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망한 선택의 책들

대중적 인기가 대단한데 뭔가 쌔한 기분이 드는 책들이 있음.

특히 미국의 소위 리버럴 지식인 남성들이 쓰는 '내가 너희에게 세상의 지혜  알려준다' 책들이 그러한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역시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

궁금함을 못 참는 성격이 문제인 것 같음...

 

# 조너선 하이트 (2014). 바른 마음

 

이 정도면 쟝르를 픽션으로 분류해야 하는 것 아닐까 ㅠㅠ 마이 아이즈 ㅠㅠ
일단 진화 심리학이라는 학문의 외피를 가장하고 있지만, 구체적 증거는 없이 모두 소설임.
과학적 방법론은 물론이고 정치철학과 사회학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는 데다가 보수/진보에 관한 개념도 미국사회의 협소한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음.

그가 주장하는 도덕심리학의 세 가지 원칙: 

1)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 다음이다 - 이게 새로운 발견인가? 

2) 도덕성은 단순히 피해와 공평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바른 마음은 여섯 가지 미각 수용체를 지닌 수용체를 지닌 혀와 같아서, 피해와 고통, 공평성과 불의, 자유, 충성, 권위, 고귀함과 관련한  가치가 중요하다 (도덕적 다원주의). 근데 특히 진보주의자들은 피해/고통, 공평성/불의에만 반응하고 보수주의자는 육각형 인간으로 고루 발달되어 있다 ㅋㅋ 아니 이 여섯가지면 도덕의 모든 차원이 다 포괄되는 거여? 슈나이더만의 정치철학 좀 읽어보시면 좋겠네. 게다가 이런 구성개념 도출까지의 과정이 그야말로 순수한 소설임... ㅡ.ㅡ  이래도 되는 건가??? 인간이 진화하면서 아마도 그랬을 거래...응? 이게 뭣이람? 

3) 도덕은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 퍼트남의 사회적 자본과 뒤르켐, '초개체' 나오는데 증거라고 제시한 것들은 역시 그럴 것이라는 상상의 나래 ㅋㅋㅋ  인류를 위해 바퀴를 발명하심 ㅋㅋ 여기에다 종교가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결속력에 대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보태지는데.. 눼눼

 

그리하여 그의 정의에 따르면, "도덕적 체계란 가치, 미덕, 규범, 관습, 정체성, 제도, 첨단 기술 등이 진화한 심리 기제와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을 말한다. 이 둘은 도덕적 체계로서 함께 작용하여 개인의 이기심을 억제하거나 규제하며, 나아가 협동적인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한다" 아니 도덕에 대한 철학자, 윤리학자들의 무수한 고민이 있었는데 왜 심리학자가 이런 말을 해대는 거임 ㅜ.ㅜ

덧붙여 도덕적 자본이란 "어떤 공동체가 가진 가치, 미덕, 규범, 관습, 정체성, 제도, 첨단 기술, 그리고 이와 맞물린 진화한 심리기제의 정도를 말한다. 이 둘은 도덕적 체계로서 함께 작용하여 개인의 이기심을 억제하거나 규제하며 나아가 협동적인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한다." ???? 그래서 교양있는 정치를 하려면 (지금과 같은 미국의 진보/보수 분열, 극한 대립을 극복하려면) 심리학자와 정치학자가 합심해 방법을 찾아야 한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미치겠다.뜬금없는 철인정치 납셨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드디어 유전자 나옴 ㅋㅋㅋㅋㅋ 진보주의 유전자, 보수주의 유전자... 5만년이면 유전자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라네. 왜 아니겠어 ㅋㅋ
아니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21세기 최고의 책'이라는 상찬을 받고 저자를 구루로 모시는 이유를 당최 이해할 수가 없음... 

다만 바스크 지방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책을 펼쳤으니 마쳐야 한다는 집념으로 끝까지 읽었다고.... Ben도 내가 이 책을 펴들고 있으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다른 책을 마구 추천해줌.... 나도 알아 알아 당신이 무슨 걱정과 의심을 하고 있는 건지 잘 안다고 ㅋㅋㅋㅋㅋ.


# 로딘 던바 (2022년) 프렌즈


아니 이 책을 골랐을 때는 저자의 정체를 몰랐어 ㅋㅋㅋㅋㅋㅋ

 

내가 기대했던 것은 인간 진화의 역사에서 우정을 만들어가고 유지시키는 동력은 무엇이고 한편 무엇을 위해 그것을 희생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었는데...
뜬금없는 던바의 수 무한반복에, 갖가지 심리학 실험들과 뇌 구조에 대한 통계적 분석, 그리고 진화심리학 특유의 선 넘기.... ㅡ.ㅡ

이를테면 뇌 크기는 정신화 능력을 결정하고, 정신화 능력은 친구 수를 결정한다...
웃음은 원숭이의 놀이 얼굴에서 진화했고, 미소는 항복하는 얼굴에서 진화했다....... ???
남녀의 사교 유형 차이는 궁극적으로 재생산 과정의 뚜렷한 생물학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에게 대단히 실망했음. 책을 고르는 감이 쇠퇴한 것인가.....

친밀도의 강도와 숫자가 3배 크기로 반비례하여 늘어난다는 사실은 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친한친구 5명, 15명, 그야말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최대 150명...  어쩌라구?
전화번호부에 명단 많다고 좋아할 일 아니라는 뜻인가.. 대체 모르겠어...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낸 나의 지구력과 인내심에 cheers..

아니 그리고 중요한 개념인데 고독과 외로움 번역도 틀리게 했어... 고독(solitude)은 외로움(loneliness) 없이 홀로 있는 상태인데, 책에서 이를 구분하지도 않고 모두 '고독'으로 번역해놓음 ㅡ.ㅡ 어이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그림이 많은 책들

독후감이 밀리니까 장르를 모아서 정리하는 해괴한 신공을 선보일 수 있구나 ㅋㅋ

오늘은 그래픽노블과 만화, 일러스트 많은 에세이들을 셋트로 ..

 

# 케이트 비턴 (2024) 오리들

 

삶은 믿을 수 없을만큼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

단순명료하고 보이는게 전부인 세상이라면 연구도 필요없고 철학도 필요없겠지
계급과 젠더, 그리고 생산과 생태를 둘러싼 가치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혼돈과 부유하는 마음을 이토록 잘 그려낼 수 있을까...

오래도록 묵직한 여운과 복잡한 감상을 지워낼 수 없는 책

 


#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2019) 르 데생 le dessin

 

친구를 먼저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이라면, 

이 짧은 흑백의 그래픽노블, 마지막 한 컷이 채색으로 피어오르는 이 단편에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무게와 감정의 진폭을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세월이 흘러도, 기억은 흐려지되 감정은 흐려지지 않고,

오히려 새록새록 부재를 실감하지.


# 닉 드르나소 (2019) 사브리나


어우.... 그림은 이렇게 동글동글하고 채도가 낮아 전혀 자극이 없어 보이는데 스토리가 그냥...
이 대조 때문에 더 크게 내상을 입는 느낌... 

무방비 상태에서 날카로운 광선검에 일격을 당하는 것 같은 ㅜ.ㅜ

 

# 김중혁 (2014) 메이드인 공장

 

이 책은 대체 언제 읽은 건지 기억도 안 남...

