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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일기_20200715

hongsili님의 [도시농부일기_20200612] 에 관련된 글.

 

장마철이라 날짜 맞추기가 정말 힘들다. 바로 밭 옆에 산다면 날이 개었을 때 후딱 나가보면 될텐데.. 너무 밭이 멀어... ㅡ.ㅡ 일기예보 때문에 날짜를 몇 번이나 바꾸다가 힘들게 내려갔는데, 예보와 달리 계속 비가 내려서 작업을 거의 못했음. 원래 막판 김매기하고 여러 작물 수확을 해야 하는데.. 김매기는 못하고 빗 속에 한 시간 정도 열매들만 일부 수확해서 상경. 

날짜를 미루다보니 일부 작물들... 예컨대 적채나 치커리 등 잎 채소는 너무 웃자랐고, 브로콜리도 이미 시들어가는게 있었음..  아니 내가 어떻게 키운 애들인데 ㅜ.ㅜ

중간중간 날도 뜨거웠지만 비도 계속 와서 그런지 잡초랑 작물 모두 훌쩍 자란 것을 확인. 미친 듯이 자라는 내 머리카락 같음...

 

아침 6시, 본격적 작업을 하기 전에 어떤 도구를 챙겨야 할지, 일단 현황 파악을 위해 우산 들고 가볍게 나갔는데...  밭으로 나가는 길은 낭만.... 어느 집에 울타리로 심어놓은 도라지 꽃들이 탐스러운데 봉오리는 처음... 학생 때 농활 가서 맞은 생일에 마을 어린이들이 도라지 꽃다발 안겨준 생각이 문득 떠올랐음.. 아련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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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낭만도 잠시... 밭에 들어서자마자 뜻밖에 득음 ㅜ.ㅜ

내 발소리에 놀란 개구리가 뛰어올라 어처구니 없게도 내 장화 속으로 훌쩍 뛰어든 것. 장화를 벗지도 못하고 (발목 부분이 좁아서 자칫하다가는 개구리 터진다고 ㅜ.ㅜ), 안에서 꿈틀대는 개구리 촉감 때문에 정말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있는 힘껏 비명을 쉬임없이 질렀는데 (영겁의 세월 ㅜ.ㅜ) 그 와중에 개구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탈출 ㅋㅋㅋㅋ 아 놔.. 정신차리고 나니 어찌나 쪽팔린지...  옆 축사에 있던 돼지들 놀라서 난리치고 동네 사람 다 깨운 거 같음 ㅡ.ㅡ  K 선생님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심 ㅋㅋㅋㅋ 진짜 뭔 일이야... 쪽팔려

밭일 하다가 심장마비 걸릴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벌레, 지렁이, 개구리... 아 나는 농약 친화적 인간인가.. 차라리 농약 먹고 암에 걸려 시름시름 앓는 것이, 심장마비로 급사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 별 해괴한 생각이...

 

어쨌든 정신차리고 둘러보니 ㅋ 수세미는 지지대를 타고 부쩍 자라 있었고, 꽃도 피움.. 이제 조만간 수세미 열매를 만날 수 있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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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단호박 ㅋㅋㅋ 와 귀엽다!!!  그리고 수박이 부지런히 자라고 있음.. 너무 기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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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따로 심은 참깨...  깨털기도 해보게 생겼음 ㅋㅋ

콩을 이것저것 많이 심었는데 무럭무럭 자라고 있음. 심지어 엄마가 나 믿고 콩 안 사고 있는데 왜 안 가져오냐고 채근하기 시작함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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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놀란 가슴 부여잡고 장갑이랑 바구니 등등 장비 챙겨서 본격적 수확 작업 돌입.

토마토는 그냥 일반형, 흑토마토, 방울토마토 다 골고루 맛나게 익었고 여전히 많은 열매들이 익어가는 중.

브로콜리는 순식간에 웃자라서 일부 시들어버림. 상태 괜찮은 것만 거둬옴.

고추는 완전 주렁주렁... 농약 많이 치기로 유명한 작물인데 의외로 너무 튼실하게 자랐음. 걱정은... 혹시 열매 안에 벌레가 살고 있지 않나...  예전에 고추 먹다 벌레 나와서 깜놀한 적 있는데 그 때 충격 때문에 아직도 고추 먹을 때 미리 썰어서 먹음 ㅋㅋ  생고추 통째로 나오면 이빨로 한쪽 뜯어서 분해해 내부 확인.. 다른 사람들 질색팔색하지만 나도 살아야겠다고.. ㅡ.ㅡ

지난번 올려준 오이도 정말 쑥쑥 자라서 튼실한 열매가 많이 열렸음. 오이랑 노각 수확하고, 가지도 몇 개...

양배추는 정말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더 단단하고, 사무실에 들고와 잘라보니 수분 대박...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랄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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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굵어져 사진을 못 찍었는데, 샐러리 농사 올해 완전 성공..  풍족하게 베어옴. 이것저것 담았더니 커다란 바구니로 두 개....

고맙게도 선생님이 운반해주셔서 사무실로 가져와 사람들과 사이좋게 나눠먹고 분배..

