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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전망][정치] 정당과 SNS의 운명은?

  • 분류
    정치
  • 등록일
    2012/03/07 10:23
  • 수정일
    2012/03/07 10:28
  • 글쓴이
    사노신
  • 응답 RSS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향한 각 정당의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정책과 공약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으며, 총선과 대선에서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기 위한 계파 간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올 한 해 내내 각종 정책과 공약의 현실 가능성에 대한 검증여부, 정치적 재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세력들의 비리사건들이 정치 뉴스로 등장하며 대중들의 귀를 따갑게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어떤 이슈보다 ‘정당정치의 위기’와 ‘SNS의 위력’이 계속 중심적인 화두로 오르내릴 것이다. SNS의 위력은 지난 2011년 홍대 시설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시작되어 한진중공업 투쟁에서의 희망버스를 거치며 절정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계속해서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고통, 제도권 내 기존 정치 세력들의 무능력에 대한 불만이 SNS를 매개로 하여 사회 전반으로 깊숙이 퍼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SNS를 매개로 증폭되고 있는 대중들의 불만을 흡수하기 위해 정당정치의 쇄신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쇄신은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개혁과 더불어 정책적인 측면에서의 전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구책들은 이미 곳곳에서 여러 가지 한계지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당 구조의 개혁, 그리고 당의 강화


‘선관위 디도스 공격’으로 정신 못 차리고 있던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을 혼수상태에 빠트린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은 당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당 구조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구 한나라당 쇄신파는 중앙당 체제를 전국위원회로 바꾸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폐지하여 국회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당내 기득권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기존의 중앙당 체제와 당 대표, 최고위원이 당의 중심 권력층이 되어 당 전체를 부정부패로 몰고 간 주원인이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당 내 권력을 쥐락펴락 할 수 있게 만드는 쓸데없는 제도들을 없애버리고, 전국위원회 체제로 개편하여 중앙 집중화된 권력을 분산시킨 뒤 원내대표만 남겨둔다면 정당의 본래 기능인 국회 내 입법 활동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된 논리이다.

지난 1월15일, 지도부 경선 모바일 투표로 흥행돌풍을 일으킨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역시 당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법을 두고 한창 논의를 진행 중이다. 민주당 지도부 경선에서 투표에 참여한 당원들의 수는 12만 명이었던 것에 비해 당원이 아닌데 투표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의 수는 60만여 명에 달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의 입당절차 없이 온라인을 통한 입당만으로도 당원 인정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구조개혁 방안이나 민주당의 온라인 당원 논의가 시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는 현재 양당의 기반이 당원에게 있지 않으며, 당과 당원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당의 기반이 당원에게 있지 않다는 것은 당원이 당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만약 당과 당원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면 당의 대표를 뽑는 데 있어서 ‘돈’이 끼어들 여지와 틈이 없었을 것이다. 민주당 역시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기존 양당의 당원들은 이러한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구 한나라당 쇄신파는 중앙당 체제를 전국위원회체제로 개편하는 방향의 미국식 정당구조가 지금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미국식 정당구조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국의 정당들 또한 당원들의 힘이 아니라 로비단체들의 후원금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이 지금 이 시점에서 터져 나오게 된 근본적 원인은 부르주아 제도권 내 정당의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곪을 대로 곪아있었기 때문이다. 당원의 이해가 당에 투명하게 관철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지 않고 단순히 몇몇 제도만 부분적으로 손질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SNS?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당을 강화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안으로써 SNS 이용자들을 당 활동에 끌어들이기 위한 몇 가지 시도들을 취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4.11 총선을 위한 공천 심사기준에 ‘SNS 역량지수’를 포함시켜 SNS를 적극 활용하는 사람에게 가산점을 주겠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민주당은 기존의 비례대표 후보군에 25~35세 사이의 청년 비례대표를 추가하여 당선안정권에 해당하는 순번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청년 비례대표에 지원한 후보들을 일정 기간 동안 합숙시킨 뒤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의 방식으로 오디션을 진행하고 현장투표, 모바일 투표, 인터넷 투표 등의 방법으로 4명의 최종 후보자를 뽑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당의 이러한 SNS 활용방안은 애초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트위터를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던 4.11 총선 후보 지원자들이 갑자기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며칠 사이에 수십, 수백 개의 멘션들을 쏟아 내거나 심지어 팔로어 수와 팔로잉 수, 트윗 수, 리트윗 수, 리스트된 수, 멘션량이 많은 트위터 계정을 거래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속출하고 있다.

민주당의 ‘슈퍼스타K' 방식의 청년비례대표 선출 과정 역시 순조롭지 않았다.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지도부 경선과는 대조적으로 1차 마감기한을 이틀 앞둔 지난 1월11일, 고작 15명의 지원자만 등록을 하여 민주당은 마감기한을 28일까지로 연장했다. 하지만 마감기한 연장에도 불구하고 1천여 명 정도가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처음의 예상과는 다르게 지원자 수는 400여명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청년 비례대표의 나이 제한을 40세까지로 상향 조정해야한다는 의견이 분분했고, 지난 2월9일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116명의 명단이 발표된 이후에는 심사기준을 공개하라는 탈락자들의 요구가 거세게 빗발쳤다.

이처럼 SNS 활용을 둘러싸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 여러 가지 웃기지도 않은 해프닝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자신의 당리당략만을 위해 기계적으로 SNS 여론을 수용하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SNS를 이용하고 있는 대중들이 정치적인 표현과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활동방식과 기존의 제도권 내 정당정치의 활동방식이 동일하다고 말할 순 없다.

