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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31
    양심과 사상의 자유(6)
    hongsili
  2. 2010/03/31
    미제 사건으로 남지 않으려면...(1)
    hongsili
  3. 2010/03/12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1)
    hongsili
  4. 2010/01/30
    Howard Zinn 을 추모하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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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9/12/01
    막장 드라마? 그까이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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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9/11/22
    두 나라당(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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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9/11/03
    인구집단 '평균'과 일탈 '유병률'의 함수(7)
    hongsili
  8. 2009/11/01
    세상을 떠난 두 분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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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9/10/16
    '통념'이라는 이데올로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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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9/08/07
    잊혀지지 않을 기억으로!(4)
    hongsili

전문가의 '활동'과 사회적 책임

제목은 거창하다만, 별 이야기는 아니다. ㅡ.ㅡ

 

#1.

전문가라는 것이,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경험이 출중하여 혜안과 통찰력을 가진 자 쯤으로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 위원회에서 자살문제 관련 전문가 좌담회를 한다고 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S 샘이 추천하신게다. 내가 해당 분야 전문가인지 잘 모르겠으나, 일단 대한민국 '평균'씨보다는 해당 분야 고민을 좀더 했을 것이 분명하니, 사회적 책임이라는 미명 하에 첨에는 그러겠노라 했지만, 막상 구체적인 토론 내용을 살펴보니 내 전공이 아니여.. ㅡ.ㅡ

까칠해보이기는 하겠지만, 못하겠다고 연락을 했다.

 

근데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조금 고민이 필요했다. 전문 분야를 어디까지로 정의할 것인가.....

사실, 준비해서 발표한다면 못할 것도 없고, 또 다른 많은 좌담회에서 보았듯 주최측에서 요구한 주제와 관계없이(ㅋㅋ) 그냥 자기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하는 것이 이 바닥에선 아주 해괴한 일도 아니기 때문.... 

이 두 가지 상황 모두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사례가  '전문성'에 관한 고민의 산물이라면, 오늘 경험한 또다른 사례는 '활동'과 결부된 것이다. 

 

#2.

오늘은 지인의 소개로 한 대학의 (아마도 진보적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계실 것으로 짐작되는) 교수가 전화를 하셨더랬다. 자신과 친분이 있는 서울의 한 지자체장이 자살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 중인데, 전문가들이 모여서 좀 도와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좋은 뜻으로 하는 일인데,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겠다만,  최근 한 지자체 연구용역에 참여하면서 넌덜머리가 난 상태라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전문가로서의 나 개인이 활동하는 것과 내가 소속을 가진 조직적 활동 사이의 간극이 가급적 좁았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다. 그래서, 연구소나 당과 결부된 활동이 아니면 하지 않겠다고 설명 드렸더니 좀 의아해하신다.

해당 지자체장은 민주당 소속이며 아주 괜찮은 사람이고, 또 본인은 진보신당 아무개의 후원회장을 맡은 적도 있으시단다. 설명을 듣고 나니 나로서는 더욱 미스테리...   @_@  어쨌든 내가 친분도 없는 분의 친분있는 정치인을 돕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물론 그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고립된 개인으로서 권력의 상층부에 의견을 줌으로써 변화를 도모하는 방식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같지는 않다. 

이런 사소한 것을 두고, 대중으로부터 선출되지도 않고, 또 책임도 지지 않는 전문가들의 과도한 의사결정 개입행위로 과대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전문가로서, 또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운동의 지향을 갖는 시민으로서 어떤 활동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원칙을 세워둘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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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리자....

점심먹다 나눈 이야기인데 기록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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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의보통합 10주년 기념식에서 한 산별노조 간부가 나와 전문가들이 안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그거 가지고 열심히 싸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잠깐 내 귀를 의심했다.

사회 이곳저곳이 퇴행을 일삼다보니, 여기도 그 도도한 큰 흐름에 동참하자는 것인가... ㅡ.ㅡ

 

근데 사실 돌아보면, 이러한 문제가 내 안에도 없는 건 아니다.

 

건강보험료 11000 원 캠페인이 사회적 관심을 끌면서,

지난 달 성수노동자 건강센터 월례포럼 주제를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로 잡았더랬다.

강사섭외를 맡은 J 가 전화를 해서, 이게 도대체 뭔 일이냐 묻는다..

