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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04 나이든다는 것
  2. 2014/07/24 상념
  3. 2014/01/16 도시농부학교 활동 정리 (1)
  4. 2014/01/16 2013년을 돌아보며
  5. 2013/02/18 소소한 일상
  6. 2012/09/08 떠나는 이에게...
  7. 2012/01/18 모르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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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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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씩 나이를 더 먹어가면서 지혜가 급속도로 늘어난다거나 삶의 혜안이 눈부신 아우라로 비추는 일이란 좀처럼 기대도 안 했다.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나이듦의 가장 분명한 징후는 죽음이 점차 가깝고 익숙한 일이 되어가는 것인듯 싶다.

 

 

후배 J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익히 예상은 했지만 그 젊음이 안타까워서 슬픔보다는 이게 다 뭔가 싶은 허망함이 더 컸던 것 같다.

 

 

작년 2014년은, 많은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죽음으로 기억된 한 해였다.

 

새해를 맞이할 때만 해도, 꿈에도 그리던 파타고니아로의 여행이 가장 한 해의 강렬한 기억이 될 줄 알았더랬다. 하지만 세상은 온통 소용돌이...

 

이별의 실감은 일상 중에 섬광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아직도 잠정적인 것만 같다.

그냥 오랜만에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어제 만났던 양 수다를 떨수 있을 것 같다.

장과 공유했던 오랜 시간 덕분에 여기저기 남아있는 흔적들 ㅡ 이란에서 사다준 작은 접시, 따가운 남미의 태양에 대비하라고 골라준 선글라스, 대리국에서 새겨다 준 책도장...  심지어 출장 길에 사다준 실론티는 아직 뜯지도 않은 채 선반에 놓여 있다.

 

중환자실로 내려가기 직전, 장이 "나 이렇게 죽는 거니?"라고 물었다. 내가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고 피식 웃어줬다. 드라마 너무 많이 봤다고....  그 전날 밤, 옆자리 환자의 임종에 괴로워하는 문자에,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니 너무 괘념치 말라고, 뭔 위로 같지도 않은 시답잖은 답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녀에게는 모두 거짓말이 된 셈이다. 그렇게 중환자실에 내려가서, 하루 여기서 푹 쉬고 다시 올라가자, 라고 이야기한 게 마지막 대화였다. 그녀가 사그라지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 자연에는 의미가 없다고 무수히 되뇌었지만, 결코 괘념치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주에는 선배 형 부인이 돌아가셔서 광주로 문상을 다녀왔다. 환자 본인이나 돌보는 가족들이나 모두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낸 듯 했다. 형은 생각보다 차분했고, 밥을 먹으면서 프리모 레비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형도 최소한 그에게는 스스로 존엄하게 자신의 삶을 종결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종결할 만한 자격"이라는 게 무엇인지는 나도, 형도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부고 연락을 받고, 지인들에게 이를 다시 알리고, 기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상심했을 선배 형을 생각하고, 또 죽음이라는 단어에 자동으로 재생되는 장과의 마지막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나이든다는 것이란 이 모든 일에 점차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정신의 누더기 상태도 좀 더 빠르게 회복하거나, 혹은 그 누더기 자체에 익숙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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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4 22:31 2015/03/0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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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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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기원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이별, 황망한 이별이 아니라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이 있었더라면, "준비"와 "익숙해짐"의 시간이 있었더라면

슬픔의 크기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많은 이들이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위안을 건네고, 이별을 맞이하고, 또 슬픔을 견뎌냈다.

누군가는 그러한 타인의 방식들을 또 불편해하기도 했다.

허나 표현의 방식이 달랐을 뿐, 마음에서는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그토록 다양한 이들이, 망자와의 끊어진 관계에서 가장 안타깝고 아쉬웠던 점은 과연 무엇일까?

 

자연에는 의미가 없다고 수없이 되뇌었다. 

누구를 원망할 것도, 운명을 탓할 것도 없다.

인과의 업보 때문도, 기도가 부족해서나 소위 하나님 앞에 교만해서도 아니다. 

원래 자연에는 의미가 없다. 

혹시라도 기독교인들이 그득한 천국 나부랭이가 있다면, 그런 곳은 오히려 피해 가는 것이 망자의 영혼에 더 큰 안식이 될 것이다.    

 

 

다만,

그것이 마지막 인사인지도 모르고 나눈 너무 짧은 대화는 두고두고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이 또한 나의 집착이겠지만 말이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나보다..

