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양식있는 소비자로 살기

가 쉬운 일은 아니다.

 

오늘 오후에 커피를 사러 갔는데 제일 싼 하우스블렌드는 파운드 당 9불이고, 공정무역 (fair trade) 제품은 11불이었다. 반 파운드만 살 거였지만, 어쨌든 천원이나 더 비싼 거다.

 

페어 트레이드라는 게 불평등한 세계 무역 질서에 근본적 변화를 주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고, 또 이런 "양식 있는" 소비 행태라는게 나의 경제력에 비추어 사치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알고도 외면하기는 어렵다.

 

슈퍼의 달걀 코너에 가면 그냥 달걀과 닭장에 가두고 키우지 않은 닭으로부터 얻은  'cage-free' 달걀이 나란히 있다. 물론 후자가 몇 백원씩 더 비싸다.

식육 코너에 가면, "low stress, No artificial growth hormon" 설명이 붙어있는 닭고기, 소/돼지 고기들이 놓여 있다.  역시 일반 제품보다 몇 백원씩 더 비싸다.

 

사실, 라면 매니아인 나로서는, 몸에 좋다는 비싼 유기농 제품을 사먹을 이유가 전혀 없다. 그동안 먹어치운 라면만으로도 죽어도 10년은 썩지 않을 만큼의 방부제와 각종 화학첨가물을 먹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라면 같은 '나쁜 음식' 많이 먹으면 뾰루지가 난다고들도 하던데, 두껍기 짝이 없는 내 얼굴 가죽은 고깃국 먹고 나온 얼굴 마냥 뺀질거리기만 한다. (라면 먹을 팔자여...)

그래서 한국 있을 때에는 유기농 코너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돈도 그렇구, 믿기도 어렵구, 뭐 천년 만년 살겠다고 유기농 제품까지 먹냐.. 이런 생각에....

 

여기서도 이 생각이 달라진 건 아닌데, 

최소한 공정무역 제품과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그나마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이 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가급적 이들을 사용하게 되었다. 

 

어차피 별다른 큰 실천도 안 하면서,

이런 사소한 일들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고 그냥 무시해버릴 수가 없어서...

 

그런데,

친환경 주방용 세제는 거품이 잘 안나서 미치겠고,

친환경 초절전 전구는 금방 밝아지지가 않아 답답하고,

재생용지 키친타올은 색깔이 완전 우중충에 종이질 엄청 후지다.

 

어쨌든 나로서는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하는 편인데...

며칠 전에 환경운동 단체 (시에라 클럽, 지구의 벗들 등..)에서 낸 캠페인 광고는 완전 나를 좌절케 했다.

뉴욕타임즈에 전면 광고를 냈는데, 열대우림의 오랑우탄을 보호하기 위해, 야자유(palm oil)를 소비하지 말자는 거다.

슈퍼에서 야자유 파는 걸 본적도 없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꼼꼼하게 읽어보니...

이게 가정 요리에 직접 쓰이지는 않지만 제과회사에서 과자를 만들 때 쓰인단다. 이를테면 오레오 쿠키... 그러니까, 과자를 살 때, 야자유를 사용했는지 성분표시를 확인하고, 그런 제품은 사먹지 말라는 거다.....주원료도 아니고...  그 쬐그만 글씨로 표시된 걸 일일이 확인하란 소리???

 

어디 힘들어서 살겠나.

 

앗, 그러고 보니 라면에도 야자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