L 국장한테 강사섭외를 의논하려했더니만 어떻게 이런 민감한 주제를 잡았냐며 엄청(?) 면박을 주더라는 것이다. 팩트가 틀린 건 없다. 보건의료 운동 진영 내에서 운동 노선을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나도 살짝 걱정이 되었다. 아이구, 누구한테 강의를 부탁한다냐....아직 합의가 도출된 것도 아닌데 지역운동가 노조활동가들 대상으로 섣불리 이런 거 교육해도 될까?

 

J는 우리한테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항상 전문가들이 완성된 답이나 합의된 최종안을 만들어서 현장에 줘야 된다는 생각은 좀 버리라고..... ㅡ.ㅡ

강의 듣는 사람들이 바보냐고...

 

그러게나 말이다....

 

머리로는 아는데,

때로는 온정주의적 책임감에서 혹은 때로는 덜된 주제파악 때문에

이런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그나마 누가 옆에서 싫은 소리라도 해주니 망정이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사고 칠수도 있을 것 같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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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용역'과 학문적 자율성

건강정책포럼 이번 달 칼럼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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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용역’이란 ‘물질적 재화의 형태를 취하지 아니하고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하는 일’로 정의됩니다. 한편 법제처의 법률 정보에 의하면 ‘학술 용역’이란 ‘학문 분야의 기초 과학과 응용과학에 관한 연구 용역 및 이에 준하는 용역’을 지칭하고 이 중 ‘위탁형 용역’은 ‘용역 계약을 체결한 계약 상대자가 자기 책임하에 연구를 수행하여 연구 결과물을 용역 결과 보고서 형태로 발주 기관에 제출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새삼스레 용어의 정의를 찾아본 것은, 연기를 거듭하던 노동 패널 학술 대회가 결국 취소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후입니다. 학술 활동과는 무관한 비민주적 정치 세력의 전횡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학술 대회가 취소되고 노동 패널 조사가 기약 없이 미뤄지는 것쯤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에 의해 연구 기관이 휘둘린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첨예한 정치적 이슈들을 다루는 노동연구원에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만큼 극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보건학 연구 분야에도 우리가 경계해야 할 ‘학문적 자율성 침해’의 문제들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용역’이라는 단어가 존재합니다.

 

