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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박정근이 될 수 있다!

대한문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고 있는 박정근 씨지난 1월 11일, 트위터러 박정근(@seouldecadence)씨가 구속되었다. 국가보안법 위반혐의였다. 박정근 씨가 트위터에서 리트윗한 ‘우리민족끼리’의 트윗 102건과 본인이 쓴 트윗 103건이 빌미가 되었다. 누가 보아도 북한에 대한 풍자인지 알 수 있을만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1월 1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그 다음날인 11일에 열린 영장실질심사 이후 수원남부경찰서에 수감되었다.  

 

리트윗도 국가보안법 위반?

 

박정 근 씨에 대한 구속은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대한 공안탄압의 선례가 될 수 있다. 박정근 씨가 팔로우한 ‘우리민족끼리(@uriminzok)’는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한다고 알려져 있는 ‘우리민족끼리’라는 홈페이지의 트위터 계정이다.

국가 보안법이 이렇게 SNS의 공간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점은 2011년 4월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에서 이미 드러났다. 4월19일, 서울지방법원 이종언 부장판사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민족끼리’가 작성한 ‘사회주의 보건제도’라는 멘션(단문 글)을 리트윗(재전송)했다는 이유로 조모(55)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러 한 판결에 이어 9월21일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찬양 고무) 혐의로 박정근 씨의 사진관과 자택을 압수수색하였고, 결국 구속까지 하기에 이른 것이다. 구속과정에서 검찰은 “박정근이 사용하는 트위터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4명만 팔로우해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유력한 선동매체도구”라며 박정근 씨의 트윗이 국가에 미칠 ‘해악’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이번 사건이 SNS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준다. 작년 한 해 동안 벌어진 투쟁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SNS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새 부리에 재갈물리기

 

지난 2011년은 SNS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으로는 ‘아랍의 봄’과 OCCUPY 운동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큰 역할을 하였다. 여러 사람에게 한꺼번에 정보를 전송할 수 있고, 물리적 거리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SNS는 이제 많은 사회구성원들에게 확산되었다.

남한 에서도 SNS를 통해 모여든 사람들이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했으며 이러한 흐름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희망버스까지 이어졌다. 또한 SNS는 작년 말 한미FTA 반대 투쟁에서도 믿을 수 없는 정부와 주류 언론을 대신하여 FTA 협상내용과 진행과정에 대한 정보를 확산시켰다.

SNS 의 영향력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는 작년 10․26 재보궐 선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검찰과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불법선거운동을 집중단속한다는 명분아래 후보에 대한 비판과 지지후보 표명 심지어 투표 독려 행위까지 막으려 했다. 물론 이후 여론이 악화되고 헌법재판소가 선관위의 법해석에 제동을 걸면서 선관위는 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SNS 등 인터넷 매체를 통한 흑색선전을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앞으로도 SNS 공간에서의 탄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에 신설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의 행보도 주목할 부분이다. 방통위는 이 부서가 불법 음란물 단속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하지만 ‘나는 꼼수다’와 같은 팟캐스트, SNS 통제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은 여전하다. 

 

내 뇌를 검열하지 마라!

 

박정 근 씨는 현재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권리를 통해 무죄를 인정받기 위해서 자신이 북한을 비판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이 사건의 쟁점은 북한에 대한 입장과는 관계없이 표현의 자유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었다. 기존의 국가보안법 수사와 재판에 대한 대응이 친북이냐 반북이냐는 프레임으로 쟁점이 협소화된 측면이 있었다.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박정근 씨의 대응은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까지 국가보안법은 주로 친북 성향을 가진 운동세력만의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정권 들어서 사회주의노동자연합과 같이 북한에 대해 명확히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단체들도 국가보안법에 의해 유죄선고를 받았다. 이번 사건은 국가보안법은 정치조직이나 단체가 아닐지라도 개인의 활동 역시 탄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국가보안법을 이용하여 SNS이라는 새로운 매체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기존의 협소한 프레임을 넘어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후퇴에 맞서는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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