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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짧은 연휴 마지막 길은
KTX 환승 열차
벌 서는 아이 뻗은 팔처럼
일렬로 늘어 선 철길대로
정해진 수순인가, 빈틈없이 덜컹
덜컹대며 서울을 빠져나가면
늙어가는 소도시
허름한 역사를 지날 때마다
난 요절한 시인들의
짧은 시 한편씩 펼쳐 외웠다
때론 거친 잎도 마다못할
애벌레몸으로 꿈틀대며 견디다 못해
엉킨 실타래 풀듯
모질게 뽑혀져 나온 꼴이 서글퍼
내릴 곳 잊고 흔들리던 나그네는
저녁 어스름에 가려진 풍경을 위안삼고
시퍼런 멍보다 더 푸르렀던 젊은 날
붉은 깃발의 기억은 조각천으로 잘게 부서져
차장 밖 늘어선 가로등 따라
주홍빛 꽃잎되어 하나 둘 피어날 즈음
기적소리 없는 KTX 환승열차
산허리 돌 때마다
뼈마디 부수는 비명으로 덜컹
덜컹대며 정해진 철길위로 흘러간다
하늘을 나는 짐승은
제 몸이 가벼워
바람에 실리는 거라 착각한다
그러나
무거운 몸뚱이가
파란 그림자로 뜨려면
견딜 수 있는 만큼
뜀박질을 해야한다
그제서야
마지막 숨은 그림 찾듯
바람의 눈을 보게 된다
날지못하는 들짐승은
가질 수 없는
날개를 그리워 한다.
쉼없이 달려도
가슴 양쪽
폐가 모두 너덜해져도
지친 땅이 발목 붙잡은 걸 모른다.
외다리 박힌
허수아비처럼 양팔 뻗으며
그저 없는 날개만 탓한다
[ 짝 사 랑 ]
별빛도 흔들려 눈감는
깊은 밤에는 소리내어
외쳐도 좋으련만
꾹 눌러 담아낸 인심 후한
아낙네의 밥공기만큼
쌓아놓으면 무엇하나
모락 피어나는 김이 서려서
눈물로 맺는구나
흔한 단어 서투른 손짓으로
교차로 늘어 선 이정표마다
곧은 글씨 새겨놓아도
눈에 안차는 바겐세일 옷가지처럼
널려져서 바래는 그리움
변덕스런 삭풍에
귓속말 건네 본들 흔적없고
품으로 기어드는 봄바람은
담장에 달라붙어서도 메마른 넝쿨
꽃피워 낼 재간없다
- 070130 어리석은 사람의 가여운 사랑
[새벽에 일어나 봄을 부른다]
제 갈길 잃은 계절이
쏟아낸 바람에는
마디마디 쇠못이 박혀
스치는 길 따라 피멍이 든다
햇볕 비껴간 그늘 속
폭도되어 서성이는 그리움
닫힌 문 열고 들 용기는
노련한 도적들의 몫
밤이 깊어져서야
그대 이름을 불러 삼키지만
골목 어귀 가로등 밑
채 오다만 봄이 웅크리고 있다
잠을 다시 청하려해도
한번 떠진 눈 쉽게 감기지 않고
움츠려든 몸뚱이 접어
아래목에 고이 뉘여도
뜬 눈으로 지새겠다
새벽으로 가는 길
참 멀기도 하구나
한 점 구름이라도
하얀 강이 흘린 눈물이
검은 땅의 열기에 취해
푸른 하늘로 올라서야
제 몸을 만들어 드러낸다
셀 수 없는 우연과 필연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쉼없이 사건을 만들어내고
역사적이든 개인적이든
모든 생명이
그 속에서 성장하고 사라져갔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그리고 플라스틱으로 조립된
도심 한복판을 거닐다 만나는
작은 들꽃들도 그렇게 피고 진다
한겨울 심술 궂은 바람에
고개 숙여 걸을 때
모질고 질겨서 반복되는 삶에
상처받았다 여길 때도
걸어 온 길을 조아리고
앞으로 나갈 길을 헤메는 것은
들꽃에 배인 사연을 앎이다
우표 한장
옆서 한장 만큼의 햇살이
조각 조각 떼어져
작은 몸뚱이에 옮겨오는 시간
나도 한 점으로
수줍은 떨림으로 세상에 나선다
- 2007.01.19 세상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시간...
