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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내가 쓴 글

4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10/25
    코가 감독의 말
    무화과
  2. 2009/10/25
    오소영, H2(1)
    무화과
  3. 2009/10/25
    안녕~ 2009 프로야구
    무화과
  4. 2009/10/23
    10월 22일 밤
    무화과
  5. 2009/10/22
    2009/10/22
    무화과
  6. 2009/10/22
    쌍놈의 검사새끼
    무화과
  7. 2009/10/17
    설레임과 두려움
    무화과
  8. 2009/10/15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1)
    무화과
  9. 2009/10/15
    컨디션 조절 실패해도 좋아
    무화과
  10. 2009/10/14
    죽음의 냄새
    무화과

코가 감독의 말

"뭘 풀이 죽어 있어. 인생도 연애도 이제 막 플레이볼한 것 뿐이잖아. 이제부터 수많은 시합을 싸워나가지 않으면 안돼. 그리고 설령 졌다 해도 시합은 하나만이 아니야. 시합은 몇 번이고 뒤집어진다. 연애만이 아니야. 일, 병, 인간관계. 싸워야할 상대도 여러가지다. 이기기도하고, 지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래서 인생은 재미있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연전연승으로 죽을 때까지 웃기만 하는 그런 인생을 바라나."

 

H2를 읽다가, 코가 감독이 하루까를 좋아하는 시꾸라 미끼오에게 하는 대사.

히로의 노히트노런을 깨는 외야 깊숙한 타구를 날려놓고 더위에 쓰러져 1루를 밟지 못한 채

'중견수 앞 땅볼'이라는 기상천외한 기록으로 아웃당한 미끼오에게 건넨 위로의 말이다.

평소에는 전혀 감독같지 않은 포스를 풍겨서 그저 개그 캐릭터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읽을 때는 묘하게 이 대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 코가감독이 하니까 약간 안어울리기도 하지만...

 

연전연승은 아니라도 조금 열심히 하면 승률 5할은 될 줄 알았는데, 죽어라고 해야 겨우 5할이

될 수 있다는 걸 차차 알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죽어라고 기를 쓰고 싶지는 않고 승률 5할정도는 하고 싶고...

 

연전연승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연전연패에 빠진다면, 즐길 수 있을까? 재미있을 수 있을까? 히로의 말대로 이기는 경기보다는 지는 경기에서 더 많은 걸 배우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기는 게 더 재미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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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영, H2

오늘 계획은 아침에 어제까지 써주기로 한 글 쓰고

오후에 사무실에서 마실 커피를 사러가거나

영화나 한 편 보러 가는 거였다.

 

새벽에 집에 들어왔으니 늦게 일어나는 건 예상했던대로.

부탁받은 글도 이미 늦어진거라 더이상 미룰수 없어

안써지는 대로 마무리해서 보내고

슬슬 외출해볼까 하는데, 피곤하고 귀찮고해서 그냥 안나갔다ㅠㅠ

내가 바라는 건 이런 삶이 아닌데...

 

암튼 모처럼 집에서 보내는 하루

무엇을 할까 하다가 엇그제 공연을 봤던 오소영 2집을 들었다.

공연보고나니 더욱 좋아졌다. 너무 노래를 잘해서.... 반해버렸다.

앞으로 공연때마다 단골 손님이 될 듯.

오소영을 알게 된 것은 얼마 안됐는데, 한 두 달전 회사 선배를 통해

오소영의 기억상실을 알게되었다. 노래를 한 번 듣고 푹 빠졌다.

멜로디나 보컬보다는 가사에 감정이입이 제대로 됐었다.

그러다가 시와 홈페이지에서 오소영 2집이 나온걸 알게되고

향뮤직에서 사서 들어봤는데,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공연갔다오니 노래 한 곡 한 곡이 다시 새롭게 들린다.

가사 내용이 들리기 시작하고 모든 곡이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오소영들으면서 야구 기사를 찾아보는데 박동희가 쓴 '고 김상진의 비디오'를 읽었다.

가슴이 뭉클. 나도 기아 우승 축하파티라도 해야갰는데

나가긴 귀찮고 해서 집에서 H2를 읽기 시작했다.

