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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0/05/04
    일본어 공부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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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학교 활동 정리

 

사람들이 내가 토종 서울 녀자라는 것을 알면 약간들 놀라는 경향이 있지만 (도대체 왜?) 

나란 녀자, 사실 농활을 빼놓고는 농촌에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

게다가 농사일은 어찌나 몸에 안 맞는지, 농활이 열흘이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더 길었다면 도망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쪼그려앉기는 정말 쥐약.. ㅜ.ㅜ

하긴, 본 1 때 갔던 Y 마을은 너무 외지고 일도 힘들어서 (여름담배농사... ㅡ.ㅡ) 하루에 두 번 다니는 버스가 마을길을 지날 때마다 팀원들이 넋 놓고 버스 꽁무니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했더랬지....  지금 생각하니 참... ㅋㅋ

 

하여간, 과거는 이러했지만, 미국에 사는 동안 체리가 너무 맛나서 나중에 마당있는 집에 살면서 체리나무를 키워 배가 터지도록 먹어보자 하는 생각을 잠시 했더랬다. 

 

하지만 아무래도 농사는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주말농장에 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그래도 뭔가 내 손으로 키워보고 싶은 마음은 있고...  그러다 우연히 도시농부학교 이야기를 듣고 바로 이거다,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침 지난 가을에 지역에서 도시농부학교가 열리길래 냅다 신청....

 

일단,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농사라는 한 가지 목적으로 모인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물론, 여전히 농사짓기 방식은 나의 적성과는 잘 맞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런 것 말이다. 천연 농약이나 비료 만들기 방법은, 어쩌구저쩌구 재로를 만들어 물에 1백배 ~ 5백배 희석해서 사용하라는 거다. 1백배에 5백배라니???  confidence interval 이 너무 넓지않냐는 말이다.. ㅡ.ㅡ 그리고 정리된 매뉴얼을 안 줘 ...

프로토콜에 따라 일을 하고 자료를 분석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게 다 부담이다 ㅋㅋ

 

하지만, 이런저런 우여곡적을 겪어가며,

특히 지난 해 하반기처럼 미친듯이 일이 바빴던 시절에, 조금씩 짬을 내서 코딱지만한 밭을 둘러보고 물을 주고 비료를 만드는 과정은 정말 뭐라 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에는 배추 떠내려갈까봐 걱정하고, 비가 그치면 민달팽이가 내 배추 다 뜯어먹을까봐 걱정하고.... 비싼 말보로 담배 얻어다가 맥주에 섞어서 달팽이 덫도 설치하고, 쪼그리고 앉아 나무 젓가락 들고 달팽이랑 벌레를 잡아내던 그 날들...

배추 안 쪽 깊숙이에 몸을 또아리고 있던 초대형 토실토실 애벌레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침 일찍 밭에 갔다가 그 놈을 마주하고 혼자 비명을 질렀더랬지... 차마 발로 밟을 수가 없어서, 바위로 내리쳤던 (뭐야, 더 잔인해보이잖아.. ㅡ.ㅡ)...

어쨌든 마지막 수확 때에는 정말 감격만세 찍을 뻔 했다니까 ㅋㅋ

 

2013/09/03 정성껏 거지같이 심은 배추 모종...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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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4 배추가 벌써 달팽이의 공격을... 과연 얘네들이 잘 클 수 있을까 걱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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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2013/9/27, 10/05

하지만, 이건 우리가 평소에 보던 배추가 아니라 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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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4 배추는 날로 옆으로만 퍼지고, 사진을 보신 엄마가 의심을 하기 시작.... "니가 심은 게 배추 맞냐?" 응??? 잎사귀도 어찌나 억센지, 손가락을 다칠 지경... 선생님은 저절로 결구가 되는 품종의 배추라 묶어줄 필요가 없다고 하셨는데, 왠지 혼자 결구할 것 같지 않은 느낌적 느낌....  달걀껍질과 현미식초로 만든 칼슘비료 열심히 뿌리며 기다리고 또 기다림....

