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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3

참 오랜만이다.

블로그 문을 다시 여는데 손끝이 뭉툭하다.

어느날 갑자기 매니큐어를 발랐을 때 처럼.

무엇을 얘기하려고 했던가.

 

 

나는 지금 어느 뿌연 안개의 도시에 살고 있다.

평온한 회색이 때로 책장 구석에 검은 곰팡이를 피워올리는 도시.

그래, 도시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집앞에 강이 흐르고 조금만 가도 밭이 있지만

길 건너에는 빛바랜 싸구려 캔커피를 1500원에 파는 구멍가게도 있지만

이것들도 언제 저 안개 속에 사라질지 모른다.

유유이 흐르는 강물과

그 곁에서 푸른 잎새들을 틔우는 농부들도.

 

나는 이제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든 흰 고니떼들의 모습을 본다.

자기 무리의 대부분이 어딘가 다른 곳으로 향했음에도

자신들은 작년에 여기 왔기 때문에 올해에도 온, 그런 고니들을 본다.

이것은 도태인가, 낙오인가, 아니면 아니면.

모든 생명들이 멸종 위기의 순간까지도 버티며 살아있는 것은

어쩌면 투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왔던 곳에 대한 삶을 통한 투쟁이.

모두가 떠나도 남아있는 농부들의 가슴아픈 희망과 닮았다.

이곳 팔당, 두물머리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도태인지, 낙오인지, 어쨌거나 멸종 위기의 기억으로 남아있을

두물머리.

 

이곳의 이야기를 다시 써야겠다.

아주 개인적인 방식의 글쓰기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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