻔하지 않으려나 걱정하며 시작했는데, 부르디외 센세의 자본/아비투스/궤적/장 개념을 적용하여 엘리트 계급 진입과 이후 성공의 궤적에 이르는 미묘하고 잘 드러나지 않았던 요인들을 세심하게 분석해낸 좋은 학술서이자 대중 교양서였음.
계급천장이라는 개념은 페미니스트 연구의 '유리 천장' 개념에서 가져왔다고 함.
부르디외 센세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나 스스로의 계급 궤적에 대해서 반추해보게 만들었고, 한편으로 한국의 엘리트에게 과연 이런 아비투스나 체화된 교양(바람직함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이 존재하기나 하는지 의구심이 작렬..
예컨대 이 연구의 인터뷰에 참여한 엘리트들은 바이어스가 있을 수 있는데 "영국의 특권층은 개인적으로는 계급적 우월 의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인터뷰 같은 상황에서는 개방적이고 관용적이며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강한 도덕적 필요로 인해 그러한 판단을 표현하는데 제약을 받"기 때문... 이 정도의 교양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ㅡ.ㅡ
책을 읽었던 몇달 전에도 이런 생각을 했지만 내란의 밤을 거치며 이땅의 엘리트들이 펼치는 반지성/무지성 대환장 잔치를 매일 보고 있자니 더더구나..... 어우....
책의 계기가 되었던 것은 2009년 영국 노동부 '직업에 대한 공정한 접근위원회'의 보고서 "포부의 해방 unleasing aspiration" 일명 "밀번 보고서"와 BBC 인력의 계급 구성 분포 보고였다고 함. 현실은 진단한다고 바로 해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상세한 진단 자체가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함.
일단 중간직이나 노동계급 출신이 엘리트 계층에 진입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일단 진입한다고 해도 성공에 이르는 길은 또다른 역경. 책에 포함된 사례연구에는 의사집단이 없는데, 앞 부분 통계에 보면 가장 배타성이 큰 직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바 궤적이 궁금함 (부모가 의사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의사될 확률 24배, 비교집단 중 가장 높음). 사례에 나온 건축회사처럼, 측정할 수 없는 아비투스보다는 전문기술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는 진입과 관련한 영향이 크기 때문일까? 가업을 물려받는다? (미시 계급 재생산 micro-class reproduction) 아니면 사교육에 대한 투자? 의대생이나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도 몸에 벤 행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일까??? 상세 분석이 필요해보임
책에서 가장 커다란 가르침이라면, 엘리트들이 실제 능력 이외에 체화된 문화와 양식, 연줄에 의해 성공에 이른다는 발견이 아니라, 이들의 이러한 모습이 '재능'으로 평가되고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사실... (이미 부르디외도 상층부의 취향이 문화적 탁월함, '교양', 사회생활에서 '정당한 것'으로 오인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음)
게다가 사례연구에 등장하는 문화엘리트의 경우 문화와 상징의 생산자라는 측면에서 대중매체를 통해 '빈곤포르노'를 생산하고 왜곡된 인식체계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 오늘날 인적 자본론은 "사람들이 진공 상태에서 활동하고 직장 생활이 외부의 영향과 단절되어 있으며 커리어 진전이 전적으로 그들이 가진 기술, 능력, 행동에 의해 좌우된다고 암시"
초반부 계량 분석에 다르면, 계급 임금 격차의 세 가지 핵심 동인은 1) 특권층 출신은 더 높고 인정받는 학력 보유, 2) 런던에 거주하거나 직장을 위해 런던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높고, 3) 특정 직종과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경향...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임금격차의 47%만을 설명... 다른 중요한 무엇이 있음을 의미...
저자들은 엘리트들의 인생에 드리워진 순풍 following wind 로써 세 가지를 언급함
반대로 이야기하면 힘겹게 사회상층에 도착한 비엘리트 계급 출신들은 그야말로 애써 역풍과 싸워가며 거기에 이르느라 소진되거나 싸움을 포기하는 상황 ("마치 낙하산 없이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기분").
