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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포스팅이 거의 매년 일정하게 오른쪽 꼬리가 길게 늘어진, 전형적인 skewed 패턴의 분포를 따르고 있음.
능력주의 - 2034년,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엘리트 계급의 세습 이야기 마이클 영 이매진, 2020 |
IQ + effort = merit
인간 본성과 가치의 수많은 측면 중 단일 능력, 즉 지능으로 모든 것을 판별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마이클 영은 일종의 대안역사소설을 썼지만,
어째 그 내용이 풍자로 읽히지 못하고 모름지기 능력주의란 이래야 하는구나... 로 오해받는 현실을 어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네 ㅡ.ㅡ 한국사회 가져올 것도 없이, 토니 블레어가 능력주의 사회로 나아가겠다고 했을 때 노인네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놀라운 것은 이런 막무가내 능력주의로 몰아붙였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보여준 내용들이 이미 한국 사회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들.... 이러면 웃을 수가 없잖아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정교한 (점점 앞당겨지는) 지능 측정 시스템, 그에 다른 성과의 배분, 무엇보다 이제 모든 것이 공정하다는 (객관적 차이에 의해 응분의 몪이 돌아가고 있으니!) 정당화 이데올로기.... 어째 능력으로 평가했는데 선별적 결혼 전략과 조기투자 (심지어 입양, 납치, 유전자 조작) 능력 자체가 세습화되는 기현상.....
책이 쓰여진 시점을 생각한다면 정말 예리한 통찰... 어쩌다보니 예언서 ㅜ.ㅜ
어쨌든 마지막 '혁명'이 여성들로부터 시작된 것은 의미심장... 이 가상의 필자는 혁명이 부질없다고 생각하며 낙관했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는 점 또한....
"특정한 가족의 성원으로서 시민들은 자기 자식이 모든 특권을 누리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동시에 다른 누구의 자식이든 특권을 누리는 데는 반대한다. 시민들은 자기 자식만 빼고 다른 모든 아이들에게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기를 원한다.... 우리는 가족이 하는 저항을 과소평가했다. 가정은 지금도 가장 비옥한 반동의 온상이다."
"생물학적이고 사회적인 의미에서 말하는 아동기가 계속 짧아지고 교육적 의미에서 말하는 아동기는 계속 길어지면서 딜레마가 생겨났다."
"불공정한 교육 때문에 사람들은 환상을 유지할 수 있었고, 불균등한 기회 때문에 인간의 평등이라는 신화가 자라났다. 우리는 이 이야기가 신화라는 점을 알지만 우리 조상들은 알지 못했다"
" 오늘의 상층 집단이 내일의 상층 집단을 길러낼 가능성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높다. 엘리트 집단은 이제 세습화되는 중이며, 세습의 원리와 능력의 원리가 결합되고 있다."
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민음사, 2019 |
내용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으나 주어와 목적어가 분명하고, 능동태로 쓰여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음. 그동안 불평등에 대한 수많은 교양서적들이 마치 상위 1% 문제만 해결되면 (심지어 상위 20% 속하는 이들조차 마치 자신은 서민이고 1%만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 혹은 타자화된 모습으로 그려진 빈곤층 문제만 해결한다면 될 것처럼 그리고, 정책 또한 어디선가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할 그 무엇처럼 비인칭으로 쓰이곤 했음
허나 이 책에서 저자는 본인이 속한 계급, 중상류층 엘리트들이 이기적 의도는 아니었지만 개별적으로 합리적이었던 행동이 집합적으로 불평등, 특히 기회불평등, 인적자본의 불평등에 엄청나게 기여하고 있으며, 이를 자각하고 어느 정도 포기하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함.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공자님 소리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기득권이 있고 그걸 일부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음
상대적 지위를 갖는 계층 구조에서 누군가 상층에서 내려오지 않는 이상 어떻게 상향 이동성이 생겨나겠음.. ㅜ.ㅜ 당연한 소리이지만 마치 그동안은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샹향 이동만 이야기하고 아무도 누군가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대놓고 이야기하기 꺼려했던 걸 생각하면 속이 씨~원함
"중상류층은 자신의 막대한 권력을 공정성이나 형텅성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의 지위와 자리를 지키기 위해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지위가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이기적이 되었다. 이웃이나 동료를 대한는 태도가 이기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더 큰 그림에서 이기적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우리이게 주어지는 조세혜택을 당연한 특권인 듯이 받아들이고 우리의 목적을 위해 다른 이들의 기회ㄴ를 차단하는 식으로 이기적이다...... 퍼트넘은 그의 저서 '우리아이들'에서 이책은 상류층을 왁마화하는 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상류층은 비난받을 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약간은 말이다. "
자신의 자녀들이 더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깔아준 유리 바닥은 (대학은 부유하고 덜 똑똑한 아이들의 하향이동을 막는 효과) 그 아래 계층의 아이들이 올라오는 것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되어버림. 그리고 이렇게 되면 사회 전체의 효용, 노동의 질도 떨어짐. 덜 능력있지만 집안 좋은 아이들이 상층을 차지하게 될테니까... 물론 사회가 어찌 되든 개인은 알 바 아니겠지만 ㅡ.ㅡ 최소한 정책결정자들은 신경써야 하는 일 아닌감??
"우리는 누구도 가난하다고 해서 배제하지 않았다. 우리는 신체적 능력이 약한 사람을 배제했다. 가난한 사람이 신체도 약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상위 20% 중상류층 엘리트들은 상위 1%에 가장 많이 드나드는 계층이면서 (그렇지만 본인들은 상위 1% 아니라고 생각) 동시에 강력한 문화자본, 사회자본, 지식권력을 통해 미디어, 여론, 정책/제도를 주도하는 계층.
한국에서도 이원재 대표의 글이 보여주듯, 자본의 삼위일체화 (부동산 자산, 학력 지위자산, 현금소득) 경향이 뚜렷하고, 그동안 경제학자 (소득과 부), 사회학자(직업지위, 교육수준), 인류학자(문화와 규범)들이 계급 분화를 두고 다양한 분석을 해왔지만 지금은 모든 추세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은 매우 타당함
대부분의 중상류층은 착취를 통해서가 아니라 재능을 활용해서 지위를 획득하는 경향. 하지만 현 세대에서의 소득 격차가 다음 세대에서 기회의 격차가 된다면 경제적 불평등은 영속적 계급으로 고착될 수밖에 없음.
부모는 아이가 잘 살아가도록 도울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할 권리가 있지만, 아이에게 '경쟁우위'를 부여하기 위해 무언가를 할 권리는 없음. 내 아니가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내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잘 사는 것을 도우면 안 된다는... 근데 이게 항상 뚜렷이 구분되는게 아니라는 문제... 그래서 개별 개인 선택의 총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사회적 규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함.
영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지위가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획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능력본위 시장에서 높은 지위를 얻으려면 능력을 가져야 하고, 이렇게 능력만 갖춘다면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능력을 들고가는 시장의 공정성이 아니라, 그 능력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평등하지 않다는 것... 중상류층 아이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할 무렵이면 이미 다른 사람보다 상당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능력대로 경쟁하면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됨... '세습적 능력 본위제'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은 대한민국 중상층 엘리트들의 자녀교육 군비전쟁의 의미를 잘 보여줌.
"대졸 엄마들의 노동공급에 대한 의사결정이 자신의 시간에 대한 금전적 가치보다 가정의 효융극대화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목표들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내가 현재 시장에 나가서 벌어오는 돈보다, 직장 때려치우고 헬리콥터 맘이 되어 아이 교육에 몰빵하는 것이 계급 지속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음. 그래서 어이없게도 교육에서의 젠더 평등화, 여성의 교육 성취가 희안하게 교육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아이러니를 목도하게 되는 기이한 현실... 한국에서는 고학력 여성들에게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는 애달픈 현실과, 그 고학력 여성의 배우자들이 전업주부를 유지할만큼의 경제력이 있다는 점, 그리고 교육투자를 통한 지위 경쟁에서의 우위 선점 삼박자가 만나서 대폭발.. ㅜ.ㅜ
모름지기 여자들 다 노동시장에서 일해야 한다... 여성 자신들의 사회적 성취도 이루고, 교육 불평등 악화도 막고,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것 아녀... ㅡ.ㅡ
게다가 그토록 '공정' 좋아하는 수도권 명문대 청년들의 능력분위주의 이데올로기가 갖는 함의와 문제점도 이 책을 통해 한발짝 떨어져 돌아볼 수 있음
저자가 특히 문제라고 지적한 기회사재기 (Tilly 영감님의 opportunity hoarding)의 세 가지 유형 - 사실 이는 커다란 기계 작동의 결과가 아니라 개인들의 작은 선택과 미시적 선호가 누적되어 생기는 결과.... 하지만 이것이 사회전반의 문화에 큰 영향...