보건학의 경우, 특정 기술이나 제품과 관련된 임상 연구보다는 인구 집단 혹은 정책과 관련된 연구들이 많고, 그러다보니 사기업의 후원보다는 공공 재원에 의한 연구 수행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연구재단이나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는 자유 과제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중앙 정부의 부처나 지방 자치 단체가 발주자 역할을 하는 학술 연구 용역 과제의 형태를 갖게 됩니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공적 재원에 의해 수행되는 연구 과제는 사적인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고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학문적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한 몇 가지 에피소드는 이러한 ‘상식’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2년 전, 공공 연구 기금의 지원을 받았던 한 과제는 중간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던 학회 당일 주무 부처의 ‘권고’에 의해 발표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종료되지 않은 연구 과제에 대해 외부에 공표하지 않겠다는 계약 조건, 또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에는 ‘갑’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건을 위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방 자치 단체의 의뢰를 받은 연구 과제였는데, 공개적인 중간 결과 보고회 전날, 분석 결과가 ‘갑’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인쇄물을 배포하지 말고 또 민감한(?) 사안들은 발표 내용에서 제외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다른 연구과제는 기이한 서약서 작성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보안 유지나 성실 의무의 수행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작성해 본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들과 ‘급’이 달랐습니다. 과제와 관련된 내용을 누설하는 것은 국가 안보를 해치는 것으로, 누설 시 그에 상응하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평범한 연구자의 상상력으로는 그 과제가 어떻게 국가 안보라는 엄청난 주제와 연계되는지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사채업자들한테 쓴다는 신체 포기 각서가 이런 거냐는 우스갯소리들을 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들은 연구 윤리나 과학 기술의 사회학 문헌들에서 강조했던 부분이 아닙니다.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청부 과학(원제 Doubt is their product)’이나 ‘더러운 손의 의사들(원제 On the Take―How Medicine's Complicity with Big Business Can Endanger Your Health)’, ‘노동자 건강의 정치 경제학(원제 Point of Production)’ 같은 책들은 일관되게 기업과 학술 연구의 유착 관계 혹은 자본에 의한 학문적 자유의 침해 문제를 지적합니다. 이를테면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들이 ‘갑’에 의해 은폐되거나 ‘을’인 연구자가 ‘갑’의 허락 없이 연구 결과를 학술 대회에서 발표했기 때문에 비밀 유지의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기업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사례들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이 책들은 하나같이 ‘공공’ 연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한편 대부분의 국제 학술지들이 논문 투고 시 ‘이해 갈등(conflict of interest)’ 상황을 밝히도록 하지만 여기에서 지칭하는 것은 기업의 연구비 지원이나 자문 위원 활동, 주식 보유 여부 등입니다. 정부의 연구비 지원, 즉 공공 재원에 의해 수행한 연구 결과를 두고 이해 갈등이나 유착이라고 표현한 경우는 본 적이 없고 연구 결과에 대한 정부의 압력이나 은폐를 경계하는 글을 읽은 적도 없습니다. 최소한의 형식적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사회에서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경험한 사안들도, 실무적인 측면에 국한해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제가 민간 서베이 업체에 조사 용역을 의뢰했는데 그 업체가 조사 결과를 중간에 임의로 발표하거나 심지어 그 자료로 자신들의 논문을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제 문제는 간단해집니다. 대학으로 표상되는 연구기관의 정체성이, 혹은 연구 활동이 서비스 제공에 대한 금전적 보상만을 취하고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어떠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는 용역 수주 ‘업체’의 그것과 동일한지 여부만 결정하면 됩니다 (물론 연구자가 연구 자체와 관련한 신의성실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만일 용역의 개념정의에 따라 그 성과가 오로지 ‘갑’에게만 귀속되는 것이라면 학회발표를 취소시키는 것, 혹은 발표 내용을 수정토록 하는 것이 하등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이 ‘업체’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돈을 받는 대가로 정부가 해야 할 지적 노동을 대신 해주는 것이 대학의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갑’이 지원하는 연구비 혹은 연구기금은 시민들이 낸 세금이지 정부의 은전(恩典)이나 담당자의 쌈짓돈이 아닙니다. 연구의 진행이나 성과물의 확산은 시민들의 건강개선과 학문발전, 혹은 시민들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원칙에만 근거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담당자의 안위나 정치적 선호, 혹은 조직적 이해에 근거하여 연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바람직한 학술연구용역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 제가 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불공정 근로계약서나 소비자 약관에 대한 개정처럼 정부의 학술연구용역 발주와 관련한 연구윤리 - ‘갑’과 ‘을’ 모두에게 해당하는- 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와 새로운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을’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을’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부끄럽게도 제가 그랬던 것처럼 술자리에서만 ‘어떻게 이런 일이!’ 언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적 자율성을 지키는 것은 사소한 문제제기와 일상의 수고로움으로부터 시작되며, 귀찮아서 포기한 작은 권리들이 연구자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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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과 사상의 자유

이번 선거처럼 정신줄 놓고 있던 경우는 처음인 듯 싶다.

막상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니 암것도 안했다는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ㅜ.ㅜ

(심지어 돈 못번다고 후원금도 찔끔.... ㅡ.ㅡ)

 

심이 사퇴한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하여 점심 무렵 최은희 샘한테 전화했다가 정말 마음이 짠했다.

별로 힘들다는 소리 안하는 그녀가

완전히 잠겨 갈라진 목소리로 너무 힘들단다.... 

당으로 걸려오는 조직적인 항의전화와 심지어 항의 방문들....

차라리 어버이연합의 항의라면 웃어넘길수나 있지......

 

이게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인가?

 

87년 비판적 지지 논쟁이야 덮어둔다 치더라도

지난 10년 동안 진보정당을 상대로 그리도 상습적인 공갈협박을 해댔으면서도 또....

 

나는 진보신당 당원이다.

당연히 우리 당과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우리 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내가 생각하는 지향에 가장 가깝기 때문에 당원이 되었다.

남들이 우습게 생각한다 해도, 또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해도

나 또한 책임이 있기에 '난 아니야' 라며 살짝 뒷걸음칠 수 없다. 당원이니까...

 

옘비 정권에서 정치적 시민적 권리의 적지 않은 퇴행을 목격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지난 정권 세력들을 지지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적의 적이 동지는 아니지 않나....

 

앙드레 고르는 지본주의와 같은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단일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그들이 반대하는 세력의 프레임으로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

"경제가 망할 거야, 북한이 쳐들어올거야... 그니까 닥치고 한나라당을 지지해야 해!"