H2를 읽다가 히로의 대사에서 멈춰서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겨우 160이 됐을 무렵. 쓸만한 녀석들은 모두 다 이미 첫사랑 진행중"

그리고 야구와 관련된 노래들을 몽땅 찾아듣기 시작했다.

이한철의 슈퍼스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인필드플라이아웃, 마이앤트메리의 골든글러브

'홈런왕 이종욱, 도루왕 이대호'라는 가사가 재밌었던 노래를 본적이 있었는데

그 노래는 못찾았다. 암튼 야구 노래 들으면서  H2읽기.

이 정도면 작은 축하파티가 됐으려나?

 

H2다 읽으면 오소영 한 번 더 듣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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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2009 프로야구

사실 큰기대는 안했었는데,

덕분에 퍽 즐거웠어. 고마워.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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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 밤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천둥치고 우르르쾅쾅 번개가 번쩍이던 밤

비가 올 줄 알고 있던 거는 아닌데

때마침 정종을 마시고 있었고

비가 올 줄 몰랐기 때문에

비를 맞으며 걸었고, 바닥 떨어진 운동화로 물이 새어 들어오고.

 

떠나보낸 말들이 설레여 심장을 고동치던

그 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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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2

죽도록 일이 안되는 날이다.

역시 아침 기분이 중요한건가? 아침에 기분이 잡치니 하루가 망가지는 건가?

기분이 안좋으니 몸까지 덩달아 안좋다.

일이 하나도 손에 안잡힌다. 할 일은 많은데 어쩌누ㅠㅠ

이런저런 생각들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최근에 너무 생각이 많다. 자의식 과잉이다. 요런 이야기를 몇차례 들었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정확히 봤을 수도 있다.

너무 많은 생각은 오히려 독이 되는데...

 

갑자기 머리를 빡빡 밀어버리고 싶다. 그럼 좀 시원해지려나.

아... 그냥 일안하고, 집에도 안가고, 밥도 안먹고, 그러고 싶다.

근데 딱히 간절히 하고 싶은게 있는것도 아니다.

이런 날은 후딱 지나가버리는 게 좋다.

이런 날은 술은 되도록 안마시는 게 좋다.

이런 날은 아주 아주 가까운 친구와 만나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언니네 이발관의 ‘인생은 금물’ 가사가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한 번 더 말해줄래요.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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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놈의 검사새끼

눈꼽 만큼, 손톱의 때 만큼도 검찰을 신뢰하지 않지만,

그래서 어쩌면 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막상 접할때마다 저들의 인간성은 대체 어떤 철판으로 둘러싸여 있는지

눈구멍 두 개, 팔다리 두 개, 입은 하나 가지고 있는 좀 다른 생물은 아닐런지

끝내 참지 못하는 욕설이 입막으로 쏟아져 나온다.

 

개새끼들. 썅놈의 새끼들.

 

유족인 점을 감안해 8년 구형 한거라고,

에라이 드런 놈아, 착한척하고 지랄이야.

 

대체로 검사들은 한 번도, 단 한 번도 피고인석에 자리한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직장상사에게 결재받을 서류에 기입된 귀찮은 일감 정도로 느껴지려나?

점심식사 메뉴만큼도 고민하지 않고 (어쩌면 피고인의 인생보다도 한 끼의 점심식사 메뉴가

검사들에게는 더 중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근엄한척 내리는 구형이

피고인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그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다른 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다는

부담감따위는 애초에 가져본 적이 없을 것이다.

여러번 재판을 받아보면서 배운 유일한 교훈은

'대한민국 검사에게인간의 마음을 기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가난하지 않고, 때문에 권력을 이용하는 비리가 아닌 이상

법에 크게 어긋나는 죄를 지을 일이 없다. 배고파서 빵을 훔치는 검사가 어디 있겠나.

철거민이 될 일이 없으니, 망루에 올라갈 일도, 화염병을 던질 일도 없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두꺼운 책만 달달달 외우며 인생을 보낸 불쌍한 양반들이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출리 만무하겠지만,

 

그래도 단 한 번 만이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이를테면 중고등학교에서

줄기차게 외웠던 측은지심같은 거-으로 재판정의 피고인을 본다면

이 따위 개소리는 못할텐데....