친구야....

이제, 인간으로도 축생으로도, 더 이상 이 세상에 몸을 받지 말고, 

번뇌로부터 영원히 벗어났기를 바란다.  

세상에 대한 여한과 미련은 다 벗어두고 갔기를 바란다.

 

여기 있는 동안은,

우리가 너를 기억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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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4 23:45 2014/07/2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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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학교 활동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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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가 토종 서울 녀자라는 것을 알면 약간들 놀라는 경향이 있지만 (도대체 왜?) 

나란 녀자, 사실 농활을 빼놓고는 농촌에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

게다가 농사일은 어찌나 몸에 안 맞는지, 농활이 열흘이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더 길었다면 도망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쪼그려앉기는 정말 쥐약.. ㅜ.ㅜ

하긴, 본 1 때 갔던 Y 마을은 너무 외지고 일도 힘들어서 (여름담배농사... ㅡ.ㅡ) 하루에 두 번 다니는 버스가 마을길을 지날 때마다 팀원들이 넋 놓고 버스 꽁무니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했더랬지....  지금 생각하니 참... ㅋㅋ

 

하여간, 과거는 이러했지만, 미국에 사는 동안 체리가 너무 맛나서 나중에 마당있는 집에 살면서 체리나무를 키워 배가 터지도록 먹어보자 하는 생각을 잠시 했더랬다. 

 

하지만 아무래도 농사는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주말농장에 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그래도 뭔가 내 손으로 키워보고 싶은 마음은 있고...  그러다 우연히 도시농부학교 이야기를 듣고 바로 이거다,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침 지난 가을에 지역에서 도시농부학교가 열리길래 냅다 신청....

 

일단,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농사라는 한 가지 목적으로 모인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물론, 여전히 농사짓기 방식은 나의 적성과는 잘 맞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런 것 말이다. 천연 농약이나 비료 만들기 방법은, 어쩌구저쩌구 재로를 만들어 물에 1백배 ~ 5백배 희석해서 사용하라는 거다. 1백배에 5백배라니???  confidence interval 이 너무 넓지않냐는 말이다.. ㅡ.ㅡ 그리고 정리된 매뉴얼을 안 줘 ...

프로토콜에 따라 일을 하고 자료를 분석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게 다 부담이다 ㅋㅋ

 

하지만, 이런저런 우여곡적을 겪어가며,

특히 지난 해 하반기처럼 미친듯이 일이 바빴던 시절에, 조금씩 짬을 내서 코딱지만한 밭을 둘러보고 물을 주고 비료를 만드는 과정은 정말 뭐라 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에는 배추 떠내려갈까봐 걱정하고, 비가 그치면 민달팽이가 내 배추 다 뜯어먹을까봐 걱정하고.... 비싼 말보로 담배 얻어다가 맥주에 섞어서 달팽이 덫도 설치하고, 쪼그리고 앉아 나무 젓가락 들고 달팽이랑 벌레를 잡아내던 그 날들...

배추 안 쪽 깊숙이에 몸을 또아리고 있던 초대형 토실토실 애벌레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침 일찍 밭에 갔다가 그 놈을 마주하고 혼자 비명을 질렀더랬지... 차마 발로 밟을 수가 없어서, 바위로 내리쳤던 (뭐야, 더 잔인해보이잖아.. ㅡ.ㅡ)...

어쨌든 마지막 수확 때에는 정말 감격만세 찍을 뻔 했다니까 ㅋㅋ

 

2013/09/03 정성껏 거지같이 심은 배추 모종...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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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4 배추가 벌써 달팽이의 공격을... 과연 얘네들이 잘 클 수 있을까 걱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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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2013/9/27, 10/05

하지만, 이건 우리가 평소에 보던 배추가 아니라 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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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4 배추는 날로 옆으로만 퍼지고, 사진을 보신 엄마가 의심을 하기 시작.... "니가 심은 게 배추 맞냐?" 응??? 잎사귀도 어찌나 억센지, 손가락을 다칠 지경... 선생님은 저절로 결구가 되는 품종의 배추라 묶어줄 필요가 없다고 하셨는데, 왠지 혼자 결구할 것 같지 않은 느낌적 느낌....  달걀껍질과 현미식초로 만든 칼슘비료 열심히 뿌리며 기다리고 또 기다림....