하지만.. 내가 우려했던 대로  벌레들도 따라옴.... 내 이 사태를 미리 예측하고 손으로 덥썩 잡지 않고 물에 넣어 휘휘 저으며 흔들어줌...  예상했던 그대로 벌레 몇 마리 떨어짐 ㅜ.ㅜ  역시 농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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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임실 요구르트까지 (예전에 우리 체험학습한 곳 ㅋㅋ) 가세하여 식탁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모습...  이런 맛에 농사짓는구나 ㅋㅋㅋㅋ  저 토마토 색깔이랑 샐러리 잎 싱싱한 거 좀 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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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감자가 덜 자라 수확을 못했는데 다음에는  감자와 콩.... 고된 노동이 예상돰....

도시 농부의 모험은 끝나지 않는다...

(최근 부산에 사는 후배가 율도국 섬 왜 안 사냐고 채근... 그자는 어업을 담당하기 위해 낚시를 본격적으로 수련하겠다고 한다.. 큰일이네... 감자랑 콩 팔아서 섬 구매 자금 마련에 나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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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일기_20200612

hongsili님의 [도시농부일기_20200527] 에 관련된 글.

 

작업 전날 미리 내려가서 저녁 10시 취침....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내 손바닥보다 더 큰 개구리인지 두꺼비인지랑 마주쳐서, 일도 시작 못하고  심장마비로 사망할 뻔...  ㅡ.ㅡ  생각해보니 벌레만 싫어하는게 아니었어.

일단 절지동물문이 다 싫음. 자연계 생물종의 80%를 차지한다는데 ㅋㅋㅋㅋ 거미, 곤충, 갑각류....  그나마 갑각류가 좀 괜찮은 것도 같지만 막상 랍스터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냥 벌레 확대 구조 아닌가말여..

게다가 척추동물문 중에서도 양서류와 파충류 강도 싫음 ㅋㅋㅋ  현존 생물 종의 절대 다수를 싫어하는 농부라니 ㅋㅋㅋ 그렇다고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진균류를 좋아하냐 그것도 아니고.. 어류, 조류는 좋아하나, 이것도 뭐 특별한 호불호야 없지만 닭은 눈 마주치기 싫음 ㅋㅋㅋㅋㅋㅋ 랩터의 후예.. 뭔가 사악해 보인다....

 

실물 자연보다는 아텐보로 영감님이 해설해주는 BBC 다큐로만 자연을 접하고 싶은 농부의 마음이라니 ㅋㅋ

 

하여간... 놀란 마음 붙잡고 잠을 청하여 새벽 5시 기상, 작업 시작

 

세상에.. 하루가 다르게 밭이 변해간다. 가지도 쑥쑥, 지난 번 심은 겨자채와 샐러리, 수박도 잘 자라고 있당.. 샐러리와 겨자채는 이제 이름표 없어도 알아보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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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샘이 지난 겨울에 심어놓으신 양파와 마늘 수확..  그나마 양파는 괜찮은데 마늘은 정말 뿌리가 얼마나 단단하게 박혀 있는지 그냥 호미로 살살 파낼 수가 없음. 쇠스랑 같은 걸로 땅을 깊숙이 뒤집어 엎고 호미로 살살 털어내며 뽑아냄...  랜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부 마늘은 씨앗을 키우며 크게 자라서 일단 씨앗을 받아볼 요량으로 남겨둠

뽑아낸 양파와 마늘은 바로 흙을 털면 잘 털리지 않아서 일단 두둑에 잠시 말리고, 아침 먹고 와서 수레로 옮김...  자랑 삼아 서울 사람들한테 사진보냈더니 어디 끌려갔냐는 다급한 답문자가 옴 ㅋㅋㅋ

양파도 마늘도 시중에서 파는 것처럼 알이 굵지는 않은데 향이 엄청 강함.. 지난 번에 양파 가져가서 맛 봤는데 진짜 맛남... 보관도 꽤나 오래할 수 있음. 이번에도 양파와 마늘 수확한 거 싸왔음.

마늘 심었던 자리는 이미 흙이 다 갈아엎어진 상태라 물을 충분히 주고 선비잡이콩(?)과 제주 푸른독새기콩(?), 이름모를 까만콩을 심음..  이것도 여섯 두둑이나 심었음 ㅋㅋ 선비잡이 콩은 이름이 웃긴데 찾아보니 과거보러 가는 선비를 잡아 앉힐만큼 맛난 콩이라는 뜻 ㅋㅋㅋ 뭐 이런 뻥쟁이들 같으니라구...  어디 두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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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을 시작했고 날도 약간 흐린 편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정말 어찌나 무덥고 땀이 나는지... 그늘에서 좀 식힐 겸 (?) 언덕에 올라 매실 수확...  아래쪽 가지에 달린거 열심히 수확한 다음에 비탈길에 삼발 사다리 놓고 올라가서 매실 따고 가지치기 하니까 진짜 농부된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귀여운 꼬랭이가 응원하려 옴 ㅋㅋㅋㅋ  사다리  인증샷 하나 남겼어야 하는데... 아쉽네...

내가 농활 가서 과수원 일 할 때도 사다리는 안 올라갔었는데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음 ㅋ

영농 작업하다 산재 사고 왜 나는지 알겠음 ㅋㅋㅋㅋㅋ 뼈가 부러질 것 같지는 않은데 떨어지면 온 몸이 다 긁히겠구나 싶었음.