1) 배타적 토지용도 규제 - 고밀도 개발 반대 (한국인으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 ㅋㅋ 고층 럭셔리 아파트 들어오는 걸 왜 반대해 ㅋㅋㅋ) 2) 불공정한 대학입학 절차 - 특히 동문 우대, 3) 인턴 기회의 불공정한 분배 (이를테면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 자녀와 직장에 가는 날... 행사만큼 역진적인 게 없음 ㅜ.ㅜ)- 미국이라고 인턴 제도, 특히 무급 인턴 제도가 비판받지 않는게 아님. 한국은 희안하게 미국 나쁜 거 엄청 빨리 수입해옴. 미국 유학에 기초한 엘리트 지식인들의 자기성찰 부족과 관련있다고 생각함
그래서 저자가 제안하는 대안은, 노동시장 규제로 불평등을 사후 교정하려 하기보다 생애 첫 25년 동안 인적 자본 축적에서 격차를 좁히는 걸 목표로 삼자는 것!!! 한국과는 맥락이 몹시 다르지만 참조할 부분이 적지 않음.. 근데 이게 어떻게 가능하겠냐구 ㅜ.ㅜ 정치를 만들어내는 엘리트들이 모두 이 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들인데... ㅜ.ㅜ 그나마 법/돈/염치를 활용해보자는 제안, 특히 엘리트들의 '염치'를 활용하자는 제안이 눈물겹기까지 한데..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지식 엘리트 계층에 과연 염치라는게 있는지 매우 회의적.....
(1) 인적자본 육성 측면 - 경쟁 준비과정을 더 평등하게 만드는 것 1) 계획하지 않은 임신 줄이기, 2) 육아 격차 좁히기, 3) 열악한 한교에서 더 훌륭한 교사가 일할 수 있게 하기, 4) 대학 학자금 조달기회를 더욱 공정하게
(2) 기회 사재기 감소 측면 - 1) 배타적 토지 용도 규제 철폐, 2) 대학 입학자격 확대 - 대표적으로 동문자녀 우대제도 철폐 (여기에는 '법, 돈, 염치' 이 세가지 무기를 활용해야 함 ㅋㅋ), 3) 인턴제도 개혁
조지 오웰 피에르 크리스탱 마농지, 2020 |
왜 갑자기 이 책을 읽게 되었나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급발진... 하지만 계기를 까먹음...
그런데 읽으면서 깨달은 것이... 여태껏 오웰의 본명을 알지 못하고 있었음. 에릭이라니... 어쩐지 X-men 의 매그니토가 저절로 연상되잖아 ㅋㅋ
몰락한 귀족/양반의 자제로서 지적 재능을 가진 그가 만일 식민지 조선에 태어났더라면. 항일무장독립투쟁을 했거나 자신의 계급적 기반을 자책하며 자기파괴적 기행을 일삼는 '도련님'이 되었겠지만
어쩌다보니 그는 제국 영국에서 태어났고, 그런 계급적 속성 때문에 오히려 전형적 선택지를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으니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인가.. 참....
한 사람의 파란만장한 삶을 이렇게 심플한 일러스트와 짧은 글들로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정수를 전할 수 있다니 매우매우 놀라웠음!!!!.
자유로운 정신이 마냥,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겠으나... 그럼에도 그처럼 꾸준히 자유롭고 싶음.....
책을 읽자마자 1984를 당장 다시 읽고 싶다는 열정이 들끓어 순식간에 읽어버림.. .(무료 전차책!)
어릴 적 아마도 필독도서 쯤으로 읽었던 것 같은데... 이제와 다시 읽으면서 정말 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음. 무려 1949년..... 디스토피아적 예언이 어느덧 현실의 일부가 되었고, 그 출구없는 우울한 전망을 너무나 절실하게 경험했던지라... ㅜ.ㅜ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좀
무지는 힘
hongsili님의 [5월 남도 나들이 3부] 에 관련된 글.
불일암과 월출산에 간다는 계획만 정하고 일단 순천에 숙소를 잡고 내려와,
마지막 여정은 해남 대흥사로 결정.... 워낙 멀리 떨어져 있으니 여러 번 남도에 내려와서도 대흥사까지 들린 적은 별로 없어서 마지막으로 와본 것이 거의 20년도 넘은 듯...
하지만 피안교를 넘어서는 순간 하나씩 기억이 떠오르고, 대웅전 문살을 보면서 그 시절 필카로 이걸 찍어서 인화하고, 책갈피로 썼던 것까지 새록새록....
마침 초파일을 맞아 초 공양이 이루어지고 있더 터라...
평소같으면 지나쳤겠지만, 불심이라고는 1도 없는 과객들이지만 J를 위해 초 한개 올림.
여전히, 대체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보살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삐뚤빼뚤...
내려오는 길에 들른 찻집에서 내온 차가 너무 맛나서 깜놀.... 막상 포장해서 판매하는 것은 없기에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조심스레 안에서 꺼내주시는데 무려 100그램에 30만원 ㅋㅋㅋㅋㅋㅋ 큰손 도끼마저도 깜놀해서 포기.... 10만원 정도면 사려 했다고 함... 예전 보성 한국다원에서 꽤나 맛난 차가 100그램에 9만원인 것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 최소한 그것보다는 비쌀 것이라고 나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었지........ㅋㅋㅋ 하지만 차의 품격을 모르는 무지랭이에게도 정말 눈이 번쩍 뜨일만한 맛....
향기로운 차와 함께 하는 조용한 시간에는 돈이 아주 많이(!) 든다는 것을 다시 깨달음 ㅋㅋ
일주문까지 벚나무와 단풍나무 가지들로 드리워진 아름다운 길을 지나 ... 이제 순천역에서 차량 반납하고 밭일하러 임실로 고고....
hongsili님의 [5월 남도 나들이 2부] 에 관련된 글.
드디어 대망의 월출산...
봄에 여러 번 올랐었는데, 몇 년 전 왔을 때 마침 비가 너무 세차게 와서 천황사까지 갔다가 결국 돌아간 기억.... 사실 처음 월출산 다녀왔던 해에는 너무 준비도 개념도 없이 무작정 올랐다가 이후 거의 일주일을 절둑거리며 다녔던 기억이 ㅋㅋ 서울 사람 입장에서는 해발 800미터가 우습게 보였던 게지... 해발이 정말 원점부터 시작할 줄 몰랐다고 ㅋㅋㅋ 지리산만 해도 대략 1천미터 이상에서 출발하잖아.... 사실 목포 유달산도 채 300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데 죽을 맛 ㅋㅋㅋㅋ 한번은 주먹도끼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서 위험천만했던 적도 있었고..... 여러 모로 추억이 많은 산....
전혀 산이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 도로를 달리다가 짠! 하고 나타나는,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월출산 모습은 언제 봐도 신비롭고 경건한 마음....
주먹도끼는 운동한다면서 어쩜 그렇게 못 올라가는지, 처음에는 속도 맞추다가 너무 늘어지는 것 같아 버리고 올라감... 그래도 중간중간 계속 소리지르고 전화해서 생존 확인 ㅋㅋㅋㅋ 내가 하도 소리 질러서 그 즈음 올라오던 등산객들이 우리 듀오의 존재를 모두 알아버림
정상에서도 거의 한 시간을 노닥거리면서 다른 등산객들 사진 엄청 찍어줌 ㅋㅋㅋㅋ
혼자 왔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었는데, 친구가 지금 올라오는 중이라고 했더니 아~ 하면서 다 아는 눈치 ㅋㅋㅋㅋ 정 못올라오겠으면 내려가려고 전화했는데 또 온다고 해서 계속 기다림.. 장하다.... 포기를 모르는 주먹도끼의 기상...
어김없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추스리며 무위사에 가서 마음 달래기....
마침 저녁 타종 시간... 세상 고즈넉한 공간에서 종소리를...
사실 예전의 그 아름다운 소박한 공간이 좋았는데, 개축불사 너무 심하게 해서.... 아쉬움... 세상을 떠난 J와의 소중한 추억도 함께 사라져버린 것 같은 마음 때문에 올 때마다 반복적 실망했지만... 그래도 종소리에 조금은 위로가....
드넓게 펼쳐진 차밭을 지나 맛난 저녁 먹고 숙소로 고고.....
청량한 풍경에 차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음...
hongsili님의 [5월 남도 나들이 1부] 에 관련된 글.
