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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입을 빌어...

[Marx in Soho]에 대한 짧은 감상이자,

NeoScrum님의 [부활한 맑스와 맥주 한잔] 에 관련된 글.

일전에 네오님이 책을 부탁했을 때, 헌책방에 가니까 떡하니 꽂혀 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사서 보내드렸는데.. 알고 보니 그게 헌책방에 잘 안나오는 책이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미리 읽고 보내줄 것을... ㅜ.ㅜ

그리고 나서 거의 세 달만에 다시 책을 발견했는데 무려 3불이나 더 비싸게 주고 샀다. 원통하여라....

 

어쨌든....

 

책 앞장에 보면, 앨리스 워커가 "하워드 진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자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사람"이라는 글을 썼는데... 이건 사실이다.

물론 더글라스 아담스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만 (^^)

이 양반 글쓰기는 정말 재밌다. 

 

골 때리는 장면 중 하나.

부인 Jenny가 자본론에 대해 Marx 를 공격하는 부분인데...

"왜 검열 당국이 이 책을 출판하도록 허락했는지 알아?

그 사람들이 책을 이해하지 못했고, 역시 다른 사람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구"

Marx 아주 구차한 변명을... 그래도 서평은 꽤 괜찮았다구!

Jenny 답변.... (어처구니!) 그 서평들 대부분 Engels 가 써준 거잖아!

 

바쿠닌이 불쑥 찾아와서 비싼 브랜디를 벌컥벌컥 마셔대니까 마르크스가

"저기, 우리 와인 많거든. 브랜디 비싸니까 그거 먹지 말고, 이거 먹을래?" 살살 꼬드기고,

바쿠닌이 "와인 맛 없어. 브랜디 마시면 너의 생각이 좀더 명료해질 거야" 답하면서 완전 고주망태가 되는 장면 ㅎㅎㅎ

 

사위들이 맘에 안 들어 어쩔 줄 몰라하는 Marx의 모습

막내딸 엘레노어의 바보같은 연애질에 황당해하면서도, "그나마 그 인간은 프랑스인이기라도 하지".

첫째 사위는 영국인 ("영국 남자는 영국 음식과 똑같아. 내가 더 설명 안해도 알겠지?")

둘째 사위 라파르그가 사람 많은 곳에서도 자기 딸의 엉덩이에 손은 얹으면서 공개적인 애정표현을 하는 것도 너무너무 못 마땅.... ㅎㅎㅎ

 

그리고 하녀 Lenchen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끊임 없는 구차한 변명.... ㅜ.ㅜ

 

 

그런데...

그 재미나고 재치 넘치는 장면 장면들 속에서,

진 할배가 그토록 하고팠던 이야기들이 이들의 입을 통해 재현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를테면, Jenny 가 "우리가 정말로 닿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손길이 미치고 있는 걸까?" 하면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나,

Marx 가 오늘날의 신문을 뒤적이며 "도대체 요즘 학교에서는 어떤 망할 놈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거야!"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장면들...

연대와 해방의 정신으로 가득찼던,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했던 파리 코뮌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Marx 의 달뜬 목소리... 사회주의를 자처했던 소비에트 러시아에 대한 분노어린 비판....

 

그리고, 무엇보다 재능 있었던 두 여성 Jenny와 Eleanor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 자신의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생활력이라고는 빵점인 혁명가의 아내로 살아야 했다는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나....  말로만 페미니스트인 혁명가의 아내 ㅡ.ㅡ

(진의 이러한 비판적 시선은 일찍이 '미국 민중사'에서도 두드러졌던 것이고, 그래서 다음에 읽으려는 아나키스트 페미니스트인 엠마 골드만의 생을 그린 희곡 "Emma"가 무지하니 기대된다. 과연 어떻게 그렸을까나.....)

 

또한, 마르크스의 입을 통해 빈정거리고는 있지만, 바쿠닌이 가지고 있던 이상주의적 아나키즘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도 있었다. 진은, 60-70년대 흑인 민권운동과 반전 운동 속에서 풀뿌리 운동, 자생적 민주주의의 동력을 확인하면서 아나키즘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쓴 적이 있다.

 

이러다가...

노빠 황빠의 뒤를 잇는 Zinn 빠가 되는게 아닌가 모르겠다.

집 주소도 아는데... 스토커처럼 찾아가서 "할배... 알라뷰" 라도 한 번? ㅡ.ㅡ+

 

 

마지막 장면

 

'내가 이렇게 돌아와서 너를 성가시게 만들어 짜증나니?

이렇게 생각해봐

이건 말하자면 재림이야.

그리스도는 그걸 할 수 없었어. 그래서 Marx가 온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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