나무 겨우 네 그루인데 커다란 바구니로 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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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밭으로 내려와 이제 토마토, 오이, 수세미 같은 작물 지지대 고정하고 머리결 다듬어주기 ㅋㅋ

할아버지께서 그물망 설치를 늦게 하셔서 오이가 다 바닥에 깔려 있음.. 이러면 벌레가 파먹거나 썩는다고 함... 줄기 다듬어서 올리고 그물에 연결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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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 흑토마토도 벌써 꽤 큰 열매들이 달려 있는데, 키가 큰 만큼 윗 가지를 지지대에 붙여서 고정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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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미도 이제 좀 자라서 김 매주고 지지대 세워 줄기 올려줌.. 이쪽 두둑은 멀칭을 잘 했는데 잡초들이 엄청나게 올라와서 그거 다 뽑느라고 땀뺐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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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이른 봄에 심었던 완두콩은 벌써 수확철...  이것도 얼마 되겠나 싶었는데 쪼그리고 앉아서 다 따고 보니까 한 상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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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한 송이 안에서 몇 개씩만 시차를 두고 익어가는 블루베리 나무들을 돌며, 열매 채취...

저 푸른 안토시아닌을 보라... 저절로 눈이 맑아지는 느낌 ㅋㅋㅋㅋㅋ

아니 이렇게 매일매일 새롭게 열매가 익어가면, 한동안은 매일 따먹을 수 있다는 거잖아!!!

정착 농경인에 비해 수렵채집인들이 의외로 영양상태가 좋고 노동강도가 낮았다더니 무슨 소리인지 알겠네 그려... 서울 집에도 심고 싶은데,  아무래도 밭에 심은 것만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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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마치고 샤워하고 온 싹 다 갈아입었는데도 열기가 좀처럼 식지를 않음 ㅋㅋㅋ

은근히 노동강도가 빡세서 점심 먹는데 손이 후들거려서 젓가락질을 못하겠더라구 ㅋㅋㅋㅋ 나물을 집지 못했다니까... 물 가지러 가는데 의자에서 다리가 안 떨어져서 손으로 들어 옮김 ㅋㅋㅋㅋㅋ

배는 엄청 고픈데 밥도 반공기밖에 못먹음.... 식혜만 한 사발 드링킹...  이제 작업할 때 그냥 맹물이 아니라 뭔가 매실차나 식혜 같은거 들고 나가서 먹으면서 해야겠음 ㅋㅋ

 

다음에 내려갈 때 쯤이면 감자를 캐야 하지 않을까 싶음.. 그 때까지 블루베리 더 남아 있으면 좋을텐데 ....

아우 근데 상업적으로 단일작물 농사는 정말 어려운 일인 거 같음. 온 몸의 관절과 근육이 남아나지 않는 느낌....  (정신줄도 덩달아)

하루가 지났는데도 안 아픈데가 없다구 ㅜ.ㅜ 저녁에 돌아와 씻고 그냥 다이...

겨우 요 정도 도시 농부의 삶도 너무나 고달프다.... 

 

* 자연의 신비 추가

블루베리만 신기한게 아니라 수국도 신기한 식물임. 꽃이 처음에 약간 연두색에서 시작해서 아이보리 색으로 갔다가 이제 점차  진한 핑크로 진화.... 진화하는 포켓몬도 아니고 우째 이런 일이 있나 몰라..

심지어 작년에는 꽃이 하나도 안 피고 지나갔는데 올해 이렇게 탐스럽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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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일기_20200527

hongsili님의 [도시농부일기_20200429] 에 관련된 글.

 

한 달에 한번 밭에 가는 게으른 농부...

게으르다기보다, 다른 일이 너무 바쁜 쓰리잡 농부의 삶...

자연과 함께 하는 한가로운 농부의 삶이란 없어.. 일이 너무 되서 자연을 느낄 겨를조차 없다구 ㅜ.ㅜ

 

이번에는 화요일 저녁에 내려가서 1박하고 수욜 새벽부타 작업 시작...

하루종일 각기 다른 정체성으로 세  가지 종류의 회의를 마치고 기차 타고 내려가니 이미 그곳은 오밤중, 다행히 K 샘이 마중나와 주기는 하셨는데 숙소로 쓰는 별채 서재까지 가는 길, 다시 화장실이 있는 아랫집까지 내려가는 언덕길이 암흑천지인데다 풀이 너무도 무성하게 자라서 알던 길도 헷갈리고, 게다가 스맛폰 조명으로 비춰보니 대나무들이 무서운 기세로 자라나서 여기서 잘못 미끄러져 넘어지면 죽창에 찔려 사망각.... ㅡ.ㅡ

사실 하루종일 회의 돌아다니느라 끼니를 제대로 못챙겨 먹어서 기차에서 작은 떡 두조각 먹은게 다인데 이 오밤중에 어디 가서 밥을 얻어먹을 수도 없고, 동네 가게 문이 열린 것도 아니고... 주린 배를 움켜잡고 생수만 벌컥벌컥... 가방 안주머니에 사탕 한 봉지 찾았는데 sugar free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하늘도 무심하다

이 와중에 달빛 배경 삼아 온라인으로 자료분석 미팅을 하고 ㅋㅋㅋ 그대로 기절...