슬렁슬렁... 낙안읍성에 가서 낙조를 보자.....
성벽 따라 천천히 걷다가 문득!!! 우리 오랜만에 순천만 갈대밭에 가자. 거기서 일몰을 보자꾸나... 시간을 보니 좀 촉박하겠군... 그래도 일단 시도해보자 서둘러 고고....
조금 늦었다 싶었지만.. 해가 요잇!땅! 하고 쏙 넘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시시각각 변하는 낙조를 원없이 감상... 짱뚱어와 게들의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도 어쩐지, 반가운 감정 ㅋㅋ 이건 둴까.......
방문객도 별로 없고 정말 머무르고 싶은 만큼 노닥거리며, 미친 듯이 낙조를 사진에 담음... 아이폰 바꾼 보람을 느낌 ㅋㅋㅋ
마지막 코스는 항상 그렇듯 맛난 저녁........ 남도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먹거리...
길고도 즐거운, 바로 어제와 다른 하루였다!!!
두달이 지나서 좀 정리를 한다만,
사실 꽤나 오래 전부터 5월이면 최소 2박 3일 정도 남도 나들이를 다녀오곤 했다.
특히나 J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부질없는 일이지만 하나의 ritual 처럼 송광사 불일암에 연가등을 올리고 우리들의 최애 사찰이던 무위사에 들렀다 오는 것이 공식 코스... 월출산을 오를 때도 있었고, 강진 다산초당을 돌아본 적도 있었고.... 작년 코로나 때문에 5월을 그냥 지나보내고 올해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해서 연차 휴가... 그리고 거의 20년 만에 해남 대흥사까지 들러 왔다네...
지난 1년 반 동안 '여행'의 감각, 렌터카를 이용하고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걸 다 까먹었는지 출발부터 우왕좌앙 ㅋㅋ 내 차에는 없는 후방카메라에 차선변경 경고시스템까지... 운전하다 깜딱깜딱 놀램.... 어쨌든 일단 송광사로 직행, 예년과 마찬가지로 길상식당에서 맛난 점심으로 일정 시작... 식당 사장님한테 주차 잘한다는 칭찬도 듣고 ㅋㅋㅋ
불일암 가는 길은 정비가 되어 예년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갈 수 있었고, 경내 모습은 그대로.....
나무그늘에, 풍경 소리 들으며 한참이나 앉아 있었더랬지...
불일암에서 감로암 지나 본당으로 가는 길도, 너무나 푸르고 청명해서 블루베리 한 상자 먹은 느낌...
그리고 송광사.....
오랜만의 나들이 길에, 며칠전 내린 비로 물소리 너무 풍성하고 잎새들은 여름으로 넘어가기 직전 가장 싱그러운데다, 날씨마저 청명하고 바람 시원해서 정말 최고의 컨디션...
마무리는 시원한 모과차 한 잔...
출퇴근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 새로운 직장의 장점 ㅋ
의식적 노력 없이도 하루에 한 시간씩은 책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어서 행복해요 ㅋㅋㅋ 뭔 소리냐
책은 좋은데 정리는 귀찮고, 정리를 안 하면 좋은 내용과 감흥을 영구삭제하게 되니... 이게 숙제여...
내가 뭘 읽은 거냐 ㅋㅋㅋ 인플루엔자는 핑게일 뿐.
역사물을 가장한 과학 아라비안 나이트, 아카데미 버전 무뜬금 사랑과 전쟁, 영웅호걸들의 웨스턴 삼국지냐 뭐냐..
와, 인플루엔자를 다룬 책인데 내내 미국 의학계의 후진성 이야기하다가 90쪽에 와서야 처음 유행 시작됨. 그래서 이제 뭔가 스토리가 나오나 했더니 다시 160쪽 될 때까지 1차 세계대전 미국 뻘짓 이야기 ㅋㅋㅋ 그리고 나더니 이제 수십 페이지에 걸쳐 미국 방방곡곡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진짜 무지막지하게 사람들이 쓰러져감... 보스턴 외곽 군대 훈련소에서 중서부의 작은 시골, 알라스카의 에스키모 마을까지.. 일단 유행이 시작되니 정말 생생하게 비극과 공포와 좌절을 방대한 사료를 이용하여 손에 잡힐 듯이 그려냄...
'재미있다'는 표현을 하기에는 너무 큰 비극이었지만, 엄청 흡인력 있게 빨려들어가며 읽었음.. 진짜 이야기꾼일세!!!
유럽과 비교하면 후발주자였던 미국 근대 의학교육 체계에 대해서도 좀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테면 19세기 말 무렵 최대 20% 정도의 의대는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장조차 요구하지 않았고 등록금만 내면 누구나 받아줬다 ㅋㅋ 예컨대 1981년에 하버드 의대에서도 9개 과목 중 4개 낙제해도 의사 졸업장 ㅋㅋ
대학과의 관련성도 적었고 (직업학교니까!!!) 병원과의 연계도 없었음. 플렉스너 리포트 이전의 참상을 아주 상세하게 소개해줌... 사실 이런 거 읽을 때마다 히포크라테스 전통 이야기하며 천부의권 운운하는게 떠올라 정말 실소가 나옴....
존스홉킨스는 교수도 뽑았고 병원도 열었지만 돈이 없어서 의대를 아직 못 열고 있었는데 ㅋ 여학생을 받아주면 50만 달러 기부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어쩔 수 없이 (내키지 않지만!!!) 이들을 받아주면서 겨우 개교.... 이건 또 뭐냐.. 돈 앞에서는 성차별도 무너지는구나 ㅋ 홉킨스 문 열던 1893년, 대부분의 의대는 수련병원이나 대학과 연계가 없었고 대부분의 교수 월급은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환자는 만져보지도 않고 졸업 ㅋ 어쨌든 홉킨스가 개교하면서 미국 의학교육의 새로운 장이 열림...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1차 대전이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기여한 부분이 훨~~~씬 더 컸다는 것도 깨닫게 됨. 전쟁 총동원 체제 하에서 군사훈련, 이동, 밀집환경을 통해 전파가 가속화되었던 것은 물론 언론 통제에 이르기까지! 게다가 일본에서만 적십자가 군대의 하수인으로 일했나 했더니만,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음. 특히 간호 인력을 전선에 투입하는 핵심 기구.... 앙리뒤낭 어디 간 거냐???
한편 민족 자결론으로 한민족에게 유명한 윌슨.... ㅡ.ㅡ 실상은 기독광신도..... 평화협정 체결하러 파리에 갔다가 인플루엔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제정신 아니었던 것 같음 ㅋ
학생 시절 왜 바이러스 인플루엔자와 헷갈리게 Hemophilus influenza로 이름 지었을까 궁금했던 것도 풀림.
당시 정말 많은 과학자들이 인플루엔자의 병원체를 밝히기 위해 애썼고 그 시도 자체는 당시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과학적 성과들을 부수적으로(?) 거두었다는 것도 알게 됨. 그 중의 하나가 무려 DNA를 통해 유전이 이루어진다는 것!!!
어쨌든 병원체는 아니었지만 2차 세균감염을 저지하기 위한 폐렴구균 백신이나 혈청의 대량 생산도.. 내 막연한 추측보다 너무 본격적이라 깜놀함. 당연히(?) 공중보건체계도 강화되고 통계학적 연구도 발전!
1918년 봄의 1차 유행이 비교적 마일드했다면 (증상이 매우 마일드해서 1918년 7월에 출판된 란셋 논문조차 아무래도 인플루엔자는 아닌 것 같다고 결론.. 하지만.. ) 가을 2차 유행이 엄청 폭발적이고 사상자를 많이 냈는데, 특히 군대를 중심으로 청년 집단의 피해가 극심했고 cytokine storm 에 의한 ARDS 가 하도 급격하게 나타나고 청색증이 심해져 심지어 인종을 구분하기도 어려웠다고... ㅡ.ㅡ 사람들이 '흑사병'이라고 오해할만했다고 하니... 그래도 오늘날 코로나 유행에서 극적으로 사람을 살리고 있는 과학기술의 진보에 대해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됨. 사실 유행 시작 1년도 안 되 백신이 개발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음 ㅡ.ㅡ 예전에 영화 contagion 보면서, 이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부분이 바로 신속한 백신 개발이라고 그랬었는데...