파는 아무리 쪽파를 심었다지만 저렇게 미세하게 가늘 수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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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3 어쩐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나 생장할 법한 야생배추의 탄생이 예고되는 마당에...

심지어 주차공원 관리아저씨마저 나한테 배추 좀 묶어주라고 조언을 하실 정도...

 

2013/11/08 주중에  같은 조원인 로피쉬가 귀한 지푸라기를 구해다가 드디어 배추를 묶어 주심... 배추야, 제발 이제 속을 채워다오.... 나는 파란 잎보다 보드라운 하얀 속 부분을 더 좋아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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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1 드디어 수확..

배추를 열 포기 심었지만, 두 포기는 중도 사망, 두 포기는 너무 알이 작고 벌레가 많이 먹어서 포기... 그래도 여섯 포기라는 경이적인 수확률을 기록하고, 갓과 쪽파, 무우도 극소량 수확.... (사진 속의 쪽파와 무우는 세 사람의 수확물을 합친 것 ㅋㅋ)

막판에 묶어준 덕택에 배추가 제법 배추다운 모습... 

어찌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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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에 진딧물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 있는데, 우리 집은 담가놓고 씻을 곳이 없어서 부모님 댁으로 운반..... 결국 욕하면서 엄마가 다 다듬어주심 ㅋㅋ

무우가 하도 작다보니, 엄마가 혹시 열무를 심은 거 아니냐고 물어보심... ㅋㅋㅋ 그러게, 우리도 뽑아보고 깜딱 놀랐다니까.... 이건 뭐 무우 미니어처, 분재라도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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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확물들 중 무우는 엄마네 집 김장에 기념으로 들어갔고 (엄마가 나중에 나 다 먹으라고 ㅋㅋ)

나머지는 우리집에서 연구소 샘들하고 나눠 먹음....

배추는 겉절이와 배춧국 5인분, 갓도 겉절이 재료로, 그리고 3명이 수확한 쪽파는 달랑 파전 두 장 ㅋㅋ

하지만 어찌나 배추, 갓, 쪽파가 달고 맛있는지, 사람들 깜놀....

3개월 농사가 세 시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마법이라니... 

 

*

올해 가을에 또 하면 더 능숙하게, 당황하지 않으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도시농부라는 말이 너무 예쁘면서도 씩씩해보이지 않나?

새삼, 농약의 중요성도 깨닫고 ( ㅡ.ㅡ 정말 생계로 짓는 농사인데 그렇게 벌레가 많으면 울어버리고 싶을 듯) 날씨와 절기의 변화라는 자연의 힘도 절실하게 체감하고...

지인들과 협동해서 뭔가 꼼지락꼼지락 일을 함께 한다는 것의 뿌듯함도 맛보고.....

이러니, 도시농부활동을 2013년 최고의 보람 사건으로 꼽지 않을 수가 없었더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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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6 22:22 2014/01/1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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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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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런 글은 2013년 12월 30일이나 31일쯤 쓰여야 제 맛인데,

삿포로 여행 다녀와서 숙취와 (ㅜ.ㅜ) 아마도 인류 최후의 날까지 쪼아댈 것만 같은 마감의 압박에 그럴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언제 2014년이 왔는지 모르겠어... 흑....

여행 가 있는 동안 2013년은 어떠했는지 잠깐씩 돌아보며 몇 가지 키워드를 정리해두기는 했었다.

1. "보람"

#.

별로 고민할 것도 없이 대번 떠올린 것은 도시농부 활동이었다. 불질을 놓고 있던 차라 그 소중한 기억들을 그때그때 남기지는 못했지만, 정말 소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조만간 정리를 해야지...

사실, 지난 해 유난히 프로젝트에 쫓겨서 정말 정신이 없었는데, 그나마 코딱지만한 밭에서 땀흘리며 마음을 쏟아붓는 그 시간들이 없었더라면 정말로 마음은 황폐해졌을 것이다. 남들은 주경야독을 한다지만, 낮에는 일하고 밤에 가서 밭을 가꾸는 이중생활 ㅋㅋ

 

#. 

처음 작업을 시작했던 시점으로 따진다면 거의 3년이나 걸렸던 반도체 건강영향에 대한 리뷰 논문을 드디어 마무리를 했다. 좋은 코멘트를 해주고, 발표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자료를 찾아주고, 영문 교정을 도와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도 완성을 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논문들에 '하나의 케이스'로밖에 헤아려지지 못한 노동자들의 건강과 노동권을 보호하는데 이런 작업이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랄 뿐이다.   