파는 아무리 쪽파를 심었다지만 저렇게 미세하게 가늘 수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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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3 어쩐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나 생장할 법한 야생배추의 탄생이 예고되는 마당에...

심지어 주차공원 관리아저씨마저 나한테 배추 좀 묶어주라고 조언을 하실 정도...

 

2013/11/08 주중에  같은 조원인 로피쉬가 귀한 지푸라기를 구해다가 드디어 배추를 묶어 주심... 배추야, 제발 이제 속을 채워다오.... 나는 파란 잎보다 보드라운 하얀 속 부분을 더 좋아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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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1 드디어 수확..

배추를 열 포기 심었지만, 두 포기는 중도 사망, 두 포기는 너무 알이 작고 벌레가 많이 먹어서 포기... 그래도 여섯 포기라는 경이적인 수확률을 기록하고, 갓과 쪽파, 무우도 극소량 수확.... (사진 속의 쪽파와 무우는 세 사람의 수확물을 합친 것 ㅋㅋ)

막판에 묶어준 덕택에 배추가 제법 배추다운 모습... 

어찌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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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에 진딧물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 있는데, 우리 집은 담가놓고 씻을 곳이 없어서 부모님 댁으로 운반..... 결국 욕하면서 엄마가 다 다듬어주심 ㅋㅋ

무우가 하도 작다보니, 엄마가 혹시 열무를 심은 거 아니냐고 물어보심... ㅋㅋㅋ 그러게, 우리도 뽑아보고 깜딱 놀랐다니까.... 이건 뭐 무우 미니어처, 분재라도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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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확물들 중 무우는 엄마네 집 김장에 기념으로 들어갔고 (엄마가 나중에 나 다 먹으라고 ㅋㅋ)

나머지는 우리집에서 연구소 샘들하고 나눠 먹음....

배추는 겉절이와 배춧국 5인분, 갓도 겉절이 재료로, 그리고 3명이 수확한 쪽파는 달랑 파전 두 장 ㅋㅋ

하지만 어찌나 배추, 갓, 쪽파가 달고 맛있는지, 사람들 깜놀....

3개월 농사가 세 시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마법이라니... 

 

*

올해 가을에 또 하면 더 능숙하게, 당황하지 않으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도시농부라는 말이 너무 예쁘면서도 씩씩해보이지 않나?

새삼, 농약의 중요성도 깨닫고 ( ㅡ.ㅡ 정말 생계로 짓는 농사인데 그렇게 벌레가 많으면 울어버리고 싶을 듯) 날씨와 절기의 변화라는 자연의 힘도 절실하게 체감하고...

지인들과 협동해서 뭔가 꼼지락꼼지락 일을 함께 한다는 것의 뿌듯함도 맛보고.....

이러니, 도시농부활동을 2013년 최고의 보람 사건으로 꼽지 않을 수가 없었더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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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돌아보며

원래 이런 글은 2013년 12월 30일이나 31일쯤 쓰여야 제 맛인데,

삿포로 여행 다녀와서 숙취와 (ㅜ.ㅜ) 아마도 인류 최후의 날까지 쪼아댈 것만 같은 마감의 압박에 그럴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언제 2014년이 왔는지 모르겠어... 흑....

여행 가 있는 동안 2013년은 어떠했는지 잠깐씩 돌아보며 몇 가지 키워드를 정리해두기는 했었다.

1. "보람"

#.

별로 고민할 것도 없이 대번 떠올린 것은 도시농부 활동이었다. 불질을 놓고 있던 차라 그 소중한 기억들을 그때그때 남기지는 못했지만, 정말 소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조만간 정리를 해야지...

사실, 지난 해 유난히 프로젝트에 쫓겨서 정말 정신이 없었는데, 그나마 코딱지만한 밭에서 땀흘리며 마음을 쏟아붓는 그 시간들이 없었더라면 정말로 마음은 황폐해졌을 것이다. 남들은 주경야독을 한다지만, 낮에는 일하고 밤에 가서 밭을 가꾸는 이중생활 ㅋㅋ

 

#. 

