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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독후감

홍실이님의 [You can't be neutral on a moving train] 에 관련된 글.

까먹기 전에 좀 기록을 해둬야...

책에 감동 받아 엊그제는 동명의 DVD도 빌려봤다. 근데 사실, 다큐는 그리 훌륭하지 못했는데... 책을 안 읽거나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불친절한 서술...

 

Howard Zinn - You Can't Be Neutral on a Moving Train

(할배, 젊어서보다는 머리가 희끗해진게 훨씬 인상이 온화해보인다. 젊었을 적... 오.. 한 성격하게 생겼더군)

 

하워드 진 할배의 중요한 일정과 사건들이야 FBI가 친절하게 기록을 남겨두었기에 할배가 자서전도 쓸 수 있었던 거지만 (심지어 한 고등학교에서 했던 연설 때 FBI 가 현장에 안 나와 연설 내용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할배 투덜거리고 있다 ㅜ.ㅜ) 나야 그렇게 해줄 사람 혹은 기관이 없으니 스스로라도 기록을 남겨야지...

 

훌륭한 책을 많이 쓴 지식인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나에 대해서는 그동안 모르고 있었다는게 부끄러울 지경...

 

1.

할배는 타고난 싸움꾼....

 

일찍이 부두 노동자로 일할 때부터, 대학에 다니면서 야간 하역 노동자로 일할 때에도 노조를 조직했고, 보스턴 대학에 자리를 잡고 나서도 교수 노조의 대변인 역할을 맡았더랬다.

 

2.

지식인의 사회 참여 방식...

 

남부의 흑인민권 운동 현장에 함께 있었고 (매맞고, 갇히고, 노숙하고, 모욕당하고..)

반전 시위 때도 현장에 있었다.

출판사에서 미국 NAACP 운동의 역사에 관한 책을 써달라고 부탁받았을 때, 지금 현재진행형인 SNCC 가 더 중요하다고 남부로 달려갔었다. 흔히들... 현재 진행형인 사건은 "학문"의 대상이 아니거나, "후세의 평가" 운운하며 한발짝 물러서려고 하는 것과는 아주아주 다른 방식..

공습 당하는 하노이 시내에서 방공호에 숨어 자신이 폭격했던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떠올리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라도 달려가 강의를 하곤 했다. (Tufts 대학의 베트남 전 관련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강연료 300불을 받고 깜짝 놀랐는데, 나중에 상대편 보수 인사는 3천불을 받았다는 걸 알고 열 받았단다 ㅎㅎㅎ)

현장과는 조금 떨어져 있더라도 충실한 연구성과로 사회진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3.

선생의 모습....

 

도무지 선생으로서의 정체성과 의무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나에게 정말 큰 자극이 아닐 수 없었다. Spelman 대학에서, Boston 대학에서 진심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현장의 가르침을 주려고 했던 모습은 감동 그 자체... 

대학에서 해고당할 때 제자였던 앨리스 워커 아줌씨의 편지는 진짜 가슴 절절하고, 다큐에 직접 출연하여 "선생님 어쩌구" 하면서 이야기하는 모습도 신선했다. 대학 사회라는게 웃기지도 않게 '선생'보다는 '교수"로 부르고, 또 불리워지길 바라는 데 비해 (대학에서 제일 웃긴 일 중 하나가 교수들끼리 서로 교수라고 부르는 것. 왜 교사들은 서로 교사라고 안 부를까?) 스스로 teacher 라 부르고 다른 사람들도 그를 teacher 라고 하는게 신기하기만 했다.

특히, 보스턴 대학에서 총장의 만행에 저항하여 교직원/교수들의 파업이 벌어지고, 교수들만 선별적으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져 수업에 복귀하게 되었을 때, 일반 직원들의 파업 피켓 라인을 넘어설 수는 없다며 학생들을 이끌고 Commonwealth Avenue 에서 야외 수업을 한 이야기와 퇴임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는 학생들을 데리고 학내에서 벌어지는 간호대의 시위에 지지 방문을 벌인 이야기에는 진짜 감동 먹었다.

대학이라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공간에서 사회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하기는 쉬워도 (꼭 쉽다고야 말 못하지만) 실제 삶의 공간에서는 그렇게 원칙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학교가 딱히 무서워서라기보다, 그냥 귀찮게 시달리는 것이 싫어서 학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는 (뒤에서 욕만 하고) 그냥 무시하는게 보통인데 말이다....

 

할배는 계속해서 "요즘 애들은~~" 어쩌구 하면서 학생들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상당히 머쓱했다.

사실, 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혈압이 오르는 경우가 가끔 있다. 

한번은, 지역사회의학 실습 시간에 장애인 이동권 연대의 "버스를 타자" 비디오를 보고 사회적 건강에 대한 주제로 토론을 했는데....

 

"왜 꼭 버스를 타려고 하죠?"  "... ㅠ.ㅠ "     

"저렇게 사람들마다 다 자기 요구만 주장하면 사회 질서가 어떻게 유지되겠어요?" (이건 60대 경찰서장 아저씨나 할 법한 이야기다)

선생도 사람인데..........  나를 시험에 들게 하다니 너무들 하잖나....

 

그래도.... 

책을 덮으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훌륭한 선생이 되려고 노력해야지... 굳은 결심을 했더랬다. (그래서 실제로 훌륭한 선생이 되는 거는 다른 문제)

학생이야 모르니까 배우러 온 거 아닌가...

 

* 사족

요즘은..

왜 이리 할매 할배들의 글이 가슴을 후벼파는지 모르겠다.

카렌 메싱 할매의 글을 읽다보니 오... 이 할매의 카리스마도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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