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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1/11
    비 가 (悲 歌)
    별똥별
  2. 2007/01/10
    어느 겨울 밤
    별똥별
  3. 2007/01/09
    천국보다 낯선
    별똥별
  4. 2006/03/14
    바 람
    별똥별
  5. 2006/02/27
    고 백
    별똥별
  6. 2006/02/21
    술래 잡기에 지친 너를 위로하며(1)
    별똥별
  7. 2006/02/18
    약속
    별똥별
  8. 2006/02/18
    게으르게 사랑하기
    별똥별
  9. 2006/02/16
    꽃 무 덤
    별똥별
  10. 2006/02/15
    봄비 풍경(1)
    별똥별

비 가 (悲 歌)

비 가 (悲 歌)

 

 

곡기 끊고

참회하는 수도승처럼
그대 생각 접고
그대 얼굴 지운 줄 알았어요

 

행여 떠올릴 물건이라면
첩첩산중 깊은 골에 무덤을 쓰듯
감춰 버린 것도 한해를 넘겼어요

 

처음 만난 날
고이 심었던 민들레
찬바람 불 때마다
꽃씨로 토막토막 떨어져

 

저마다 날개달고 떠났는데

덩그라니 남은 몸뚱아리
거멓게 비틀어져서도
움켜쥔 뿌리를 놓지 못했나봐요

 

기억이란

 

얇디 얇은 실줄기로
어쩌다 한번 스쳐갈 때
더욱 잔인해져요

 

날도 서있지 않은

종이 한장에 손이 베이면
피 한방울 겨우 맺혀도
눈에 띄지도 않는 생채기
퍼런 멍자욱으로 변해야 사라지고

 

떠나보낸 꽃씨도
바람타고 도착한 곳마다 뿌리박혀
발길에 채이고 눈길에 걸릴만큼
질긴 생명을 이어가네요

 

보고 싶어요

 

겁에 질린 짐승처럼
내 몸에 박힌 털이
모두 곤두 설 만큼 두렵고
두번 다시 부딪칠리 없는
평행선이 되었다 해도
그대 향한 그리움 더는 지우지 못해요

 

또 보고 싶어요

 

이렇게 떨어져 뒤돌아 선 것이
서로에게 최선이라고 다짐했지만
그대도 나도 눈물 들킬세라
긴 작별 못했음을 알아도

 

내 영혼 산산이 깨지고
마지막 바램마저 은빛가루로 빻아
레테의 강, 거스를 수 없는 물결에 뿌린대도
세상의 모든 신이 정한 형벌을 견뎌낼 만큼

 

그대가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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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밤

어느 겨울 밤

 

 

 

연탄 화로 위
고기안주가 지글대면
오랜 벗과 술한잔 건네고
지난날 무용담을 농삼아 질겅이며
커져가는 목청따라 흔쾌히 취해간다

 

북쪽에서 시작된 삭풍도
대폿집 창문 한켠 쉬어가고
연탄불에 발그레 익어가는 추억
파르한 새벽녘의 한기도 녹고
몇겹으로 감쌌던 맘들이 열렸다

 

황태덕장에 가보면
뾰족나온 주둥이 꿰여
비명마저 얼어붙은 명태떼들이
잿빛도시 속 벌거숭이로 대롱 매달려
한겨울 지나온 가난한 이들과 닮아있다

 

몇번 남은 추위마저
길게 늘어선 밤이 짧아지 듯
처마 끝 고드름이 물방울로 맺히듯
고요한 침묵으로 변할 것을 안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말로 다 표현못하듯
거친 숨결을 토해내던 이 겨울도 정겹다

 

터벅 터벅 걸음 딛을 때마다
발끝에 걸리는 앉은뱅이 꽃처럼
주검처럼 가장 낮은 곳을 향해
겸손한 미소를 배우며 살기를
봄날 햇살을 기억해내고
그 날의 풋사랑이 봉인된 시간에 감사하며
어김없이 시작될 내일을 준비해야지

 

연탄불이 꺼지지 않도록
위아래 갈기를 게을리 않고
벗과의 인연이 동치미 익듯 맑은 빛
탐스럽고 뽀얗게 우러나는 시간


 

오늘 밤

어둠도 마냥 솜이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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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

지도로만 봤던 낯선 땅

누구에게 알릴 겨를도 없이

하늘을 날아 반나절 걸려 도착해보니

이미 마중나와 있는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것 같은

 

또 다른 나

 

다잊고 지우고 

또 그렇게 비우고 떠나왔다 여겼건만

맨 처음 내가 사랑했던 첫사랑이

또 맨 처음 나를 사랑했던 그녀가

마지막 사랑이길 바랬던 내 아내가

또 마지막 사랑인 듯 설레게 하는 그이가

 

공항 어귀부터

도시로 들어가는 길가에

토담으로 메워진 골목 한켠에

야시장 어스름 가로등 밑에

우두커니 서서 

여행 하루만에 지쳐버린 나을 보듬는다

 

홀로 견디는 법을 배워가려

시작한 나의 서쪽 여행은

처음부터 제자리를 맴돈 것이랴

부질없다 여기고 훌훌 털어낸 것은

세상에 찌든 먼지가 아니라

다정한 그네들 숨결의 추억이랴

 

시작부터 끝을 보고 걷는 걸음만큼

사뭇 진지해지고

비장하게 내모는 것도 없다

십자가 메고 언덕길을 오르던 예수가 이미

운명을 걸고 원망보다는 사랑을 곱씹었다 했나

제 몸에 불을 당겨 세상에 빛이 되려 했던 이들도 그러했다

 