그래서 '자기 제거' 가 나타남. 뭐냐하면 진급 기회를 잡지 않기로 결정하거나 리스크를 회피하며 경력 궤적을 늦추거나 더 낮은 곳으로 가고, 혹은 상층부에 진출한 후에도 게임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기를 거부하는 것. 특히 성별, 인종 같은 요인들이 겹쳐지면 (교차성) 더욱 곤란. 나도 이런 것은 심심찮게 목격한 것 같음. 내가 본 사례들은 대개 젠더와 (학력 아니고) 학벌 열세 상황이었음
그런데 또 계급과 인종/성별 같은 다른 종류의 포용성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도 아닌 것으로 나타남. 그래서 교차성 관점이 중요한 것으로 보임. 예컨대 사례 중 건축회사는 아비투스가 훨씬 덜 중요한 성공요인이었지만 젠더에는 상당히 배타적인 것으로 나타남.
사람들의 사회이동 경험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1) 계급천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상당한 기회비용이 존재하고 (특권적 배경을 갖지 못한 사람은 특권층이 겪지 않아도 되는 역풍에 맞서 싸우느라 감정적 에너지 소모하며 이는 불공평하고 이들을 더욱 불리하게 만듦, 2) 이러한 감정적 각인은 계급 천장의 동인이라는 역할을 넘어 그 자체로도 중요하게 인식될 필요가 있음. 사회이동성이 사회적 병폐에 대한 만병통치약처럼 물신화하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줌
저자들의 '능력'에 대한 견해는.. "기술, 자격, 전문성, 노력, 경험등 전통적인 능력의 척도가 영국의 엘리트 직종에서 커리어 진전을 이루는데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분석 결과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 현금화'하거나 재능을 '실현'할 수 있는 동일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능력'이 자리의 획득으로 이어지려면 그것을 입증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그 능력이 다수가 '올바른' 업무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쪽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성공의 열쇠를 쥔 사람들이 그것을 가치 있다고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특권층 출신이 획득한 자기표현 방식이 재능이나 잠재력의 지표로 오인"되고 있다면서 이를 "객관적인 능력으로 가장된 계급적 퍼포먼스"라고 정의함. 그리고 "계급 태생에 뿌리를 둔 동종 선호가 계급 천창의 핵심 동인"이라고 주장
'순풍'이라는 메타포는 탁월한 선택인 것 같음.
"타고난 유리한 조건으로 인해 어떤 행동이 가능해지고 어떤 종류의 자원을 이용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더 잘 보이게 할 수 있는지 적절하게 보여주는 비유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특권은 에너지 절약장치로 작용하여 적은 노력으로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울러 이 비유는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들의 경험을 시각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개인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거나 결코 정상에 도달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일반적으로 더 오래 걸리고, 빈도가 더 낮으며, 현저히 더 많은 노력이 들거나 심지어 탈진을 경험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저자들은 사회학자로서는 드물게 ㅋ 문제 해결책을 제안함.
이는 컨설팅 조직과 함께,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하는(이런 곳이 있다니 ㅜ.ㅜ) 기업들에게 사회이동성 증진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한 것 1) 출신 계급을 측정하고 모니터하기, 2) 조직 내부에 계급천장 존재하는지 확인, 3) 재능에 대한 대화 시작, 4) 교차성을 진지하게 고려, 5) 사회이동성 데이터 발표, 6) 무급 및 미공고 인턴십 금지 (바로 이 대목에서 장학금도 안 주면서 전일제 학생을 요구하는 모 대학원의 만행이 떠오름), 7) 경영진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 8)비공식적인 것을 공식화, 9) 지원을 바라는 사람들을 지원, 10) 법적 보호를 위한 로비 활동
맥락이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도 이 중 몇 가지는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조치들인데.. 그렇게 할 리가 없지.... ㅡ.ㅡ
계급천장 읽고 나서 무언가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쳤는데...프랑스 철학자들에 대한 나쁜 인상만 가지게 되었음 ㅋㅋㅋ 아니 무슨 이런 거창한 이름을 붙인 거야.. 계급횡단자라니 그럼 하향이동에 대해서도 같이 다루든가, 미천한(?) 계급 출신에서 상향이동한 사람들만 다루었고 집단을 횡단한 다른 사례 (예컨대 트랜스젠더, 이주민)와의 공통점이나 차이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도 않음. 그리고 이 때 계급이라는 것도 노동자/자본가 같은 현대적 계급 특성이라기보다 아비투스로 상징되는 구 시대의 신분적 질서와 취향에 크게 맞닿아 있음.