 

#.

비판적 실재론에 대한 조금 더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싶어 S 선생님의 대학원 수업을 한 학기 동안 청강했다. 비단 실재론 뿐 아니라 사회과학에 대한 메타과학적 접근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강의와 읽기자료들을 조금 더 정리해둘 필요가 있겠다.

 

2. "즐거움"

 

#.

사실 (주지육림 때문에 힘들어서) 즐거움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ㅋㅋ

연말의 북해도 여행은 어쨌든 반가운 얼굴과 맛난 음식, 아름다운 풍광이 함께 했던 나날들이었다. 작년에는 특히 나들이를 몇 번 가지 못했는데 그나마 연말에 아쉬움을 달랜 격....

 

#.

닐 게이먼이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더랬다. 그의 샌드맨 시리즈, 이어서 일본 여행 즈음하여 외전, 샌드맨의 사랑스러운 누나 DEATH 의 이야기를 읽었다. 이 언니 너무 멋지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녀, 세상의 문을 닫고 무대를 정리하는 그녀...

그녀가 이토록 매혹적이기 때문에 지상의 누구도 그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평생(?)의 과업이었던 Sigur ros 의 내한공연을 관람한 것은 역시 대사건이다. 물론 다른 공연들도 여럿 보았고 다들 좋았지만, 이 공연은 특히나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

예전에, 김광석이 1년에 수백번씩 공연을 하던 시절, 항상 다음 공연에는 꼭 가야지가야지 했는데 어느 날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버렸고, 그 때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인생에 유보는 없다는 것.... 할 수 있으면 미루지 말자고..... 

 

3. "당혹"

 

#.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한 일들 만큼이나 황당한 일들도 적지 않았다.

아마도 가장 황당한 것은 박사원정대에 참여했던 두 박사의 발병 아닐까 싶다. 한 박사는 소위 선진국형 중증질환에, 또 다른 박사는 소위 후진국형 소모성 질환에.... ㅡ.ㅡ

심지어 두 사람이 진단 시기도 비슷하고, (엄청난 중증도 차이에도 불구하고) 치료 경과마저 비슷하여 아연 실색....  둘 다 처음 입원했을 때에는 하루 간격으로 두 병원을 뛰어다니며 문병을 하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으니... 지금 돌아봐도 참 어이없는 일이기는 하다. 당사자들도 어이 없어 하기는 마찬가지 ㅋㅋ 

지금이야 어쨌든 고비들을 넘기고 다들 평정을 되찾았지만, 가히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

일터에서 한 사람이 퇴직하면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각자 처한 입장이 다르니 똑같은 사실을 두고도 그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감정적 반응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진심으로 대했던 모든 시간들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게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다.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민간기업에 다니는 친구들한테 이야기했다가 욕만 한 바가지 먹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개인적 배려'로 처음부터 근무시간/임금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나와 연구소를 비난했다. 이미 처음부터 잘못된 시그널을 충분히 주었기 때문에, 나중에 원칙 운운 해봤자 역효과가 난다는 주장이었다.  일견 수긍할 수 있으면서도, 여전히 회의는 남는다.

우리가, 대안적 세계를 지향한다는 연구공동체에서, 근태를 칼같이 점검하고 그걸 또 임금에 반영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 특히나 연구 활동이라는 것이 출근해 있는 시간에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쨌든 두고두고 씁쓸함을 남긴 사건이었다...

 

4. "후회"

 

뭐 후회할만한 일들도 널려 있다만... 단연 가장 후회스러운 일은

부모님과 함께 떠나려던 큐슈 여행이 취소된 것이다.

여행 일정 다 잡아놓고 아빠가 갑자기 통풍이 발병하는 바람에 그리 되었다....

그래서 경주라도 구경시켜 드려려 했는데, 그 때도 마침 무릎 통증이 재발하여 도대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조금 더 건강하고 젊으셨을 때 모시고 갈 것을, 이제는 정말 영영 어디디에도 갈 수가 없겠구나 하는 회한이 몰려왔다.  

그런데 또 이러한 회한의 특징은 평소에 잊혀졌다가 결정적 순간에 다시 반복된다는 것이다.