새벽 알람에 일어나보니 5시 반인데 벌써 세상이 환해서 깜놀...

아침도 못 먹고 일단 날이 더워지기 전에 서둘러 작업 시작...

지난 번 작업했던 두둑에 김매기 열심히 해주고, 멀칭이 더 필요한 부분 덮어주고 나서 허리펴니 아침 8시...

 

신기하게 감자꽃도 피고, 수세미, 브로콜리며 가지며..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음 ㅋ

정말 멀칭을 제대도 해준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어마무시하다는 것을 실감.. 멀칭만 잘 해주면 김매기 할 것이 거의 없음. 지난 냉해에 콩 파종한 것들이 다 얼어죽었나 했더니 이번에 가보니 절반 정도 싹을 티웠음.. 기특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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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댁에 가서 아침 얻어먹고, 읍내 장에 가서 또 모종 구입.. 파종을 한번 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조금씩 때를 달리하며 파종과 수확을 거의 연중 지속...

모종으로 샐러리, 겨자채, 적채, 미니단호박, 수박, 곰취, 홍당무 심고, 집에 있던 루꼴라 씨도 뿌림. 비싼 루꼴라 맘껏 먹어보고 싶은 마음... 샐러리도 벌써부터 볶음밥해먹을 생각에 흐뭇 ㅋㅋㅋㅋ

지난 겨울에 심어놓으셨다는 마늘과 양파도 일부 수확하고, 주말에 엄마한테 부추전 해달라고 부추도 잘라옴 ㅋㅋ

점심먹고 서둘러 올라왔는데 벌써 햇볕이 장난 아니라 힘도 들고, 땀이 정말 삐질삐질....

그런데 역시 한국인은 장비빨 ㅋㅋ 동네 뒷산을 가도 아웃도어웨어 풀장착을 하고 나서는 사람들 아닌가... 나도 농사 대비 모자와 3M 쿨토시, 3M 안전장갑, 장화를 준비 ㅋㅋㅋㅋㅋ 누가 보면 전문 농사꾼... 심지어 옷은 등산 다닐 때 입던 기능성웨어... 3M 이 정말 좋기는 하더라구 ㅋㅋ 손에 딱 맞고 그립감 좋고, 물기도 금방 마르고.. 토시도 진짜 쾌적함...  장화는 크록스 ㅋㅋ 패션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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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번에는 몇 가지 준비물을 더 챙겨야겠음. 계속 장비 욕심 ㅋㅋ 

일단 야간과 새벽작업을 위한 헤드랜턴 챙겨야 함, 작업 끝내고 샤워 후 갈아입고 올라올 여벌 옷, 얼음물 담을 수 있는 물병. 등산하려고 사모은 소소한 장비들을 이렇게 쓰고 있다 ㅋㅋㅋ 무릎보호대도 가져갈까???


다음번에는 작업량이 몹시 많을 것으로 예상... 일단 블루베리 수확을 사칭한 시식 ㅋ 마늘과 양파수확, 산에 있는 복숭아 싸주기, 그리고 역시 엔드리스 김매기...

그네 언니 말대로 바쁜 벌꿀은 쉴틈이 없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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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일기_20200429

hongsili님의 [도시농부일기_20200322] 에 관련된 글.

 

새벽같이 용산역 앞에서 K 선생님의 차를 얻어타고 임실고고...  오늘의 일꾼 날총님도 함께...

중간에 안성 휴게소 들러 김밥, 라면, 소떡소떡과 커피로 서둘러 (하지만 배터지게) 아침을 떼우고, 임실 들어가 읍내 장에 가서 모종 무려 4만 5천원어치 구입!!!

모종으로 나와 있는 식물들의 종류에 깜놀.... 세상에 정말 많은 종류의 채소들이 있구나.

텃밭하시는 분들이 상추나 치커리, 겨자채 같은 잎채소들을 많이 키우지만 경험에 의하면 저거 부지런히 따먹는 것도 일 ㅋㅋㅋㅋ 이미 나는 김체리님 텃밭에 방치된 상추가 서서히 나무로 변태하는 모습을 목격한 일도 있다 ㅋㅋㅋㅋ 별하고 방울 몇 개만 걸면 크리스마스 트리로 써도 되겠더라구 ㅋㅋ

그래서 우리는 좀 시간이 걸리고, 비교적 보관이 용이한 작물에 초점...

 