어쩌다보니 에버노트 끝자락에 몇 년 동안 방치되었던 느낌적 느낌... 

공장까지 다녀와놓고 좀더 상세하고 꼼꼼하게 이야기를 전해주지 않는 것이 아쉬움. 이렇게 툭툭 가볍게 단상을 털어놓는 것이 트렌드인가 ㅜ.ㅜ
하지만 그 덕분인지지 슬렁슬렁 재밌고 가볍게 읽을 수 있었음. 사실 나는 이런 종류의 유쾌함 좋아함 ㅋ 성석제 작가의 박물지, 여행기 이런 류. 이곳저곳 세상 구경하며 툭툭 던지는 이야기들 말이지.

작가는 나랑 동갑인데 시골 출신이라 어릴 적 환경이 많이 다름 ㅋ 최소한 나는 조산원에서 태어났다구 ㅋㅋ 대장간에서 태어나는 일은 없었지, 하지만 우리 세대라면 '공장 공포증'은 누구나 가지고 있었지... 공장이냐 공부냐.... 공부못하면 공장 가야하는데 그것이 마치 되돌아올 수 없는 인생의 나락으로 공포화되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희한한 일이었음.


작가 자신의 글 생산 과정을 그린 '글공장' 이야기 너무나 공감하며 읽었음 ㅋㅋ 

" 외부 바이러스와 잡생각을 말끔하게 앂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인터넷 서핑, 인터넷 쇼핑, 실시간 검색 순위 보기 등 쓸데없어 보이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데" ㅋㅋㅋ 

이건 마치 성석제 작가가 살림이 창작활동의 제일 큰 적이라고 했던 것과 반대 지점에서 방해꾼..  근데 뭔지 너무 잘 이해하겠잖아

피아노공장에서의 문화적 허영에 대한 지적에도 매우 공감

"허영이라는 말은 문화나 예술과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허영은 필요 이상의 겉치레란 뜻인데, 문화와 예술에는 애당초 필요라는게 없으며 겉치레를 계속하다 보면 겉이 속으로 변하는 순간이 온라고 나는 생각한다. 거실에 있는 피아노를 계속 보다 보면 치고싶어지고, 책장에 꽃혀 있는 전집은 누군가 읽게 마련이다."

 

# 이토 준지 (2018) 토미에

 

몇 년 전에 이토 준지 걸작선을 대폭 세일한다고 해서 사두고 꺼내보지 못하다가 최근에 조금씩 읽고 있음. 이런 류(!)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책읽다 육성으로 욕하고 첫날 밤 악몽에 시달림 ㅋㅋㅋㅋ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이제 완전 적응 되었으나 근본적인 의문을 지을 수 없음. 왜 이걸 보고 있나 ㅋㅋㅋㅋ 오래 전 작가의 전작 '소용돌이'를 보면서 세상에 이렇게 불쾌하고 끈적한 느낌의 만화는 처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여기에 또 손을 댄 것일까.. 이토 준지에게 토미에같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것이냐 뭐냐 ㅋㅋㅋㅋ

그리고 마침 계엄 정국 이후 드러나는 갖은 신비로운 사실들을 자꾸 토미에와 연관짓는 이상한 버릇마저 생겨남 ㅋㅋ 대책없는 자기애와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그리고 고관대작과 군인, 정치엘리트들을 자기파괴에 이를 때까지 사로잡고 휘두르는 그 마력이야 말로 토미에의 힘 아닌가 말여....

나야말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계급 남아있기 혹은 건너뛰기

# 샘 프리드먼, 대니얼 로리슨 (2024) 계급천장


제목이 너무 내용을 유추하게 만들어서 뻔하지 않으려나 걱정하며 시작했는데, 부르디외 센세의 자본/아비투스/궤적/장 개념을 적용하여 엘리트 계급 진입과 이후 성공의 궤적에 이르는 미묘하고 잘 드러나지 않았던 요인들을 세심하게 분석해낸 좋은 학술서이자 대중 교양서였음. 

계급천장이라는 개념은 페미니스트 연구의 '유리 천장' 개념에서 가져왔다고 함. 

부르디외 센세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나 스스로의 계급 궤적에 대해서 반추해보게 만들었고, 한편으로 한국의 엘리트에게 과연 이런 아비투스나 체화된 교양(바람직함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이 존재하기나 하는지 의구심이 작렬.. 

예컨대 이 연구의 인터뷰에 참여한 엘리트들은 바이어스가 있을 수 있는데 "영국의 특권층은 개인적으로는 계급적 우월 의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인터뷰 같은 상황에서는 개방적이고 관용적이며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강한 도덕적 필요로 인해 그러한 판단을 표현하는데 제약을 받"기 때문... 이 정도의 교양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ㅡ.ㅡ 
책을 읽었던 몇달 전에도 이런 생각을 했지만 내란의 밤을 거치며 이땅의 엘리트들이 펼치는 반지성/무지성 대환장 잔치를 매일 보고 있자니 더더구나..... 어우....


책의 계기가 되었던 것은 2009년 영국 노동부 '직업에 대한 공정한 접근위원회'의 보고서 "포부의 해방 unleasing aspiration" 일명 "밀번 보고서"와 BBC 인력의 계급 구성 분포 보고였다고 함. 현실은 진단한다고 바로 해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상세한 진단 자체가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함. 


일단 중간직이나 노동계급 출신이 엘리트 계층에  진입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일단 진입한다고 해도 성공에 이르는 길은 또다른 역경. 책에 포함된 사례연구에는 의사집단이 없는데, 앞 부분 통계에 보면 가장 배타성이 큰 직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바 궤적이 궁금함 (부모가 의사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의사될 확률 24배,  비교집단 중 가장 높음). 사례에 나온 건축회사처럼, 측정할 수 없는 아비투스보다는 전문기술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는 진입과 관련한 영향이 크기 때문일까? 가업을 물려받는다? (미시 계급 재생산 micro-class reproduction) 아니면 사교육에 대한 투자? 의대생이나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도 몸에 벤 행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일까??? 상세 분석이 필요해보임


책에서 가장 커다란 가르침이라면, 엘리트들이 실제 능력 이외에 체화된 문화와 양식, 연줄에 의해 성공에 이른다는 발견이 아니라, 이들의 이러한 모습이 '재능'으로 평가되고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사실... (이미 부르디외도 상층부의 취향이 문화적 탁월함, '교양', 사회생활에서 '정당한 것'으로 오인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음)  

게다가 사례연구에 등장하는 문화엘리트의 경우 문화와 상징의 생산자라는 측면에서 대중매체를 통해 '빈곤포르노'를 생산하고 왜곡된 인식체계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 오늘날 인적 자본론은 "사람들이 진공 상태에서 활동하고 직장 생활이 외부의 영향과 단절되어 있으며 커리어 진전이 전적으로 그들이 가진 기술, 능력, 행동에 의해 좌우된다고 암시"

초반부 계량 분석에 다르면, 계급 임금 격차의 세 가지 핵심 동인은 1) 특권층 출신은 더 높고 인정받는 학력 보유, 2) 런던에 거주하거나 직장을 위해 런던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높고, 3) 특정 직종과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경향...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임금격차의 47%만을 설명...  다른 중요한 무엇이 있음을 의미...
저자들은 엘리트들의 인생에 드리워진 순풍 following wind 로써 세 가지를 언급함