날이 좀 풀리면 나들이를 시켜드려야 하는데, 그런 때는 넋 놓고 딴 짓하다가 날 추워지면 아이고, 그 때 갈 것을.. 하는 뻘짓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ㅜ.ㅜ

정말로... 국내 여행마저 불가능해지기 전에, 올해에는 꼭 따뜻한 남도 여행을 시켜드려야겠다... 

 

5. "아쉬움"

 

계획했다가 하지 못한 일들 또한 '무수히' 많은데, 특히 아쉬운 것은 프로젝트들에 밀려서 나들이를 충분히 다니지 못한 것, 불질을 거의 개점휴업한 것.. 그리고 몇몇 지인들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북클럽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중간에 중단된 것이다. 

 

전반적으로 '힘들고 괴로운' 한 해는 아니었지만, 너무나 일에 쫓기며 산 것은 분명하다.

지금까지도 그 잔재들이 남아서 나를 괴롭히고 있으니 말이다....

2014년 말에는 조금 덜 후회하고, 조금 더 "즐거운 아쉬움"으로 돌아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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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6 00:19 2014/01/1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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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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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치가 창궐하여 보는 이들마다 한 마디씩 거드는 데 지쳐, 또 염색을 했다.

처음으로 천연 헤나를 사용해보았다.

반죽을 너무 되게 해서, 머리카락에 골고루 펴 발라지지가 않은 듯 하다.

그래도, 염색 효과는 짱....

신기한 건, 머리에서 나뚜루 녹차 아이스크림 냄새가 난다는 것...

반죽 전 헤나가 분말 녹차와 비슷한 생김새였으니, 이해 못할 현상도 아니다...

그래도 묘해... ㅡ.ㅡ

 

 #2.

 

이제 고3이라 나름 열공에 지친 담이를 응원해주려고 큰 맘먹고 스테이크 집에 데려갔다.

여고생의 먹성은 실로 대단했다... ㅋㅋ

재미난 이야기도 나누가, 음식도 맛있게 먹고... 행복한 한 때였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우리가 앉았던 자리는...

작년, 이제는 세상을 떠난 후배 J와 마지막으로 함께 저녁을 먹었던 바로 그 자리였다.

 

거금을 들여 맛난 걸 먹고, 하하호호 웃으며 그동안의 소식을 나누고...

헤어져서는 조용한 주말 밤길을 걸어 혼자 버스를 타러 갔었다.

오늘 나는 그 길을 그대로 반복했는데,

J 는 이제 세상에 없구나... 

이렇게 문득 실감이 나는 거였구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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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8 00:23 2013/02/1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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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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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은 날에는 꼭 읽어주고 싶은 전연옥의 송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개

 

그는 사랑을 잃었네

사랑을 잃고 봉분 하나를 그는 얻었다 하네

익명의 소문들이 그의 생애를 지우는 동안

슬픔이 창궐한 전등불 아래서

사람들은 경악의 얼굴로 술을 마셨네

아름다운 기억들이 술잔에 가득 넘쳤네

그가 기른 가축들이 긴 나무 다리를 건너와

시린 별빛 아래서 이별을 고하는 동안

어떤 편안한 잠이 그의 곁에 와 누웠네

아무도 그의 사랑 찾아주지 못했네

 

그가 잃은 사랑 눈먼 자의 슬픔으로 떠돌 때

사람들은 새끼처럼 꼬여 칼잠을 자고

꿈속 어느 갈피 짬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네

그가 찍은 삶의 구두점이

동행 없는 모습으로 거리를 헤매고

안개가 그의 그림자를 지우고 있었네

아무도 그의 사랑이 되어주지 못했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잘가요...

여한은 남은 이들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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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8 23:48 2012/09/0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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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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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중한 건강문제에 직면한 후배에게 몸보신을 시켜주겠다는 일념으로 저녁에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사실, 그깟 쇠고기 덩어리가 몸보신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다.

내 지갑에는 확실히 해가 되었지만... ㅜ.ㅜ

 

결말을 차라리 모르면 좋을 것인가.....

나도 알고, 그도 알지만... 굳이 입밖에 내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담담함이 얼마나 견고한 것인지 짐작할 수 없었기에 나는 태연한 척 말할 수 없었다. 