하지만..  맘대로 골라보라는 K 선생님의 제안과 달리 아는 작물이 많지가 않아서..   나의 야심작물 수세미를 일단 픽하고, 역시 애정하는 야채들인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노란색 파프리카를 고름.  샘이 여기에 아삭이고추, 가지, 피망, 흑토마토, 대추토마토, 완숙토마토를 보태주심. 얼룩강낭콩, 일명 호랑이콩도 사고 싶었으나 다행히 집에 종자가 있다고 하셔서, 푸짐한 꾸러미 들고 귀환. 심바와 코랭이가 오랫만에 봤는데도 반겨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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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뿔싸!!!!!! 돌아와서 모종 분류하려고 보니 뭐가 뭔지 모르겠어 ㅋㅋㅋ 오로지 구분 가는 것은 잎이 익숙한 수세미, 단가가 비싸서  한 주씩 담아준 흑토마토, 코스모스처럼 생겨 기억에 남았던 아스파라거스 뿐!!!   각종 추론과 토론을 거듭하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름표를 붙여놓았다가 나중에 열매 열리면 그 때 정정하자고 결정했는데, 아니 열매가 열리면 이름표가 굳이 필요없잖아.. 이게 무슨 짓이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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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잠깐 꽃샘추위가 심하게 왔었는데, 밭에 나가보니 그것 때문에 얼어 죽은 작물이 상당히 많았음. 각종 강낭콩과 완두콩들이 너무 시들시들하던데 과연 살아날지 모르겠음 ㅜ.ㅜ  본격 농사꾼인 이웃께서 잠깐 우리밭에 구경오셨는데, 거기는 냉해 때문에 아예 파종을 새로 하셨다고 함... 상업작물 하시는 분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겠더라구... 

 

일단 멀칭 용으로 심어둔 호밀이 이제는 정말 많이 자라서 그걸 베어 재료 준비. 이미 이삭이 패인 것도 있어서 이걸 그냥 멀칭용으로 쓴다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호밀 정미소가 국내에 밀양 한군데 밖에 없어서 어차피 얼마 되지도 않는 양을 거기까지 가져갈 수도 없다고... ㅜ.ㅜ 원래 멀칭 용도로 심은 것이니 일단 베기는 베는데.. 아우 아까워...  나랑 날총이랑은 바닥에 떨어진 호밀대 하나도 다 주워서  두둑에 올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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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감자 김매기 작업...  다행히 중간에 샘이 감자 이랑을 다 덮어두셨던 덕에... 멀칭을 치우고 보니 새싹들이 거의 대부분 살아있었음... 어찌나 반갑던지... 여섯 이랑이나 되는 감자밭에서 꼼꼼하게 김매기하고 싹 올라온 이외 부분 덮어주는 작업 수행....  은근히 잡초들도 뿌리 힘이 세고, 흙도 단단하게 뭉쳐 있는 부분이 많아 모종삽과 호미로 작업하는데 손목과 팔꿈치 무리데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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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나서 정말 대화 한마디 없이 계속 비어 있는 두둑에 퇴비주고 다듬어서 모종 심고, 멀칭하고....

중간중간 두더지굴, 지렁이, 벌레 만나서 단말마의 비명 지르고...

동네 닭은 왜 그리 수시로 우는지 깜딱깜딱 놀램...  닭은 아침에만 우는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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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종 다 하고 점심 먹으려 했는데, 워낙 오전에 늦게 일을 시작하다보니 두 시가 넘어도 작업도 많이 남은데다 배가 너무 고파 일을 할 수가 없음...   이번에도 산들미향에 가서 제육볶음이랑 된장찌개...  천하일미....

 

밥먹고 돌아와 정말 1분도 쉬지 않고 다시 작업.. 서울 가는 기차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그 전에 오늘의 작업을 마쳐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

근데 가만히 보니까 날총 너무 일못함 ㅋㅋㅋㅋ 못한다기보다, 너무 꼼꼼하게 작업을 해서 내가 세 이랑을 할 동안 하나도 제대로 못함. 아니 무슨 상감청자 만드냐고.. 왜 그렇게 조심조심 꼼꼼하게 하는 것이여..... 이것은 마치 시험 전날 교과서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읽으며 공부하다 결국 시험진도의 반도 다 보지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오는 인간의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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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다섯시 무렵까지 모든 작업을 마치고 시원하게 밭에 물을 다 뿌리고 걸어서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보니 정말 일당 알바처럼 일하고 왔음. 새벽차 타고 도착해서 한 시도 쉬지 않고 일하고 밥먹고 다시 일하고, 바로 귀환 코스 ㅋㅋㅋ 원래 생각한 안빈낙도의 삶이란 이런게 아니었는데 ㅋㅋ 나중에는 손에 힘이 빠져서 김매다 모종삽을 놓치기까지 했다니까 ㅋㅋ 다리도 후들후들...

돌아오는 기차에서도 미친 듯이 잘  것 같았지만 팔이 계속 욱신거려 한 숨도 못잤음...

다음에는 꼭 저녁 때 미리 내려가서 한숨 돌린 다음 아침 일찍 농작업 하고 쉬엄쉬엄 하며 돌아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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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우리 밭 옆에 돼지 키우는 농가가 있는데, 오가는 길에 돼지들과 자꾸 눈이 마주침.

애들이 정말 깨끗하고 볼때마다 톱밥도 청결해보이는 걸 보니 정성들여 키우시는 건 알겠는데, 돼지들이 너무 똘똘하고 사람 지나가면 이쪽으로 다가와 친근함을 내보여서 마음이 ㅜ.ㅜ 

얼마전에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활동가 분 이야기 들어보니 돼지가 정말 영리하고 사람을 잘 따라서, 돼지 축사 이주노동자들한테는 고용주들도 비교적 대우를 잘 해준다고 함..   손이 바뀌면 돼지들이 스트레스 받기 때문에.... ㅜ.ㅜ