"한나라당이 지지하면 이러저러한 재앙이 닥칠꺼야, 그니까 닥치고 우리를 지지해야 해!"

 

이제 벌써 10년이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마초 영화 '친구'에 나왔다는 대사마냥...

이제 고마 마이 묵었다....

공갈협박 좀 고만 해라.....

 

내 정당 내가 지지하겠다는데 왜 이리 못살게들 구는겐가!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다면서....

그렇게들 서로 좋아 죽고 못사는데, 만일 선거 끝나고 합당 안 하면 그것도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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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사건으로 남지 않으려면...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했던 젊은 노동자 한 명이 오늘 또 세상을 떠났다.

역학조사 보고서가 발표된 이래 잠깐 고심을 하다가 어영부영 관심에서 멀어졌었는데 또 이런 일이 생겼다.

 

통계학적 상식으로는 이렇다. 

알려진 연령별 발생률을 통해 해당작업장 20대 노동자들의 기대발생수을 산출하여,

관찰값과 기대값이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검정할 수 있을 것이다.

 

20대의 백혈병 발병은 매우 드문 사건이라 Poisson 분포를 따를 것이고,

같은 라인의 작업장에서 세 명이 연달아 이환될 확률은 극도로 낮을 것이다.

문제는 분모를 확인하는 것이다.  어떤 표본에서 기대값을 산출할 것인가?

인사자료가 없다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과거의 노동자들은 떠나고, 작업라인의 환경은 이미 개선되어 과거와 다르고,

이렇게 시간이 속절없이 흐른다면 이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았다가

몇 년 후 제 3세계 어느 나라에서 또다른 '괴질'로 새삼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소위 역학 전공자로서 '자료가 없어서...'라며 속절없이 보고만 있는게 참 한심스럽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장비와 날씨  타령하면서 침몰을 그냥 바라보는 무능한 해군과 우리 - 소위 진보적 연구자들은 뭐가 다른걸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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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

#1.

 

예전에 반야심경을 사려고 인터넷 서점에 들어갔다가 엄청난 판매부수를 보고 깜딱 놀란 적이 있다.

금강경은 판본도 다양하게 그보다 훨씬 더 많이 팔리고 있었다.

 

하긴,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성경이라고 하지 않나...

 

진정한 궁금증은,

그토록 좋은 책들을 그토록 수많은 사람이 읽었는데 세상이 어째 요모양이냐는 것이다!!!

 

 

#2.

 

입적하신 법정 스님의 책이라고는 직접 쓰신 [무소유]와 번역하신 [숫타니파타] 밖에 읽은 것이 없다.

비교적 최근에 펴내신 [일기일회]를 읽어봐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었는데,

스님께서 더이상 책을 찍어내지 말라는 말씀을 남기셨단다. 품절되기 전에 사재기라도 해야 하나.. ㅡ.ㅡ

 

부디 윤회의 끈을 끊어버리고, 열반에 이르시길 기원한다.

 

 

#3.

 

스님의 책 중 [무소유]는 워낙 오래된 '베스트셀러'이다 보니 아마도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읽지 않았나 싶다. (나는 비교적 최근에야 읽었다. )

 

이번 법정스님의 입적 소식과 함께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이 책이 '그 분'의 애독서라는 것이다.

심지어 줄곧 들고다니며 반복적으로 읽기까지 하셨다는 소식에

나의 어이가 울며불며 가출해버렸다.

 

상상도 못했다.

그 분과 내가 같은 책을 읽고 감명받았을 줄이야....

이것이 바로 진정한 연기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ㅜ.ㅜ


갑자기 법정 스님의 부재가 더욱 슬프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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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ard Zinn 을 추모하며

 

노란 백열전구 불빛 아래에서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첫장을 넘겼던 그 밤을 잊을 수 없다. 역사책을, 그것도 머릿말을 읽으면서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알 수 없었다....

