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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전망][노동] 복수노조 시행, 준비된 자본과 비호하는 고용노동부에 속수무책

  • 분류
    노동
  • 등록일
    2012/03/07 09:36
  • 수정일
    2012/03/07 09:42
  • 글쓴이
    사노신
  • 응답 RSS

실질적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조, 소수노조들 존폐 기로에 설 것이 예상돼

2011년7월1일부로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들의 단결권이 제한 없이 보장되고 「1사 1교섭 원칙」이 확립됨으로써’ 노사관계가 원칙을 지키며 균형과 조화 속에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그 의의를 설명한다. 이러한 의의를 다하기 위해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도입하였다고 한다. 단결권을 무한히 보장한다는 엉성한 법률대신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꼼꼼하게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제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과 구체 사례를 통해 복수노조의 실질적 후과를 살펴보자.
 

9일 고용노동부의 ‘복수노조 설립현황’에 따르면 복수노조 시행 이후 1월말까지 676개 노조가 신설되었다. 2010년까지만 해도 매년 150~200개 정도씩 줄어드는 추세였던 것과 비교해볼 때 복수노조 시행의 효과는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신생노조 대부분이 기존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조합원의 일부가 새로운 노조를 설립하는 분할형 복수노조이며 대부분의 경우 그 규모가 작다. 따라서 신생노조의 설립이 전체 조합원 수나 노조 조직률 증가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조합원 규모
(전사원대비)

총계

10% 미만

10~30%미만

30~50% 미만

50% 이상

기타
(초기업노조)

노조수

676

267
(39.5%)

147
(21.7%)

90
(13.3%)

132
(19.5%)

40
(5.9%)


676개 신설노조 가운데 절반이 넘는 복수노조가 양대노총 사업장에서 설립되었는데 한국노총 사업장이 189개,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 165개로 나타났다. 수치로 보면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복수노조 설립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버스․택시 등의 운수업종을 제외하면 민주노총 사업장에서의 복수노조 설립이 더 많다. 이렇게 설립된 복수노조의 상급단체 가입 현황을 보면 민주노총에 가입한 노조는 3.8%(26개)이고 한국노총에 가입한 노조는 10.7%(72개), 국민노총 1개일 뿐 대부분의 노조는 상급단체를 선택하지 않았다.


또한 민주노총 소속일수록 신설된 노조가 조합원의 과반수를 차지한 제1노조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민주노총에서 분화된 노조의 경우 52.1%(86개)가 과반수 노조 지위를 획득한 반면 한국노총 분화 노조의 경우 23.3%(44개)가 과반수 노조였다. 결국 복수노조 시행은 노사협조적인 또는 사측에 존속된 노조를 확산시키는 기제로 되고 있다. 2011년 9월 현재 한국노총 사업장에서 신설된 복수노조 중 28.4%가 사측이 직접 개입하여 설립하였다는 자료가 있을 정도로 복수노조는 사측의 노조 탄압과 구조조정의 수단이 되고 있다.


자본의 탄압 기제가 된 노동법개정
2010년 7월 타임오프제, 2011년 7월 복수노조·교섭창구단일화

 

금속노조 사업장의 경우 2011년 10월30일 현재 12개의 복수노조가 설립되었다. 이 중 8개 사업장은 지속적으로 노사간 갈등을 겪어왔던 투쟁사업장, 혹은 이로부터 탈퇴자나 해고자가 적지 않게 발생했던 사업장들이다. 그 외 4개 사업장의 경우도 사측의 직간접적인 주도 내지 비호아래 신규노조가 설립되었다. 결과적으로 복수노조 설립 이후 실질적인 파업권을 행사해왔던 투쟁적인 노조들이 존립하는 곳에서 복수노조는 설립되었다. 복수노조가 사측의 구조조정 실행 및 노조 탄압의 기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업장이 바로 금속노조 구미 KEC지회와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이다.


KEC지회 유성기업 둘 다 자본의 치밀한 계획 하에 노동법개정을 적극 활용하여 노조탄압과 구조조정을 이뤄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업장 모두 노동법개정 이전인 2009년, 2010년경부터 사측은 치밀한 계획을 세워 이를 실행하였다. KEC는 2011년 국정감사에서 노조탄압 및 복수노조 관련 회사측의 시나리오와 이 과정에 노동부를 비롯한 관계 기관의 개입 등이 드러난 바 있으며, 유성기업의 경우 직접적인 노조파괴문건과 관리자 수첩에 적힌 내용을 통해 사측이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어용노조를 만들기 위한 부당노동행위를 계획적으로 했음이 드러났다.

