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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친구

몇주전, 나의 오랜 로망은 실현되었다.

 

지난 겨울,

이곳에 온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말없이 서있는

이 친구를 처음 만났더랬지.

그 때의 설렘이란. 아!

 

낯선 곳에서 만난 이 친구

언제한번 말을 걸어보나

오며가며 쳐다보기만 하는 것도 지치던 어느 밤

술취한 객기로 이 친구와 함께 90도 각도의 언덕길을 달려 내려와

다시 90도 각도의 언덕길을 올라

우리집에 데리고 와 버렸다.

 

그 날 부터 나는 기도를 했드랬지.

비야, 비야 이제 그만

바람아, 바람아 제발 살살

이 우울한 곳에도 봄이 온다면

나의 오랜 로망

그대와 함께 숲길을 달리리라.

 

그리하야,

어느 이른 아침,

보드카 칵테일의 달인 아랫방 친구와 함께

2년간의 공백을 깬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앗싸~

 

근데 이게 왠일?

맨정신으로 90도각도의 언덕길을 내려가려니

온몸의 에너지는 브레이크 잡은 두 손에

심장은 콩닥콩닥 다리는 후들후들

저 멀리 기다리는 아랫방친구보기 민망하야

최선을 다해 언덕길을 달리고 달려

집에서 학교까지 30분만에 완주!

아, 나의 로망은 일단 시작되었으나,

온몸에 열이 나고,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이

긴 공백의 후유증은 봄날의 열병으로. 

 

허나 오늘,

언제나 그자리에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나를 기다리는 이 친구

어찌나 대견하고 사랑스럽던지

몇주동안 꽁꽁 묶어둔 내마음을 풀어

집으로 데리고 왔다.

 

이 봄엔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야지

나의 새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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