그렇게 영리하고 사회성 좋은 아이들인데... 좁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사육당하는게... 막상 눈으로 보면 많이 괴로움. 심지어 밥 때가 되면 엄청난 울음소리들이 울려퍼짐. 좁은 공간에서 서로 밀치며 순서를 다투느라 벌어지는 일.... 저런 대접을 받을 존재들이 아니잖아... ㅜ.ㅜ 

하지만 점심 제육볶음은 너무 맛있었고, 정말 뭐랄까.... 인간은 존재 자체로 다른 생명체들에게 민폐... ㅡ.ㅡ

 

사실 율도국에서 소돼지는 키우지 말자고 내가 제안한 적 있음. 그걸 누가 잡냐고.... ㅜ.ㅜ

근데  날총이 굳이 자기가 할 수 있다고, 고기 먹고 싶다고 했었는데 오늘 좀 수그러진 것 같음... 직접 마주해보니, 안 되겠다고 ㅡ.ㅡ

밸로시랩터의 후손이자 눈이 마주쳐도 우리 마음이 덜 괴로운 닭까지는 수용가능한 것으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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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일기_20200322

시절이 하 수상하여, 율도국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바...

기본 중의 기본은 먹거리...  세상 어디를 가든 농사를 지을 줄 알아야 굶어죽지 않는다!!!

 

사실 작년 연말 송년회 때 임실  KM 샘 가족께서 흔쾌히 농사일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크게 마음 먹고 있었는데, 코로나 유행에 허리 삐끗, 강풍경보까지 겹쳐서 2주 이상 미뤄지다 드디어 파종을 위한 임실행.

 

마침 날씨도 더 없이 청명, 따뜻하고, 도심을 벗어나니 2m 물리적 거리를 두어야 할 사람의 발길 자체가 드물어서 정말 오랜만에 해방감...  전날까지만 해도 건조한 실내에서 계속 잔기침을 해서 걱정이었는데, 코가 뻥 뚤리고 목에 참기름 바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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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 서로 다른 종류로 세 이랑, 완두콩 한 이랑 심고 (맨날 이랑/고랑 헷갈림 ㅋ)

감자는 씨감자를 통째로 여섯 이랑 심었음. 원래 네 이랑 심으려고 번호표 1/4~  이렇게 시작했는데 갯수가 남아서 내친 김에 여섯 이랑 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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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살충제나 제초제도 안 쓰고, 또 농촌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비닐덮개도 안 쓰기 위해 시간과 돈을 엄청 들여서 두둑을 만들어두심...   게다가 비닐 대신 멀칭 용으로 사용하려고 겨울 전에 호밀도 심어두신 상태...

그래서 호미로 조금만 흙을 파봐도 지렁이 대박 많고 (혼비백산했음 ㅜ.ㅜ), 지렁이 미식가인 두더지 굴이 온통 연결되어 있음.

다행히, 두더지가 농작물을 직접 파먹는 건  아니라고 하는데 상업작물을 하는 농가에는 밭을 들쑤셔놓아 피해가 막대하다고 함...  뿌리가 상하는 일이 많다고...  그렇다고 덫을 놓거나 약을 뿌릴 수는 없는 일이고.. 일단 지켜봐야겠음. 근데 벌레 무서워 죽을 것 같음 ㅜ.ㅜ  다리가 2~4개의 범위를 벗어나는 동물류 모두 질색...

창창한 농부의 앞길을 벌레가 가로막고 있다....

 

점심에 맛난 삼겹살 먹고, 오후에는 겨울을 버텨낸 시금치 수확함. 자주 내려와 숙소로 사용할 방도 둘러보고, 산책하면서 매화도 감상하고....  거 참, 두시간만 움직이면 이토록 다른 세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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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식구들 가져다줄 선물보따리 들고, 오후 느즈막히 귀향.

맨날 손꾸락 놀리며 키보드질만 하다가 오랜만에 호미질 좀 했다고 팔꿈치 관절이 아파.. 몹쓸 관절...

그래도 피곤한 와중에 시금치 다듬어서 스파게티 해먹고, 꺾어온 매화는 주먹도끼가 선물해준 우아한 미니어처 청자에 꽂아보았음.

모름지기 선비라면 매화! 옆의 접시는 진희가 이란 출장 다녀오며 선물해준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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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내려가서는 밥에 원없이 넣어 보고 싶은 호랑이강낭콩과

나만의 소득증대 작물로 계획 중인 수세미를 심을 예정 (지지대를 설치해야 한다!!!).

올해는 자주 내려가서 땀흘려 농작물도 가꾸고, 벌레랑도 좀 친해지고,

와이파이 팡팡 터지는 조용한 농가에서 음악 들으며 책도 열심히 읽어볼 생각...

미니벨로 하나 얻어서 읍내 장터에는 그거 타고 다녀야지.

헬멧도 사야하고, 장화도 사고 싶네 ㅋㅋ 농가의 미니멀라이프는 커녕 점점 더 살림이 늘어나게 생겼어 ㅋㅋ

벌써부터 날총은 코로나 때문에 벚꽃놀이도 못 간 마당에 날잡아 닭이나 삶아먹자 하고 ㅋㅋㅋㅋㅋ  이러다보면 빈한한 선비의 삶이 아니라 주지육림 탐관오리의 삶이 될지도 모르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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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의 종교

코로나19 유행 대국에서 가장 예상치 못했던 것은 사이비 종교집단에 의한 폭발.