한국인으로서 두 가지 측면이 크게 거슬리는데,
첫째, 고아한 문화적 자본이나 습속이란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의 지배계급, 졸부들의 행태가 떠올라 전~혀 공감이 안 됨. 예컨대 책 후반부에 "부르주아 문화는 감정을 자제하는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사람들 사이의 유쾌한 교류에 장애물이 되는 각종 요인들을 아예 삼가는 방향으로 발전되었다.. 는 표현에 당최 동의가 되냐고 ㅋㅋㅋ 한국 지배계급은 지구 역사 6천년입네, 동성애가 종북이네 해괴한 소리를 늘어놓는 기독교에 심취해있으면서 또 점쟁이는 잘도 찾아다닌다고.....
둘째, 빠른 사회변화를 통해 계층이동이 '대규모'로 이루어져서 (산업구조가 바뀌고 경제가 발전하고, 지역 개발이 이루어지고.. ㅡ.ㅡ) 한동안은 어지간하면 부모세대보다 자식 세대가 상향이동을 경험한 계급횡단자라고 말할 수 있는데 뭐 이런 세세한 불화와 '수치심'까지 들먹이는지 당최 이해가 안 됨.. 이미 한국의 많은 문학작품, 영화,드라마 같은 대중 문화가 소위 계급횡단자들의 경험, 감정을 더 상세하게 분석하고 그려내지 않았는가 말여...
책의 앞부분에는 단지 이것이 계급횡단을 경험한 뛰어난(?) 개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단서를 찾는 것이라 했었음
"관건은 비-재생산이라는 예외가 재생산의 규칙을 파기하는지 혹은 확증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동시에 이를 알아내기 위한 탐구의 이면에는 인간 역량의 본성과 자유의 영역 확장이라는 논점이 떠오른다. 왜냐하면 비-재생산은 사회적 전복 혹은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에도 기성 질서의 내부에서 새로운 존재가 발명될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해서 마치 사회적 조건과 개인 주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며 틈새 변혁 전략이라도 제시하는 줄 알았지 ㅋㅋㅋㅋㅋ
그동안 다른 연구자들이 이러한 문제를 다루지 않은게 정치적 오염과 이데올로기 (드문 사회적 유동성의 사례를 개인의 자수성가 논리로 포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시작하지만, 결국 이 책은 읽고 나서 생각한 것은 개인의 '기질'과 가족, 혹은 지역사회 미시환경에서 마주친 '우연'의 결과 ㅋㅋㅋ
아니 사실 어떤 사회법칙도 결정론적이지 않고 주체와 구조의 상호작용 속에서, 그리고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예외라고 부를만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닌감?
비판적 실재론의 '인과적 힘' 개념이나 기전을 파악하기 위한 '사례연구'가 이러한 탐구를 뒷받침할 수 있을텐데, 정작 저자는 철학적 접근을 한다면서 (스피노자의 인식론) 딱히 기술(description)을 넘어서고 있지도 않고 문학을 넘어 현실의 사례연구를 하지도 않음..
이런 면에서 저자는 계급이 어떻게 비-재생산되는지 탐구함으로써 계급재생산의 이면을 파헤친 부르디외를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그런가 하는 의문이...
저자가 밝혀낸 비-재생산의 원인에는 야심, 하지만 무엇이 야심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번에는 '모델과 모방' (출신계급에 일반적이지 않은 모델이 우연히 존재) 제안. 여기에는 가족모델, 학업모델(선생님! - 공교육의 중요성?) 존재 . 그리고 학업모델의 성공을 가능케 하는 사회경제적 조건의 뒷받침 ... 근데 이런 추론 과정은 이미 사회학에서 너무 많이 다룬 것 아닌감???
바로 이 대목에서 저자는 '감정'의 중요성 제기. 왜냐하면 "대안적 모델의 존재도, 정치적 제도의 뒷받침과 경제적 후원도, 감정이 추동하는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비-재생산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데.. 이게 동의가 안 됨. 이러면서 '사회적 수치심'을 거론함 ㅋ
아니... 나는 사회적 수치심 때문에 공부하고 상향이동한 거 아니라고 ㅋㅋㅋㅋ
그리고 사회적 동질성에 대한 압력은 미국 흑인 게토와 프랑스 농촌에 존재할지 모르겠지만 딱히 한국사회에는 다른 맥락이라고... 동질성 압력이 아파트 가격 짬짜미할 때나 유행 패션, 취향, 소비문화에나 있지 무슨 계급에.. ㅡ.ㅡ
책 중간쯤에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함 "예외적 개인은 오직 그러한 예외를 허용하는 환경 속의 예외일 뿐이며 아무리 비전형적인 개인의 이력일지라도 이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 따라서 개인은 환경의 인력과 척력이 교차하는 환경의 협력과 함께 작도하고 있으며 예외적 개인이라고 할지라도 규격외의 결실을 맺었다고 할수는 없다. 그는 단지 일반적으로 우세한 규칙들과는 다른 규칙들의 조합에서 나온 결실일 뿐이다. 계급 횡단자는 고독한 영웅이라기보다는 가족, 마을, 거주지, 인종 혹은 계급, 성별 또는 젠더의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소망을 떠안고 있는 선구자이다."