아침부터 뉴스보고 기분잡쳤다.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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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과 두려움

설레임은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해온다.

두려움이 없으면 설레임이 주는 흥분도 없어질까?

마음이 쿵쾅거릴때는 설레는 마음도 있지만 두려운 마음도 있는거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설레임의 크기는 줄어들고 두려움의 크기가 늘어난다

상처받기 싫어서 방어하게 되고 보수적인 선택을 하기가 쉽다

지금 당장의 삶이 너무 구질구질한 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 만이라도 유지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한 발짝 더 내딛지 않으면 설레임도 이내 사그라진다

 

결국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 그래서 한 발짝 앞으로 나가아는 일.

그 앞이 낭떨어지인지, 넓은 꽃밭인지 아직은 모르니까...

물론 대체로 꽃밭보다는 낭떨어지일 확률이 높다는 거는 알게되었지만,

그래도 나아가지 않으면 결국 여기서 멈추게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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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람이 그래요?

아침 출근 풍경

인천과 부천에서 잠을 자고 나온 사람들이 서울을 가기 위해 1호선에 오른다.

전철은 신도림에서 2호선과 십자로 만난다. 전철이 정차하면 마치 죽은나무 토막에서

개미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사람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온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마치 출발 총성을 들은 단거리 주자처럼 박차고 나가 달려간다.

뒤늦게 반응한 선수들 마냥 그들의 뒷 모습을 보고 갑자기 발걸음이 빨라 지는 이들도 있다.

나는 조금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그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일군의 사람들이 계단으로 내려간다. 흡사 거대한 진공청소기가 땅속에 숨어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지하로 빨아들인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마디 말도 없다.

두두두. 다다다. 똑똑똑. 발굽소리만 요란하다. 죽음을 예감하는 침묵의 군대가 행진하는 듯 하다.

나는 이 풍경이 너무나 신기하다. 아침마다 보지만 그래도 신기하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한 곳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말없는 풍경에 발자국 소리만 일렁인다.

 

2200번 버스를 기다리고 서있는데 우공의 친구를 만났다.

아침에 종종 서로 엇갈려 걸어가면서 얼굴마주치곤 했는데 오늘은 내가 줄서있을 때

마주친 관계로 짧은 몇마디의 대화가 오고 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회사가 어디예요?"

"파주 출판단지에 있어요."

"그래서 여기서 버스타시는 구나. 근데 최근에 우공 면회 간 적 있어요?"

"아니요. 한 번도 없는데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아직 수습사원이라서 연차가 없어요. 평일엔 시간이 없어요."

"주말엔요?"

"주말엔 쉬죠."

 

뻥이다. 평일에 시간 있었어도 아마 안갔을 것이다.

주말에 보통 안쉬고 사람들 만나고 놀러 다닌다.

우공을 딱히 싫어하거나 면회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은 없다.

그냥 꼭 가서 보고싶다는 강력한 의지가 없을 뿐이다.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라는 그녀의 말이 계속 머리에 남는다.

내가 잘못한건가? 면회를 안간게, 신경을 쓰지 않은게, 마음을 두지 않은게 잘못인건가.

 

약간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그녀에겐 우공이 병역거부자중에 특별한 친구인지만

나한테는 병역거부자중에 한 명일 뿐이다.

딱히 싫은 감정도 없고 그렇다고마구 아끼고 싶은 감정도 없다.

무언가 그런 류의 감정을 가지기에는 서로 알고지낸 시간이 너무 짧다.

근데 솔직히 이것도 핑계는 안된다.

재성이가 감옥 가있을 때, 면회를 몇 번 가기는 했고, 편지를 몇 번 쓰기는 했지만

그리 마음을 많이 쓰지는 못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안에 있을 때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은 뭐 다 지난일이라 조금은 감정의 결이 다르겠지만...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내가 만약 안에 있을 때, 우공이 면회 안왔다면 어땠을까?

뭐 그다지 서운하지는 않았을거 같은데...

