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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꿈같은

시와님의 [<어부로 살고 싶다>! ] 에 관련된 글.

오늘 이 작품을 보러 간다.
어제는 짱뚱어와 무지개조개를 만들었다.
살살 페스티벌을 홍보할 거다.
근데, 그나저나, 영화를 보고나서

잊어버리고 싶은 이야기들을 다시 봐야한다.
그리고 오늘밤엔 글을 써야한다.
거짓말 같은 진실을 말해야한다는 것.
지킴이들이 모여 대추리 이야기를 책으로 내겠다고 한 지 반년이 훌쩍 지났다.
오늘은 작정하고 글을 쓰려고 연구실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다섯시간동안, 범대위 게시판에 모여있는 동영상들을 하나씩 봤다.
마을, 집, 공동체. 우리는 왜 그렇게 지키고자 했고 그들은 왜 그렇게 부수려고 했는지
그걸 써야하는데 벌써 몇 달 지났다고 먼 이야기 같았다.
영상을 보고 글을 쓰려 했다.
2005년 2월에 있었던 지장물조사 반대 동영상을 보았다.
한 편, 두 편.
그리곤 갑자기 화면 구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건 뭐지? 둥글하고 투명한
내 안경에 물방울이.
신기하게도 아무 감정 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머리보다 몸이 먼저 울고 있다.
훌쩍 거리다가 담배를 태우러 나갔다.
나갔다가 왜 눈물이 나는지도 모르겠고 왜 콧물이 나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렇게 있다가 들어왔다. 전혀 우울하지 않고, 글을 쓰겠다는 의욕이 마음에 가득 있었다.
다시 동영상 보기.
한 편, 두 편.
집을 부순다. 지킴이들은 지붕 위에서 노래를 부른다.
경찰과 용역이 둘러싼다.
아마 저곳은 4반뜸. 낯익은 할머니 한 분이 지붕 위에 오른다.
"나 죽이고 부숴!"
나는 못봤던 장면들. 정말로 저렇게 사람들이 싸웠구나... 참, 잘 싸웠구나.
그냥 저냥 잘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주민들 지킴이들이 저렇게 울며 불며 죽을 것 같이 싸워 지켰구나.
 
하룻밤 꿈같다고 이야기한다.
서울 생활 몇 달째, 대추리에서의 기억은 가물가물 일상 속에서 멀어졌다.
그래서, 그 때 어땠냐고 물으면 거짓말 같고 꿈 같다고 말하는데
그렇게 냉철해진 머리로 이제 글을 쓰겠다고 하는데 몸이 말을 잘 안 듣는다.
내가 본 싸움은 너무나 작고, 힘들고 약한 모습들만 기억나
뭐라 할 말 없이 한탄만 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꾸 글쓰는 내가 바보같다.
오늘 새만금 투쟁을 해왔던, 그러면서 갈기 갈기 마음 찢겼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러 간다.
어쩌지?
세상에는 꿈에서도 볼 수 없고 거짓말로도 들을 수 없는 사실들이 참 많다.
우리 모두가 그런 땅에서 살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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