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백기완 선생님, 벌써 여든이시라니]

 

 

'유기적 지식인'(그람시)은 대체 누구며, 어디에 있냐고 한다면 이렇게 단언해도 좋겠다. 전 한진중공업 노동자 출신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해온 말과 행적을 보라고.

펠릭스 가타리 같은 (네오)맑시스트 계통의 연구자들과 친구로 지내며 시야를 넑혀갔다는 야금노동자 출신으로, 브라질 대통령을 지낸 룰라 다 실바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더라마는. 과문한 깜냥이라 이 정도밖엔 모르지만서도 분명 더 들 수 있을 텐데..

이들을 눈여겨보자는 것은 물론, 김진숙/룰라 같은 유기적 지식인(혹은 이른바 "책 읽는 노동자")으로서의 인민-대중이 더는 '독특'하거나 '특별'할 것 없는 (달리 말하잠 이들을 예외적 존재로 만들어버리거나 아예 그런 싹수들을 쳐내곤 했던) 역사적, 사회적, 제도적 조건은 뭔지 스스로나 서로 간에 묻고 답해보잔 일일 게다. 나 같은 "시민 아닌 시민들"을 대표한답시며 결국엔 사실상 주변화시키기 일쑤인 과두엘리트적 정당정치 형식에 백프로 싱크로부터 하고 보거나, 심지어 자신의 전부를 걸 게 아니라 말이다.

소위 제도화 과정과 그 구체적 형태들이 "변화의 지렛대"로서 지닐 수 있는 일정한 미덕과 유효성도, 내가 볼 땐 이런 문답이 광범한 저변을 확보하며 변화, 내식으로 말하잠 "사회의 좌경화" 압박을 조성해가지 않는 한, 그저 때깔만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뭐 그마저 솔직히 성별나이 불문, 이 "망할 눔의 사회"를 유지보수할 바로 그 '눔'들로 화했거나 화하려는 이들(혹은 그런 계급)의 안목으로나 보기 좋은 때깔이겠지만서도.

요컨대 "정치의 조건"인 제도(화)의 안과 밖을 분리하거나 고정된 것으로 물신화하지 않으면서 그 과정 자체에 내재한 긍정적인 긴장 내지 딜레마를 실질적, 근본적 변화의 계기로 끌어당겨 '퉁겨낼' 힘(실은 권력보다 더 넓고 깊은 비인칭적 생성변화의 마그마?ㅎ)은, 가령 김진숙이나 룰라"들"이 어떡함 더 꾸준히 폭넓게 나타날 수 있겠는지 묻고 답하는 한 가운데서, 이 문답이 틔워낼 집단적 주체 형성 과정으로부터 생긴다고, 아니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해야잖냐는 거다. 소위 학출+명망가들의 가방끈 기럭지나 때깔, 명민함,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날개를 달아줄 거라고들 (착각)하는 "당선가능성"(만)으로는 커버할래야 할 수가 없다는 거지(가만 보면 또 이래 가능한 것만이 현실적인 것인 양 얘기하는 분들 치고, 가령 "임파서블 이즈 낫씽"[불가능,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같은 나이키 광고카피에 곧잘 뻑가지 않는 이가 무척 드물다는 거-실로 얄궂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그런 게 결정적 변수였음, 특히나 '엄친아/엄친녀' 지수로만 보면 더 이상 선진화할 것도 없어 뵈는 한국 같은 데서, 뭔가가 바뀌어도 진작에 바꼈겠잖겠나. 이런 생각이 그렇게나 안 드는지 원. 물론, 암것두 안 바꼈단 얘길 하려는 게 아니다. 그럴 리는 없겠다. 요점은 어떻게 바꼈냔 거니까.

근데도, 이런 지수들을 높이고 또 넓히는 식이면 뭐가 바껴도 하여간 바뀔 수 있으리라는, '일단 닥치고 찍어봐'식 설레발 혹은 '중도주의적 미망'은 고명하신 분덜일수록 참 여전들 하신 것 같다. 뭐 이거야 사실 워낙에 지적으로나, 실천감각상 그런 훈육 과정을 국민학교에서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타의 모범이 돼 가며 착실히 받아온 이들이니 그렇다 치자.

이보다 더 난감한 건, 앞서 말한 문답이 지금 당장 무슨 쓸모가 있으며, 설사 있다 한들 그런 "한가한" 방식으로 뭐가 바뀌겠냐며, 그 과정이 지닌 오지랖과 가늠하기 힘든 잠재력을 아예 뭉개거나 일단 깔아보는 경우들인데.. 글쎄, 나로선 되려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그런 식으로야말로 당장 뭐라도 바뀔 수 있겠냐고, 도깨비 방망이나 드래곤 볼이라도 입수해 어따 숨겨논 거냐고. 바껴야 한다지만 정말로 뭐가, 어떻게 바뀌길 원하는 거냐고 말이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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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7 03:48 2012/03/17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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