  • 1) 엄빠 은행 - 그런데 이는 성공의 도덕적 정당성의 핵심을 타격하는 것이기에 대부분의 엘리트들은 이를 불편해함 ㅋ 부로 인한 불안 anxieties of affluence (ㅈㄹ도 풍년이지 ㅋㅋ)
  • 2) 도움의 손길 - 이것도 뇌물 같은 것보다는 동종선호 homophily 에 기반한 친밀한 연대. 허울 좋게 인재매핑 taleent mapping 이나 파트너 재질 partner material 식별 등으로 불림 ㅋㅋㅋㅋ '문화적 유사성은 단순한 호감의 원천이 아니라 '능력'을 평가하는 근본적 기반이 되기도 함' - 과거의 올드보이 네트워크나 한국/일본의 호모 소셜이 여기에 해당하겠지. 근데 이게 룸살롱에서 이루어지는 XY연대라기보다 좀더 미묘한 형태의 계급적 동종선호라는 게 영국과의 차이랄까....
  • 3) 적합성 (fit) - 여기에서 '유리구두'라는 개념 활용. 이는 실제로는 업무와 거의 관련이 없는데도 특정 직업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하거나 힘든 것으로 여겨지는 내재적 특성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지칭함. 여기에서 상층부에 적합한, 소위 파트너 재질의 핵심은 '세련됨' ㅋㅋㅋ (특히 영국에서는 용인 발음 received pronunciation! 뭔 개소리야 ㅡ.ㅡ) 또한 학습된 비격식성도 중요함 (studied informality) 소위 힙한 것을 말하는데, 근데 이 힙함이 그냥 마구잡이면 안 됨 ㅋㅋㅋ 복장, 스타일, 유머, 자신감 등등 적절한 태도와 여유로움. 특히나 이런 속성은 객관적 기술이나 노하우가 작동하지 않고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 (부르디외는 특정 직업 또는 조직 영역에서 작동하는 강력하고 당연시되며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여지는 규칙이나 규범을 doxa 라고 지칭)

반대로 이야기하면 힘겹게 사회상층에 도착한 비엘리트 계급 출신들은 그야말로 애써 역풍과 싸워가며  거기에 이르느라 소진되거나 싸움을 포기하는 상황 ("마치 낙하산 없이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기분"). 

그래서 '자기 제거' 가 나타남. 뭐냐하면 진급 기회를  잡지 않기로 결정하거나 리스크를 회피하며 경력 궤적을 늦추거나 더 낮은 곳으로 가고, 혹은 상층부에 진출한 후에도 게임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기를 거부하는 것. 특히 성별, 인종 같은 요인들이 겹쳐지면 (교차성) 더욱 곤란. 나도 이런 것은 심심찮게 목격한 것 같음. 내가 본 사례들은 대개 젠더와 (학력 아니고) 학벌 열세 상황이었음

그런데 또 계급과 인종/성별 같은 다른 종류의 포용성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도 아닌 것으로 나타남. 그래서 교차성 관점이 중요한 것으로 보임. 예컨대 사례 중 건축회사는 아비투스가 훨씬 덜 중요한 성공요인이었지만 젠더에는 상당히 배타적인 것으로 나타남.


사람들의 사회이동 경험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1) 계급천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상당한 기회비용이 존재하고 (특권적 배경을 갖지 못한 사람은  특권층이 겪지 않아도 되는 역풍에 맞서 싸우느라 감정적 에너지 소모하며 이는 불공평하고 이들을 더욱 불리하게 만듦, 2) 이러한 감정적 각인은 계급 천장의 동인이라는 역할을 넘어 그 자체로도 중요하게 인식될 필요가 있음. 사회이동성이 사회적 병폐에 대한 만병통치약처럼 물신화하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줌

저자들의 '능력'에 대한 견해는.. "기술, 자격, 전문성, 노력, 경험등 전통적인 능력의 척도가 영국의 엘리트 직종에서 커리어 진전을 이루는데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분석 결과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 현금화'하거나 재능을 '실현'할 수 있는 동일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능력'이 자리의 획득으로 이어지려면 그것을 입증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그 능력이 다수가 '올바른' 업무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쪽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성공의 열쇠를 쥔 사람들이 그것을 가치 있다고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특권층 출신이 획득한 자기표현 방식이 재능이나 잠재력의  지표로 오인"되고 있다면서 이를 "객관적인 능력으로 가장된 계급적 퍼포먼스"라고 정의함.  그리고 "계급 태생에 뿌리를 둔 동종 선호가 계급 천창의  핵심 동인"이라고 주장

'순풍'이라는 메타포는 탁월한 선택인 것 같음. 

"타고난 유리한 조건으로 인해 어떤 행동이 가능해지고 어떤 종류의 자원을 이용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더 잘 보이게 할 수 있는지 적절하게 보여주는 비유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특권은 에너지 절약장치로 작용하여 적은 노력으로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울러 이 비유는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들의 경험을 시각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개인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거나 결코 정상에 도달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일반적으로 더 오래 걸리고, 빈도가 더 낮으며, 현저히 더 많은 노력이 들거나 심지어 탈진을 경험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저자들은 사회학자로서는 드물게 ㅋ 문제 해결책을 제안함. 

이는 컨설팅 조직과 함께,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하는(이런 곳이 있다니 ㅜ.ㅜ) 기업들에게 사회이동성 증진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한 것 1) 출신 계급을 측정하고 모니터하기, 2) 조직 내부에 계급천장 존재하는지 확인, 3) 재능에 대한 대화 시작, 4) 교차성을 진지하게 고려, 5) 사회이동성 데이터 발표, 6) 무급 및 미공고 인턴십 금지 (바로 이 대목에서 장학금도 안 주면서 전일제 학생을 요구하는 모 대학원의 만행이 떠오름), 7) 경영진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 8)비공식적인 것을 공식화, 9) 지원을 바라는 사람들을 지원, 10) 법적 보호를 위한 로비 활동

맥락이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도 이 중 몇 가지는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조치들인데.. 그렇게 할 리가 없지.... ㅡ.ㅡ

 

#샹탈 자케 (2024)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

 

계급천장 읽고 나서 무언가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쳤는데...프랑스 철학자들에 대한 나쁜 인상만 가지게 되었음 ㅋㅋㅋ  아니 무슨 이런 거창한 이름을 붙인 거야.. 계급횡단자라니 그럼 하향이동에 대해서도 같이 다루든가, 미천한(?) 계급 출신에서 상향이동한 사람들만 다루었고 집단을 횡단한 다른 사례 (예컨대 트랜스젠더, 이주민)와의 공통점이나 차이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도 않음. 그리고 이 때 계급이라는 것도 노동자/자본가 같은 현대적 계급 특성이라기보다 아비투스로 상징되는 구 시대의 신분적 질서와 취향에 크게 맞닿아 있음.