어쩌면 나도 나를

묻고서야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너무나 눈에 익어 낯선 이국의 도시 한 복판

욕정으로 가득찬 내 영혼을 묻고서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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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람

바람

 

 


시린 하늘 비명지르며

푸른 조각으로 찟겨서는
골목 가득 어슬렁

 

망나니 추임새
산발한 머리채 거친 결로
바닥을 내리치더니


얼어 멈춘 땅 

더딘 발걸음 재촉하고


데드마스크처럼

지친 이들의 얼굴 

빠짐없이 어루만져

 

그래, 바람이야

 

따라오지 않을 사람

미련처럼 그리워

고개돌릴 때마다 부딛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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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

 

보도블럭을 깨던 이들

가슴팍도 산산히 부서져

꽃병 쥐고 뛰었던 그 거리

한켠 빗겨나 잿빛 숨을 몰아 쉰다

 

길에서 길을 되묻던 진지함은

몇번은 갈아 엎었을 아스팔트만큼

검디검게 단단해져서는

경멸했던 질서의 톱니바퀴가 되어 돈다

 

오로지 가엾은 것은

풋사랑 시절 다짐들의 순결함

 

새벽의 공포는 말과 몸의 부조리

핏줄에 차고 들 또 다른 거짓과

읇조림의 반성은 되풀이되고

 

내 나이 서른 다섯

봄날, 상처투성이 부끄러움

그토록 지워온 길을 헤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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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 잡기에 지친 너를 위로하며

 

 

그대는 날 찾아보라고

유혹하듯이 응원했다.

 

숨은그림찾기에도 수준이 있어서

스포츠신문의 심심풀이는

눈길 몇 번에도 제풀에 다 토해낸다.

 

하지만 그대는

살짝 답을 보여줄 꺼 같더니

오히려 숨어버렸다.

늘 술래가 집으로 돌아서야 나오는

어린 시절 동무처럼 얄밉다.

 

술래에게 들켜도 아니라고

고집스레 시치미를 떼면

내 앞의 길은 만갈래로 늘어난 교차로가 된다.

그위에서 수천만개의 번민을 시작한다.

 

믿지 못할 사랑은 의심을 먹구 자란다.

날이 서있는 일용할 양식은

허리 만치에서 제 몸을 동강 내고

머리도 흔적 없이 베더니 꽃을 피운다.

 

처연히 슬퍼서

흘린 피눈물은 새빨간 진달래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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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약  속

 


새벽이 다가오면
하나둘 꺼지는 가로등 불빛이
리듬이 되어 나를 깨우고
푸르른 포물선으로 넓게 퍼져간다.

 

단잠 지우고 나왔을 인부의
무거운 걸음 소리 그 뒤를 따르고

밤새 일 마치고 돌아가는 노동자의
피곤함도 조용히 자리 바꿔 앞장선다.

 

간밤의 어둠

골목 어귀 그림자로 쉬어들고 
수줍게 먼동 터 오면 
제자리 찾듯 

잿빛 소음들도 어김없다.

 

 

어제와 같은 풍경
겉모습은 그대로인 것 같아도

다시 먹은 맘은

날것의 내음 가득하다.

 

앞으로

나가자고 속삭인다.

"저 모든 더러운 것들을 묻고 나서라"


이제껏 욕심으로

꼭 쥐고 버리지 못한 꿈처럼,

마지막 남은

새벽별 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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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게 사랑하기

 

 

도적 같은 사랑

들고 나는 기척도

흔한 발자욱도 없네

 

얼고 녹길 거듭해

새파랗게 질렸던 시간에

마주 본 당신

 

태열 번지듯

눈길 닿는 곳마다 

따스함에 더 떨려요

 

여린 짐승은

스스로 지키는 법이

몸을 부풀리거나

보호색 펴고 숨는 거라죠

 

겁이 날 만큼

벌거숭이가 되면

감출 곳도 

과장된 웃음 한 줄기도 

쉽지 않아요 

 

제발 그대

게으르게 사랑해요

 

나른한 몸짓

이 세상 가장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세요

수 만년동안

나이테 늘려온 나무처럼 멈춘 그 자리 뿌리 내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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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무 덤

 

꽃 무 덤 


간밤 내린 비
마당 한켠 봉숭아
꽃도 피우기 전에 떨어졌고

 

속으로 삼킨 한숨
실핏줄로 돌고 돌더니
가슴팍 한구석 푸른 멍으로 남습니다.

 

애달치 않을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라
되뇌여주던 당신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요

 

밤새 눈물 엮어
그대 손에 쥐어주어도

왜 그리 미소만 짓고 가셨나요


망울로

멈춰버린

 

어느 손톱 끝에도

물들지 못해 서러워

 

늘 한발 늦게 오는 햇살에 기대서

숨소리 하나 없이 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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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풍경

봄비 풍경

 

 

대지의 밑둥부터

봄비 젖더니

 

아스팔트 검은 빛도

번져간다

 

먹 빛 눈물

강철도시가 찍어낸 쇳가루,

 

지난 계절은 

고단한 허물 벗었다.

 

교문 밖 나서는

아이들 조막손

작은 우산들 따라

원색의 꽃비늘 흐르고

 

물길마다

순서 맞춰 움을 틔우는

새 봄,

 

 

그 연두 빛 설레임

 

 

 

- 06.02.14, 지루한 회의 끝자락 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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