 

△ KEC구미공장 공권력 투입반대 대구경북권 노동자 결의대회

 

두 사업장 모두 사측은 의도적인 교섭 해태 행위를 통해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은 즉각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KEC와 유성은 과정에서의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양쪽 모두 복귀자들이 발생하자 사측은 관리자들을 통해 서약서 작성, 노조 탈퇴 등을 강요하여 복수노조를 건설하였다. 이후 사측은 노골적으로 기존 노조를 차별하면서 기존 노조에 잔류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시켰다.

KEC는 KEC지회 조합원 75명을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시켰으며 유성기업은 유성기업지회 전․현직 간부를 포함하여 25명을 징계해고 시키고 나머지 81명에 대해선 출근정지 등의 징계를 내렸다.

사측은 이미 법 시행 이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통해 노조 탄압의 계획을 세워놓았고 법 개정에 맞춰 이를 착착 진행시켰다. 자본은 이를 통해 파업권을 행사할 수 있는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복수노조 설립을 통한 교섭창구단일화에 대한 주도권을 쥐면서 노조 간 갈등 구조를 통해 구조조정 등을 통한 비용절감을 손쉽게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엔 사측에 유리한 판결을 통해 기존 지회의 교섭권을 박탈시킨 지노위의 협조도 한몫했다. 결국 노동법개정은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강화시킨 것이 아니라 교섭권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사측에 부여함으로써 교섭권과 행동권을 제약시키고 노동자들 간의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키는 기제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이에 대응하는 노동자들은 이러한 의도를 간과하며 투쟁하는 사업장에 대한 지원과 공동투쟁을 방기하면서 투쟁의 대오를 잃어가고 있다.
 

복수노조 시행, 노사협조적 경향 강화시켜


노동조합 내에는 다양한 경향들이 정파의 형태로 상호간 경쟁관계로 존재한다. 자본은 그 중 노사협조적인 경향을 지닌 정파들이 노조 집행부를 잡는 것을 지원 사격해오면서 안정적 노사관계를 꾀했다. 하지만 복수노조 시행 이후 자본은 노사협조적 경향을 지닌 부분을 포섭해 복수노조를 설립하고 관리자들을 통한 인사권 등을 통해 다수를 점하는 것을 통해 기존 노조를 소수노조로 만들어 교섭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경남지부 센트랄 지회와 발전산업노동조합(소산별)에서 유사 사례를 볼 수 있다. 센트랄 지회는 2011년 한국노총으로 전환할 시 일정금액을 투자하겠다는 부회장의 약속을 바탕으로 일부 조합원들이 상급단체변경 총회를 열었지만 부결되었다. 그 후 민주노총 탈퇴총회를 주도했던 사람들이 기존 지회에서 제명된 후 기업별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사측의 비호 아래 조합원의 과반수이상을 확보함으로써 다수 노조가 되었다. 발전산업노동조합의 경우 2009년부터 사측의 단협 해지 시도가 있었고 2010년 사측이 단협 해지 통보를 하면서 산별노조를 공격해왔다. 다른 한편으론 복수노조 시행 이전 발전 5개사에 모두 기업별 노조를 건설하고 인사권을 활용해 조합원들을 기존노조에서 탈퇴시켜 이미 2개 노조(동서발전, 화동화력발전)가 조합원의 다수를 확보하고 있다. 화동화력발전의 경우 심지어 기존 지부장이 스스로 사퇴한 이후 기업별노조 조직을 주도했다.


두 사업장 모두 복수노조 시행 이전 기존 노조가 산별노조로 존재하였기에 복수노조 논란을 피해 기업별 노조로 어용노조를 세우면서 복수노조 시행 이전에 노조에 대한 공격에 들어갔다. 법 시행 후 교섭창구단일화 등의 제도를 활용하여 기존 노조의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어용노조들은 기존 노조들의 단체 행동권의 위력을 삭감시키는데 활용되고 있다.