한국인으로서 두 가지 측면이 크게 거슬리는데,
첫째, 고아한 문화적 자본이나 습속이란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의 지배계급, 졸부들의 행태가 떠올라 전~혀 공감이 안 됨. 예컨대 책 후반부에 "부르주아 문화는 감정을 자제하는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사람들 사이의 유쾌한 교류에 장애물이 되는 각종 요인들을 아예 삼가는 방향으로 발전되었다.. 는 표현에 당최 동의가 되냐고 ㅋㅋㅋ  한국 지배계급은 지구 역사 6천년입네, 동성애가 종북이네 해괴한 소리를 늘어놓는 기독교에 심취해있으면서 또 점쟁이는 잘도 찾아다닌다고.....
둘째, 빠른 사회변화를 통해 계층이동이 '대규모'로 이루어져서 (산업구조가 바뀌고 경제가 발전하고, 지역 개발이 이루어지고.. ㅡ.ㅡ) 한동안은 어지간하면 부모세대보다 자식 세대가 상향이동을 경험한 계급횡단자라고 말할 수 있는데 뭐 이런 세세한 불화와 '수치심'까지 들먹이는지 당최 이해가 안 됨.. 이미 한국의 많은 문학작품, 영화,드라마  같은 대중 문화가 소위 계급횡단자들의 경험, 감정을 더 상세하게 분석하고 그려내지 않았는가 말여...

책의 앞부분에는 단지 이것이 계급횡단을 경험한 뛰어난(?) 개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단서를 찾는 것이라 했었음
"관건은 비-재생산이라는 예외가 재생산의 규칙을 파기하는지 혹은 확증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동시에 이를 알아내기 위한 탐구의 이면에는 인간 역량의 본성과 자유의 영역 확장이라는 논점이 떠오른다. 왜냐하면 비-재생산은 사회적 전복 혹은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에도 기성 질서의 내부에서 새로운 존재가 발명될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해서 마치 사회적 조건과 개인 주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며 틈새 변혁 전략이라도 제시하는 줄 알았지 ㅋㅋㅋㅋㅋ


그동안 다른 연구자들이 이러한 문제를 다루지 않은게 정치적 오염과 이데올로기 (드문 사회적 유동성의 사례를 개인의 자수성가 논리로 포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시작하지만, 결국 이 책은 읽고 나서 생각한 것은 개인의 '기질'과 가족, 혹은 지역사회 미시환경에서 마주친 '우연'의 결과 ㅋㅋㅋ 

아니 사실 어떤 사회법칙도 결정론적이지 않고 주체와 구조의 상호작용 속에서, 그리고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예외라고 부를만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닌감?
비판적 실재론의 '인과적 힘' 개념이나 기전을 파악하기 위한 '사례연구'가 이러한 탐구를 뒷받침할 수 있을텐데, 정작 저자는 철학적 접근을 한다면서 (스피노자의 인식론) 딱히 기술(description)을 넘어서고 있지도 않고 문학을 넘어 현실의 사례연구를 하지도 않음.. 

이런 면에서 저자는 계급이 어떻게 비-재생산되는지 탐구함으로써 계급재생산의 이면을 파헤친 부르디외를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그런가 하는 의문이...
저자가  밝혀낸 비-재생산의 원인에는 야심, 하지만 무엇이 야심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번에는 '모델과 모방' (출신계급에 일반적이지 않은 모델이 우연히 존재) 제안. 여기에는 가족모델, 학업모델(선생님! - 공교육의 중요성?) 존재 . 그리고 학업모델의 성공을 가능케 하는 사회경제적 조건의 뒷받침 ...  근데 이런 추론 과정은 이미 사회학에서 너무 많이 다룬 것 아닌감??? 

바로 이 대목에서 저자는 '감정'의 중요성 제기. 왜냐하면 "대안적 모델의 존재도, 정치적 제도의 뒷받침과 경제적 후원도, 감정이 추동하는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비-재생산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데.. 이게 동의가 안 됨. 이러면서 '사회적 수치심'을 거론함 ㅋ

아니... 나는 사회적 수치심 때문에 공부하고 상향이동한 거 아니라고 ㅋㅋㅋㅋ  

그리고 사회적 동질성에 대한 압력은 미국 흑인 게토와 프랑스 농촌에 존재할지 모르겠지만 딱히 한국사회에는 다른 맥락이라고... 동질성 압력이 아파트 가격 짬짜미할 때나 유행 패션, 취향, 소비문화에나 있지 무슨 계급에.. ㅡ.ㅡ

책 중간쯤에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함 "예외적 개인은 오직 그러한 예외를 허용하는 환경 속의 예외일 뿐이며 아무리 비전형적인 개인의 이력일지라도 이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 따라서 개인은 환경의 인력과 척력이 교차하는 환경의 협력과 함께 작도하고 있으며 예외적 개인이라고 할지라도 규격외의 결실을 맺었다고 할수는 없다. 그는 단지 일반적으로 우세한 규칙들과는 다른 규칙들의 조합에서 나온 결실일 뿐이다. 계급 횡단자는 고독한 영웅이라기보다는 가족, 마을, 거주지, 인종 혹은 계급, 성별 또는 젠더의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소망을 떠안고 있는 선구자이다."  

왜 계급횡단자한테 고독한 영웅 운운을 언급하고 다른 이들의 집단적 소망을 떠안은 선구자라는 것인감가??? 너무 상층계급 지식인의 시각인디? ㅋㅋ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그곳에 이르지 못한 안달복달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그러면서 '기질' 등장함. 비-재생산에는 인과 규정의 새로운 배치 가정이 필요하다며 천재성보다는 훈련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주장 ㅋ 이게 바로 기질(스피노자 개념으노 인게니움 - 인과 규정들 사이의 물리적이며 정신적인 인과 결정의 복합적이고 독특한 조합이라는 아이디어를 재정립함). 그래서 도야를 강조함 ㅋㅋ  

그럼 대체 계급횡단자의 기질이란 게 무엇이냐.
우선 1) 탈정체화 - 개인적 자아를 해체하고 '사칭'을 통해 사회적 자아를 해체하기도 함 ㅋ 그리고 적응과 도태 사이에서 '이행'이 일어남. 계급횡단자들의 기질은 "무모함과 소심함, 그리고 호전성과 유순함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기질적 특성은 긴장 속에서 살아온 계급횡단자의 역사를 반영하는 산물이자 적응과 도태 사이에서 그가 겪은 영속적 동요를 증언해주고 있다"니.....  아 진짜 계급횡단자로서 환장하겠네 ㅋ
2) 틈새 - "두 세계 사이에 놓인 다리를 끆어버리고 싶어하지만.. 결국에는 언제나 자신의 출신지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다." 뭔 헛소리여.. 그러면서 민중 계급의 '거리의 에토스'를 이야기하고 긴장 속에서 '마음의 동요'를 이야기함... 난 아니라고... 스피노자가 수치심의 정의를 확대하여 "다른 사람들이 비난한다고 우리가 상상하는 우리의 어떤 행동에 대한 관념을 수반하는 슬픔'으로 정의했다는데, 이런 것은 일제시대 식민지 지식인들의 어줍잖은 자기 연민을 다룬 근대 문학에서 지겹게 봤던 것들 아닌가... 이렇게까지 생각하다보면 저자가 너무 안온한 1세계에 살아서 이 모든 걸 뒤늦게 깨닫게 된 사람 같은 생각이 든다고.. 이 마당에서 자신과의 화해로 '커밍아웃' 이야기하고 스스로의 출신에 자긍심을 부여하는 것까지 오면 너무 1980년대 한국 노동문학 ㅋㅋ "계급횡단자가 타자를 통해서 그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죄책감을 제어함으로써 이 감정을 동력원으로 바꾸어 자신을 짓누르는 것을 지렛대로 변형시키고 긴장들을 오히려 발돋움판으로 사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세상에.. 굳이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책의 마무리에 "계급횡단자는 가장 불리한 환경에서조차 인간존재가 얼마나 유동적이며 상당한 정도의 가소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며 세계가 고정불변의 방식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본질주의적 시각을 무너뜨리고, 인간의 자유로운 주체로서 지위를 당연시하는 실존주의의 시각 역시 무너뜨린다고 자평... 응???  이미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ㅡ.ㅡ 저자는 기질 분석을 통해 아비투스 논의를 보완했다고 하지만... 대체 어디에서....