SNS 이용자들의 정치활동을 기존 정당정치 영역에서 온전히 포괄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보다 더 정치적으로 집결하여 제도정치 영역에 등장하게 된다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에 통합되는 방식이 아니라 (남한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난해 9월, 독일의 베를린 지방선거에서 8.9%의 득표율로 기존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시의회 진입에 성공한 ‘독일 해적당(Piratenpartei Deutschland)’처럼 기존 정당의 형태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그룹으로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좀 더 크다고 하겠다.
 

 

독일 해적당(Piratenpartei Deutschland)은 2006년 9월10일 베를린에서 설립된 독일의 정당이다. 독일 해적당은 스웨덴 해적당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를 정보화 사회 정당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당 명칭에 포함된 “해적”은 음반과 영화산업단체가 저작권법 위반을 “해적판”이라 칭한 것을 비꼬기 위해 사용됐다. 그렇지만 해적당은 불법복제의 확대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용도의 복제 권리의 보장을 확대하고, 개인 상용자간 파일공유의 비범죄화만을 추구한다.
이들은 지난 9월18일 베를린 시의회 선거에서 8.9%의 득표율로 15명의 시의원을 배출했다. 그리고 이미 전국적으로 1만4000명의 당원이 있으며 당원의 평균나이는 29세라고 한다. 이들의 지지층은 35세 미만의 인터넷 사용자가 대부분이다.
독일 해적당은 주로 인터넷 상에서의 민주주의 확대를 주장하며 출발했고, 기존의 다른 정당들이 가지고 있는 형태의 강령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복지정책의 강화 등을 외치며 정치․경제적인 현안에 대해서도 발언력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제도 정당들의 무능력

SNS를 이용하여 정치적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대중들의 힘은 남한의 거대 양당을 압박하여 이들의 변화를 견인해내고는 있으나 정치적 의식과 지향이 모호하고 불분명하여 아직까지 하나의 조직, 하나의 목소리로 모이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대중들이 SNS를 통해 각자 자기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표출하고 있는 이유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심화와 청년실업률의 고공행진으로 인한 고통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이 거대화되고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면서 국민국가 내에서 사회구성원 다수의 합의나 여론이 정치 제도 내에서 반영될 길은 갈수록 불가능해지고 있다. 기존의 정당정치 구조로는 대중들의 불만과 사회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고 때로는 논의조차 봉쇄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현상은 부르주아 정당들의 운영이 일반 대중은 고사하고 자신들의 당원과도 괴리되고 있다는 현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SNS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이 선거나 투표와 같은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고유한 형태를 넘어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사회구성원들의 불만을 집단화시키고 때로는 실물적인 투쟁으로 압박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누적되고 있는 대중들의 불만과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복지정책을 더욱 확대하여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현재의 사회문제들에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새누리당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정책을 통해 각 개인이 처한 상황과 사정에 따라 필요로 하는 시기에 적절히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민주통합당은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하며 모든 국민이 복지정책의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겉보기에 양당이 이야기하고 있는 복지 정책의 틀이 매우 달라 보일 수 있다. 새누리당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와는 다르게 일부 가난한 개인에게 국가에서 시혜를 베풀어주는 정도의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든 새누리당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든 구체적으로 이들이 내어놓는 현실적 정책을 잘 들여다보면 사실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양당의 복지정책이 비슷비슷한 이유는 실제로 양당의 정책을 만들어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새누리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나 민주당의 유종일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이 사실 당적만 다를 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등과 함께 시장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지속적으로 동일하게 주장해 온 일군의 학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복지정책의 확대나 시장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큰 틀에서 ‘케인스주의 국가’에 대한 지향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케인스주의 국가는 이미 70년대 중반부터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2008년 이후 벌어지고 있는 경제적 혼란들은 재정적자와 통화정책을 주요 무기로 정부가 경제를 관리하는 케인스주의 모델이 사실상 파산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지금은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으로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는 시기이다. 고령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세계 경제는 당분간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재정 지출이 필요한 정책들을 펼치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가능하다.
 


해결 불가능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기존 정당들이 양극화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복지국가가 경제적으로, 사회구조적으로 실현가능한 것인지 그 가능성을 차치한다하더라도 또 하나의 문제가 남는다. 바로 ‘증세’의 문제이다. 증세 없는 복지국가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의 경우, 그 누구도 증세의 문제, 복지정책의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 먼저 말을 꺼내려하지 않고 있다. 실질임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몇 년째 밑돌고 있는 상황 속에서 증세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온다면 대중들의 반발이 빗발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출구 없는 비상구 속에서 대다수의 대중들은 반MB와 야권연대에 기대어 해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들의 욕구와 의사소통수단의 진화가 맞물려 정치활동의 형태 또한 보다 더 다양화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정당들은 이 같은 대중들의 정치적 욕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기존정당들과 SNS로 대표되는 대중들의 정치활동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계속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경제적 위기가 짧은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고 장기침체로 이어질 경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책은 점점 더 같은 방향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대중들이 SNS로 기존 정당들을 압박하는 일이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제도권 정치 영역 속에서 해결책을 찾기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말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지금 이 시점에서 양당이 주장하는 바가 무엇이든, 12월 대선에서 집권당이 민주당으로 바뀐다고 할지라도 지금의 경제적 위기를 현재의 정치적 제도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인 것이다.

SNS는 전 세계적으로 조직되지 않은 개인들의 정치적 활동과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SNS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파괴력은 남한에서뿐만 아니라 아랍 민주화 투쟁, 미국의 Occupy 운동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지금의 경제적 위기,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넓게 퍼져있는 SNS 이용자들의 정치적 의식과 불만이 보다 예각화되고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김재영 (hedwig@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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