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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제로의 노동조합을 시작하며

 

연구소 상근 연구자들이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분회...
이정도 길이의 이름이라면 일찍이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석..."씨가 계셨다... ㅡ.ㅡ
연구소 상근 연구자들이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분회...
이정도 길이의 이름이라면 일찍이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석..."씨가 계셨다... ㅡ.ㅡ
 
연구소 상근 연구자들이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분회...
이정도 길이의 이름이라면 일찍이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석..."씨가 계셨다... ㅡ.ㅡ
 
노조에 가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4월 경이었는데,
도대체 공공노조에서 만나주질 않아서 (ㅜ.ㅜ) 진행을 할 수가 없었더랬다.
뭐 교육이라도 받고 가입을 해야 할 거 아녀... 
하지만, 장기투쟁 사업장도 많고, 마침 화물연대 파업도 터지고....
이런 하찮은 사업장 따위에 신경 써주길 바라는게 무리였던 게지... ㅡ.ㅡ
 
어쨌든 공공노조 부위원장님이 사오신 참외를 먹으며 늦게나마 이런저런 설명도 듣고 조합원만이 누릴 수 있는 엄청난 혜택 (?)도 알고 나서 우리는 다같이 가입 서류를 작성했다.
심지어 분회장도 1분만에 뽑았다.
노조창립 기념타월이나 우산이라도 돌리면 좋겠지만, 우리 형편에 그건 어렵고,
분회장이 십자수로 만든 핸드폰 줄이라도 돌리면 어떨까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좀 웃겼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너무 싱겁게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호호깔깔 웃음 속에서 이루어진 게다.
서로들, 이렇게 긴장감과 비장함이 없는 노조는 첨 본다고 웃었다.
노조를 만들어보겠다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때로는 목숨을 걸고, 몇날 몇일 노숙을 하고, 또 금전적 손해와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인데 말이다.
 
그래서...  
몇 가지, 이 상황에 대해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에게, 또 연구소 후원자들에게, 그리고 다른 연구자  혹은 비영리/공익 단체 활동가들에게 설명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 
 
#1. 우리는 왜 노조를 결성하는가!
 
사실 이미 우리 일터는 충분히 민주적이고 소위 노사갈등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일상적 의사결정은 주간회의를 통해서 함께 이루어지고, 
이사회나 회원 총회에서 큰 방향들이 결정되는데 이 또한 매우 민주적이다. 
 
또 소위 '사원'복지라면, 월급 적다는 것 빼놓고 문제될 만한 것이 없다.
(오히려 소장님이 우리한테 수탈당하는 구조라는게 적합... 맨날 거둬먹이느라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연구소 재정 충당한다고 강의 맡아라 세미나 열어서 우리 공부좀 시켜라.... 이런 요구 때문에 괴로워하심. 심지어 요즘 매주 논평까지 쓰시느라 더욱 고생..... 하지만 안 힘든 척ㅋㅋ)
실제로 이사회에서 상근자들 급여 인상을 결정해도, 후원금과 노조/시민사회의 연구의뢰로 재원을 충당하는 빤한 사정 때문에 상근자들 스스로 인상 폭을 조절하는게 그동안의 관행이었다.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소위 '스펙'에 비해 급여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한국사회 비정규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임금 통계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 우리 월급 적다고 징징거리는 것은 볼썽 사나운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걸 감수하기로 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이고, 그러면서 동시에 다음 세대의 진보적 연구자/활동가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의 생활임금은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접점을 찾기 위해 (매일매일은 아니지만 ㅡ.ㅡ) 고민한다.
 
그리고 근무시간의 자율성이 높고, 구성원들의 헌신과 조직몰입도, 상호신뢰도 뭐 최상급 ㅋㅋ
 
따라서 임금인상이나 기업복지의 확대가 우리가 노조활동을 하는 이유는 아니다.
(물론 이게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민주적인 논의 구조와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분명히 교섭을 하기는 할게다.)
 
우리가 노조를 결성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노동계급으로서 '당연'한 일이고,
노조야말로 '덩치'와 '머리 수'만이 유일한 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랑 세 명, 미미한 숫자지만 티끌모아 태산 ㅡ.ㅡ
 
 
#2. 노조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투쟁과 갈등이 있어야만 노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북유럽 국가들의 노조 조직률이 그리 높은 것은, 임금이 너무 낮거나 노동자 탄압이 심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노조 조직율이 높기 때문에 그 힘을 무기로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는 것이 적절한 설명일 것이다.
 