왜 계급횡단자한테 고독한 영웅 운운을 언급하고 다른 이들의 집단적 소망을 떠안은 선구자라는 것인감가??? 너무 상층계급 지식인의 시각인디? ㅋㅋ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그곳에 이르지 못한 안달복달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그러면서 '기질' 등장함. 비-재생산에는 인과 규정의 새로운 배치 가정이 필요하다며 천재성보다는 훈련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주장 ㅋ 이게 바로 기질(스피노자 개념으노 인게니움 - 인과 규정들 사이의 물리적이며 정신적인 인과 결정의 복합적이고 독특한 조합이라는 아이디어를 재정립함). 그래서 도야를 강조함 ㅋㅋ
그럼 대체 계급횡단자의 기질이란 게 무엇이냐.
우선 1) 탈정체화 - 개인적 자아를 해체하고 '사칭'을 통해 사회적 자아를 해체하기도 함 ㅋ 그리고 적응과 도태 사이에서 '이행'이 일어남. 계급횡단자들의 기질은 "무모함과 소심함, 그리고 호전성과 유순함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기질적 특성은 긴장 속에서 살아온 계급횡단자의 역사를 반영하는 산물이자 적응과 도태 사이에서 그가 겪은 영속적 동요를 증언해주고 있다"니..... 아 진짜 계급횡단자로서 환장하겠네 ㅋ
2) 틈새 - "두 세계 사이에 놓인 다리를 끆어버리고 싶어하지만.. 결국에는 언제나 자신의 출신지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다." 뭔 헛소리여.. 그러면서 민중 계급의 '거리의 에토스'를 이야기하고 긴장 속에서 '마음의 동요'를 이야기함... 난 아니라고... 스피노자가 수치심의 정의를 확대하여 "다른 사람들이 비난한다고 우리가 상상하는 우리의 어떤 행동에 대한 관념을 수반하는 슬픔'으로 정의했다는데, 이런 것은 일제시대 식민지 지식인들의 어줍잖은 자기 연민을 다룬 근대 문학에서 지겹게 봤던 것들 아닌가... 이렇게까지 생각하다보면 저자가 너무 안온한 1세계에 살아서 이 모든 걸 뒤늦게 깨닫게 된 사람 같은 생각이 든다고.. 이 마당에서 자신과의 화해로 '커밍아웃' 이야기하고 스스로의 출신에 자긍심을 부여하는 것까지 오면 너무 1980년대 한국 노동문학 ㅋㅋ "계급횡단자가 타자를 통해서 그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죄책감을 제어함으로써 이 감정을 동력원으로 바꾸어 자신을 짓누르는 것을 지렛대로 변형시키고 긴장들을 오히려 발돋움판으로 사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세상에.. 굳이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책의 마무리에 "계급횡단자는 가장 불리한 환경에서조차 인간존재가 얼마나 유동적이며 상당한 정도의 가소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며 세계가 고정불변의 방식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본질주의적 시각을 무너뜨리고, 인간의 자유로운 주체로서 지위를 당연시하는 실존주의의 시각 역시 무너뜨린다고 자평... 응??? 이미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ㅡ.ㅡ 저자는 기질 분석을 통해 아비투스 논의를 보완했다고 하지만... 대체 어디에서....
저자는 감정의 역할을 강조하며 "계급횡단자는 감정적 기질의 결실"이라고까지 표현...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는 내 의지가, 내 감정이 부족했던 것이야???
그러면서 마지막에 인종, 젠더, 성정체성 등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면서 "비록 계급획당자는 낙인찍힌 조건과 관련하여 어떤 해방의 형태를 체화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급횡단자가 모든 여성과 동성애자 혹은 흑인이 추구해야 할 미래의 모습인 것은 아니다. 인간의 미래는 더욱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목표는 계급의 장벽을 홀로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그 장벽을 허물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갑분.. 아니 그렇다면 이에 합당한 이야기를 했어야지.. ㅜ.ㅜ
이런 의구심과 화를 안고도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낸 스스로를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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