처음 작업을 시작했던 시점으로 따진다면 거의 3년이나 걸렸던 반도체 건강영향에 대한 리뷰 논문을 드디어 마무리를 했다. 좋은 코멘트를 해주고, 발표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자료를 찾아주고, 영문 교정을 도와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도 완성을 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논문들에 '하나의 케이스'로밖에 헤아려지지 못한 노동자들의 건강과 노동권을 보호하는데 이런 작업이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랄 뿐이다.   

 

#.

비판적 실재론에 대한 조금 더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싶어 S 선생님의 대학원 수업을 한 학기 동안 청강했다. 비단 실재론 뿐 아니라 사회과학에 대한 메타과학적 접근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강의와 읽기자료들을 조금 더 정리해둘 필요가 있겠다.

 

2. "즐거움"

 

#.

사실 (주지육림 때문에 힘들어서) 즐거움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ㅋㅋ

연말의 북해도 여행은 어쨌든 반가운 얼굴과 맛난 음식, 아름다운 풍광이 함께 했던 나날들이었다. 작년에는 특히 나들이를 몇 번 가지 못했는데 그나마 연말에 아쉬움을 달랜 격....

 

#.

닐 게이먼이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더랬다. 그의 샌드맨 시리즈, 이어서 일본 여행 즈음하여 외전, 샌드맨의 사랑스러운 누나 DEATH 의 이야기를 읽었다. 이 언니 너무 멋지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녀, 세상의 문을 닫고 무대를 정리하는 그녀...

그녀가 이토록 매혹적이기 때문에 지상의 누구도 그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평생(?)의 과업이었던 Sigur ros 의 내한공연을 관람한 것은 역시 대사건이다. 물론 다른 공연들도 여럿 보았고 다들 좋았지만, 이 공연은 특히나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

예전에, 김광석이 1년에 수백번씩 공연을 하던 시절, 항상 다음 공연에는 꼭 가야지가야지 했는데 어느 날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버렸고, 그 때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인생에 유보는 없다는 것.... 할 수 있으면 미루지 말자고..... 

 

3. "당혹"

 

#.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한 일들 만큼이나 황당한 일들도 적지 않았다.

아마도 가장 황당한 것은 박사원정대에 참여했던 두 박사의 발병 아닐까 싶다. 한 박사는 소위 선진국형 중증질환에, 또 다른 박사는 소위 후진국형 소모성 질환에.... ㅡ.ㅡ

심지어 두 사람이 진단 시기도 비슷하고, (엄청난 중증도 차이에도 불구하고) 치료 경과마저 비슷하여 아연 실색....  둘 다 처음 입원했을 때에는 하루 간격으로 두 병원을 뛰어다니며 문병을 하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으니... 지금 돌아봐도 참 어이없는 일이기는 하다. 당사자들도 어이 없어 하기는 마찬가지 ㅋㅋ 

지금이야 어쨌든 고비들을 넘기고 다들 평정을 되찾았지만, 가히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

일터에서 한 사람이 퇴직하면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각자 처한 입장이 다르니 똑같은 사실을 두고도 그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감정적 반응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진심으로 대했던 모든 시간들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게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다.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민간기업에 다니는 친구들한테 이야기했다가 욕만 한 바가지 먹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개인적 배려'로 처음부터 근무시간/임금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나와 연구소를 비난했다. 이미 처음부터 잘못된 시그널을 충분히 주었기 때문에, 나중에 원칙 운운 해봤자 역효과가 난다는 주장이었다.  일견 수긍할 수 있으면서도, 여전히 회의는 남는다.

우리가, 대안적 세계를 지향한다는 연구공동체에서, 근태를 칼같이 점검하고 그걸 또 임금에 반영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 특히나 연구 활동이라는 것이 출근해 있는 시간에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쨌든 두고두고 씁쓸함을 남긴 사건이었다...

