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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일기_20200429

hongsili님의 [도시농부일기_20200322] 에 관련된 글.

 

새벽같이 용산역 앞에서 K 선생님의 차를 얻어타고 임실고고...  오늘의 일꾼 날총님도 함께...

중간에 안성 휴게소 들러 김밥, 라면, 소떡소떡과 커피로 서둘러 (하지만 배터지게) 아침을 떼우고, 임실 들어가 읍내 장에 가서 모종 무려 4만 5천원어치 구입!!!

모종으로 나와 있는 식물들의 종류에 깜놀.... 세상에 정말 많은 종류의 채소들이 있구나.

텃밭하시는 분들이 상추나 치커리, 겨자채 같은 잎채소들을 많이 키우지만 경험에 의하면 저거 부지런히 따먹는 것도 일 ㅋㅋㅋㅋ 이미 나는 김체리님 텃밭에 방치된 상추가 서서히 나무로 변태하는 모습을 목격한 일도 있다 ㅋㅋㅋㅋ 별하고 방울 몇 개만 걸면 크리스마스 트리로 써도 되겠더라구 ㅋㅋ

그래서 우리는 좀 시간이 걸리고, 비교적 보관이 용이한 작물에 초점...

 

하지만..  맘대로 골라보라는 K 선생님의 제안과 달리 아는 작물이 많지가 않아서..   나의 야심작물 수세미를 일단 픽하고, 역시 애정하는 야채들인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노란색 파프리카를 고름.  샘이 여기에 아삭이고추, 가지, 피망, 흑토마토, 대추토마토, 완숙토마토를 보태주심. 얼룩강낭콩, 일명 호랑이콩도 사고 싶었으나 다행히 집에 종자가 있다고 하셔서, 푸짐한 꾸러미 들고 귀환. 심바와 코랭이가 오랫만에 봤는데도 반겨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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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뿔싸!!!!!! 돌아와서 모종 분류하려고 보니 뭐가 뭔지 모르겠어 ㅋㅋㅋ 오로지 구분 가는 것은 잎이 익숙한 수세미, 단가가 비싸서  한 주씩 담아준 흑토마토, 코스모스처럼 생겨 기억에 남았던 아스파라거스 뿐!!!   각종 추론과 토론을 거듭하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름표를 붙여놓았다가 나중에 열매 열리면 그 때 정정하자고 결정했는데, 아니 열매가 열리면 이름표가 굳이 필요없잖아.. 이게 무슨 짓이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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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잠깐 꽃샘추위가 심하게 왔었는데, 밭에 나가보니 그것 때문에 얼어 죽은 작물이 상당히 많았음. 각종 강낭콩과 완두콩들이 너무 시들시들하던데 과연 살아날지 모르겠음 ㅜ.ㅜ  본격 농사꾼인 이웃께서 잠깐 우리밭에 구경오셨는데, 거기는 냉해 때문에 아예 파종을 새로 하셨다고 함... 상업작물 하시는 분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겠더라구... 

 

일단 멀칭 용으로 심어둔 호밀이 이제는 정말 많이 자라서 그걸 베어 재료 준비. 이미 이삭이 패인 것도 있어서 이걸 그냥 멀칭용으로 쓴다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호밀 정미소가 국내에 밀양 한군데 밖에 없어서 어차피 얼마 되지도 않는 양을 거기까지 가져갈 수도 없다고... ㅜ.ㅜ 원래 멀칭 용도로 심은 것이니 일단 베기는 베는데.. 아우 아까워...  나랑 날총이랑은 바닥에 떨어진 호밀대 하나도 다 주워서  두둑에 올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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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감자 김매기 작업...  다행히 중간에 샘이 감자 이랑을 다 덮어두셨던 덕에... 멀칭을 치우고 보니 새싹들이 거의 대부분 살아있었음... 어찌나 반갑던지... 여섯 이랑이나 되는 감자밭에서 꼼꼼하게 김매기하고 싹 올라온 이외 부분 덮어주는 작업 수행....  은근히 잡초들도 뿌리 힘이 세고, 흙도 단단하게 뭉쳐 있는 부분이 많아 모종삽과 호미로 작업하는데 손목과 팔꿈치 무리데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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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나서 정말 대화 한마디 없이 계속 비어 있는 두둑에 퇴비주고 다듬어서 모종 심고, 멀칭하고....

