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노동] 현대차 그들이 노리는 두 마리 토끼는 불법적 요소 제거와 고용의 유연성

  • 분류
    노동
  • 등록일
    2012/06/29 19:35
  • 수정일
    2012/06/29 19:52
  • 글쓴이
    사노신
  • 응답 RSS

한시하청 계약해지에 숨은 자본의 노림수

 

△11일 현대차(주)가 노조측에 보낸 2년 미만자 계약해지 의사를 전달하는 내용의 공문













현대차는 6월11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지부’)에 공문을 보내 비정규직 2년 미만 근무자 1,564명을 계약해지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현대차는 공문에서 “12년8월2일 이후 불법파견 판정시 근속과 무관하게 직접고용의무 부과”된다며 한시하청 도급 계약 1,484개 공정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7월12일부로 계약해지하고 7월초부터 직영 기간제 계약직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한시하청, 일용공 인원도 불법파견 판정이 날 경우 직접고용의무 대상이 되고 직영 사고자 본인의 공정으로 복귀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직영기간제 계약직을 통해 처우는 개선하되 직영의 현업 복귀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변경 검토 이유를 덧붙였다.


현대차는 하청업체 2년 이하 근무자 가운데 무기근로 213명은 업체 노사협의 후 처리하고, 유기근로 1139명과 일용직 212명은 근로계약 종료일에 자동 퇴사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기근로와 일용직의 직영기간제 계약직 채용으로 고용이 지속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자본의 노림수는 무엇인가


그럼 현대차 자본이 급하게 고용형태 변경 검토를 현대차지부에 요구한 것은 과연 8월2일 시행될 파견법 때문이었을까? 단지 그 뿐이었을까?


개정된 파견법은 새누리당이 한나라당 시절에 발의해 통과시킨 법안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아야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통된 견해는 고용은 유연화 되어야 하지만 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되어야 한다, 동일한 작업에 대한 처우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19대 국회에 제출된 기간제·파견법 개정안들에도 녹아들어가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유를 명확히 한다는 명분아래 사용 사유를 일부분 확대시키고 있는 반면 처우차별에 대해서는 현실에서의 실효성과 무관하게 법적으론 좀 더 강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03년 불법파견 판정이 난 이후 현대차도 이러한 흐름을 인지해왔고 2004년 이후에는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점진적인 변화를 꾀해왔다.


2004년 이후 신차 투입과정에서 합리화 작업의 일환으로 공정의 분리 및 외주화 작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면서 1차하청의 규모 또한 줄어들었다.


현대차는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사내하청 노동력을 활용해 왔는데 90년 2,788명, 95년 3,715명, 96년 4,700명으로 늘어났으며 대략 이 시기부터 이들은 청소‧경비‧포장‧운송‧설비 보수 등의 간접부문 업무를 넘어서 조립라인 업무에까지 투입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사내하청 노동자 규모 증가세는 계속되었는데 특히 98년 IMF때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한 이후 새로 생겨난 일자리에 정규직이 아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단체교섭에서 16.9% 합의와 M/H 협상과정에서의 하청투입 허용 역시 사내하청 노동자 규모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1차하청의 직영대비 비율은 1998년 16.9%(4,034명)에서 2004년 33%(9,571명)까지 증가하였다. 
하지만 2004년 불법파견 집단진정 제출 및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을 계기로 불법파견이 사회적으로도 주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모듈화로 대표되는 기술 및 생산방식의 변화로 공정이 축소되는 등 고용조정이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사내하청 규모가 줄어들었다. 고용조정이 이뤄지면서 당연하게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고용조정의 1순위였다. 2010년 현재 현대자동차에는 울산공장에 5,804명, 전주공장에 905명, 아산공장에 878명, 총 7587명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출처 : 자동차업종 사내하청 조직화투쟁의 쟁점과 평가: 현대 및 기아차를 중심으로, 김보성)


2012년, 현재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이하 ‘현대차비정규직지회’)에 의하면 1차 하청이 정규T/O기준 5,000여명이고 2·3차가 690명이다. 2·3차 하청 노동자들의 수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이는 부품 서열 등의 업체를 공장 밖으로 빼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 산업에서 간접고용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총자본의 입장에서도 필요로 한 것이었고 그동안 국회와 정부가 점진적으로 이를 개선할 시간을 마련해준 것이었다. 8월2일 개정된 파견법 시행은 현대차 자본에 있어서 공장 내 간접고용을 점진적으로 없애는, 공장의 고용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고용에 대한 책임은 최대한 줄이고 직고용인원에 대한 고용은 유연화 하는 방향을 취하고자 하고 있다. 지금까지 1차 하청인원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지만 공정이 없어진 경우가 아니라면 이들이 줄어든 자리는 거의 한시하청노동자로 채워졌다. 결국 현대차는 일정정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상시적으로 필요로 하며,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1차 하청에서도 한시하청을 늘려왔던 것이다.