저자는 감정의 역할을 강조하며 "계급횡단자는 감정적 기질의 결실"이라고까지 표현...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는 내 의지가, 내 감정이 부족했던 것이야???
그러면서 마지막에 인종, 젠더, 성정체성 등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면서 "비록 계급획당자는 낙인찍힌 조건과 관련하여 어떤 해방의 형태를 체화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급횡단자가 모든 여성과 동성애자 혹은 흑인이 추구해야 할 미래의 모습인 것은 아니다. 인간의 미래는 더욱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목표는 계급의 장벽을 홀로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그 장벽을 허물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갑분.. 아니 그렇다면 이에 합당한 이야기를 했어야지.. ㅜ.ㅜ

 

이런 의구심과 화를 안고도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낸 스스로를 칭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SF 중단편들 숙제

독서일기는 너무너무 밀려있고,

생각의 곳간이 바닥났다는 위기의식이 쌓여가고 있던 차에 이제는 밀린 숙제를 할 시간.

꺼내 쓸 재료가 소진되었으니 이제 다시 차곡차곡 모으고 다듬을 시간이로다. 

오늘은 가볍게 픽션들부터...

오랜만에 독후감 쓰려니 이제 알라딘 API 죽었나... ㅡ.ㅡ

 

# James Tiptree Jr. Her Smoke Rose Up Forever

 

이건 대체 몇 년 전에 읽은 거야.. ㅡ.ㅡ

모두 흥미로웠지만 역시 뇌리 속 각인은 The Screwfly Solution..

근데 책 읽고 이걸 독후감이라고 남겨놓다니 ㅋㅋㅋ

"엄마야 나 무서워서 마지막 챕터를 한동안 열어보지 못함.
너무 서늘하고 살벌해서 한동안 후덜덜...
한 종을 말살하려면 저렇게 하면 되는거구나..."

하여간 화자의 긴박함과 공포가 너무 절절해서 지금도 그 '감정'만은 선명하게 기억이 날 정도.

현실에서 젠더폭력이 점증하는 순간마다 나는 이  작품, 그 감정들이 자동으로 떠올랐음.

저자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이토록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도 드물 거라 생각함. 

근데 Alice Sheldon의 이력 자체가 정말 신비롭기 그지없음 ㅋ 그래픽 아티스트에서 2차대전 말기 공군 정보장교, 이후 CIA 정보장교, 퇴직하고 대학으로 돌아가 실험심리학 박사학위...  오랫동안 남성 필명으로 감쪽같이 동료 작가들과 팬들을 속이고 활동... 남성과 결혼은 두 번했지만 오픈리 레즈... 글에는 페미니즘의 향기가 물씬....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삶이었음

 

#켄 리우 (2020)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내가 생각하기에 과학 소설이 하는 일, 또는 적어도 내가 이야기 속에서 하고자 하는 일은, 오히려 희망과 공포로 가득한 지금 이순간의 현실에 확대경을 가져다 대는 것"

"내가 보기에 우리 인간이라는 종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도록 진화했다. 나는 법학 교육을 받고 변호사로 일해온 까닭에 사실과 숫자가 인간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을 이제껏 눈앞에서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그것은 오로지 이야기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테드 창에게서는 '중국계'라는 것을 그닥 인식하지 못했는데 켄 리우는 이것이 그의 정체성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것 같음. 서유기와 삼국지를 만들어낸 이야기의 나라 후손답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고 말할밖에 ㅋㅋ
사실 이 책에 등장한 싱귤래리티와 의식의 업로드 개념이 그닥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서문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를 통해서 (이는 그야말로 배경이자 소재) 인간답다는 것, 인간의 본질, 뿌리박힌 혹은 뿌리뽑힌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질문함...
매듭묶기를 통해 3차원 단백질구조를 이야기한 것이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에서 인생의 헛헛함을 크게 느낌...

 

#켄 리우 (2024) 은랑전

 

이건 비교적 최근에 읽은 켄 리우 작품.
점점 소프트 SF에 환상 요소가 커지기는 하지만 (그래서 약간 고개 갸우뚱이기는 한데) 매우 동시대적인 장점은 사라지지 않았음
특히 인상적인 테마는 "비잔티움 엠피시움"
분산형 직접 공여라는 것이 가만 생각해보면 각종 소셜 펀딩과 메커니즘이 같고,
또 빈곤, 재난포르노를 토한 공감의 격발이 단순 영상이나 사진이 아니라 생생한 가상현실이라는 딱 한발자국 정도의 차이...
"암호 화폐가 정부의 손에서 통화공급 통제권을 빼앗으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엠피시움은 전문 자선 단체에게서 세계인의 연민 공급 통제권을 빼앗은 것이 목표였다" 이거 이미 현실이 되버린 것만 같아서 대단히 혼란스러움....

 

# 김보영 (2020) 스텔라 오딧세이 3부작


에헤... 작품 안팎으로 이렇게 애틋해도 되는가!!!! 

처음부터 3부작을 기획하고 쓴 것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너무나 꼭 들어맞고 아름다워서 정말 한달음에 읽어버림.
프로포즈 같은 혼종 문화 극혐인데, 그것이 어떤 용도이든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선물로서의 소설이라니. 심지어 시도 아니고 소설!!!! 와 사치 중에 이런 사치가 있을까 싶음... 개부러움 ㅋㅋㅋ 

 

# 아말 엘모타르, 맥스 글래드스턴 (2021)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전쟁에서 패배한다


지음(知音)이 이런 것이냐 ㅡ.ㅡ
비록 적진에 속해있지만  어느 순간 서로에게 매혹된 요원들의 시공간을 초월한 러브레터.
몹시도 아름다운 문장들, 그야말로 시공간 역사의 현장을 오가는 장대한 스케일, 그리고 창의적인 편지의 인코딩/디코딩이 빼어나기는 한데…. 나랑 스타일이 안 맞아 ㅠㅠ
이 감정의 고조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ㅋㅋㅋㅋ 왜 갑자기 서로에게 빠져든거야????

이런 기조.. 뭐랄까 SF 안의 서정 장르.  어쩌면 르귄의 [어둠속의왼손]도 그런 계보이고 중도 포기한 제미신의 책이나 나인폭스갬빗도…   안맞아… 나는 건조함이 좋아요.
아 근데 더 생각해보니, 서정 장르가 안 맞는 게 아니라 전근대 신비주의 내지는 낭만주의 문화와 SF 결합된 장르가 싫은 것 같네.  나는 그냥 바우하우스 이전 시대가 싫은가벼 ㅋㅋㅋㅋㅋ

 

# 레이 브래드버리 (2020) 화성연대기

 

처음부터 장편으로 기획된 것은 아니고 단편 모음인데 1940-50년대 쓰인 것임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진보적 시각이 아닐 수없음 ㅠㅠ 아메리칸 인디언 수탈의 역사와 흑인 노예제의 잔재... 그리고 폭력적 정복의 역사를 상당히 서늘하게 그려냄.