파업이던 대타협이던, 노동자의 목소리를 관철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 수단은 노동조합이다.
그것도 개별 사업장/기업별 노조가 아니라 산별...  
 
하지만 한국의 극심한 노동운동 탄압, 혹독한 근로 환경, 반노동적 문화는 노동조합 건설을 극한의 생존권 투쟁, 민주주의 투쟁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노동조합 활동이란 때로는 목숨을 걸만큼 대단한 결의를 필요로 하는 비장한 그 무엇이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운동권' 문화이거나 혹은 경외감으로 바라봐야 하는 특별한 헌신...  
 
상대적으로 기업복지가 잘 되어 있거나 근로환경이 좋은 대기업 노동자들은 굳이 절박한 생존권 투쟁이 필요하지 않은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노조가 필요없다. 행여 쟁의행위라도 벌어지면 "그 월급 받으면서 뭐가 아쉬워 머리띠 두르고 노동조합 하냐"는 비아냥, 혹은 '귀족노조' 비난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한편 연구자, 혹은 공익적 성격의 비영리 기관  노동자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자신을 노동자로 여기지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사회단체의 경우 분명한 사용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혹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터 내에서 싸울 일 자체가  없기 때문에, 아니면 경제 사정이 빤하기 때문에 굳이 교섭하고 말 것도 없어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떠올리지 않는다. (한겨레21 915호에서 이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거룩한 곳, 착한 곳에도 필요해")
 
이렇게 되면 결국 노조를 만들고 가입하는 사람들이란 극한 상황에 내몰린 노동자들 뿐이다.
다들 내코가 석자인 사람들....
물론 이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대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모습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게 아니라,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힘이 되는, '한가하고 문제없는' 노동조합이 든든한 버팀목으로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건강보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 젊은 이와 나이든 이들, 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들이 함께 골고루 보험에 가입하여 위험이 분산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아픈 사람들만 잔뜩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은 제 기능을 할 수없다. 
현재의 노조활동이 이런게 아닌가 싶다.
너무 어렵고 절박한 이들이 노조를 만들고, 그러다보니 실제로 누가 누구를 도울만한 처지도 아닐 뿐 아니라, 
소위 지도부도 이 상황들이 감당이 안 된다. 장투사업장 순회 방문만으로도 주간 일정이 꽉 찰 지경이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제발로 찾아가 노조만든다고 해도 우리를 반겨주지 않았지... ㅡ.ㅡ).
말하자면, 우리처럼 한가한 사업장이나 아니면 조합비를 많이 낼 수 있는 부자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대거 pool 을 형성해서 위험을 공유하여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자는 것이다. 
 
절박한 위기 상황의 시민적 연대도 좋은 일이지만,
가급적 많은 노동자/직장인들이 평소에 '잉여' 조합원, 한가한 조합원, 돈만 내는 페이퍼 조합원 등으로 조금씩 기여하면서 노동조합 몸집을 불려나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기준으로 볼 때 노동조합이 가장 필요없는 사업장이야 말로, 가장 쉽게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곳들이 먼저 나서서 노조를 만들고 '이거 별거 아니야', '노동자가 있는 곳에는 당연히 노조가 있는거야'를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못살게 구는 것이 얼마나 기괴하고 촌스러운 것인지가 드러나지 않을까....
 
예전에 영화 고질라의 카피가 'the size matters' 였던 걸로 기억한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의 힘도 사이즈에서 나온다. 
모든 노동자에게는 노조가 필요하다. 
 
 
#3. 우리의 기여라면... 
 
우리는 사회 진보의 방식과 내용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의 정체성,
또 노동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갖는다.
열심히 연구활동을 할 것이고, 작은 돈이지만 성실하게 조합비를 내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연대투쟁에 조금씩 힘을 보태나갈 것이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앞으로 집회 나가면 찾아갈 깃발이 생겼어 ㅎㅎ
 
이렇게 써놓고 보니, 마치 내일 당장이라도 한국 노동운동을 짊어지고 나갈 기세지만 ㅋㅋ
우리의 가장 큰 기여는
아마도 '노조는 아무나 하는 것' '노조는 별일없어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는 신개념(?)을 전파하고  
분자 (쟁의사업장 숫자)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분모만 늘어나 (무려 세 명이라는 조합원 숫자 ㅋㅋ) 공공노조상근활동가들의 '조합원 숫자 대비 필요활동의 양'을 아주 미세하게(!) 감소시켰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다른 영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어여 노조 만드시라.
3일차 조합원의 허세.....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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