인간사가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이렇게 무서운 유행이 몰아치고 매장을 할 수가 없어 집안에 시체를 두고 살아가는 환경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이 거기에 또 익숙해졌다는 것....... ㅡ.ㅡ
그리고 흥미로우면서도 좀 서글펐던 것은 인류의 바보짓은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이 발간된 것은 이번 코로나 유행 한참 이전인데, 마치 지금 유행을 보고나서 글을 쓴 것 아닐까 의심할만큼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그 시절에도 있었음.
빠른 시간에 급격히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시신을 제대로 수습하기 어려워 관을 쌓아두고, 구덩이를 크게 파서 시체를 한꺼번에 매장하는 모습, medical surge 때문에 의료인, 특히 간호사 부족으로 난리가 나는 모습, 모이지 말라는데 말 안듣고 모여서 전파 확산시키는 모습, 괜히 겁주는 게 더 위험하다며 별거 아니라고 가짜 안심을 주는 모습 ("이제 피크는 지나갔다!" ㅋㅋ), 가짜 뉴스 ("독일인이 바이러스를 몰고 왔다!" ㅋ), 탑 저널도 제대로 된 과학적 검증이나 리뷰 없이 말이 될만한 논문은 어지간해서 다 실어줘서 아무말 대잔치 난리가 난 모습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 쓰는 것까지 똑같네 그려.. ), 섬나라 호주 빗장 걸어잠그고 초기에 전파 차단에 성공했던 것... ㅋ 무엇보다 백미는 웰치가 1920년에 이 유행 사라지고 나면 다 까먹게 될 것이라는 예측 등등....
이렇게 인간 사회의 도저에 자리한 본성, 의식, 사회적 질서가 좀처럼 변하지 않으니까 '고전'이 사랑받는 것이겠거니... ㅡ.ㅡ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를 다룬 문학작품은 많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발견. 사람이 사람에게 저지른 공포 (홀로코스트, 전쟁)에 대한 책은 많지만 자연이 초래한 공포는 글쎄올시다 아니었을까라고 해석. ...
널리 알려져있든 1918 팬데믹은 스페인 독감이라는 명칭과 달리 스페인에서 시작되지 않음. 그 기원은 1918년 초 미국 Kansas state, Haskell county 로 강력 추정됨. 다만 스페인 독감이라는 명칭은 1차대전에 총력전 펼치며 대부분의 부정적 뉴스를 검열하던 미국이나 유럽 다른 국가들과 달리 스페인은 아직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았고, 유행은 오히려 덜 심각했지만 맨날 뉴스 대서특필했기 때문 ㅜ.ㅜ
현재 역학자들이 추정하는 것은 최소5천만 명, 어쩌면 1억명 사망. 이는 겨우 2년에 걸쳐, 그것도 2/3의 사망이 24주, 특히 그 중 절반 이상이 1918년 9월 중순에서 12월 사이에 발생했다고 함. 중세 흑사병이 한 세기 안에 죽인 것보다, 에이즈가 24년에 걸쳐 죽인 것보다 24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음 ㅜ.ㅜ
미국에서는 유행 동안 총 사망의 절반 정도가 인플루엔자와 그 합병증 연관되었고, 평균수명을 10년 이상 깎아먹을 정도였다고 함. 젊은이 피해가 컸으니 그럴 만도 ㅜ.ㅜ 당시 추정값을 지금 미국 인구에 대입하면 약 175만명 사망 규모라고 하는데, 2월 23일을 기점으로 미국의 코로나 누적 사망자 수가 50만 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의학기술의 발전은 다 무엇인가 싶음 ㅜ.ㅜ
유행 당시 영아와 노인의 사망률이 당근 높았지만, 청년층 사망률도 높아서 W 모양을 보였는데 아마도 가장 치명률이 높았던 것은 임산부.. ㅜ.ㅜ 입원환자 중 치명률이 23-71%에 이르고, 생존한 이들 중에서도 26%가 유산을 경험했다고 함.... 이후 후유증도 적지 않아서 그 유명한 수면병 (encephalitis lethargica)... 칼 메닝거는 인플루엔자와 조현병 사이의 관계를 탐구했는데, 2/3의 사례에서 5년만에 완전히 회복됨...
저자는 인플루엔자 감염이 너무나 보편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인종이나 계급에 따라서 패턴을 보여주지는 않았다고 해석했는데, 밀집도와 분명히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계급과 사망률 사이에서는 연관성 관찰됨. 물론 치료제가 변변치 않았고 유행이 워낙 대규모여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상황이기는 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좀... 게다가 그동안 높은 인구밀도로 도시가 개발되지 않아 면역 수준이 낮았던 저개발국가, 에스키모 등에서 그 피해는 심각..
코로나 유행 초기에 아마도 이 책을 읽었으면, 그리고 사람들이 이러한 내용을 좀더 많이 알았더라면 조바심이 덜 났을 것 같은데.... '가늘게 길게 애틋하게'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전략
루쉰 읽는 밤, 나를 읽는 시간 - 그냥 나이만 먹을까 두려울 때 읽는 루쉰의 말과 글 이욱연 휴머니스트, 2020 |
대학생 때 루쉰 선생의 번역서를 거의 빼놓지 않고 읽었던 것 같은데. 세세한 내용들은 기억이 안 나고 (길이 원래 있던 게 아니라는 그 구절만 기억!)
"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날이 서 있고 막 야단맞는 느낌이었다는 "분위기"만 기억 ㅋㅋㅋ
심지어 닉네임 노신 님께서 선물해주신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아직도 책꽃이에 있는데 시집조차도 마음이 촉촉해진다기보다 또 야단맞는 느낌이었던 기억 ㅋㅋㅋ
그런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무척이나 신기방기한 느낌... 아니 왜 나랑 생각이 이렇게 비슷한 거야???
나는 내용을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했던 고민, 그가 썼던 글들이 어느 덧 내 생각의 회로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버렸던 것이여????
마치 내 생각을 들킨 것처럼 익숙했는데, 그게 내 생각인지, 아니면 그동안 읽었던 글들이 결국 이런 방향으로 체화되어 동일한 결론에 이르게 된 건지 구분이 안 됨...
전집을 다시 읽어봐야 하나 생각.. 대학생 때 그 느낌, 불편하고 생경하고 야단맞는 느낌과는 다르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구..
이욱연 선생님의 해제도 깊이 있어서 좋음.
"저마다 삶에는 트라우마가 있다.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 이후다. 루쉰이 전하는 삶의 지혜는 치유를 위해서 지금 이곳의 삶을 응시하면서 말하라는 것, 글을 쓰라는 것이다. 새로운 삶의 시작점으로서, 새롭게 자신을 만드는 차원으로서 능동적인 망각이 필요하다는 것. 이것이 루쉰이 전하는 삶의 지혜다."
작년에도 연초에 반짝 열심히 포스팅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흐지부지하더니 ㅋㅋ
매년 비슷한 패턴 반복... 올해는 뭔가 더욱 어수선한 것이 과연 월드와이드 질풍노도 시대 다운 현상이다.
# 폴 블룸 [공감의 배신]
공감의 배신 - 아직도 공감이 선하다고 믿는 당신에게 폴 블룸 시공사, 2019 |
뭘까... 도전적 문제제기에 동의하고 이걸 어떻게 풀어갔나 궁금해서 책을 골랐을 뿐인데 스티븐 핑커, 조너선 하이트, 피터 싱어 줄줄이 딸려옴... 모두 석연치 않은 사람들... ㅜ.ㅜ
그리고 책은 조금 실망스러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계속 '서론'만 반복되는 느낌이랄까.
사람들이 온갖 좋은 것에 공감이라는 개념을 다 가져다 붙이고,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을 구분하지 않고 쓴다는 점, 도덕적 동기가 마치 유일하게 공감에 있는 것처럼 간주하는 것을 비판한다는 점에는 나도 백퍼 동의.
나도 공감 싫어함. inequality of what? 이라는 아마티야 센의 질문처럼 누구에게, 무엇을 공감할 것인가에 따라 공감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일수도 있고, 세상 무서운 흉기일 수도 있음. 공감 자체에 반대한다기보다, 공감이 도덕적 잣대로 쓰이고 절대화하는 것에 반대. 도덕적 판단은 꼭 그사람이 되어보지 않아도 감정을 그대로 느끼지 않아도 가능하고 여러 가지 다른 기준들이 있음. 예컨대 정의론이 그렇잖여?
그래서 '지금 여기 있는 특정 인물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스포트라이트'라는 저자의 비유에 "공감" (이 때의 공감이란 '동의'라는 뜻). 다수의 피해를 두고 눈앞의 생생한 서사를 보여준 개인에게 집중하는 '인식가능한 희생자 효과'로 명명할 수도 있음.