근데 문장이 너무 정동 지향 ㅋ 이게 이 작품의 장점이라는데 나랑 안 맞아 ㅠㅠ 

아마도 이 소설이 그리는 미래 사회 2005년이 이미 지나간 과거라는 점과 화성의 물리적 환경, 화성인의 생물학적 속성에 대한 개연성이 너무 부족해서 지금은 아무리 픽션이라 한들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이 크게 작동한 게 아닐까... 

게다가 나는 비극적 결말의 대하 서사시 Red Mars를 먼저 읽어버린 사람 ㅠ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바스크 나들이_마지막

hongsili님의 [바스크 나들이_05] 에 관련된 글.

 

#7_문명 세계 빌바오

Sukarrieta, Urdaibai
Busturia - Altamira San Kristobal
 
이번에는 산골이 아니라 바다! 빌바오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해변 마을.
너무 아름다운 풍광, 은모래가 반짝이는 파란 바다와 작은 기차역, 건너편 나즈막한 산들…
이곳은 가히 휴양지의 정석이라 할만함 ㅋ
우리는 이곳에서 날마다 하몽과 멜론, 와인의 사치를 부림 ㅋ 지금이 아니면 언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날에는 게르니카 시내로 나가 역사 박물관 구경함. 
박물관에서는 이곳 사람들의 장황한 해설에 말문을 잃음 ㅋㅋㅋㅋ
아니 게르니카 폭격 이야기하는데 13000년 전 동굴 벽화 역사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유엔 인권 선언으로 마무리함 ㅋ  와.. 진짜 내가 독일 뉘렌베르크 박물관, 베를린 공포의 지형학에서 광기의 텍스트 집착증 독일인들에게 질렸는데 여기는 새로운 유형의 광기 ㅋ
 
그래도 바스크 독립의 열망과 엊그제 산세바스챤 시내에서 보았던 축구 관객들의 상기된 표정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됨. 공화주의자들의 후손이 왕당파에 저항하는 것은 당연지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카페에서 맛난 커피 한 잔 마시고, 기념품 가게에 들러 작은 선물들 구매..
패션 피플 담담이 생일 선물로 바스크에서 유래했다는 베레 모자 구입.. 여기는 초콜렛도 베레모 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찌감치 숙소에 돌아와 베란다에서 책읽고 차마시면서 평화로운 한 때....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눈물의 귀향 ㅠㅠ
D 샘하고는 형평성학회지에 제출할 논문 개요도 함께 정리하고,
준비하고 있는 책의 교정본 검토도 마무리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게르니카 시내 고메에서 구입한 나바라 산 안심과 등심 구이와 함께, 볶음밥, 샐러드... 그리고 최후의 만찬… 한국 가기 싫엉 ㅠ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망막이 온통 초록과 파랑으로 물들어버리고 평화로움으로 마음이 정화된 여행이었는데...
돌아가면 눈물이 앞을 가리는 조국의 현실이여...ㅠㅠ
귀국 뱅기에서 에버노트 정리하는 손길에도 눈물이 묻어난다구 ㅠㅠ
 
담에 친구들과 함께 와서 길게길게 머무르고 싶은 곳, 바스크 안녕...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바스크 나들이_05

hongsili님의 [바스크 나들이_04] 에 관련된 글.

 

#6_여행 속의 여행

 

둘째날 오전 옆 동네 산으로 트래킹...
정말 너무너무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고 트래킹하기도 딱 좋음.
문자 그대로 남녀노소 다양한 트래커들을 만나고 산악 바이커들을 만남
바야흐로 호연지기가 하늘을 뚫을 지경까지 상승 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오후에 숙소 주인 아저씨가 알려준 Pasaia, San Juan 해변에 구경갔다가 패닉 ㅋ
구글맵이랑 맵스미 이 두 정신나간 내비들이 찻길도 없는 데를 자꾸 차로 가라고 해서 동네 다섯 바퀴 돌고, 막다른 달동네 좁은 골목길에 갖혀 정말 골로 갈뻔했다고... D 샘은 패닉 일보 직전..
심지어 동네 축제 때문에 길에 사람들이 넘쳐나서 정신 대혼란 ㅋㅋㅋㅋㅋ
 
하여간 어찌어찌 멀찌감치 주차하고 걸어가보니 도로가 없는 곳이잖아....ㅡ.ㅡ
그리고 이곳 은근히 관광지라서 식당에 자리도 없음... 산골마을에서 내려온 처자들 대충격!!
겨우겨우 식당 찾아서 늦은 오후에 점심 먹었는데 여기 또 대단히 맛나네 ㅋ
빠에야 1인분이 프라이팬  하나임 ㅋㅋㅋ 1인 1학센의 추억이 떠오르는 광경 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동네 조정팀 만들어진지 백년이라고 마을 사람들 광장에 모여 잔치...

한쪽에서는 괴산 대형 비빔밥 그릇에 대적할만한 커다란 빠에야 프라이팬 여러 개 걸어놓고,

땡볕에 음악 연주 하면서 먹거리 한마당 ㅋㅋㅋ 바스크 진짜 스페인 괴산 맞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들이하고 숙소 돌아오는 길에 시내 고메에서 맛난 앤초비와 하몽, 와인 사가지고 왔음.

거리에 웅성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레알 마드리드와 바스크 빌바오 축구팀이 경기하는 날이었음.... 사람들 다들 유니폼 입고 길로 쏟아져 나옴. 그래 공화주의자 바스크 사람이라면 왕당파 레알 마드리드를 참을 수 없지 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맛난 식재료들로 한 상 차려서, 달과 별빛이 비추는 산을 바라보며 마당에서 만찬...

세상에 이런 삶도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날 아침, 떠나기 아쉬워서 짐 정리 다하고 다시 동네 한 바퀴..

정말 다시 오고 싶은 곳...

아자씨는 우리가 안 보일 때까지 안녕 안녕 손흔들어 줌 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바스크 나들이_04

hongsili님의 [바스크 나들이_03] 에 관련된 글.

 

#4_바야흐로 관광지! 산 세바스티안

 
아침 일찍 나바레 산골을 떠나 이름도 긴 Donostia/San Sebastian 들러 점심 먹고 대도시 구경함.
이것이 문명세계다!!!!
여기는 스페인 사람들도 휴양하러 많이 오는 곳이라고 함...
관광지답게 식당들도 화려하고 ㅋ
맛난 핀쵸도 먹고 슬렁슬렁 걸어서 성곽에도 올라가고.... 그곳에서 바라본 바다 경치 너무 아름다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후 느즈막히 다음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 슈퍼에 들러 장을 봄.

이동네 슈퍼는 해산물 코너가 찐이여..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다시 산으로 산으로... 설마 이것이 자동차 다니는 길일까 싶은 산골 언덕을 올라 아름다운 숙소에 도착...