발자국을 남기고 간
서투른 도둑같은 사람아
밟고 간 자리마다
너무 선명한 흔적으로 그댈 알게 해놓고
증거로 내밀면 바로 고개 젓는 야속한 사람아
당신 들고 나선 것을 막지 못해 후회안해도
함께 따라가지도 못하고
잡아 둘 수도 없었던 내 비겁함을 원망합니다
모든 범인은 한번 더 그 현장에 나타난다지만
나는 다시 올 날도 알지 못하고
또 온다해도 붙잡지 못할 것을 압니다
심장 밑바닥에서 시작된 비명은
얇은 새벽의 막을 베어내는 경고음
눈 질끈 감고 외면했던 것들의 복수입니다
눈물이 굳어 만든 네모난 벽돌과
그 벽돌로 쌓아 올린 영혼의 감옥
이제는 감옥에 들어설 맘으로 살겠습니다
당신이 돌아 올 때는 단둘이 남게 될
너른 바다 무인도 같은 감옥 말입니다
세상 모든 행복한 시간과
찰라같은 미소만 훔치고 모아
그대 돌아올 길에 뿌려놓고 참회의 기도를 보내렵니다
길 찾 기
담배 한갑 사러 갈래도
동네 앞 구멍가게까지 제일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
큰 대로로 걸으면
길은 편하나 1분여를 돌아야 하고
얼마전에 발로 찾은 지름길을 통하면
30초정도를 줄일 수 있다
고등학교 때
15분 정도 거리를 걸어서 다녔다
그정도 시간이 필요한 길이면
거쳐갈 수 있는 갯수의 조합도 수백가지다
골목 골목을 잇고 붙여서
등교시간의 단조로움을 해체하고 했다
가장 빠른 길은 늦잠을 잘때 이용하고
우울할 때는 빙빙돌면서도 흥미로운 길로 정한다
짝사랑하는 누나의 창문을 지나치는 것도 그 길이었다
길도 공인된 단계가 있어
골목길이라 해도 수준이 다 각각이다
항상 열려진 어느집 대문을 통해 쪽문으로 나서는 길에서
공사장을 가로지르고
도둑고양이들이나 사용할 법한
으슥한 길까지 더하면 탐험가의 자세가 된다
지금은 나이 먹어 지름길은 편법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택한 길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누군가 끼어들지 못하게 담을 쌓기도 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몸을 뒤집고 길 수 있게 된 아이가
허리를 굽고 지팡이 짚고 다닐 노년의 끝자락까지
얼마나 많은 갈림길을 맞고 되돌아가길 반복할까
그대 맘으로 가는 길
약도라도 한장 있었으면... ...
노을 빛 연가(戀歌)
도시에 살다보니
저녁 노을을 잊은 적 많습니다
외로움 입에 물고서
두려움에 떨며 변함없이 하루를 보내도
밤으로 가는 길목
한낮 태양이 그 도도한 육신을
찬란히 녹여서 만드는
너무도 고요해서
그 치열함이 비장해지는
노을빛 꿈을 지우게 됩니다
아파트 숲을 빠져나와
곧게 뻗은 빌딩에 갇혀서
쇳가루 섞인 매케한 공단과
욕망으로 밝힌 네온들에 익숙해지면
수억년을 반복해온 자연의 흐름은
낯설거나 우연한 경험으로 여깁니다
가위에 눌려 잠을 깨면서 맞는
새벽은 알아도 헐떡이며 사는 이들에겐
낮과 밤의 경계에서 사색할 여유는
허락치 않습니다
그래서 늘 벗어나고픈 유혹에 시달리고
어깨에 매인 생존의 무게에 버거워도
매번 닥치는 일상을 감내하고 견딥니다
때때로 작은 욕정을 해결하고
눈가에 배인 물기를 지우고
크고 작은 몸살에 떨면서도
책임과 의무 그리고 일탈의 두려움
번민의 무덤에 누인 백골처럼 앙상해졌죠
그대를 만나고서
몇번이나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아직 고이 감추어진
미로같은 길에 들어 설 용기를 내봅니다
노을을 닮은 그대의 미소때문에
발갛게 번지는 희망을 베어 삼켰습니다
한 길에 서서 걸어도 길동무가 되기는 어렵지만
어제와 다른 세상에 이미 서게 만든
그대와 발걸음을 맞추는 것 만으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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