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장
김용택
그대랑 나랑 단풍 물든 고운 단풍나무 아래 앉아 놀다가
한줄기 바람에 날려 흐르는 물에 떨어져 멀리멀리 흘러가버리든가
그대랑 나랑 단풍 물든 고운 단풍나무 아래 오래오래 앉아 놀다가
산에 잎 다 지고 나면 늦가을 햇살 받아 바삭바삭 바스라지든가
그도 저도 아니면
우리 둘이 똑같이 물들어
이 세상 어딘가에 숨어버리든가
단 몇줄의 '시'로 가을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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