 

사용자 삽입 이미지

 

#5_Gipuzkoa 자연인 Oiartzun-Altzibar

 
이곳 숙소는 정말 풍광이 대단해서 입이 떡 벌어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숙소 주인장 아저씨 에어비엔비 한지 얼마 안되어 모든게 너무 미숙하고 모든 게 진심 ㅋㅋ
리뷰 16개밖에 안 되는데 5점 만점인 이유가 있음 ㅋㅋ
세탁기 다룰 줄 몰라서 자기네 집 세탁기 쓰게 해주고 뭐 없다고 할 때마다 다 빌려줌 ㅋㅋ
영어를 한 마디도 못 하셔서 이 따뜻한 마음을 전할 길 없었던 아저씨가 열심히 땀을 뻘뻘 흘리며 듀오링고 번역기 돌려서 우리와 많은 대화 시도 ㅋㅋ
아니 우리는 짐 정리하고 얼릉 저녁 먹어야 하는데 아저씨가 자리를 뜨지 않아 ㅋㅋㅋ
 
담날 아침에도 우리 인기척이 나자마자 쏜살같이 현관에 나타나서 어디 보러가야 할지 알려주고
저녁에 마당에서 술마시는데도 위층에서 안녕 인사를 놓치지 않음 ㅋㅋㅋㅋㅋㅋ 
빨래 널어놓고 나갔는데 햇볕 잘 드는 곳으로 빨랫대도 옮겨 주심 ㅋ
 
제일 웃긴 건 음식물 쓰레기 어디 버려야 하냐니까 양들한테 주래 ㅋㅋ
그래서 양들이 샐러리도 먹고 멜론 껍질도 먹고 계란 껍질도 먹게 됨 ㅋ 저 양들은 이제 뼈도 튼튼해지는 걸까? ㅋㅋㅋㅋ
 
어쨌든 이동네 식재료를 이용해서 맛난 음식 해먹고 자연 감상하면서 릴랙스...
심지어 오렌지 쥬스는 동네 슈퍼에서 바로 착즙해 온 것임 ㅋ
와인은 단돈 3천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상에 이런 경치가 없고, 어디 세계 대전이 일어나도 여기는 평화로울 것 같음
마지막날 야생 바퀴벌레로 추정되는 벌레 몇마리가 나타나 혼비백산했으나 아저씨의 해맑은 표정에 모든 것을 이해하기로 함. 그래 산동네는 어쩔 수 없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바스크 나들이_03

hongsili님의 [바스크 나들이_02] 에 관련된 글.

 

#3_바스크 국경 지역 소풍

 

벤 집에 머물며 동네 산골에 산책다니고 조용하게 책 읽고... 세상 평화를 만끽하던 중
하루는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 동네 나들이 다녀옴.
원래 이곳 자체가 바스크 한 지역이었는데 나중에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이 그어졌고, 그래서 이들의 정체성은 그냥 바스크, 바스크 사람들..
이곳 주소는 Baztan, Erratzu, Navarre + 프랑스 쪽은 Saint-Étienne-de-Baïgorry....
 
꼬불꼬불 산길에 계속 비가 내리다가 마침 국경 마을 도착하니 비구름이 걷히면서 신비로운 풍광이...
프랑스쪽 마을 빈집 벽에는 '바스크는 사회주의 국가다'라는 벽화...
저런 깃발 그림..... 낯설지가 않아.. 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은 가게에는 각종 해산물 통조림과 마늘, 옷, 바구니, 올리브유 댓병 ㅋ.. 별거 별거 다 팔고 있음.
올리브유 저렴해서 좀 사볼까 했는데 내가 보따리장사도 아닌데 저 댓병을 어떻게 들고 오냐고... ㅡ.ㅡ
 
커피와 식사류도 판매하고 관광객보다는 동네 시간 많은 어르신들이 주로 들르는 것 같은 분위기..
서로 다 아는 사이인가 싶었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심지어 밥 먹은 식당에서는 운동권이 틀림 없는 일행의 우렁찬 행진곡 들었음...
아니, 다른 손님들도 많은데 식당에 앉아서 다짜고짜 합창함.. ㅋㅋㅋㅋ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계산대 주변에서 잔술 드시는 할배들도 계속 노래 부름....ㅋㅋㅋ
이것이 분리독립 운동의 기개인가!!!!
 

이동네는 모든 샐러드에 앤초비와 참치 기본 토핑 ㅋ 오징어 구이도 엄청나게 맛있음..

예전에 동해시 병원에서 파견 근무하던 인턴 시절... 오징어 풍년 때문에 관공서 오징어 먹어주기 캠페인하니라 한동안 삼시 세끼 오징어만 먹고 나서 오징어 기피 증세가 생겼는데 완전히 치유됨...별로 양념을 한 것도 없는데 그냥 오징어 자체가 너무 맛남...

소, 양, 말들이 달고 있던 방울도 이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걸 목격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가는 길과 마을 경치는 너무 신비롭고 아름다기 그지 없고,
호연지기가 10갑자씩 쑥쑥 자라는 것을 실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바레에서의 마지막 밤,
다시 한 번, 분지에 올라 풍경을 눈과 마음에 꾹꾹 담고....
촉촉하게 내리는 밤비와 함께 드디어 자연인 생활 마무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디어 속세로 귀환하는 줄 알았으나 ㅋㅋㅋㅋ  to be continued....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바스크 나들이_02

hongsili님의 [바스크 나들이_01] 에 관련된 글.

 

#2_바스크 자연인 Arrarets, Basaburua, Navarra

 
매우 비현실적인 풍광과 혼돈의 카오스라 할만한 집안 분위기에 개당황 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골이라 춥고 첫날 비까지 와서 (나중에 알고보니 손님이 와서 특별히) 벽난로 피우는데 온도 너무 올라가면 폭발한다고 불이 활활 타는 장작을 꺼내서 받침대도 없이 베란다로 막 들고 뜀 ㅋㅋㅋㅋ 어안이 벙벙…
집안 곳곳에는 제단과 명상 도구가 자리해있고, 스피커와 힙합 디제잉, 이매진을 불러제낄 때 반주에 사용하는 통키타까지 ㅋㅋㅋㅋ 벤의 파트너는 욕실에서 향 피우며 명상하고 로컬푸드 먹으면서 또 각종 영양제 열심히 챙겨먹음 ㅋㅋㅋㅋㅋㅋ 파트너의 친구도 머물고 있었는데 그녀는 만다라 그리고 있음.....
옷은 다 구멍나 있고 말리는 중의 빨래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내가 도착한 날부터 베란다에 방치 ㅋㅋㅋㅋ
내가 가져간 서산마애삼존불 미니어쳐는 거실 제단에 바쳐짐 ㅋㅋㅋ
 
이것이 진정 포스트모던 자연인의 삶이다....
 
 
동네 풍경은 그냥 심심 산골 너무 아름답고 15분만 산으로 더 올라가면 고즈넉한 분지.....
머무는 동안 매일매일 산책 다녀옴. 오가는 길, 개울물 흐르는 소리와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 그리고 말과 양의 목에 달린 방울 소리가 정말 mesmerizing...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동네 말은 식육용 ㅋ 나바라 산 말고기 유명하다고 함 ㅋ 그래서 애들이 날렵해보이지는 않음...  ㅋ 말고기 말고도 바스크 지역은 해산물, 양고기, 야채 등등 식자재가 풍부해서 전 스페인에 공급한다고 함....