 

4. "후회"

 

뭐 후회할만한 일들도 널려 있다만... 단연 가장 후회스러운 일은

부모님과 함께 떠나려던 큐슈 여행이 취소된 것이다.

여행 일정 다 잡아놓고 아빠가 갑자기 통풍이 발병하는 바람에 그리 되었다....

그래서 경주라도 구경시켜 드려려 했는데, 그 때도 마침 무릎 통증이 재발하여 도대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조금 더 건강하고 젊으셨을 때 모시고 갈 것을, 이제는 정말 영영 어디디에도 갈 수가 없겠구나 하는 회한이 몰려왔다.  

그런데 또 이러한 회한의 특징은 평소에 잊혀졌다가 결정적 순간에 다시 반복된다는 것이다.

날이 좀 풀리면 나들이를 시켜드려야 하는데, 그런 때는 넋 놓고 딴 짓하다가 날 추워지면 아이고, 그 때 갈 것을.. 하는 뻘짓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ㅜ.ㅜ

정말로... 국내 여행마저 불가능해지기 전에, 올해에는 꼭 따뜻한 남도 여행을 시켜드려야겠다... 

 

5. "아쉬움"

 

계획했다가 하지 못한 일들 또한 '무수히' 많은데, 특히 아쉬운 것은 프로젝트들에 밀려서 나들이를 충분히 다니지 못한 것, 불질을 거의 개점휴업한 것.. 그리고 몇몇 지인들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북클럽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중간에 중단된 것이다. 

 

전반적으로 '힘들고 괴로운' 한 해는 아니었지만, 너무나 일에 쫓기며 산 것은 분명하다.

지금까지도 그 잔재들이 남아서 나를 괴롭히고 있으니 말이다....

2014년 말에는 조금 덜 후회하고, 조금 더 "즐거운 아쉬움"으로 돌아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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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1.

 

새치가 창궐하여 보는 이들마다 한 마디씩 거드는 데 지쳐, 또 염색을 했다.

처음으로 천연 헤나를 사용해보았다.

반죽을 너무 되게 해서, 머리카락에 골고루 펴 발라지지가 않은 듯 하다.

그래도, 염색 효과는 짱....

신기한 건, 머리에서 나뚜루 녹차 아이스크림 냄새가 난다는 것...

반죽 전 헤나가 분말 녹차와 비슷한 생김새였으니, 이해 못할 현상도 아니다...

그래도 묘해... ㅡ.ㅡ

 

 #2.

 

이제 고3이라 나름 열공에 지친 담이를 응원해주려고 큰 맘먹고 스테이크 집에 데려갔다.

여고생의 먹성은 실로 대단했다... ㅋㅋ

재미난 이야기도 나누가, 음식도 맛있게 먹고... 행복한 한 때였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우리가 앉았던 자리는...

작년, 이제는 세상을 떠난 후배 J와 마지막으로 함께 저녁을 먹었던 바로 그 자리였다.

 

거금을 들여 맛난 걸 먹고, 하하호호 웃으며 그동안의 소식을 나누고...

헤어져서는 조용한 주말 밤길을 걸어 혼자 버스를 타러 갔었다.

오늘 나는 그 길을 그대로 반복했는데,

J 는 이제 세상에 없구나... 

이렇게 문득 실감이 나는 거였구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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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에게...

오늘같은 날에는 꼭 읽어주고 싶은 전연옥의 송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개

 

그는 사랑을 잃었네

사랑을 잃고 봉분 하나를 그는 얻었다 하네

익명의 소문들이 그의 생애를 지우는 동안

슬픔이 창궐한 전등불 아래서

사람들은 경악의 얼굴로 술을 마셨네

아름다운 기억들이 술잔에 가득 넘쳤네

그가 기른 가축들이 긴 나무 다리를 건너와

시린 별빛 아래서 이별을 고하는 동안

어떤 편안한 잠이 그의 곁에 와 누웠네

아무도 그의 사랑 찾아주지 못했네

 

그가 잃은 사랑 눈먼 자의 슬픔으로 떠돌 때

사람들은 새끼처럼 꼬여 칼잠을 자고

꿈속 어느 갈피 짬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네

그가 찍은 삶의 구두점이

동행 없는 모습으로 거리를 헤매고

안개가 그의 그림자를 지우고 있었네

아무도 그의 사랑이 되어주지 못했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잘가요...

