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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실이님의 [그들의 입을 빌어...] 에 관련된 글.
진 할배가
바쁜 일들 (반전 운동)이 한 풀 정리되고 나서 가장(?) 하고 싶어 했던 일이 엠마에 관한 희곡을 쓰는 거였단다.
딱히 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글 속에서 마음을 끄는 "실존인물"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미국 민중사]를 읽으면서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W.E.B Du Bois의 삶과 학문 세계가 그토록 관심이 가더라.... (관심이 간다고 헌책방 뒤져 책은 사놓고 읽지 않고 있음 ㅡ.ㅡ) 이전에 부르디외의 책들을 읽으면서 그에게 인간적인 관심이 폭주했던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지만... 역시 이유는 잘 모르겠음..... 그런데 [미국 민중사]를 읽다보면, 이 아나키스트 페미니스트에 대한 진 할배의 애정이 그냥 막 느껴진다. 이건 편애야...
하여간....
얼마 전에 2막으로 구성된 희곡을 읽었는데...
[marx in soho] 보다는 재미가 덜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 삶의 전형적인 "몇몇 순간"들을 포착하여 재구성한 것이라 본래 삶이 가지고 있던 그 풍부한 결들을 다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르크스의 이야기가 그 '현재성'으로 인한 재미가 각별했다면, 엠마의 이야기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기에 그리 새롭지가 않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물론, 그렇다고 엠마가 생각하고 주장했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 다 완성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직관으로 이해되기보다는 당시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그녀의 사상과 삶이 얼마나 급진적이었는가를 유추해야만 하는 것이 좀...
그런데... 몇 가지 기억할만한 대사들이 있다.
1.
예술가인 동료 페이다가 자수로 장식된 셔츠를 입고 나타나자 Sasha (Alexander Berkman)이 완전 못마땅해하면서
* 사샤 : ... 저 셔츠 좀 봐. 너는 항상 에술가라고 말하고 다니는구나..
* 페이다 : 사샤가 내 셔츠 때문에 짜증이 나나봐.
* 엠마 : 내가 보기엔 멋진데
* 사샤 : 사람마다 모두 취향이 있지. 근데 우리가 가진 모든 돈을 운동에 쏟아부어도 모자른 판에 저런 데에다 돈을 써야 될까?
* 엠마 : 미래의 어느날 인생이란게 과연 어때야 할지를 우리가 잊지 않게끔 하는 아름다운 것들이 필요 없다는 거야?
* 사샤 : 사람들이 빈곤 속에 살고 있는데 아나키스트들이 사치를 즐겨야 되겠니?
* 엠마 : 혁명적이 되려면 음악과 라일락의 향기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거니?
2.
사샤가 헤이마켓 사건 을 언급하면서 언제든지 때가 오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 엠마 : 사샤. 죽음을 이야기하기에 아직 너는 너무 젊어.
... (중략.. 아 길다. 포스팅 시작한거 후회 중 ㅡ.ㅡ)
* 엠마 : 나도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어. 하지만, 단 한 번의 영웅적 순간이 아닌, 50년에 걸쳐서 그걸 하고 싶어. 운동이 필요로 하는 건 우리가 살아서 그걸 하는거야. 죽는게 아니라...
* 사샤 : 아마도 우리 손자 손녀들은 인생을 다 살 수 있을거야.
* 엠마 : 나는 그런 말을 안 믿어. 우리 스스로의 삶을 살아야 해. 그것도 아름답게.. 인생이 어떻게 살 수 있는 거라는 걸 보여주면서...
3.
페이다가 엠마에게 연정을 품지만, 친구 사샤와의 우정 때문에 괴로워하니까 엠마가, 사샤와 자기는 서로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서로를 소유한 건 아니라고, 감정에 솔직해야 한다고 위로(?)하면서...
* 엠마 : 우리가 왜 사니? 왜 우리가 투쟁을 하고 조직을 하니? 이건 다 무얼 위해서니? 물론 나도 이 모든 혼란과 동요 속에서 가끔씩 그 본래의 목적을 잊고는 하지만, 그러면 처음으로 삶이 황홀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그 첫 순간을 기억해내고는 해...
(그러면서 어릴적 풀밭에서 동네 청년이 안아주던 기억, 오페라에 가서 감동먹은 이야기를 풀어놓음)
4.
사샤는 열라게 찌라시 만들고 있는데, 엠마가 모스트라는 유명 아나키스트랑 만나 밥먹구 꽃을 들고 돌아오니까 사샤가 짜증을 화르륵~~
* 엠마 : 사샤, 이해 못 하겠니? 우리 모두가 항상 가장 억압받는 수준으로 살 수는 없어. 우리 삶에서 아주 작은 아름다음이라도 가져야 해. 심지어 투쟁의 와중에서도...
5.
1차 대전 터지고 반전 연설에서, 청중 중 하나가 이 땅에 태어난 국민으로서 '애국심' 이야기를 하니까...
* 엠마 : 나 역시도 기꺼이 이 나라를 위해 죽을 수 있습니다. 예, 바로 이 나라. 산과 강과 대지와, 그리고 민중들, 바로 이 나라를 위해. 이 전쟁을 원하는 대통령, 장군과 사령관, 자본가, 은행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Marx in Soho] 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결국 진 할배는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엠마 입을 통해 했다. 5번에 썼던 이야기는 할배 자신이 반전 운동을 하면서 내내 들었던 질문이자 그 자신의 답변이었다.
X-Files 에 보면 스컬리가 멀더를 두고 독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의 열정(passion)이 부럽다"는....
엠마 골드만의 열정 만땅, 자유분방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썰렁 유전자를 가진 나로서는 극복 불가능의 과제로다.... ㅡ.ㅡ
송충이 솔잎 복용 학설로 회귀....
소개 부분에 진 할배가 아나키즘에 매혹된 과정과 관련 문헌들을 일부 소개해놓았는데.. 이거에 부쩍 관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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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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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엠마 골드만이에요. 멋진 희곡이고, 대사들도 가슴에 와닿네요. 히히. 이 책 나도 읽어보고 싶다...부가 정보
홍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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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 / 그동안의 포스팅들로 미루어 짐작컨데, 아마도 돕도 엠마와 같은 지향, 삶을 살고 계신게 아닐까... 은근 부러워하고 있음 (^^).. 근데 한국에는 아직 번역서가 안 나온 거 같더라구요. 별루 팔릴만한 책은 아닌지라...부가 정보
뻐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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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 나도 읽고싶다. 홍실아 네가 번역해서 올려줘잉.출판하면 내가 50권은 팔아줄께.부가 정보
홍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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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 50권 팔아준다구요? 딱 50권만 팔리겠네 ㅎㅎㅎ 나중에 한국 가면 빌려드릴께요. 저걸 언제 번역하고 앉아 있어요.. ㅡ.ㅡ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