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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vs 도를 공부하는 학도들

계획보다는 조금 늦게 도서관에 죽치기 시작했다.

원, 사람들은 왜 그리 많고, 얼마나 다양한 공부들을 하는지,

역학에 대한 내용부터 고등학교 수학까지 다양한 사람들만큼 읽는 내용도 각기 각색이다.

 

예전엔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내 집중력이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공부를 하다가 꼭 흐름이 끊기는 때가 있는데,

시간을 보면 딱 50분에서 55분이다.

차라리 회의를 두 시간을 넘게 하라면 하겠는데,

도저히 한 시간을 넘겨서는 내용을 암기를 할 수 가 없다.

 

 

오늘은 참고 참다가 도저히 머리속에 내용을 쳐 집어넣을 수가 없어서

머리를 식힐 겸 잠깐 밖으로 나왔다.

중간에 머리를 식히려고 자료실에 가서

조선공산당사와 관련한 책 몇권을 읽는 방법도 써봤는데,

자료실이 동절기엔 7시에 문을 닫는 까닭에

7시가 넘어서는 그냥 밖에서 한 십분 정도 걸어다녔다.

물론 밖이라 해봤자 춥고 계단을 오르내리기 싫은 관계로 도서관 로비 정도이다.

 

그런데 이 도서관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다.

오늘은 이상한 사람들을 연속해서 두 번이나 거치게(?^^;;) 되었는데,

한 명은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한 독실한 신앙인이었고,

다른 두 명은 도를 공부하는 학도들이었다.

 

이 도서관에는 도를 공부하는 학도들이 많아서

한동안 누가 말을 걸어오면 대번에 도망을 가곤 했었는데...

이유는 예전에 고등학교 때에 내 친구는 정말 끌려갈 뻔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친구는 나와는 달리 작은 체격에 얼굴도 창백해서

정말 만만해 보인 점에서 그랬고, 나는 도망갈 이유가 전혀 없긴 했지만...

암튼 한동안 난 정말 사람을 피해다녔다.

 

그런데 나도...참...평소 같았으면 정중하게 거절하고는 피해버렸을 자리인데,

오늘은 열시간을 넘게 아무 말 없이 침묵 속에서 지내서 그런가

'학생이세요?"라고 친철히 물어오는 분에게

무엇을 이야기할 지 뻔히 알면서도 대꾸를 하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조금 궁금했던 까닭도 있었다.

 

 

둘 다(기독교인과 도를 공부하는 학도) 먼저 말을 걸어온 분들은 여성이었는데,

상당히 친근감있는 표정과 말투로 다가온다는 점이 닮아있었다.

공교롭게도 나에게 둘 다 조소를 전공하는 학생이라고 하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로 나에게 다가왔던 '도를 공부하는 학도'에겐 아까 어느 분이 다녀가셨다고

했더니 당황하는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나중에는 자긴 무교라면서 "기독교는 좀 억지 부리지 않나요?"라며 나에게 동조를

얻어내고 싶어했다.

 

 

 

'기독교인'의 경우에는 사람을 꾀어내는 화법에 논리가 있었다.

도서관에서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학생'의 경우

시험준비를 하거나 취업준비를 하기 위해 도서관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감안해

처음부터 고민있으세요? 무엇이 당신을 어렵게 합니까? 등등의 물음과

나중에는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 "지금 처한 어려움에 당신을 위해 기도를 해 드릴께요"라며

전화번호와 이름을 묻는 것이 아닌가. 대단했다.

 

물론 나의 경우에는 약간의 장난끼도 발동하고, 있는 그대로

"저는 유물론자입니다"라고 말했더니, 순간 그녀는 약간 당황해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서 이것저것 말해볼까 하다가,

그녀가 "학문이나 이론적으로 다가가려 하지 말고, 주님을 영접해보세요."둥둥의

말을 하길래 그만 뒀다.

 

그리곤 방법을 바꿔서 내가 그녀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했더니,

나중에는 "전 화요일마다 오는데, 다음주에 기회가 되면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면서

주려던 성경복음문을 "괜찮습니다"란 내 말 한마디에 더 권하지도 않고 냉큼 챙겨서

계단으로 내려가버렸다.

난, 그냥 H대에 다니고 기독교 동아리라고 하길래,

동아리 이름이랑 신도는 몇 명이나 있고, 그 중에 학생인원은 어느 정도이며,

어디에서 예배를 보는지. 딱 이것만 물었는데 말이다.

동아리 지원은 해주는지, 동아리 방은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위치했는지 이런것도

못 물어봤는데...쩝.

 

두번째 도를 공부하는 학도의 경우에는 남녀1쌍이었는데, 둘 다 화법에 능통한 사람들이었다.

친밀감있게 사람을 대하는 법에 '도'가 텄다고나 할까.

물론 너무 친한 척을 하는 통에, 눈에 보이는 의도적 접근이었다는 점이 좀 문제였지만.

 

몸이 뻐근해서 이리저리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나에게 와서는

아는 사람을 닮았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얼굴이 창백한게 몸이 많이 안좋은 것 같다는 둥,

혹시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아니냐는 둥의 이야기를 해댔다.

 

기독교인처럼 장난을 좀 쳐볼까 하다가,

2대 1일인 까닭과 이젠 시간을 좀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그만두리고 했다.

이름이라도 좀 알려주면 이름에 얽힌 역학적 비밀을 풀어볼 수 있다는 말도 하던데,

난 그냥 "나는 내향적 성향이라 조용히 기를 충전해야겠으니, 다음에 보자"고 이야기했다

이것도 인연인데 좀 더 이야기하자는 말에

"진정 인연이라면, 다음에 또 만나겠지요"라고 말하고는

도서관 로비를 한바퀴 더 돌고 나서 열람실에 들어왔다.

이들도 가끔 도서관에 온다고 하던데, 다음번에 꼭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쏜살같이 계단으로 내려가버렸다.

 

 

ㅋㅋ 이들을 만나 한 20분을 이렇게 떠들고 웃은 것 같은데,

나도, 내가 참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한다.

보통의 정신구조는 아닌게지.

다음주 화요일에 이들이 오면 오늘 못 물어본 걸 물어볼까?

아니, 그 전에 이들이 나를 아는 척을 할까 싶긴 하다.

ㅋㅋㅋ 난 이름도 기억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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