대규모 사업장보단 중소영세사업장에서의 후과 노려
복수노조, 중소영세사업장의 비용 절감 기제로 활용

 

△ 2010년 노동법개악 국면에서 금속산별은 노조전임자 활동 및 산별교섭권 보장 등의 자기 요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복수노조 사례들에서 보듯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금속이든 공공이든 이미 그들의 성향 자체가 노사 협조적이기에 굳이 분란을 일으킬 복수노조가 신설되지 않는다. 당장은 복수노조 설립 시 발생할 경제적 이윤보다는 교섭비용이 높다는 판단을 내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속이나 공공처럼 교섭 체계가 안정된 경우엔 처음 교섭안의 차이가 있더라도 어느 정도 선에서 서로 한발씩 물러나며 산하 단위의 투쟁이 존재할지라도 눈감으며 교섭을 길게 끌지 않는다. 이런 사업장들, 특히 완성차대공장의 경우 교섭창구단일화가 오히려 복수노조 난립으로 인한 교섭체계의 혼란을 막고 노조관료들의 지위를 보장해주는 기제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다.

현대자동차만 해도 2009년부터 무파업 신화를 이어오고 있으며, 기아자동차도 2010부터 2년 째 무파업사업장이 되고 있다. 완성차대공장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금속노조의 경우 거리로 밀려난 산하 사업장이 전국적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단협 유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안을 먼저 내놓으며 교섭비용 절감을 통한 산별협약 유지의 우회로로 가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복수노조로 인한 탄압을 피해갈 수 있는 반면 사측의 조합원 장악력이 강하고 영세한 수많은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 회사의 존폐와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직결되는 상황에서 사측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보다 상대적으로 중소영세사업장의 비율이 높은 한국노총에서의 복수노조 설립 상황을 보았을 때 복수노조가 노조의 무력화, 무노조로의 전환을 향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노총 노조들의 경우 사측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심지어 사측의 이해에 따라 버스나 택시의 경우 파업까지 할 정도로 사측에 가까운 노조들이었다. 그런 노조들이 존재하는 곳까지 사측에 의해 신설노조가 세워지고 기존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거나 상여금50% 삭감 등의 하락된 단협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았을 때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입안의 혀처럼 구는 한국노총일지라도 노조를 무력화하고 궁극적으로 무노조 경영으로 전화하려는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자본의 노조 탄압 기재로 활용되는 복수노조
첫 임단협 체결에서 소수노조 존폐 갈려

 

대규모 사업장에선 복수노조의 후과가 존재하지 않고 실질적인 파업권을 행사해온 노조들이나 중소영세사업장의 노조들에서 노조 탄압과 무력화,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복수노조 및 창구단일화가 쓰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산별노조들은 투쟁의 과정에서 공장 밖으로 밀려나온 노조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중소영세사업장의 노조들에 대한 대응과 투쟁의 확산 및 사회화에 힘쓰기 보다는 일단 4월 총선까지는 4대 노동의제를 이슈화하며 총선에 집중하는 흐름이다.

민주노총 표현에 의하면 총선을 승리하고 7․8․9월에 가서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산별현장과 10대 법안통과를 이루고 10월부터는 대선승리를 위한 정치투쟁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당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시키려다보니 자연스레 산하 노조의 현실적인 투쟁 지원 등은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다. 중소영세사업장의 투쟁, 장기투쟁사업장들의 문제이기에 겉으로만 투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산하 노조들은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이들에게는 아예 7·8·9월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단협 유효기간 만료 3개월부터 교섭을 요구하고 교섭창구 단일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교섭을 시작하려면 요구한 날로부터 31일이 걸린다. 복수노조가 있다면 과정은 더 복잡하고 2개월 이상 걸릴 것이다. 그런데 신설된 복수노조로부터 과반수 노조의 자리를 빼앗겼거나 현재 소수노조라면, 특히 10%미만의 조합원을 조직하고 있다면 이들에겐 임단투가 없다.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노조는 불법파업을 하며 공장 밖으로 밀려날지 다른 복수노조와 회사가 합의한 단협을 받아들이고 사실상 무기력한 노조로 남을지에 대한 선택권만 주어질 수도 있다. 무기력한 노조가 된다면 종국엔 조합원들을 빼앗기고 문패를 내려야 될 수도 있다.
 

4·5·6월 자본의 노조 파괴 기제로 활용되고 있는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에 대한 사회적 의제화에 나서고 투쟁하는 노조를 방어해야 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투쟁하는 단위와 시민단체들에서 희망 발걸음에 이어 희망 광장을 기획하고 있는 가운데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등 여러 가지 요구들의 쟁점화가 시도되고 있다. 이 속에서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와 이에 의한 노조 파괴 역시 하나의 사회 쟁점으로 이야기되고 대중적 운동으로 자본의 공격으로부터 엄호될 필요가 있다.
 

김지현 (jihyun@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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