개념적으로 정의하자면 공감(empahy)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경험하는 행위' . 애덤 스미스 등의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자는 이걸 sympathy 라고 지칭했는데 저자는 이를 '연민'으로 개념화 (나는 전자를 감정이입, 후자를 공감이라고 부르겠소만.. 번역 상의 문제인 것 같음). 즉 empahty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것이고, sympathy or pity 는 타인의 감정에 대한 개인의 반응
연민은 타인의 행복을 증진하려는 강한 동기와 더불어 따듯함, 관심, 배려의 감정. 연민은 내가 타인에게 느끼는 것이지 타인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은 아님 (심지어 명상수련자가 참여하여 이걸 functional MRI 로 실험한 연구도 있음 ㅋ)
"직감에 의존하는 판단에는 결함이 있다... 우리가 공감과 같은 직감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직감의 노예는 아니다. 전쟁에 돌입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비용편익 분석을 거치면서 내자식에게는 사랑을 느끼고 생판 남에게는 특별한 온정을 전혀 느끼지 않아도 내 자식의 삶이 중요한 만큼 남의 삶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판단도 행동도 더 잘 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못생긴 사람보다 사랑스러운 사람을 선호한다. 이것은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 마음에 관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선호를 기준으로 도덕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줄도 안다. 이것은 우리의 사회적 행동, 우리의 추론 능력, 우리의 도덕성과 관련하여 우리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줄 알는 능력이다. 우리가 이런저런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능력 덕분이다."
도덕의 범위는 역사를 거치며 확장되었고, 소수자의 권리를 대하는 태도 또한 포괄성 쪽으로 번화해왔는데 이는 ".. 역사과정을 거치며 우리 마음이 열렸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증조부모 세대보다 공감을 더 잘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인류 전체를 정말 내 가족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히려 타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그보다 더 추상적인 이해를 반영한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상관없이 타인의 삶이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삶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성과 합리성이란 부분이 한꺼풀 벗겨내면 몹시도 취약한 것도 사실이지만 (많은 심리학 실험들이 간단한 암시에 의해서도 사람들이 도덕적 판단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줌), 그토록 취약한데 학문은 왜 존재하나? ㅋㅋㅋ 사실 이성조차도 환경 자극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성의 우수함이라고 생각하는디 ㅋ
공감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극단적 사례가 소시오패스인데, 이들은 타인의 마음 헤아리기, 즉 인지적 공감능력이 매우 빼어나지만(그래야 가학도 할 수 있음) 이를 조정하고 필요한 곳에 이용 (정서적 공감은 취약). 이걸 두고 '특정한' 공감능력 결핍을 문제삼기보다는 얕은 감정이 오히려 문제라고 보는게낫다고 설명
책 자체는 공감=선 이라고 하는 헛된 믿음(마치 종교가 없으면 도덕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프레임)에 균열을 내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인데 너무 논의가 얄팍해서... 에잉...
# 벤스 [힐빌리의 노래]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흐름출판, 2017 |
전반부 어린이, 청소년 시기 힐빌리로서의 직면했던 현실에 대한 담담한 서술은 낯설고도 낯익은 이야기. 지구 반대편 러스트벨트의 쇠락은 피부색을 생각하지 않고 읽는다면 그대로 디트로이트 흑인 이주민의 이야기.
불행을 경쟁할 필요는 없다만 백인의 피부색을 갖고도 깊은 절망과 박탈에 직면하며 무너져가는 힐빌리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여기에 더해 비자발적으로 뿌리뽑힌 고향없는 삶과 인종차별이라는 거대한 제약에 갖힌 흑인들의 삶을 저절로 떠올릴 수밖에...
멀리 부르디외 센세의 '세계의 비참', 코졸의 '야만적 불평등' Thomas Sugrue의 The origins of the urban crisis, 그리고 최근의 영화 Moonlight, Florida project 까지 동시에 떠오르면서 미국 사회에 깊은 한숨...
하지만 한국의 사당동25 그리고 내가 만났던 underclass 청년들이 직면한 삶도 약간의 변주만 있을 뿐... 나는 아직도 택배 상하차 일이 제일 쉽다는 청년의 이야기를 잊을 수가 없음. 남들은 지옥, 노예노동이라고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번듯한 졸업장과 인지적 자원, 사회적 자본, 정서적/사회적 기술을 전혀 익히지 못한 이들에게는 이것이 가장 덜 부담스러운 일.....
그나마 닻이 되어주는 (그야말로 anchoring) 버팀목 하나만 있어도 아주 심연으로 추락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이러한 삶의 공통점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역사 속에 배태된 개인의 회고록. 풍부한 내러티브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분석'에까지 이르지 못함. 아마도 이것이 세계의 비참, 혹은 The origins of the urban crisis 와 다른 점.
이웃 힐빌리들에게 따끔한 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저자가 당사자성이라는 '자격'을 가졌기 때문이겠지만, 개인이 아무리 정신차린다 해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음. 타고난 금수저들이라면 대충 해도 가질 수 있는 자원들과 기회들인데, 모든 존재를 갈아넣어서야 그것들을 획득할 수 있다면 wear & tear - 출발선에 도착하기도 전에 쓰러질 수밖에...
이 책이 인기를 얻고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 심지어 번역되었다는 사실이 좀 불편....
만국문화박람기도 아니고 남의 나라 빈곤과 불평등 내러티브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 고통 속에서 일어난 인간의 불굴의 의지? 세상에 이런 비참함이? 내가 모르는 어떤 세계, 그곳이 아마존 밀림의 어느 수렵채집부족일 수도 있고, 미국 내륙 깊숙이 힐빌리일 수도 있고.... 인간 자체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나쁘다 할 수 없으나 (나도 엄청 집중해서 읽기는 했음), 최소한 이 책이 (한국) 연구자를 위한 책이거나 (한국) 연구자에게 울림을 주는 책이어서는 안 될 것 같음. 연구자의 계급적 성격이 점차 상층 편향되면서 이런 종류의 생생한 '체험'담이 연구자들에게 간접 경험과 정서적/인지적 자극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걸 부정하려는 건 아님.. 책 그 자체보다 책을 둘러싼 국내 사회과학 연구의 풍토, 연구자의 계급성, 출판 시장 등등.. 이런게 불편함. 연구자의 책무라면 이 책을 읽고 추천글을 남기는게 아니라, 바로 여기에서 underclass 의 삶을 탐구하고 분석해야 하는게 아닐까 말이지...
# 최종희 [대구경북의 사회학]
대구경북의 사회학 - 대구경북 사람들의 마음의 습속 탐구 최종희 오월의봄, 2020 |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과연 이것이 대구경북만의 특별한 속성일까?
이를테면 다른 비수도권 지역 호남, 충청 사람들은 전혀 다른 마음의 습속을 가지고 있을까?
책이 보여준 마음의 습속은 내가 그동안 막연히 짐작하고 있던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왜 이런 습속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것이 어떤 점에서 다른 비수도권 혹은 전근대의 잔재로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많이 아쉬움 ㅜ.ㅜ
# 마크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자본주의 리얼리즘 - 대안은 없는가 마크 피셔 리시올, 2018 |
90년대 초중반에 이런 종류의 문화/정치 비평을 엄청 읽은 것 같은데.. ㅡ.ㅡ
마르크스주의, 좌파적 관점에서 대중 문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 마치 끝판왕처럼 보이는 현존 자본주의 체제의 균열과 틈새를 찾아내고 급진적 대안을 모색해보려는 움직임에 몰두했던 일련의 '세대'가 한국사회에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나에게 추천해주신 분들은 어떤 새로움을 보았던 것일까??