초조하게 진단을 기다리던 시기보다 오히려 진단을 받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곧이어 진단받고 바로 회사로 돌아가 병가를 처리하며 그토록 울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를 어쩌니 울고 불 수도 없고,

무턱대고 다 잘 될 거야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인구집단 위험 확률과 개인의 경험이 다르고,

또 median survival 으로 예후를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skewed distribution을 전제하는 바... 얼마든지 꼬리 쪽에 있을 수 있는게지....

 

질병에 대해서 모르고, 상황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면...

근거없는 희망으로 견대낼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살고자 하는 열망과 의지가 그의 건강을 되돌려주길,

다른 한편으로, 종말점이 언제일지 모를 그의 삶에 여한이 없기를 함께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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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8 00:15 2012/01/1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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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위치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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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술마시다 Star Walk 자랑질 하려고 열었다가 깜놀...

산타 할배가 순록들이랑 황도 12궁을 가로지르고 있는게여...

바람같은 속도로 지나가서, 술김에 잘못봤나 했는데 그건 아니더라는...

 

정신차려 후딱 캡처하고 보니 마침, 달 옆을 지나 게 자리 (나의 탄생별자리) 옆을 비껴가고 계심...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혹시나 해서 아침에 다시 열어보니 할배, 아직도 뺑뺑이 돌고 계셔 ㅋㅋ

아직 지구 반대편 선물 배달이 안 끝나신듯...

노동 시간이 너무 긴거 같아... 할배, 그렇게 야간근로, 연장근로 많이 하시면

고혈압이랑 심근경색 위험 높아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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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5 12:16 2010/12/2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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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저냥 근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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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 동안 실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1.

우선, 변영주 감독을 초청한 연구소 행사가 있었다. 즐거웠다...  후원회원들의 착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변 감독의 화끈하고 까칠한 심성을 느낄 수 있었다. ㅋㅋ 애증이란 그런 것이다. 오랜 동안 지켜보면서, 미운 순간이 울컥울컥 쳐오르지만 그래도 차마 버릴 수 없는 그런 마음들....  변 감독의 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한 진심과 주류 여성주의에 대한 안타까운 비판들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더랬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듣지 못해서 안타까움.. ㅡ.ㅡ

 

#2.

브로콜리 너마저, 2집 발매 공연에 다녀왔다. 키보드를 맡고 있는 김잔디씨가 우리 연구소 후원회원이다!!! 소장님의 은전에 힘입어, 함께 공연을 보고 밥먹고 맛난 커피도 마셨다. 좀 말랑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쉽게 88만원 세대로 분류되기 어려운 그들의 삶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공연 시작되기 전에 배경화면으로 흐른 jonsi 의 모습 (내한공연 예정!)에 마음이 무척이나 흔들렸으나.... 참아야 하느니라.... 비록 자발적이기는 했지만, 나는 생계형 저소득층이지, 과시형 저소득층은 아니여.... ㅜ.ㅜ

 

#3.

지난 주 내내 건강과 인권 심포 참여차 한국을 방문하신 Craig 와 Chuck 선생님 모시고 여기저기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찌나 인격자들이신지.... 진짜 감동받았다!!!

그 나이가 되어서도, 그토록 성실하고, 그토록 진지하고, 또 그토록 세상에 대한 낙관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모름지기, 좌파라면, 진정한 좌파라면 그래야 될 것 같다. 엄혹한 환경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또 좌절하고, 그 속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았던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내공이랄까???

그런 거 보면, 우리 사회 연구자나 활동가는 너무 조로하는 경향이 있는 듯!!!

꿋꿋하게, 즐겁게, 성실하게... 그리고 정신차리고 살기!!!

 

요즘 서준식의 옥중서한을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다.

속깊은 울림을 주었던 신영복 선생님의 책과는 다른 그 무엇... 

정제되지 않은 분노와 삐침, 그리고 (어쩌면 자신에게 강제하는 듯한) 도덕주의적 당위들이 무척이나 가슴을 후벼판다. 그가 옥에 갇힌 때, 불과 스물 다섯이었더랬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막 10년차를 통과하는 서른 다섯 무렵....

밤마다 울면서 잠든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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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9 00:23 2010/11/0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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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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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선생님도 고민이 있어요?" 라는 질문을 받고 충격 먹은 적 있다.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며 사는 인간이라는 소리는 여러 차례 들었다. 

(너만큼 자기 맘대로 사는 인간이 어딨냐는 난데없는 비난까지...)

 

심지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지 않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진짜 그런가???

자꾸 들으니까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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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8 00:11 2010/10/1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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