여한은 남은 이들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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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좋을까?

위중한 건강문제에 직면한 후배에게 몸보신을 시켜주겠다는 일념으로 저녁에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사실, 그깟 쇠고기 덩어리가 몸보신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다.

내 지갑에는 확실히 해가 되었지만... ㅜ.ㅜ

 

결말을 차라리 모르면 좋을 것인가.....

나도 알고, 그도 알지만... 굳이 입밖에 내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담담함이 얼마나 견고한 것인지 짐작할 수 없었기에 나는 태연한 척 말할 수 없었다. 

초조하게 진단을 기다리던 시기보다 오히려 진단을 받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곧이어 진단받고 바로 회사로 돌아가 병가를 처리하며 그토록 울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를 어쩌니 울고 불 수도 없고,

무턱대고 다 잘 될 거야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인구집단 위험 확률과 개인의 경험이 다르고,

또 median survival 으로 예후를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skewed distribution을 전제하는 바... 얼마든지 꼬리 쪽에 있을 수 있는게지....

 

질병에 대해서 모르고, 상황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면...

근거없는 희망으로 견대낼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살고자 하는 열망과 의지가 그의 건강을 되돌려주길,

다른 한편으로, 종말점이 언제일지 모를 그의 삶에 여한이 없기를 함께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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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위치 추적

어제 밤 술마시다 Star Walk 자랑질 하려고 열었다가 깜놀...

산타 할배가 순록들이랑 황도 12궁을 가로지르고 있는게여...

바람같은 속도로 지나가서, 술김에 잘못봤나 했는데 그건 아니더라는...

 

정신차려 후딱 캡처하고 보니 마침, 달 옆을 지나 게 자리 (나의 탄생별자리) 옆을 비껴가고 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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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아침에 다시 열어보니 할배, 아직도 뺑뺑이 돌고 계셔 ㅋㅋ

아직 지구 반대편 선물 배달이 안 끝나신듯...

노동 시간이 너무 긴거 같아... 할배, 그렇게 야간근로, 연장근로 많이 하시면

고혈압이랑 심근경색 위험 높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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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저냥 근황들....

지난 몇 주 동안 실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1.

우선, 변영주 감독을 초청한 연구소 행사가 있었다. 즐거웠다...  후원회원들의 착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변 감독의 화끈하고 까칠한 심성을 느낄 수 있었다. ㅋㅋ 애증이란 그런 것이다. 오랜 동안 지켜보면서, 미운 순간이 울컥울컥 쳐오르지만 그래도 차마 버릴 수 없는 그런 마음들....  변 감독의 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한 진심과 주류 여성주의에 대한 안타까운 비판들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더랬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듣지 못해서 안타까움.. ㅡ.ㅡ

 

#2.

브로콜리 너마저, 2집 발매 공연에 다녀왔다. 키보드를 맡고 있는 김잔디씨가 우리 연구소 후원회원이다!!! 소장님의 은전에 힘입어, 함께 공연을 보고 밥먹고 맛난 커피도 마셨다. 좀 말랑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쉽게 88만원 세대로 분류되기 어려운 그들의 삶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공연 시작되기 전에 배경화면으로 흐른 jonsi 의 모습 (내한공연 예정!)에 마음이 무척이나 흔들렸으나.... 참아야 하느니라.... 비록 자발적이기는 했지만, 나는 생계형 저소득층이지, 과시형 저소득층은 아니여.... ㅜ.ㅜ

 

#3.

