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04.03 글. 흔적

지금 집에 가면 내 물건이 별로 없다.
언제든 이동이 용이하게(?) 짐을 최소화시켰기 때문이다.

옷가지를 빼면 아마 큰 박스로 두개 정도 배낭 두개 정도
웬만한 승용차 한대면 이사갈 수 있다.
자주 나를 보는 사람이면 알겟지만..사실 옷도 별로 없다. 대학 1학년때 샀던 남방도 작년말에 버렸으니..ㅋㅋ
신발은 세켤레. 접대용 구두 하나, 운동화 두개(이것도 큰맘 먹었다)

가끔 친구들을 볼 때 부러운 것은
애착이 가는 물건들을 간직하고 있는 것
자기 재주를 다듬고 있는 것

나는 그저 세끼 밥을 먹기위해 돈 먹는 하마인 학교를 빨리 졸업해야했고, 잘 수 있는 싼 방 한칸에 다리를 뻗기 위해 내 가진 물건들을 버려야 했다.

그래서 집은 그저 나에겐 자는 공간 외에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 실제로 내 짐의 대부분은 사무실에 있다. 통장이며, 다이어리며, 명함집이며, 약, 책 등등.

의식주 중에 중요한 건 식..살아남아야했으니까.



여유가 있다는 건 자기 흔적을 찬찬히 들여다 볼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나는 아직은 여유가 있다.
그래도 주어진 시간만큼 살아남았고, 살기위해 나를 세상에 맞췄다.

원래 갖고 있던 능력 대신
전혀 엉뚱한 능력도 얻게 되었다.

x맨을 볼 때 들었던 생각...
돌연변이들이 처음부터 자기가 그런지는 자각하지 못하는데...
어느날 자기가 변해가는 걸 알게 될 때..
지금 내가 느끼는 정체성에 대한 부분은...그런 걸지도 모른다.
이질적인 것이 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때...

아직 여유가 남을 때 정리해야겠다.
잃어버린 것. 찾아야 할 것. 그리고 버려도 아깝지 않은 것.
내 흔적들. 살아있는 동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