낭독회와 출판기념회, 먼 발치에서 두어번 얼굴을 뵌 것이 '사적인' 인연의 전부지만,
엊그제 선생의 부음 소식은 하루 종일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처음 트위터로 소식을 접하고 찾아보았던 뉴욕타임즈 부고 기사는 기괴하기 그지 없었다.
제 정신인가 싶더라니.... ㅡ.ㅡ

예상하고, 또 기대했던 대로 Democracy Now 에서 추모 방송을 마련했고,
그동안의 자료 영상들을 모아 폴더를 따로 만들어두었다.
한국에 출시되지 않은 [You can't be neurtal on a moving train]의 몇몇 주요 장면들도 볼 수 있다.

http://www.democracynow.org/tags/howard_zinn

선생의 책 [미국 민중사]는 변변한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백만부가 넘게 팔렸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놓았다.
그래서, 참으로 드물게도, 많은 이들이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냉철한 사회비평가도 적지 않고, 또 훌륭한 활동가들도 적지 않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스스럼 없이 teacher 라고 부를 수 있는 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미국 생활하는 동안 선생님과 관련하여 쓴 글들을 모아둔다...
나대로의 추모 방식이다.

부디 영면하시길...

2004.11.02    하워드 진의 사인을 받다!!!
2005.04.22    미국 노동운동 이야기 1
2005.04.23    미국 노동운동 이야기 2
2005.06.07    미국 노동운동 이야기 3
2005.09.27    저항은 어디에나
2005.11.26    You can't be neutral on a moving train
2005.12.02    짧은 독후감
2006.02.25    좋은 선생이 되려면
2006.03.14    그들의 입을 빌어
2006.03.22    하워드 진의 엠마 이야기
2006.05.27    드디어 Marx in Soho
 

내가 읽었던 그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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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 그까이꺼....

이런 현실을 보자니,

막장 드라마를 비판하는 것이 한가로운 음풍농월처럼 느껴진다

드라마라는 걸, 어줍잖이 '쎄게' 만들어서야 어디 현실과 경쟁이 되겠나 싶다...

 

http://go.idomin.com/438

 

궁금한 건 이런 거다...

해고는 그렇다치고 (이런 양보 가정이 과연 적절한 건지 모르겠으나!!!)

굳이 이렇게 막나갔어야 하냐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런 세상 많이많이 보여주려고,

아이들 많이 낳으라고 하나보다...

이렇게 '강하게' 단련된 아이들은,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사막 한복판, 공기 한모금 없는 달나라에서도 거뜬히 살아남는 국제적, 아니 범우주적 경쟁력들 갖출지도 모른다.... 

 

막장이 최신 트렌드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좀처럼 적응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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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당

토욜 아침에 진보신당 건강위원회 운영위원회가 여의도 당사에서 있었다.

 

보통  서울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

환승센터가 크게 들어서면서 막 바뀌고... 예전 버스를 못 찾아서리... ㅜ.ㅜ

부랴부랴 택시를 탔다.

 

진보신당이라 그러면 택시 기사 분들이 대개 모르시기 때문에 

'여의도 딴나라당 당사요" 라고 설명을 하는데..

거긴 도대체 왜 가냐고 물으신다. 

뭐 그냥 대충 얼버무리며, 그 근처에 가는 거라고만 설명드렸는데..

 

도착할 무렵, 한참이나 떨어진 블럭에서 내리란다.

"아직 많이 남았는데요?" 했더니만,

대답하시길, "아, 그 당 꼴보기 싫어서 가급적 가까이 안 가려고 그러지..."

"아.. 네... 뭐 특별히 선호하시는 당이라도?"

 

 

"거긴 빨리 두 나라당이 되어야지.

 

우리 박근혜 씨는 왜 빨리 갈라서지 않나 모르겠네...

저 꼴보기 싫은 인간들... 에휴...."

 

 

아... 네.......................................... ㅡ.ㅡ;;;

그런 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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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집단 '평균'과 일탈 '유병률'의 함수

이번 달 건강정책포럼 웹진에 쓴 칼럼이다.  차례 돌아오는 게 순식간이다... ㅡ.ㅡ

 

인구집단 ‘평균’과 일탈 ‘유병률’의 함수

 

얼마 전,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두고 여론이 들끓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범행의 내용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했던 데 비해, 가해자가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것이 참작되어 형량이 예상 밖으로 낮게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통해 다시는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화학적 거세에 전자발찌, 신상의 완전 공개 등 사회적 분노의 수준에 걸맞는 강력한 처벌들이 제안되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나선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통령까지 이 사건을 직접 언급하며 강력한 징벌과 재발방지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견 당연해 보이는 일련의 사회적 반응 앞에서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선구적인 역학자 제프리 로즈 (Geoffrey Rose, 1926-1993)는 유작이 되어버린 [예방의학의 전략 (The Strategy of Preventive Medicine, Oxford University Press 1992)]에서 ‘인구집단의 평균이 일탈의 발생에 미치는 효과’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 인구집단 안에서 개인들 간 변이의 범위는 다양성을 지향하는 힘과 통일성을 지향하는 힘 사이의 균형에 의해 통제되며, 그 결과, 인구집단 평균의 변화는 전체적인 분포의 이동을 수반한다는 것입니다.