포스트모더니즘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라는 용어를 저자가 선호하는 이유 -
1) 포스트모더니즘 테제가 처음 발전된 1980년대에는 적어도 명목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정치적 대안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깊고 훨씬 더 만연한 고갈의 느낌,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볼모의 느낌'. 그 때는 그래도 현실 사회주의가 존속하고 있던 시절. 80년대는 대처의 '대안은 없다'는 독트린이 자기충족적 예언이 된 시기, 2) 그래도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과 일정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더이상 모더니즘과의 대면을 무대에 올리지 않으며 모더니즘에 대한 극복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 3)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온전한 한 세대 경과. 자본주의는 식민화하고 전유할 외부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음 === 그런데 이런 식으로 자본주의가 역시 끝판왕이라고 진단하는 자본주의 리얼리즘 진단 어디에서 급진성을 찾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음 ㅡ.ㅡ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품고 있는 아포리아
1) 정신건강 - 이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신건강질환이 유행한다는 사실은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유일한 사회체계이기는 커녕 내재적으로 고장나 있으며 그것이 잘 작동하는 듯이 보이도록 만드는 비용이 아주 크다는 것을 시사" 2) 관료주의 - 관료주의는 스탈린주의적 유물이고 신자유주의와 함께 쇠퇴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관료주의는 일상의 일부이며 새롭고 탈중심적인 형태를 통해 오히려 증식. 이 두 가지 문제에 특별히 초점을 두는 이유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명령이 지배하는 문화영역인 교육을 특징짓고 있기 때문 === 신자유주의가 자유주의는 커녕, 국가의 적극적 개입에 의해 성장했다는 데이비드 하비의 분석이 더 설득력 있는데??? 정신질환은 과연 자본주의의 징후인가? 지나친 일반화 아님? 영국적 맥락에서는 그럴 법도 하다만,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보면 그것도 아니지 않은가말여.. 유로센트릭 관점은 사실 책 곳곳에 드러남. 읽는 아시아 사람 기분 나쁨 ㅡ.ㅡ 영국 교원노조가 팔레스타인 인권 고만 이야기하고 계급 이슈에 좀더 천착하다는 것 등... 무슨 맥락에서 말하는지는 알겠으나 말이지.
이를테면 정신분열증이 '자본주의의 바깥 테두리를 표지'해주는 상태라면 양극성장애는 자본주의 '내부'에 고유한 정신질환이라는 설명..... 응? "현재의 지배적 존재론은 정신질환의 사회적 인과성에 대한 어떤 가능성도 부정한다. 정신질환의 화학-생물학화는 당연히 그것의 탈정치화로 이어지게 된다. 정신질환을 개인의 화학-생물학적 문제로 간주하면 자본주의는 어마어마한 이익을 얻게 된다 1) 원자적 개인화를 향한 자본의 추진력 강화, 2) 다국적 제약회사에 수익성 높은 시장 제공 " === 지배적 담론이 생물학적 설명에 기울어져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이미 학술 커뮤니티 안에서도 사회적 기원 혹은 사회적 요인에 의한 영향에 대한 논의가 결코 작은 부분이 아닌데 너무 느낌적 느낌으로 기술하신 것 같음 ㅋ
아니 관료주의 비판하면서도 "진정으로 새로운 좌파의 목적은 국가를 넘겨받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일반의지에 종식시키는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거대 서사에 대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의심에 맞서 우리는 이러한 징후들이 모두 고립된 우연적인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체계적 원인, 즉 자본의 효과라고 재단언해야 한다. 우리는 존재론적으로 또 지리학적으로 어디에나 편재해 있는 자본에 맞설 수 있는 전략들을, 마치 처음인 것처럼 발전시키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라니, 뭔 하나마나한 공자님 훈계말씀인가. 이미 1980년대에 앙드레고르가 에콜로지카에서 " 사회주의가 만약 도구를 바꾸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보다 나을 것이 없다 "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냐고???
"우리는 의학적 질환으로 간주되는 광범위한 정신질환 문제를 유효한 적대로 전환해야 한다. 정서적 장애들은 불만이 내면에 갇혀 있을 때 발생한다. 이러한 불만은 외부로 방향을 돌려 실제 원인인 자본을 겨냥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한다..." 근데 여성들은 자본만큼이나 가부장주의가 더 문제인 거 같은데? 무슨 생뚱맞은 자본주의 대환원론인지.. 20년만에 이런 거 보니 좀 참신하기는 하다 ㅋㅋㅋ 20년전 혈기왕성하고 마음 앞서나가던 마르크스주의 새내기 비평가 글을 보는 느낌적 느낌...
"역사의 종언이라는 어둡고 긴 밤을 엄청난 기회로 장악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억압적으로 만연해 있다는 사실은 대안적인 정치적 경제적 가능성의 의미한 기미만 보여도 뜻밖의 거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 사소한 사건들도 자본주의 리얼리즘 아래서 가능성의 지평을 표지해온 그 반동의 회색 장막에 구멍을 낼 수있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다시 한 번 무엇이든 가능해지는 것이다" - 사실 역사의 모든 시기에서 계급적대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 이데올로기를 수반했고, 항상 당대에 대안은 없다는 이념 하에서 작은 균열들이 새로운 가능성들을 보여준 것이 사실.. 이것이 비단 자본주의만의 일은 아니잖여???
반성적 무기력 (reflexive impotence) - 사태가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음. 이는 영국 청년, 청소년의 집단적 병리로 우울증적 쾌락 (depressive hedonia) 상태에 빠지게 만듦. 쾌락을 추구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능상태를 일컫는 개념
나쁜 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전반적으로 나랑 안 맞음 ㅋㅋㅋㅋ
실증 자료도 없고, 현실 정치 노력도 없고, 그렇다고 자본주의 너머로 나아가는 '전략'이나 주체에 대한 치열한 탐구도 없고, '부재'로부터 도출해낸 가능한 미래에 대한 상도 없고...
온라인 상에서 손꾸락 놀리는 살롱 좌파들의 평론가 놀이가 나는 싫은 거임 ㅡ.ㅡ
지난 한 주 내내 한국 사회 여성들이 집단으로 싸다구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손정우 사건이야 더 이상 보탤 말도 없지만, 안희정, 박원순 두 정치인에 대해서는 아 정말 복잡한 심경이...
처음에는, 수감되어 부모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자식의 심정이 오죽할까 연민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장례식도 결혼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보란 듯이 실세 조문객들과 언론을 불러모으고, 어머니의 죽음을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 복귀 퍼포먼스로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대체 내가 뭘 보고 있는 건가 어안이 벙벙했다.
몇 십년을 같이 활동해왔던 지인이 말도 안 되는 잘못을 저질렀고, 그가 마침 부모님 상을 맞았다면 나도 아마 조문을 갔을 것이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 일부러라도.... 인간의 마음에는 여러 단면들이 있고, 그와 활동했던 시절, 그 때의 마음 또한 모조리 진심이 아니었다고는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커다란 슬품 앞에서 잠깐 위로는 받을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가 저지른 잘못에 현재 명백한 피해자가 있고, 그가 앞서 보여준 활동의 가치와 모습을 전면 부정하는 종류의 윤리적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면, 개인적 연민과 위로는 전하되 차마 화환을 보내고 공개적으로 조문하는 일은 못할 것 같다. 내가 그와 관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친구 단속 제대로 하지 못한 부끄러움 때문에라도 말이다. 그리고 만약 그가 전혀 거리낄 없이 행동한다면 너 이러면 안 된다고 따로 불러 따끔하게 이야기해줄 것 같다... 친구를 진심으로 아낀다면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알파메일클럽에서는 그런 종류의 염치나 속깊은 우정은 애시당초 의미가 없는 것인가보다.
이런 착잡함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박원순 시장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벌어졌다.
실종 뉴스 직후부터 온라인에는 성범죄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평소 그의 인격을 높이 평가해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기도 하고), 대통령이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조금도 감추지 않은 지난 몇 년이기 때문에 도덕이고 인품이고를 떠나 그 정도의 리스크 관리는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너무 안달복달하는 모습이라도 좀 숨겼으면 낫겠다 싶을만큼 대선레이스에 대놓고 관심을 보여온 그가,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또다른 측면은 변호사로서 서울대교수 성희롱 사건이나 부천서 성고문 사건 변호인단 활동도 하고, 20년을 넘게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같은 곳에서 활동을 해왔는데 성추행을 저지를 정도의 윤리적 감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바닥에 소문이 나도 진즉 나지 않았게나, 이런 판단도 들었다.
그런데.. 사망이 확인되었다. 소문이 점차 확증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다른 동기를 생각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또 생각이 복잡해졌다. 여전히 의도적 성폭력이라는 생각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영페미들이 온라인에서 들끓을 때도, 난데없이 민정당 후예들이 하이에나처럼 몰려들어 미투를 이야기할 때도 그저 양쪽 다 듣기 싫었다. 아무리 시장 한 사람이 다 한 것은 아니라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서울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변화들, 특히나 주거복지, 노동인권, 건강불평등 측면에서의 정책과 사업들,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과 촛불 시민들이 광화문에 설 수 있도록 보호하는데 그의 정치적 리더십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힘들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더욱 컸지만, 그렇다고 성과를 전면 부정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가 씨를 뿌린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제 몫을 하며 한국사회 변화에 기여한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떠나는게 참 허망하고, 착잡하다는 단어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러면서 별별 가설을 다 세워보았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개념을 모르지는 않을테고, 혹시 자기 혼자 로맨스라고 착각했나? 여성 하급직원이 사무적으로 공손하게 응대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혼자 소설쓰고 있었던 거 아냐? 자신의 매력을 과대평가하는 K저씨들의 고질병??