중간중간 두더지굴, 지렁이, 벌레 만나서 단말마의 비명 지르고...

동네 닭은 왜 그리 수시로 우는지 깜딱깜딱 놀램...  닭은 아침에만 우는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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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종 다 하고 점심 먹으려 했는데, 워낙 오전에 늦게 일을 시작하다보니 두 시가 넘어도 작업도 많이 남은데다 배가 너무 고파 일을 할 수가 없음...   이번에도 산들미향에 가서 제육볶음이랑 된장찌개...  천하일미....

 

밥먹고 돌아와 정말 1분도 쉬지 않고 다시 작업.. 서울 가는 기차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그 전에 오늘의 작업을 마쳐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

근데 가만히 보니까 날총 너무 일못함 ㅋㅋㅋㅋ 못한다기보다, 너무 꼼꼼하게 작업을 해서 내가 세 이랑을 할 동안 하나도 제대로 못함. 아니 무슨 상감청자 만드냐고.. 왜 그렇게 조심조심 꼼꼼하게 하는 것이여..... 이것은 마치 시험 전날 교과서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읽으며 공부하다 결국 시험진도의 반도 다 보지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오는 인간의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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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다섯시 무렵까지 모든 작업을 마치고 시원하게 밭에 물을 다 뿌리고 걸어서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보니 정말 일당 알바처럼 일하고 왔음. 새벽차 타고 도착해서 한 시도 쉬지 않고 일하고 밥먹고 다시 일하고, 바로 귀환 코스 ㅋㅋㅋ 원래 생각한 안빈낙도의 삶이란 이런게 아니었는데 ㅋㅋ 나중에는 손에 힘이 빠져서 김매다 모종삽을 놓치기까지 했다니까 ㅋㅋ 다리도 후들후들...

돌아오는 기차에서도 미친 듯이 잘  것 같았지만 팔이 계속 욱신거려 한 숨도 못잤음...

다음에는 꼭 저녁 때 미리 내려가서 한숨 돌린 다음 아침 일찍 농작업 하고 쉬엄쉬엄 하며 돌아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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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우리 밭 옆에 돼지 키우는 농가가 있는데, 오가는 길에 돼지들과 자꾸 눈이 마주침.

애들이 정말 깨끗하고 볼때마다 톱밥도 청결해보이는 걸 보니 정성들여 키우시는 건 알겠는데, 돼지들이 너무 똘똘하고 사람 지나가면 이쪽으로 다가와 친근함을 내보여서 마음이 ㅜ.ㅜ 

얼마전에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활동가 분 이야기 들어보니 돼지가 정말 영리하고 사람을 잘 따라서, 돼지 축사 이주노동자들한테는 고용주들도 비교적 대우를 잘 해준다고 함..   손이 바뀌면 돼지들이 스트레스 받기 때문에.... ㅜ.ㅜ

그렇게 영리하고 사회성 좋은 아이들인데... 좁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사육당하는게... 막상 눈으로 보면 많이 괴로움. 심지어 밥 때가 되면 엄청난 울음소리들이 울려퍼짐. 좁은 공간에서 서로 밀치며 순서를 다투느라 벌어지는 일.... 저런 대접을 받을 존재들이 아니잖아... ㅜ.ㅜ 

하지만 점심 제육볶음은 너무 맛있었고, 정말 뭐랄까.... 인간은 존재 자체로 다른 생명체들에게 민폐... ㅡ.ㅡ

 

사실 율도국에서 소돼지는 키우지 말자고 내가 제안한 적 있음. 그걸 누가 잡냐고.... ㅜ.ㅜ

근데  날총이 굳이 자기가 할 수 있다고, 고기 먹고 싶다고 했었는데 오늘 좀 수그러진 것 같음... 직접 마주해보니, 안 되겠다고 ㅡ.ㅡ

밸로시랩터의 후손이자 눈이 마주쳐도 우리 마음이 덜 괴로운 닭까지는 수용가능한 것으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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