  52개 국가/사회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인터솔트 연구 (Intersalt Study) 결과를 살펴보면, 인구집단의 평균과 일탈 유병률의 상관성은 매우 높습니다. 예를 들면, 인구집단의 평균 혈압 수준이 매우 낮은데 (특이 체질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고혈압 유병률이 높은 경우란 거의 없고, 마찬가지로 집단의 체질량지수 평균이 높아질수록 비만의 유병률은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일탈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 혈압 같은 신체 건강이든, 인지 기능 같은 정신 건강의 문제이든, 혹은 살인률 같은 사회적 일탈이든 그 양상은 비슷합니다. 보건학적, 사회학적 문제의 대부분이 ‘보통 사람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극소수의 일탈자들’에게만 국한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분포’라는 연속선상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도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사회에서의 젠더 불평등, 여성의 성적 대상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의 ‘평균’ 수준을 생각해봅니다.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이 서비스도 좋’다고 이야기했다던 정치인이나, 여성 기자를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서 실수를’ 저지른 국회의원, ‘예전 관찰사였다면 관기(官妓)라도 하나 넣어드렸을 텐데’라며 손님 접대의 소홀함을 부끄러워했던 도지사, 여자 대학생에게 ‘감칠 맛’을 운운하던 교육자께서는 여전히 현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저녁 무렵이면 ‘미녀 ○○명 항시 대기’를 알리는 매우 ‘단란한’ 주점의 전단이 주택가에 뿌려지고, 손가락으로 리모콘만 누르면 작동 가능한 노래방에 도대체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는 알 수 없으나 오늘도 전국의 수많은 노래방에서 도우미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계십니다. 대중매체들은 (대중이 원한다는 명목 하에) 10대 소녀 연예인들의 성적 매력을 탐구하느라 여념이 없고, 초등학생, 심지어 유치원에 다니는 여자 어린이들이 쇼프로에 등장해 선보이는 정체불명의 ‘섹시 댄스’ 앞에서 어른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라합니다. 이 정도면 가히, 민관 합동의 파상공세라 할 만 합니다. 한국사회가 가진 의식의 ‘분포 (distribution)’가 어디 쯤 위치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발생률이 낮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지경입니다. 몇 년 전, 영화 ‘살인의 추억’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이 성별에 따라 달랐던 기억이 납니다. 남성들은 심리묘사니 미장센, 음악을 칭찬하느라 바빴지만, 여성들은 영화가 그려내고 있는 상황 - 어두운 밤길에 홀로 걷고 있을 때 뒤에서 울리는 발자국 소리의 공포- 의 100% 현실성에 공감하며  ‘너무 실감나고 무서웠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런 곳이 한국사회입니다. 


  인구집단 전체의 분포가 변화하지 않으면서 일탈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설령, 분포의 꼬리를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통해) 일시적으로 제거한다고 해도, 분포 자체의 이동이 없는 한 누군가는 또 그 자리를 채우게 됩니다. 잘 알려진 고위험 접근법 (high risk strategy)의 단점입니다. 성평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 없이, 극단적 사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만연한 성폭력의 문제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제프리 로즈의 계산에 의하면, 인구집단의 평균 혈압이 단지 3%만 낮아져도 고혈압과 관련된 임상적 문제의 규모를 25%나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인구집단 전략 (population strategy)의 이 엄청난 잠재력을 고려한다면, 우리 사회의 의식 분포를 조금 왼쪽으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왼쪽’이라는 말에 언짢아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별 도리가 없습니다. 그래프의 X축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값이 커지도록 약속되어 있기 때문에, 분포의 ‘평균’ 수준을 낮추려면 안타깝게도 (!) 왼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극악무도한 성(性) 범죄자 대(對) 나머지 선량한 시민들이라는 이분형 분포의 환상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이 포함된) 현실의 연속형 분포를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구집단 관점의 공중보건 전략은 사회적 건강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에도 상당히 유효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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