물론 오면 고마워했겠지만, 그것도 어떤 그 사람의 노력에 대한 고마움이지

그 사람과 나와 끈끈하게 연결된 감정의 고리를 느끼거나 그러지는 않았을거 같은데...

근데 그건 나고, 우공은 또 어떻게 느낄지 모를일이지만 말이다.

 

또 한 편으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나쁜 생각과 태도가 떠올랐다.

나는 병역거부자들의 감옥살이가 크게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병역거부자'라서 신경써줘야하는 이유를 전혀 못느끼겠다.

오히려 그 사람이 무슨 죄명으로 들어갔는지보다 그 사람이 나와 얼만큼 친밀한지에 따라

마음씀씀이가 달라질 거 같다.

근데 이런 생각이 나쁜거 같기는 하다.

병역거부자들의 옥살이가 영웅적으로 묘사되거나 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들이 겪을 고통과 외로움에 공감해 줄 수 있으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은 한다.

그래도 왠지 내가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게되는 것이다.

 

암튼 어젯밤에 개굴과 이야기하면서 병역거부운동에서의 감정노동에 대해 이야기해서 그런지

우공 친구의 말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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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조절 실패해도 좋아

명확하다.

출퇴근 시간을 칼같이 지켜야하는 직장인으로서

이런 스케줄로 일주일을 운영하는 건 명백한 컨디션 조절 실패, 망가진 일주일이다.

월요일날 오리랑 술, 화요일날 상가집 가서 술, 수요일날 개굴이랑 술

아직 수요일밖에 안지났는데 몸은 이미 피곤에 쩔어있다.

출근 시간 중 버스에 앉아가는 30분, 거짓말처럼 29분을 잤다.

타자마자 잠이 들어 내리기 직전에 눈이 떠졌다. 몸은 거짓말 안한다. 엄청 피곤한거다.

게다가 내일, 모레, 토요일, 일요일 쭉쭉쭉 약속은 잡혀있고 휴식할 시간은 없다.

 

그래도 좋다.

월요일날 오리를 만나서, 오늘 개굴을 만나서.

그녀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그녀들과 나누는 대화는 나에게 무척 많은 도움이 된다.

비단 오리와 개굴 뿐만이 아니라 그 나이 또래의 여성활동가들은

가장 좋은 동료이자 친구이자 선생님이다.

그녀들을 만나고 나면 왠지  흐릿하고 두꺼운 안개속에 갇혀있다가도

 안개가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그 안에서 당황하지 않고

내가 가야할 길을 찾을 수 있게 되는거 같다.

그녀들을 볼 때면 나이 그냥 먹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옳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현명한 답변을 나에게 제시해준다.

유익할 뿐더러 또한 즐겁다.

이럴 경우 많이 피곤해져도 상관없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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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냄새

예전에 논술학원에서 일할 때 함께 일하던 선생님이 부친상을 당해서 찾아갔다.

2주 정도 전인가, 대학교 때 우리과 교수님이 모친상을 당해서 찾아갔었다.

돌아가신 두 분다 호상이라 불릴 정도의 나이여서 장례식장의 분위기가 침울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나는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공간에서 숨이 턱 막혔다.

유별나게 슬플것도 특별할 것도 없지만, 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앞을 휙휙 지나가는 풍경이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문득, 용산이 생각났다. 검은 상복의 유가족들, 검은 사제복의 신부님들.

망루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여섯 영혼.

어쩌면 용산 이전의 철거지역에서 세상을 등진 영혼들까지 모여있을

저 위태위태한 남일당 건물과 묵묵히 스티로폼 텃밭을 키워가는 레아카페 건물이 있는 풍경

죽음의 냄새 가득한 용산이 생각났다.

 

아무리 봐도 익숙하지 않은 상복을 언제쯤 안볼 수 있을런지.

이렇게 오래 저승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아예 저승가는 길이 사라져버리지는 않을런지

그러다가 구천을 떠도는 원혼이 되어버리시지는 않을런지. 그런 생각들도 들었다.

 

 

 

세상 모든 죽음에서는 매케케한 냄새가 난다. 검은 냄새가 난다.

 

2009년은 유독 죽음의 냄새가 짙게 배여드는 한 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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