현대차는 1,564명을 계약해지 한다고 하지만 스스로 공문에서 밝혔듯 이들 모두를 해고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한시하청 계약해지·해고가 핵심이 아니라 공장 내 고용유연성을 확대하고 고용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부담을 없애고 단계적으로 비정규직 노조를 고립시키는 것이 자본의 노림수다. 최근 기아에서 시범 실시되어 정규직노동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주간연속2교대제는 이러한 공장 재편의 완결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간연속2교대제 전환과정에서 지금의 직고용 계약직의 형태와 규모는 다시 한 번 변화할 것이다.
 

고용유연성 확대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우선 현대차가 법망을 피해 고용유연성 확대를 어떻게 이루고자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현대차는 불법파견 되어 근무해온 2년 미만의 한시하청노동자들(이하 ‘2년 미만자들’)을 계약해지하고 직고용 단기계약직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업체들을 통해 이러한 계획이 당사자들에게 통보된 상태이다. 2년 미만자들의 공정은 주로 정규직 사고자(산재, 일반휴직, 근골, 공상 등), 노조 상집, 전출 등 단협에 의거하면 정규직으로 충원되어야 할 공정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그간 불법파견으로 인원을 충원해 왔다. 하지만 이것은 일정정도 현대차지부의 묵인내지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현대차는 원래 정규직 공정인 2년 미만자들의 공정을 직고용 계약직으로 변경하는 것을 통해 불법파견에서 빗겨나려 한다. 또한 정규직 공정을 기간제 공정으로 전환하여 고용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려 한다. 이렇게 기간제가 생산 공정에 1500여명으로 확대되면 현재 19대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기간제 개정안에 의해 기간제 사용범위가 확대되는 고용유연성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지부가 반발할 경우, 사측은 현대차지부에게도 귀책사유가 있다는 논리로 대응하려 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과거 단협에서 ‘16.9%’ 합의한 것을 두고 정규직노조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홍보물을 공장에 살포했다. 또한 기간제 사용은 기간제 법에 기반한 합법적 사용임을 강조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어용 대의원들을 통해 기간제 노동자들의 조합 가입불가 입장과 그 우려지점을 홍보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기아차지부의 경우처럼 현대차지부 역시 기간제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지 않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미 기아차지부는 가입원서를 제출한 한시하청 노동자들의 조합가입을 처리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결국 현대차지부가 기간제 문제를 받아 안고 가지 않는다면 사측은 좀 더 자유롭게 기간제 노동자들을 활용하는 것을 통해 고용의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고용 계약직을 사용하는 것으로는 기존의 불법파견인원, 한시하청을 포함해 문제가 되는 모든 간접고용형태를 모두 합법적 형태로 전환하기 어렵다. 직고용의 경우 간접고용에 비해 노동자에 대한 법적책임이 부여되기 때문에 현대차의 입장으로서는 너무나 큰 손해이다. 때문에 정규직과 섞여 일할 수밖에 없는 공정에는 직고용 계약직을 사용하고 그 외의 부분은 전환배치로 ‘공정분리’(일명 블록화)를 통해 진성도급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이미 아산공장의 경우 지노위에서는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정을 분리해서 공정 전체를 비정규직으로만 일하게 했을 경우, 중노위에서 합법적인 도급형태(진성도급)로 판정받은 사례가 있다. 
 

비정규직지회의 고립이 우려돼


6월30일 계약해지가 정규직과 현대차의 관계 속에 실질화 되지 않더라도 이 문제는 8월2일 법 시행 전까지는 이대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계약해지 대상자들 거의 대부분이 비조합원이며, 사측에서는 계약해지 될지 현대차의 직접고용 계약직이 될지 선택하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생계를 책임지는 노동자로서 계약직 전환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비정규직지회로 가입해 계약해지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과거 공정 합리화 과정에서 정규직 대의원들에 의해 하청노동자들이 해고되는 사례들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정규직 고용의 방패막이로 비정규직이 해고되는 현실에서 정규T/O도 아닌 한시하청 같은 더욱 열악한 노동자들은 어디에도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한시하청 노동자들의 상황을 이용해 현대차는 직접고용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과거의 일을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는, 불법파견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받으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통해 회사는 불법파견과 관련된 법적 부담을 해소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비정규직지회의 고립성이 더욱 심해질 것이 우려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장의 재편은 단지 1차 하청 노동자들의 문제에 제한되지 않는 전반적인 것이다. 1~2년 내로 시행될 것이 분명한 주간연속2교대제는 이러한 재편을 마무리 짓는 것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노조는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현대차 자본의 고용유연성 강화 및 노조 무력화 공세를 인식하고 투쟁에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글 : 김지현 jihyun@jinbo.net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