아무리 잘 막아낸다 해도 지역사회에 산발적으로 클러스터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미친 듯한 전파는 정말 상상도 못했음.

아시모프 할배의 파운데이션에서 the Mule의 등장에 가까운 돌발변수.

 

21세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허술하기 그지없는  종교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 SF 소설이 그려내는 초절정과학문명 시대에 여전히 괴상한 컬트가 횡행하는게 그닥 비현실적 설정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음. 이를테면 [라츠드 제국] 시리즈 같은 경우도 그렇고, 아서 클라크 작품들도 마찬가지.

 

주류 기독교에서는 이들 집단이 '이단'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선긋기를 하고 있지만, 이단이냐 아니냐는 교리를 둘러싼 해석의 차이니까 어차피 내 알 바 아님. 어차피 허무맹랑한 가상의 존재를 믿는거야 똑같은데, 누가 좀더 그럴 듯한 설명틀을 갖느냐의 차이 아니겠남. 그래봤자 해당 종교 바깥 사람들한테야 아무 의미도 없는 것.

이단의 폐해를 드러내기 위해 사회적 해악을 강조하는 것도 좀 어이없음. 이건 이단이고 정통이고를 떠나 세속적 윤리와 도덕 기준에서도 크게 벗어나는 행위들이라 굳이 이단 가져다 붙일 것도 없음. 이를테면 불법 다단계판매업자들과 유사한 사기, 재산갈취, 유인협박.. 이런거 종교 교리 들먹이지 않아도 이미 세속 기준에서도 문제이고 불법적 행위들 아닌감.

 

대한민국에 재림예수가 최소 50명이라니, 이 좁은 한반도에 무슨 축복인가 말여 ㅡ.ㅡ

 

정통이고 이단이고 상관말고, 믿음 가진 분들은 부디 모두(!) 천국 가셨으면 좋겠음.

그동안 휴머니스트들은 꺼지지 않는 지옥불을 무한동력으로 삼아 에어컨도 돌리고, 공기청정기도 돌리면서, 인간의 도덕규범을 논하며 살기 좋은 지옥 세상 만들어보자구. 아시모프,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같은 셀럽들도 즐비하고, 내가 좋아하는 칼 세이건, 보네거트, 더글라스 아담스 같은 양반들도 다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설레기까지 한단 말야 

 

어후, 이 혼세마왕의 시대, 얼릉 좀 평화를 되찾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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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맞이한 새해

흔히 1월 첫 주면 작심삼일이라도 실천하기 위해 대부분의 이들이 몸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려고 애쓰는 기간이건만....  어우 아침에 숙취로 몸부림치면서 이게 무슨 괴이한 새해맞이인가 인생에 회의가.....

그저께 부산 광안리 해변에는 오가는 사람이 열 명도 안 되고

어제 저녁 강남에도 초저녁부터 술 먹는 사람 우리 일행밖에 없더라구... 

상식에 너무 벗어나잖아 ㅡ.ㅡ

 

1월 2일 아침부터 울산에 내려가 예상치 못한 뺑뺑이에 인터뷰 두 건 진행하고 전복삼계탕 주지육림.

저녁 늦게 부산으로 이동해서 반가운 얼굴 역학박사 3명과 조우하여 쓸데없이 HAV 걱정하며 텅빈 광안리 조개구이 집과 맥주집에서 주지육림.

어제 아침에는 고기듬뿍 설렁탕으로 해장하고 초저녁에 다시 강남에서 주지육림 ..

그나마 희석식 소주 안 마셔서 예후가 양호한 편.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나는 지난 이틀동안, 한 달 아저씨 쿼터를 다 채웠다 ㅋㅋ

모두들 대한민국 상위 1%에 해당할만큼 훌륭한 아저씨들이었고, 다들 너무 반갑고 너무 즐거웠지만 아저씨는 아저씨 ...  뭐랄까 아저씨 디톡스가 필요한 느낌적 느낌...  

이상하지, 이제는 이 아저씨들이랑 여자 친구들이랑 성별 구분도 잘 안가는데 ㅋㅋㅋ

 

하여간 올해는 결심한 대로 생활글, 작은 글 좀 많이 써보려고 포스팅하지만,

거창한 새해 계획을 늘어놓을줄 알았지 숙취의 괴로움을 쓰게 될 줄 이틀 전만 해도 상상 못했다구.

그래도 작년처럼 정신줄 놓고 살면서 인생책에 빈 페이지가 남겨두지는 말자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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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제인가

세상에나

블로그 포스팅한게 1년이 넘었다니 믿어지지가 않아!!!

에버노트에 메모해둔게 한 웅큼이란 말야...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일의 효율성이 떨어진 것인가, 일의 절대량이 많아진 것인가,

아니면 북도 치고 장구도 치고, 문무를 겸비하여 오만가지 잡다한 일을 하려니 정신이 다 흐트러진 건가..

말발굽에 거센 먼지를 일으키며 바로 뒷꿈치까지 추격해오는 원고 추노꾼들, 각종 회의 추노꾼들 때문에 심장마비 일어날 지경... 매일매일이 너무 쫄깃하다구 ㅋㅋㅋㅋ 정신줄 놓게 생겼음... 확 놔버릴까???

prefrontal cortex의 인지자원 곳간이 텅텅 비기 일보직전...

