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4/23 13:47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감기 때문인지, 감기약 때문인지 여전히 헤롱헤롱, 머리는 띵~~ 지금이 아니면 글을 써서 인터넷으로 날려줄 여건과 장소가 마련되지 않는지라 어찌어찌 글을 쓰다.

 

이 글 쓰느라 다시 읽어본 심사일원화 제도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입장서는 이들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재미있는 문건이었다. 이에 대한 정리는 잠시 다음을 기약하고...

 

머리가 잘 안 굴러가다 보니 걍 있던 이야기들 짜 집기 하는것도 어렵다. 머리속에서 논리가 구성이 안되니 답답하기만 하구... 쳇!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쫌 더 쉬어야 겠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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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방용석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사업주가 지급보증을 한다면 선지급 후평가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3월 2일 열린우리당 장복심, 유시민 의원 등에 의해 열릴 예정이었으나 노동·사회 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국민의료비 심사일원화를 위한 입법공청회와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이 입법예고안의 골자는 현재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은 산재환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고 나이롱환자(부재환자)가 많아 비용의 낭비가 많고 효율적이지 못하므로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으로 심사기관을 통합해 적정심사로 의료비를 절감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포함된 눈에 띌 만한 주장중의 하나가 바로 “선보상 후판정”제도(산재여부를 결정한 후에 치료를 시작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선 치료하고 보상해준 후 산재여부를 밝히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점이었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의 입장은 최종적으로 업무외 재해로 나왔을 경우에 회수의 어려움을 근거 삼은 반대의 입장이었다.

 



사실 근로복지공단의 말바꾸기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논리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심사일원화와 관련하여 제출한 입장서에서 “산재의 경우 마치 도덕적해이가 심해 연간 허위부당청구로 적발된 금액이 2,003억원이라하나 실제는 157억원에 불과” 하다는 근거를 들어 심사일원화가 재정의 낭비를 막을 수 없음을 반박하고서는 5월부터 가짜 산재환자 신고에 대한 포상금 제도를 4가지 유형까지 제시하며 마련하는 등 아전인수격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사업주가 지급보장을 안하는 산재인정 사례에 대해서는 보상도 안 해주면서 승인을 뒤로 미뤄 놓고, 인정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노-자간에 합의되지 않은 재해는 불승인을 남발하는 한편, 사업주가 지급보장을 하는 노-자간의 합의된 재해는 불승인을 내려도 재정 손실 없으니 정부는 좋고, 사업주는 산재를 확실하게 관리하게 되니 좋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발상은 아닐까?

 

이러한 발상이 가능한 이유는 현재 산재보험이 채택하고 있는 원인주의 때문이다. 무과실책임주의(노동자의 과실여부에 상관없이 보상)의 도입 이후에도 산재발생의 원인에 대한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사고성재해가 아닌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계질환과 같은 소위 직업관련성질환의 경우 산재발생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에 입증 책임은 노동자에게 있다. 산재 신청을 하기 위해서 동료진술서, 업무관련성 소견서, 작업환경자료 등등 두툼한 서류를 준비해 본 경험이 현장의 노안간부들이나 산재노동자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인정기준이 개악되고 난 후에는 이러한 원인에 대한 조사에 근로복지공단이 직접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물론 노-사 합의가 안 된 경우에만 유독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겪게 되는 모든 질병은 직업과 관련이 있다. 산업의학교과서에도 가벼운 감기나 피부병부터, 암까지 안 다루는 질환이 없다. 감기 몸살이 걸렸는데 물량이 많을 때라서 못 쉬게 되면 병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데 먼지가 많은 사업장에서 일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노동자의 불건강에 하루 8시간 이상을 일하는 작업장이 영향을 안 주는 것이 더 이상하다. 따라서 이런 특성에 따라 서구 유럽을 중심으로 결과주의적 관점이 도입되고 있다. 즉, 원인에 원인을 밝히는 작업, 이로 인한 치료의 지연, 노동력의 상실보다는 원인에 상관없는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물론, ‘선보장 후평가’ 제도의 도입이 그간 산재인정을 받기 위해 쏟아 부은 노력과 시간에 대한 일정정도의 개선을 가져 올 수는 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의 입장은 어쨌든 ‘사업주가 지급보증’을 할 경우만이라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단일 정책의 도입으로 노동자들의 치료권이 보장되기는 난망한 일이다. 자본과 정부에 의해 악용당할 소지가 충분히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산재보험을 관통하고 있는 ‘원인주의’의 이데올로기를 뛰어 넘어야 한다. 아프면 누구나 치료받는 것, 이것은 기본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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