그런데.....
천하의 자연인도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다 ㅋㅋ 도착한 다음날 나무 쓰러져서 마을 인터넷 끊김 ㅋ
다들 다급하여 차 타고 읍내 카페로 원정...
정말 평화로운 동네 식당. 마을 사람 너나 없이 들르고 경치도 더할 나위 없음
메뉴도 딱히 정해진 대로 운영하기보다 있는 재료 가지고 만들어주고,
식료품도 이것저것 팔고 있음 ㅋ 근데 다 맛있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네는 진짜진짜 산골 마을들...
하루는 일행들과 함께 저녁 외식하러 갔는데, 벤에게 식당 어디 있냐니까 건너편 골짜기에 있대 ㅋㅋㅋㅋ 맞는 설명이었음 ㅋ 세상 맛난 샐러드와 리조토, 대구 구이 시식…
여기에서 또 괴이한 현장 목격.. 식당 주인장 여사님께서 영적 치유 능력이 있다고 함 ㅋㅋㅋ 어디 아픈지 맞추고 맛사지로 낫게 해준다고 ㅋ 내 앞에서 루치아 손목 아프다고 아로마 오일 바르면서 맛사지 시전…. 내 눈으로 이런 진기한 장면을 모두 봤다고 ㅋㅋㅋ 지 눈으로 똑똑히 봤구만요 ㅋㅋㅋㅋ
 
이런 혼란의 와중에도 우리는 D 샘 논문 초고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한 지식인들 ㅋㅋㅋ
이탈리아와 한국의 젠더 규범,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딥페이크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을 벌임. 그리고 벤과 비교 논문 써보자고 의기투합함 ㅋ 다음에 그의 어머니 집이 있는 밀란에 놀러가기로 함 ㅋ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바스크 나들이_01

여행 전문 블로거라고 하기에는 너무 뜨문뜨문 글을 쓰는구만.

이거 말고도 써야 할 글이 너무 많아서 당최 열심히 쓸 수가 없음... 길고 짧은 여행들을 회고하며 아 즐거웠던 그 때... 하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고, 책은 지금 산더미처럼 기록이 쌓여 있음.

그래도 멀리 다녀온 여행은 기록해놓고 울적할 때마다 추억으로 원기회복해야지

 

#0_이번에는 바스크

 

작년에 D샘, 그의 어드바이저인 벤 등과 온라인 회의를 하다가 배경 화면 너머로 보이는 저곳은....?????

기가 막힌 경치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던 중, 벤이 한 번 놀러오라는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ㅋ 나들이 결심. 그런데 여기가 약간 한국에서 충북 괴산 같은 오지란 말이여... 너무 겨울에 가면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추석 연휴를 끼고 나들이 결심...

공화주의자들의 전통이 살아숨쉬는 바스크로 가보자!!!

이곳은 Biscay 만을 연접하여, 피레네 산맥을 두고 프랑스와 스페인이 만나는, 스페인으로 보자면 약간 동북지방이라고 할 수 있음. 그런데 부르는 명칭이 다 제각각..

영어로는 Basque country 라고 쓰고, 스페인어로 País Vasco, 프랑스어는 Pays Basque,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까지는 글자가 비슷함. 대강 바스크 어쩌구 뜻이겠구나 짐작이라도 할 수 있지. ㅋ 하지만 바스크는 완전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음. 그리하여 정식 명칭은 Euskal Herria..... 아니 알파벳이 하나 정도는 겹쳐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고통은 이후 표지판과 박물관 모든 곳에서 지속됨 ㅋㅋㅋ

 

과연 오지라, 스페인 괴산으로 가늘 길은 출발부터 평탄치 않음...  일단 루프트한자 뱅기가 출발 일주일 전에 갑자기 취소되는 사태 발생. 친절하게 환불 받으라는 메일을 받고 어안이 벙벙.. 아니 환승까지 해서 왕복 4편의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첫번째 하나를 취소시켜버리고 환불받으면 나는 어쩌라구???

다행히 다른 플랫폼이 아니라 항공사 홈피에서 예약했던 터라, 영문으로 설정 바꾸고 고객센터와 라이브챗 통해서 항공권 변경함....ㅡ.ㅡ 결국 예정보다 하루 늦게 출발... (그래도 나중에 항공권 가격의 절반 이상을 보상해줘서 짜증은 봄눈 녹듯 모두 사라짐 ㅋㅋㅋㅋ)

뱅기 장거리라서 속 더부룩할까봐 채식을 미리 주문했는데 어휴... 비행기에서 배고파 보기는 처음일세. (한국 돌아올 때는 채식 주문하지 말아야지 결심했는데, 왕복에 자동 적용되어 올 때도 꼬르륵 소리 내며 귀환... ㅡ.ㅡ). 심지어 뮌헨에서 빌바오행 뱅기 출발이 엄청나게 지연되어 현지 도착 전에 이미 만신창이..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겨우 도착.... 공항에서 D샘 상봉하고 호텔 고고
 
#1_ 빌바오 Bilbao, Bilbo, Bizkaia
 
호텔 조식부터 하몽에 멜론. 빵과 잼도 다 만들어서 내놓음. 이 사람들 먹는 거에 진심일세.
아침먹고 호텔에 가방 맡기고 설렁설렁 걸어서 빌바오 구겐하임 관람...
 
사진으로 너무나 익숙한 건물이었지만 현실의 장대한 모습에 놀람. 단순한 건물 하나가 아니라 전체 구역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음. 사실 전날 밤에 택시타고 숙소 들어오다가 도로 진입로에서 너무 '갑자기' 만나서 당황했음.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는데 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박물관도 아름답고 전시도 좋은데..... 그런데 말입니다.. 글씨가, 글씨가...
스페인어와 바스크어로만 안내가 되어 있음 ㅋㅋ
다행히 오디오 가이드에는 영어가 있어서 한숨 쉬며 관람 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점심으로 맛난 핀쵸. 우리에게 익숙한 타파스를 여기에서는 핀쵸라고 부름. 글씨가 전혀 다르잖아..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내 슬슬 구경하고 돌아와 사륜구동 차량 렌트하여 산으로 이동 채비...
그런데 렌트카 사기당할뻔 ㅋㅋ GPS 되는 차로 업그레이드하라고 직원이 끈질기게 권유해서 엥? 했는데 다행히 애플 카플레이 작동. 챙겨간 연결 케이블이 유용한 역할을 했지만 가끔씩 휴대폰 신호가 안 잡혀서 혼비백산 ㅋ  첫 출발하는데 내비가 작동이 안 되다니.... ㅋ 그런데 이건 서막에 불과 ㅋ
 
역시 개발독재를 경험한 국가답게 산을 뭉텅뭉텅 자르고 터널 뚫어서 아주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산으로 뻗어있음 ㅋ 낯선 곳에서 K의 향기를 ㅋㅋ
슈퍼에 들러 장 보고 드뎌 나바레 산골 벤의 집으로 ….  슈퍼에는 하몽을 만드는 돼지 뒷다리가 주렁주렁 걸려있음.. 아니 사람들이 저걸 통째로 사가나봐...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드디어...
세상에 여기에 길이 있나 싶은 산골로 기어올라가 마지막 집 ㅋ 자연인의 삶을 목격함 ㅋㅋ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