어쨌든 겨울 휴가 전까지는 어찌 해볼 도리도 없네 그려...  이럴 때마다 머리깎고 절에 들어갈까 생각도 들지만, 고기 못먹는 것보다 더 힘든 건 새벽 예불...

그래 새벽예불보다는 추노꾼들에게 쫓기며 인생 쫄깃함 맛보는게 낫다는 생각으로 마음 부여잡고 일단 고고...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유작 Hunter of stories 로 틈틈이 부동의 평정심을 보충해가며, 겨울휴가 전까지....

 

흥겨워 쓰는 블로그 포스팅도 못하고 맨날 추노꾼들에게 잡혀서 글쓰려니 인생 재미가 떨어진다고..

얼릉 돌아올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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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다는 것

한 살 씩 나이를 더 먹어가면서 지혜가 급속도로 늘어난다거나 삶의 혜안이 눈부신 아우라로 비추는 일이란 좀처럼 기대도 안 했다.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나이듦의 가장 분명한 징후는 죽음이 점차 가깝고 익숙한 일이 되어가는 것인듯 싶다.

 

 

후배 J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익히 예상은 했지만 그 젊음이 안타까워서 슬픔보다는 이게 다 뭔가 싶은 허망함이 더 컸던 것 같다.

 

 

작년 2014년은, 많은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죽음으로 기억된 한 해였다.

 

새해를 맞이할 때만 해도, 꿈에도 그리던 파타고니아로의 여행이 가장 한 해의 강렬한 기억이 될 줄 알았더랬다. 하지만 세상은 온통 소용돌이...

 

이별의 실감은 일상 중에 섬광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아직도 잠정적인 것만 같다.

그냥 오랜만에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어제 만났던 양 수다를 떨수 있을 것 같다.

장과 공유했던 오랜 시간 덕분에 여기저기 남아있는 흔적들 ㅡ 이란에서 사다준 작은 접시, 따가운 남미의 태양에 대비하라고 골라준 선글라스, 대리국에서 새겨다 준 책도장...  심지어 출장 길에 사다준 실론티는 아직 뜯지도 않은 채 선반에 놓여 있다.

 

중환자실로 내려가기 직전, 장이 "나 이렇게 죽는 거니?"라고 물었다. 내가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고 피식 웃어줬다. 드라마 너무 많이 봤다고....  그 전날 밤, 옆자리 환자의 임종에 괴로워하는 문자에,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니 너무 괘념치 말라고, 뭔 위로 같지도 않은 시답잖은 답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녀에게는 모두 거짓말이 된 셈이다. 그렇게 중환자실에 내려가서, 하루 여기서 푹 쉬고 다시 올라가자, 라고 이야기한 게 마지막 대화였다. 그녀가 사그라지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 자연에는 의미가 없다고 무수히 되뇌었지만, 결코 괘념치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주에는 선배 형 부인이 돌아가셔서 광주로 문상을 다녀왔다. 환자 본인이나 돌보는 가족들이나 모두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낸 듯 했다. 형은 생각보다 차분했고, 밥을 먹으면서 프리모 레비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형도 최소한 그에게는 스스로 존엄하게 자신의 삶을 종결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종결할 만한 자격"이라는 게 무엇인지는 나도, 형도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부고 연락을 받고, 지인들에게 이를 다시 알리고, 기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상심했을 선배 형을 생각하고, 또 죽음이라는 단어에 자동으로 재생되는 장과의 마지막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나이든다는 것이란 이 모든 일에 점차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정신의 누더기 상태도 좀 더 빠르게 회복하거나, 혹은 그 누더기 자체에 익숙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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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감정의 기원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이별, 황망한 이별이 아니라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이 있었더라면, "준비"와 "익숙해짐"의 시간이 있었더라면

슬픔의 크기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많은 이들이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위안을 건네고, 이별을 맞이하고, 또 슬픔을 견뎌냈다.

누군가는 그러한 타인의 방식들을 또 불편해하기도 했다.

허나 표현의 방식이 달랐을 뿐, 마음에서는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그토록 다양한 이들이, 망자와의 끊어진 관계에서 가장 안타깝고 아쉬웠던 점은 과연 무엇일까?

 

자연에는 의미가 없다고 수없이 되뇌었다. 

누구를 원망할 것도, 운명을 탓할 것도 없다.

인과의 업보 때문도, 기도가 부족해서나 소위 하나님 앞에 교만해서도 아니다. 

원래 자연에는 의미가 없다. 

혹시라도 기독교인들이 그득한 천국 나부랭이가 있다면, 그런 곳은 오히려 피해 가는 것이 망자의 영혼에 더 큰 안식이 될 것이다.    

 

 

다만,

그것이 마지막 인사인지도 모르고 나눈 너무 짧은 대화는 두고두고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이 또한 나의 집착이겠지만 말이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나보다..

친구야....

이제, 인간으로도 축생으로도, 더 이상 이 세상에 몸을 받지 말고, 

번뇌로부터 영원히 벗어났기를 바란다.  

세상에 대한 여한과 미련은 다 벗어두고 갔기를 바란다.

 

여기 있는 동안은,

우리가 너를 기억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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