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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

요즘 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고 있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니

온 세상 자전거가 모두 눈에 들어오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새로와 보이고

자전거 100%즐기기 책을 읽고

자전거 조립도 하고

자전거로 시작해 자전거로 끝나는 하루를 보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부터는

그동안 너무나 무지했던 컴퓨터의 세계로 들어왔다.

USB는 무엇이고 P2P는 무엇이냐

일단 생소한 단어에 주눅들어

친구한테 확인부터 한다.

나: P2P 언제부터 시작했냐?

친구: 2003년 초?

나: 음. 모르는 게 당연하지. 그 때 무지 바뻤다!

그렇게 위안은 했으나,

아무래도 몇년동안 외계에서 살다온 것 같았다.

어찌어찌하여, 이제는 USB도 깨우치고

드디어 인터넷 무선 공유기도 설치하고

어디선가 굴러들어온 노트북도 폼나게 사용한다.

그리고 어떻게 술값아껴 컴퓨터 관련 물품들을 살까 고민이다.

 

또 한가지 있다.

박경리의 토지.

엄두를 내지 못했던 소설이었는데

벌써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나도 서희를 따라 평사리에서 간도로 그리고 다시 평사리로 왔다.

얼마전에 경주에 갔을 땐

찜질방에서 시골 아주머니들 얘기 엿들으며

이 분은 두만네 같고

이 분은 임이네 같고

혼자 마구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키득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 새로운 세계가,

결코 새로울 것도 없는 이 세계가

동지들에게 챙피하다.

 

피가 마르고, 살이 떨리는 상황들

기나긴 회의와 그 진지함 속에서는

너무나 낯설고 생소한

혹은

사치일 수도 있는

이 세계를

난 동지들에게 이야기하기 힘들다.

 

자전거 탄다는 내말에

친구가 그랬다.

너 요즘 시민이 된 것 같다고.

 

난 이제 시민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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