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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월호][노동]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기아비정규직 운동의 전망인가

  • 분류
    노동
  • 등록일
    2011/03/02 15:31
  • 수정일
    2011/03/02 15:44
  • 글쓴이
    사노신
  • 응답 RSS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기아비정규직 운동의 전망인가 

_기아자동차화성공투단(준) 주최 현장토론회

 

지난해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인 최병승 조합원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이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투쟁이 벌어졌고 전주와 아산에서도 노조가입과 출투, 선전전 등 노조활동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대공장 사내하청운동은 그동안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던 GM대우자동차비정규직지회의 아치농성으로 이어져 2월1일 하청업체와 단계적 복직안에 합의를 도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비정규직노조가 존재하는 대공장 중 현장조합원을 2천 명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에서도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 1월28일 기아자동차화성공동투쟁단(준) 주최로 열린 “불파투쟁, 기아비정규직운동의 전망인가?” 토론회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과정을 되짚어 보고 기아차 현장의 특수성과 비정규직운동의 전망을 모색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기아자동차 현장의 특수성

토론회는 조성웅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불법파견 판정 이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터져나온 업체투쟁 및 점거농성 과정과 그 속에서 보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발성, 노조집행부의 지도력 부재, 정규직지부의 관료성 등을 생생하게 전달한 이후 기아차 활동가들의 발제로 이루어졌다.
먼저 발제한 비정규직노동자 모임 <단결노동자회>의 이준영은 현대자동차와 같은 불법파견 투쟁 방식을 기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자에서는 불법파견 판결이 투쟁의 도화선이 되었는데, 기아차에서는 그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조업 대공장에서 불법파견 이슈가 활발했던 2005년 당시 기아차 비정규직 운동은 정규직화 투쟁보다 업체투쟁에 기반을 둔 단협체결에 초점을 두었다.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해당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수년이 지난 지금은 자본이 공정상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법파견의 요소를 거의 없앴기 때문에 유효판결의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뿐만 아니라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는 정년퇴임을 앞둔 고령자가 많아 정규직화에 대한 열망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준영 발제자는 많은 조합원들이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하지만 아직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다음으로 <기아차 사노신독자모임>의 이상욱은 1사1조직 전환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변화에 중점을 두며 발제에 나섰다. 2008년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가 정규직노조에 폭력적으로 통합되어 현재는 각 공장별 정규직지회 아래 사내하청분회로 재편되어 있다. 비정규직노조는 안정적인 체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반면 정규직지부·지회에 통제당하면서 독자적인 교섭권과 쟁의권을 사실상 상실했다.
이로 인해 최근 몇 년간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주체화나 의식화를 위한 투쟁과 교육 없이도 약간의 임금인상과 고용을 보장받았고 그 결과 비정규직노조는 강화되기는커녕 수 년 간의 업체투쟁·파업투쟁의 경험과 기억이 퇴화하고 있는 지경이다.

 

기아자동차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2000년대 초중반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과 이어진 노조건설,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의 원청과의 단협체결 등 성과가 있었지만 정규직 중심의 운동질서 속에서 독자적 투쟁력이 질식당하면서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말 벌어진 현대차 울산공장 점거 역시 정규직노조의 농간으로 정리 되었고 이후 정규직노조는 교섭과정에서도 선별적 복직안을 중재안으로 내며 투쟁력을 흩트렸다. 그러나 현재 그것을 뚫고 나아갈 수 있을 만큼 비정규직 주체들의 조직력과 활동가층이 두텁지 못하다.
현재 기아차지부는 불법파견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 중이라고 하지만 현장실태조사나 조직화 내용은 없고 TFT 플래카드를 맞추거나 회의차수만 늘리고 있는 상태이다. 사내하청분회 역시 법적 진정을 낼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가능성과는 상관없이 사업으로만 가져가는 모양새이며 활동가·조합원과의 공청회 등은 거의 열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영은 기아차 현장을 점검하고 불법파견 투쟁을 제안하면서 정규직화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매개로 하여 조합원들을 주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욱은 1사1조직이 강제된 기아에서 비정규직조합원들의 근본적인 의식변화 없이 불파투쟁에 나설 경우 곧바로 교섭에 기댈 확률이 높고, 2·3차 및 임시계약직 노동자들을 배제한 채 분회로 조직된 1차 하청만을 위한 조합주의적 투쟁으로 변질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관료주의 극복과 주체성 확보가 관건

이러한 기아차 현장의 객관적·주체적 조건으로 말미암아 발제자 및 참가자 대부분은 현대차와 같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슬로건과 방식을 기아차에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기아차 비정규직 운동은 과거 현장투쟁단과 비정규직지회 시절 업체투쟁과 파업의 경험이 지금 전혀 성과로 존재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때문에 현장투쟁과 주체복구를 위한 계획이 가장 시급하다. 그러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이러한 매개로 활용하기에는 구체적인 조건이 따라주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계획을 제출한 이준영 발제자도 교육과 선전전, 토론회 등 기본적인 현장 활동의 복구를 제기했으며 이상욱 발제자는 1차 하청노동자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는 운동을 2·3차 및 임시계약직 조직화로 확대하고 노조에 국한되지 않는 기존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자고 제안했다.
이준영 발제자의 말대로 “기아공장에 있어 정규직화 투쟁은 ‘당장의 투쟁’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투쟁을 어떻게 지지, 엄호, 연대, 그리고 결국 공동투쟁을 성사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일 수밖에 없다.
현장의 전투적 활동가들의 고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라 판단하여 이상욱, 이준영 발제자의 발제문을 요약하여 싣는다. (조성웅 부지회장의 발제문은 지면관계로 싣지 못했다.)

 

이서윤 (cdbb@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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