지난 주 내내 건강과 인권 심포 참여차 한국을 방문하신 Craig 와 Chuck 선생님 모시고 여기저기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찌나 인격자들이신지.... 진짜 감동받았다!!!

그 나이가 되어서도, 그토록 성실하고, 그토록 진지하고, 또 그토록 세상에 대한 낙관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모름지기, 좌파라면, 진정한 좌파라면 그래야 될 것 같다. 엄혹한 환경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또 좌절하고, 그 속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았던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내공이랄까???

그런 거 보면, 우리 사회 연구자나 활동가는 너무 조로하는 경향이 있는 듯!!!

꿋꿋하게, 즐겁게, 성실하게... 그리고 정신차리고 살기!!!

 

요즘 서준식의 옥중서한을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다.

속깊은 울림을 주었던 신영복 선생님의 책과는 다른 그 무엇... 

정제되지 않은 분노와 삐침, 그리고 (어쩌면 자신에게 강제하는 듯한) 도덕주의적 당위들이 무척이나 가슴을 후벼판다. 그가 옥에 갇힌 때, 불과 스물 다섯이었더랬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막 10년차를 통과하는 서른 다섯 무렵....

밤마다 울면서 잠든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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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8

예전에 '선생님도 고민이 있어요?" 라는 질문을 받고 충격 먹은 적 있다.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며 사는 인간이라는 소리는 여러 차례 들었다. 

(너만큼 자기 맘대로 사는 인간이 어딨냐는 난데없는 비난까지...)

 

심지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지 않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진짜 그런가???

자꾸 들으니까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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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고있나

요즘, 내가 나의 근황이 궁금할 지경... ㅡ.ㅡ

딱히 업무가 폭주한 것도 아닌데 정신줄이.........

 

이런 저런 생각도 많았는데, 주워담을 여유가 없었다.

 

#.

GS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두 명 사망한 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해지는 무정한 세상에 잠시 띵~

엄청나게 높은 철제가림막으로 굳게 닫힌 현장, 우아한 이영애 씨 사진 밑에서 그로테스크한 풍경...

그나마 나는 구석탱이에서 졸고 있어....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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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3대 세습 소식을 보면서,

세습은 과연 한민족의 고유한 유전적 특성이란 말인가 잠시 의문을 가지기도 했더랬다.

민노당에 대한 경향신문의 (소위 사상검증요구에 가까운) 질책에 굳이 조선일보 방식으로 저럴 필요 있나 했다가

그 후 민노당의 반응에 완전 식겁.... 싱가포르를 등장시켜 모든 세습이 나쁜 건 아니라는 프레시안 김기협의 글에는 더 식겁.... 

 

요즘 부쩍 드는 생각 -

한동안 소위 진보 진영은  '논쟁' 없이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지내왔는데,

임계순간이 되어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로 서로 '많이' 다르더라는..... 

가만히들 있었으면 몰랐을 것을, 요즘 여기저기 빵빵 터뜨리는 분들이 적지 않아 당혹스러워....

 

#.

행복전도사라고 일컬어지던 최윤희 씨의 죽음을 둘러싼 '비난'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

생전에 그녀가 어떤 모습을 보여왔는지는 모르겠으나,

고통을 견디면서 살아야지, 죽으면 어떡하냐는 난데없는 비난에 아연실색...

살기 위해 살아야 하는 삶이란 없고, 자신을 잃은 채 누구를 위해 살아가야 할 이유도 없다.

인간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존재 아니던가...

죽음을 미화시킬 생각이야 조금도 없지만, 그렇다고 고인에 대해 그렇게 쉽게 비난을 퍼붓는 것도 참 매너없는 짓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의 실존적 결정을 그렇게 폄훼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

그저께 JK 집들이 갔다가 술먹고 다이.... ㅜ.ㅜ

어제 오전을 무중력 상태로 보냈다.

rawfish 는 출근해서 건강관리실에 뻗어있었다고....

