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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하게 하는 몇가지 이유

늦은 밤, 아니 밤을 넘어서 새벽을 재촉하는 시간까지

잠이 안온다기 보다는 잠을 잘 수가 없다.

내일은 여러가지 일을 해야하는데, 필히 자두어야 하는데

잠을 잘 수가 없다.

 

내일이 경찰조사라서 그런가 생각을 해본다.

뭐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익숙하게 느껴지는 절차의 일부분일 뿐이지만

그래도 애써 태연하려하지 않으니 신경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보다는 평택의 소식이 잠을 안오게 한다.

13일이나, 특히 14일 다시 한번 쳐들어올거라는 메일을 보고,

활동가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메일을 보고 잠이 안온다.

잠이 안오는 것은 평택상황에 대한 절박함과 분노때문이 사실은 아니다.

오히려 평택투쟁을 대하는 나의 마음때문이다.

평택이. 논과 밭이 군사기지로 변하는 것을 나는 절대로 원치 않는다.

그리고 내 친구들이 경찰과 용역들에게 맞거나 혹은 질질 끌려나오는데

나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

하지만 난 또한 내가 경찰들이나 용역들에게 맞는 것이 무섭다.

그리고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혹시라도 연행될까봐 무섭다.

그래서 평택에 가야하고 가고 싶으면서도, 왠지 꼭 안갈 수 있는

다른 중요한 일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듯한 나의 마음이 나를 굉장히

불편하게 만든다. 잠이 안온다.

 

그리고 또 하나.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기분이

내가 원했던 슬픔이

부르지 못한 노래가

울어보지 못한 내 사랑이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잠이 안온다. 내 인생에도, 엄마의 마음에도, 친구들의 마음에도, 평택의 들판에게도

죄를 짓고 싶지 않다. 아마도 잠을 잘 수 없는 것은 그 모든것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기 때문일거다. 어쩌면 그 중 하나라도 잘 해내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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