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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사인을 받다!!!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영어 시간에 강사인 매튜가 알려주기를 최근 하워드 진의 새 책 Voices of a people's hitory of the United States 이 발간되었는데, 기념 행사가 이 근처에서 열린다고 같이 가보자고 했다. 매튜 왈, 자기가 이 양반을 진짜 존경하는데, 나이도 이제 일흔을 넘었고, 아마도 이번에 보는게 평생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거라 했다. 듣고 보니 그럴거 같기도 하고, 실제 궁금하기도 하고.. 직접 가보게 되었다.

 

가보니 예상과는 좀 다른 행사였다. 대강당에서 열리는 하워드 진의 강연회인줄로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동네(Somerville)의 소극장(지역 행사가 많이 열리는 듯했는데, 규모는 대학로의 학전보다 조금 작은 정도..)에서 낭독회 겸 저자와의 대화가 이루어졌고,예상했던 방식의 "강연"은 없었다. 시작 무렵에는  바람잡이 겸 해설자의 한바탕 원맨쇼가 열려서, 정말 어리둥절(ㅜ.ㅜ)했다. 이거 무슨 시골 악극단 공연도 아니고...

 

이번에 발표된 책은 하워드 진이 직접 저술했다기보다 책 제목대로 미국의 민중운동사에 길이 남을 "민중"들의 목소리를 모아놓고 거기에 해설을 덧붙인 것이다. 16세기부터 2003년까지 포괄하고 있으니 광범위하기도 하다. 여기에는 노예제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법정에 선 흑인의 변론, 1차 세계대전에 반대하는 미국 IWW의 연설문, 최근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참전 군인의 편지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에 집회나 문화행사 등에서 시 낭송을 하는 것은 들어보았지만 이렇게 산문을 읽어주는 행사는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는데... 워낙 연설문, 편지, 이런 것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낭송 자체가 주는 울림이 정말 굉장했다.

 

한편, 중간의 소개말과 강독이 끝난후 질의 응답 시간에 보여준 진의 태도는 차분하면서도 낙관에 차 있는, 조금 전의 격렬한 연설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람들 질문하는 것을 들어보니 웃겼다. 도대체 왜 미국인들이, 특히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부시를 지지한다고 생각하냐...  우리만 궁금한줄 알았더니, 자기네들도 그게 진짜 궁금했었나보다. 진의 대답은, 부시의 어젠다로부터 benefit 을 얻는 사람이 있고, benefit 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시가 감세를 내세우는데, 그게 무슨 내용인지는 대개 소개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막연하게 자기 세금이 깎이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어떤 이는 그가 가진 낙관주의의 근원에 대해서 물어봤다. 낙관주의라고 부를수도 있겠지만, 진은 우리가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단다. 이걸 낙관으로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는 우리(?)의 운동이 결정할거란다. 부시를 찍느냐, 케리를 찍느냐가 아니라 백악관 밖에서 벌어지는 사회, 진보 운동이 사회의 발향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전반적인 노예해방 운동의 맥락 속에서 링컨이 마지못해 실제적인 조치에 나설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낭송과 질의 응답이 끝나갈 무렵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

하나, 정말 형형한 눈빛을 가졌구나

둘, 이제 곧 세상을 뜰텐데, 안타깝구나 (피에르 부르디외, 에드워드 사이드, 얼마 전에 자크 데리다... )

셋, 뛰어난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조직된 운동으로서 그는 무엇을 해왔을까?

넷, 미국 사회 진보 운동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런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보면 대개 머리가 희끗해진 68 세대로 짐작되는 이들... 물론 젊은이도 있지만... 심지어(!) 민주당만 지지해도 "radical"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미국 진보진영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들의 실천은 무엇일까...

다섯, 미국 공식(?) 역사 교과서는 현대사를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까?

 

특히 셋째, 넷째 궁금증은 시간 여유가 생기면 좀 확인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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