그/러/나/...
두 차례의 피해자 기자회견을 보면서, 내가 정말 알파메일을 모르는구나.... 머리를 맞은 듯했다.
그래도 그가 남긴 유산을 기리며 인간적 애도를 하던 마음이 정말, 말 그대로 차갑게 식어버렸다.
로맨스 착각이 아니라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분명한 성추행을 저질렀고, 이것이 대선가도에 리스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감히 문제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만큼 권력의 속성을 알았기에.
심지어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거나 피해자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생을 마무리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정말 환장할 노릇 아닌가... 4년동안 괴로웠던 사람이 누군데, 이 마당에서 왜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까지 가져야 하나....
부러질지언정 굽힐 수는 없다는 자존심과 자기애가 이런 선택을 가져온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때로는 치욕을 견디면서 과제를 완수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게 책임윤리 아닌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정당한 댓가를 치르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과오를 반추하면서 본인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를 바꾸는 데 1이라도 기여를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말이다. 명색이 정치인이고 그에 앞서 활동가였는데....
최소한 20년 전 시민단체 활동을 했던 그 시절에도 지금과 같았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권력에의 도취가 도덕과 윤리의 끈을 놓아버리게 만든게 아닐까 싶다.
허나 인간이란 사회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사회를 바꾸어나가는 주체이기도 한데 최소한의 자기성찰조차 하지 못했다니 그저 놀라울 뿐... 알파메일의 세계란 그런 곳인가? 20만 년 인류 진화의 역사로도 극복하지 못할 만큼 수컷 우두머리의 렙틸리안 속성은 강력한 것인가?
먹이에 가장 먼저 접근하고 독점하던 알파메일 원숭이들이 식중독으로 모두 죽고 나니 남아 있는 원숭이 무리에 평화와 협력이 찾아왔다는 사폴스키 교수의 연구결과가 문득 떠오른다. 이 정도 되면, 펜스룰을 적용해서 여성을 남성 주변으로부터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권력있는 자리에 아예 남성을 앉히지 않는 게 답인 것 같다.
사실 지금 제일 어이 없는 것은 서울시에서 시장을 보좌했던 정무라인 사람들이 보이는 무책임한 태도. 심지어 젠더특보는 사건 터지자마자 휴가를 냈다더니 아예 사표를 제출했다가 그나마 반려되었나보다. 그의 정치적 동지들이 고인에 대한 동지애가 1이라도 남아있다면, 이 사건을 제대로 평가하고 약한 고리와 미흡한 부분이 어디었는지 찾아내서, 비록 그가 다시 살아올 수는 없겠지만 그의 죽음을 계기로 조직내 민주주의가 한발 나아가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야 죽음에 의미를 1이라도 부여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데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문학적 메타포인지...
어찌 되었든, 지금이, 많은 사람들이 절망과 탄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 시기가, 바로 동트기 직전의 그 시기이기를, 그렇게 함께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할 뿐이다.
hongsili님의 [도시농부일기_20200612] 에 관련된 글.
장마철이라 날짜 맞추기가 정말 힘들다. 바로 밭 옆에 산다면 날이 개었을 때 후딱 나가보면 될텐데.. 너무 밭이 멀어... ㅡ.ㅡ 일기예보 때문에 날짜를 몇 번이나 바꾸다가 힘들게 내려갔는데, 예보와 달리 계속 비가 내려서 작업을 거의 못했음. 원래 막판 김매기하고 여러 작물 수확을 해야 하는데.. 김매기는 못하고 빗 속에 한 시간 정도 열매들만 일부 수확해서 상경.
날짜를 미루다보니 일부 작물들... 예컨대 적채나 치커리 등 잎 채소는 너무 웃자랐고, 브로콜리도 이미 시들어가는게 있었음.. 아니 내가 어떻게 키운 애들인데 ㅜ.ㅜ
중간중간 날도 뜨거웠지만 비도 계속 와서 그런지 잡초랑 작물 모두 훌쩍 자란 것을 확인. 미친 듯이 자라는 내 머리카락 같음...
아침 6시, 본격적 작업을 하기 전에 어떤 도구를 챙겨야 할지, 일단 현황 파악을 위해 우산 들고 가볍게 나갔는데... 밭으로 나가는 길은 낭만.... 어느 집에 울타리로 심어놓은 도라지 꽃들이 탐스러운데 봉오리는 처음... 학생 때 농활 가서 맞은 생일에 마을 어린이들이 도라지 꽃다발 안겨준 생각이 문득 떠올랐음.. 아련하다... ㅋㅋ
이런 낭만도 잠시... 밭에 들어서자마자 뜻밖에 득음 ㅜ.ㅜ
내 발소리에 놀란 개구리가 뛰어올라 어처구니 없게도 내 장화 속으로 훌쩍 뛰어든 것. 장화를 벗지도 못하고 (발목 부분이 좁아서 자칫하다가는 개구리 터진다고 ㅜ.ㅜ), 안에서 꿈틀대는 개구리 촉감 때문에 정말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있는 힘껏 비명을 쉬임없이 질렀는데 (영겁의 세월 ㅜ.ㅜ) 그 와중에 개구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탈출 ㅋㅋㅋㅋ 아 놔.. 정신차리고 나니 어찌나 쪽팔린지... 옆 축사에 있던 돼지들 놀라서 난리치고 동네 사람 다 깨운 거 같음 ㅡ.ㅡ K 선생님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심 ㅋㅋㅋㅋ 진짜 뭔 일이야... 쪽팔려
밭일 하다가 심장마비 걸릴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벌레, 지렁이, 개구리... 아 나는 농약 친화적 인간인가.. 차라리 농약 먹고 암에 걸려 시름시름 앓는 것이, 심장마비로 급사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 별 해괴한 생각이...
어쨌든 정신차리고 둘러보니 ㅋ 수세미는 지지대를 타고 부쩍 자라 있었고, 꽃도 피움.. 이제 조만간 수세미 열매를 만날 수 있겠음
미니단호박 ㅋㅋㅋ 와 귀엽다!!! 그리고 수박이 부지런히 자라고 있음.. 너무 기대됨!!!
선생님이 따로 심은 참깨... 깨털기도 해보게 생겼음 ㅋㅋ
콩을 이것저것 많이 심었는데 무럭무럭 자라고 있음. 심지어 엄마가 나 믿고 콩 안 사고 있는데 왜 안 가져오냐고 채근하기 시작함 ㅋ
하여간 놀란 가슴 부여잡고 장갑이랑 바구니 등등 장비 챙겨서 본격적 수확 작업 돌입.
토마토는 그냥 일반형, 흑토마토, 방울토마토 다 골고루 맛나게 익었고 여전히 많은 열매들이 익어가는 중.
브로콜리는 순식간에 웃자라서 일부 시들어버림. 상태 괜찮은 것만 거둬옴.
고추는 완전 주렁주렁... 농약 많이 치기로 유명한 작물인데 의외로 너무 튼실하게 자랐음. 걱정은... 혹시 열매 안에 벌레가 살고 있지 않나... 예전에 고추 먹다 벌레 나와서 깜놀한 적 있는데 그 때 충격 때문에 아직도 고추 먹을 때 미리 썰어서 먹음 ㅋㅋ 생고추 통째로 나오면 이빨로 한쪽 뜯어서 분해해 내부 확인.. 다른 사람들 질색팔색하지만 나도 살아야겠다고.. ㅡ.ㅡ
지난번 올려준 오이도 정말 쑥쑥 자라서 튼실한 열매가 많이 열렸음. 오이랑 노각 수확하고, 가지도 몇 개...
양배추는 정말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더 단단하고, 사무실에 들고와 잘라보니 수분 대박...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랄까 ㅋㅋㅋ
빗줄기가 굵어져 사진을 못 찍었는데, 샐러리 농사 올해 완전 성공.. 풍족하게 베어옴. 이것저것 담았더니 커다란 바구니로 두 개....
고맙게도 선생님이 운반해주셔서 사무실로 가져와 사람들과 사이좋게 나눠먹고 분배..
하지만.. 내가 우려했던 대로 벌레들도 따라옴.... 내 이 사태를 미리 예측하고 손으로 덥썩 잡지 않고 물에 넣어 휘휘 저으며 흔들어줌... 예상했던 그대로 벌레 몇 마리 떨어짐 ㅜ.ㅜ 역시 농약인가......
