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4/21 22:45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간만에 감기를 핑계로 봐야할 자료들도 안보고 웹상의 이곳 저곳을 헤매고 있다. 코감기의 여파로 머리가 띵한데다가 감기약으로 졸리움까지 밀려오는 바람에 약간의 우울함이 있는것 같다. 근데 뭐랄까... 나만 그런건 아닌거 같다.

 

요즈음은 모든 활동가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 시대인것 같다.

 

내가 아는 혹자는 요새 잘 되는 운동이 노동보건운동과 미디어 운동이라 진단내렸지만 내가 보기엔 노동보건운동도 그닥 '잘' 되진 않는다. 근골격계 집단요양으로 시작된 가파른 상승은 급격한 제도화와 관리로 날카로운 칼날 위에 서 있는것 같다. 까딱 잘못하면 칼에 발을 베어 무참히 떨어지고 말...

 

조직을 다지고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작업장 정치'와 '일상활동의 강화를 고민해보고 싶지만 뭐가 작업장 정치고 뭐가 일상활동인지조차 헤깔린다. 칼날 위에 발을 디디고 있으니 아차하는 순간 대형사고가 날 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니 정말 난감하기 그지없다.

 

현장에 있는 한 활동가는 비정규직 싸움도 제대로 못하고, 사회적 합의주의 대응도 제대로 못하고, 총파업을 제대로 조직하지도 못하고, 점점 협조주의 경향으로 흐르는 노동운동을 바라보며 지금 할 일은 현장조직으로 다시 파고드는 것 밖에 없다고 했다. 연구소는... 올해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결국 연구소로 남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그 형의 말에 그저 소주잔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선배는 내용과 이데올로기를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 되지 않느냐고 했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거 아니냐고도 했다. 다시 학습으로 기반을 닦아야 되는 시절인거 같다고 했다.

 

또 한 선배는 지금은 이데올로기 싸움을 잘 해야 되는 시기라고 했다.

 

어떤 선배는 작업장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 이데올로기를 깨뜨리고 문화를 분석해 봐야 한다고 했다.

 

어떤 선배는 전망이 없다고 했다. 돈을 벌어야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현장에 들어가얄 것도 가고, 지금 하고 있는 형태의 현장 외곽으로서의 활동을 계속할 필요는 있고...  답답해 하는거 같았다.

 

노조탄압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조합의 위원장 동지는 '그나마 동지라도 와서 술이라두 편하게 먹고 임원들에게 못하는 얘기라도 하니 가슴속에 맺혀있던게 내려가는 기분'이라면 즐거워하신다.

 

술자리에서 농담삼아 87년, 96-97년의 흐름으로 10년 주기론을 이야기하며 지금의 위기를 '기회'라 생각하며 낙관론을 펴고 싶지만 '위기'라는 단어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 밖에 없다.

 

위기 속에서 활동가들이 모두 힘들어하고 방향을 못 찾고 있거나 우찌 해야할 지를 모르는것 같다. '지금 있는 공간에서 열심히 한다'라고 다짐하기에는 '현재'가 너무 무겁다.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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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1 22:45 2005/04/2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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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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