무자격 바텐더의 보드카 칵테일은 그렇게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었다.

다음부터는 적격 생산시설에서 제조된 술만 마시기로 결심했다. (오늘까지도 관절이 쑤셔...)

 

#.

어제 오늘 오후에 성수동 지역 노조 연대 행사에 상담차 나가 있었다.

의사라고 앉아 있는 인간이 더 환자 행색.... ㅡ.ㅡ (하긴, 오늘 오전 당번인 L 국장은 완전 노숙인 필 ㅋㅋ)

점심시간이 지난 터라, 작업장에서 일하시는 분들보다는 오가는 동네 주민들, 그리고 다양한 비정규 노동자분들을 주로 만났는데, 속이 터져...

직장에서 의료보험 해주는데가 어째 그리 없냐...

사업장 보건관리 나와도 바로 옆자리 (비정규직인) 자신들만 쏙 빼놓고 검진하고... 회사나 크면 말도 안 하겠쓰.... ㅡ.ㅡ

 

연세가 70이 다 되어가는데, 일용직으로 화물 배달하신다는 분은 말하자면 호출 노동자...

조심하시라는 말밖에 해드릴게 없음....

 

공통적으로, 무슨 일 하시냐고 물어보면 아무도 한번에 대답해주는 이가 없다.

한국사회에서 노동하는 삶은 참 부끄러운 삶이다...

제화노조 위원장 아자씨는 요즘 성수기라 잠을 네 시간밖에 못 주무신단다.

12월 초가 되어야 이 고생이 끝난다고...

워낙 평소 임금이 낮기 때문에 이 때 바짝 일하지 않으면 사실 생계유지도 어렵다.

사람이 정말 골병들게 생겼고, 우리는 뭐라 해줄말이 없다.  

 

그래도, 저녁 노래자랑 행사에 열팀이 넘게 신청한 걸 보면,

한민족은 세습과 더불어 음주가무를 사랑하는 민족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참, 그동네 분위기에서 완전 생뚱맞게 포스트모던 아방궁처럼 신축 중인 교회를 보면,

한민족 유전자에 미친듯한 종교적 열정도 한 스푼 가미...

 

찬바람 맞으며 몇 시간 떠들어댔다고 피곤해 죽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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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타클 서울

나는 직접 보았다.

 

광/화/문/호/수!!!!

 

어제 오전에 씨네코드 선재에서 '하얀리본' 보고 나오는데 빗줄기 심상치 않더랬다.

한 1분 동안 엄청난 폭우속을 달려 식당으로 향했고, 밥먹고 나오는데도 좀처럼 빗줄기는 가늘어지지 않았다.

 

이제 바지젖는 것 쯤이야 포기하고 안국역 쪽으로 걸어나오는데,

그동네 길바닥은 방수처리가 되었는지... 정독도서관에서 역까지 나오는 길이 커다란 개울을 이루며 흐르고 있었다.

안국동 대로에 나오니 차들이 일으키는 커다란 해일....

 

지하철이 물에 잠기는게 아닌가 두려워 버스를 탔다.

버스는 광화문 네거리를 지났고, 나는 머리털 나고 첨으로 광화문이 끝도 없는 호수로 변한 것을 보게 되었다.

정말 머리가 쭈뼛했다....

노아의 방주를 띄워도 될만하더라.... ㅜ.ㅜ

 

그저 버스 엔진이 멈추는 일이 없기만을 바라며 부모님 댁으로....

 

산동네인 부모님 댁으로 올라가는 길은 이미 '계곡'으로 변해있었다.

엄청난 속도의 물줄기와 함께 작은 돌과 굵은 모래알... 나뭇가지들이 흘러내리고

심지어 아스팔트 포장이 뜯겨나가고 있었다.

그 물길을 뚫고 올라가는데, 센 물살을 계속 쳐다보자니 속이 울렁울렁....

 

정말  이게 뭔일인가 ???

 

웬지 이런 일이 한번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나만의 기우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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