하여간 임실 요구르트까지 (예전에 우리 체험학습한 곳 ㅋㅋ) 가세하여 식탁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모습... 이런 맛에 농사짓는구나 ㅋㅋㅋㅋ 저 토마토 색깔이랑 샐러리 잎 싱싱한 거 좀 보라구...
아직 감자가 덜 자라 수확을 못했는데 다음에는 감자와 콩.... 고된 노동이 예상돰....
도시 농부의 모험은 끝나지 않는다...
(최근 부산에 사는 후배가 율도국 섬 왜 안 사냐고 채근... 그자는 어업을 담당하기 위해 낚시를 본격적으로 수련하겠다고 한다.. 큰일이네... 감자랑 콩 팔아서 섬 구매 자금 마련에 나서야 하나???)
hongsili님의 [도시농부일기_20200527] 에 관련된 글.
작업 전날 미리 내려가서 저녁 10시 취침....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내 손바닥보다 더 큰 개구리인지 두꺼비인지랑 마주쳐서, 일도 시작 못하고 심장마비로 사망할 뻔... ㅡ.ㅡ 생각해보니 벌레만 싫어하는게 아니었어.
일단 절지동물문이 다 싫음. 자연계 생물종의 80%를 차지한다는데 ㅋㅋㅋㅋ 거미, 곤충, 갑각류.... 그나마 갑각류가 좀 괜찮은 것도 같지만 막상 랍스터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냥 벌레 확대 구조 아닌가말여..
게다가 척추동물문 중에서도 양서류와 파충류 강도 싫음 ㅋㅋㅋ 현존 생물 종의 절대 다수를 싫어하는 농부라니 ㅋㅋㅋ 그렇다고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진균류를 좋아하냐 그것도 아니고.. 어류, 조류는 좋아하나, 이것도 뭐 특별한 호불호야 없지만 닭은 눈 마주치기 싫음 ㅋㅋㅋㅋㅋㅋ 랩터의 후예.. 뭔가 사악해 보인다....
실물 자연보다는 아텐보로 영감님이 해설해주는 BBC 다큐로만 자연을 접하고 싶은 농부의 마음이라니 ㅋㅋ
하여간... 놀란 마음 붙잡고 잠을 청하여 새벽 5시 기상, 작업 시작
세상에.. 하루가 다르게 밭이 변해간다. 가지도 쑥쑥, 지난 번 심은 겨자채와 샐러리, 수박도 잘 자라고 있당.. 샐러리와 겨자채는 이제 이름표 없어도 알아보겠다 ㅋㅋ
일단 샘이 지난 겨울에 심어놓으신 양파와 마늘 수확.. 그나마 양파는 괜찮은데 마늘은 정말 뿌리가 얼마나 단단하게 박혀 있는지 그냥 호미로 살살 파낼 수가 없음. 쇠스랑 같은 걸로 땅을 깊숙이 뒤집어 엎고 호미로 살살 털어내며 뽑아냄... 랜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부 마늘은 씨앗을 키우며 크게 자라서 일단 씨앗을 받아볼 요량으로 남겨둠
뽑아낸 양파와 마늘은 바로 흙을 털면 잘 털리지 않아서 일단 두둑에 잠시 말리고, 아침 먹고 와서 수레로 옮김... 자랑 삼아 서울 사람들한테 사진보냈더니 어디 끌려갔냐는 다급한 답문자가 옴 ㅋㅋㅋ
양파도 마늘도 시중에서 파는 것처럼 알이 굵지는 않은데 향이 엄청 강함.. 지난 번에 양파 가져가서 맛 봤는데 진짜 맛남... 보관도 꽤나 오래할 수 있음. 이번에도 양파와 마늘 수확한 거 싸왔음.
마늘 심었던 자리는 이미 흙이 다 갈아엎어진 상태라 물을 충분히 주고 선비잡이콩(?)과 제주 푸른독새기콩(?), 이름모를 까만콩을 심음.. 이것도 여섯 두둑이나 심었음 ㅋㅋ 선비잡이 콩은 이름이 웃긴데 찾아보니 과거보러 가는 선비를 잡아 앉힐만큼 맛난 콩이라는 뜻 ㅋㅋㅋ 뭐 이런 뻥쟁이들 같으니라구... 어디 두고 보겠다!!!
아침 일찍 일을 시작했고 날도 약간 흐린 편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정말 어찌나 무덥고 땀이 나는지... 그늘에서 좀 식힐 겸 (?) 언덕에 올라 매실 수확... 아래쪽 가지에 달린거 열심히 수확한 다음에 비탈길에 삼발 사다리 놓고 올라가서 매실 따고 가지치기 하니까 진짜 농부된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귀여운 꼬랭이가 응원하려 옴 ㅋㅋㅋㅋ 사다리 인증샷 하나 남겼어야 하는데... 아쉽네...
내가 농활 가서 과수원 일 할 때도 사다리는 안 올라갔었는데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음 ㅋ
영농 작업하다 산재 사고 왜 나는지 알겠음 ㅋㅋㅋㅋㅋ 뼈가 부러질 것 같지는 않은데 떨어지면 온 몸이 다 긁히겠구나 싶었음.
나무 겨우 네 그루인데 커다란 바구니로 한 가득...
다시 밭으로 내려와 이제 토마토, 오이, 수세미 같은 작물 지지대 고정하고 머리결 다듬어주기 ㅋㅋ
할아버지께서 그물망 설치를 늦게 하셔서 오이가 다 바닥에 깔려 있음.. 이러면 벌레가 파먹거나 썩는다고 함... 줄기 다듬어서 올리고 그물에 연결해줌
방울토마토, 흑토마토도 벌써 꽤 큰 열매들이 달려 있는데, 키가 큰 만큼 윗 가지를 지지대에 붙여서 고정해줌
수세미도 이제 좀 자라서 김 매주고 지지대 세워 줄기 올려줌.. 이쪽 두둑은 멀칭을 잘 했는데 잡초들이 엄청나게 올라와서 그거 다 뽑느라고 땀뺐음 ㅜ.ㅜ
선생님이 이른 봄에 심었던 완두콩은 벌써 수확철... 이것도 얼마 되겠나 싶었는데 쪼그리고 앉아서 다 따고 보니까 한 상자 ㅋㅋㅋㅋ
신기하게도 한 송이 안에서 몇 개씩만 시차를 두고 익어가는 블루베리 나무들을 돌며, 열매 채취...
저 푸른 안토시아닌을 보라... 저절로 눈이 맑아지는 느낌 ㅋㅋㅋㅋㅋ
아니 이렇게 매일매일 새롭게 열매가 익어가면, 한동안은 매일 따먹을 수 있다는 거잖아!!!
정착 농경인에 비해 수렵채집인들이 의외로 영양상태가 좋고 노동강도가 낮았다더니 무슨 소리인지 알겠네 그려... 서울 집에도 심고 싶은데, 아무래도 밭에 심은 것만 못하겠지???
일 마치고 샤워하고 온 싹 다 갈아입었는데도 열기가 좀처럼 식지를 않음 ㅋㅋㅋ
은근히 노동강도가 빡세서 점심 먹는데 손이 후들거려서 젓가락질을 못하겠더라구 ㅋㅋㅋㅋ 나물을 집지 못했다니까... 물 가지러 가는데 의자에서 다리가 안 떨어져서 손으로 들어 옮김 ㅋㅋㅋㅋㅋ
배는 엄청 고픈데 밥도 반공기밖에 못먹음.... 식혜만 한 사발 드링킹... 이제 작업할 때 그냥 맹물이 아니라 뭔가 매실차나 식혜 같은거 들고 나가서 먹으면서 해야겠음 ㅋㅋ
다음에 내려갈 때 쯤이면 감자를 캐야 하지 않을까 싶음.. 그 때까지 블루베리 더 남아 있으면 좋을텐데 ....
아우 근데 상업적으로 단일작물 농사는 정말 어려운 일인 거 같음. 온 몸의 관절과 근육이 남아나지 않는 느낌.... (정신줄도 덩달아)
하루가 지났는데도 안 아픈데가 없다구 ㅜ.ㅜ 저녁에 돌아와 씻고 그냥 다이...
겨우 요 정도 도시 농부의 삶도 너무나 고달프다....
* 자연의 신비 추가
블루베리만 신기한게 아니라 수국도 신기한 식물임. 꽃이 처음에 약간 연두색에서 시작해서 아이보리 색으로 갔다가 이제 점차 진한 핑크로 진화.... 진화하는 포켓몬도 아니고 우째 이런 일이 있나 몰라..
심지어 작년에는 꽃이 하나도 안 피고 지나갔는데 올해 이렇게 탐스럽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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