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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에 대한
후회는 없다.
지금의
나의 삶이
매우 못마땅하고
직면해 있는 현실이
불편하지만
지금까지
살아 왔던 것 처럼
그렇게
살아가련다.
- 여전히 술기운이 남아 있는 날 아침에.
휴대폰에 담겨 있던 사진들을 정리해 봤다.
대단한 것들은 아니지만 휴대폰에 그대로 두면 언제 지워 버릴지 몰라서
이곳에 옮겨 두기로 했다.
1.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에서 발행한 '제1호' 수료증. 2000년 9월이었고
대표는 권영길, 연수원장은 황광우였다.
2. 민주노동당의 분당이 사실상 결정된 '2.3사태' 사진.
3. 일주일 전쯤 학교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 멈청나게 큰 벚나무가
꽃터널을 이루고 있어 아주 로멘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다만, 지나다니는 자동차의 매연만 없다면.....
예전보다 너무나 일찍 핀 탓에 꽃이 다지고 난 뒤 벚꽃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4. 학교 앞 '궁동'이라는 동네에 안경을 새로 맞추러 갔었는데
기괴하게 생긴 전봇대가 있어서 찍어 두었다. 전봇대가 건물과
너무 가까이 있어 일부러 구부려 놓은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걸려 있는 전기줄이며 인터넷선이 너무 많아 마치 그 무게 때문에
휘어 버린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총선이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고
당선과 낙선의 윤관도 절반은 드러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선거판이 웃기게 돌아가고 있지만
그야 일반적인 한국정치의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니
더 이상 이상할 것도 없는 선거라 하겠다.
그런데 진보정당 후보들의 모습은 기이하다 할 만하다.
우선, 사천의 강기갑 후보를 보자.
현재 지지율 2위로 한나라당 이방호 후보를 바짝 따라 붙고 있다.
그런데 그 이면에 친박연대 혹은 박사모의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과 강기갑 후보측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던 민주노동당이, 그 후보가
한나라당 세력의 가장 보수세력들과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덕양으로 가보자.
민주당 한평석 후보가 심상정 후보와 단일화를 하자는 제안을 했고
진보신당과 후보측에서 적극 협의에 나서고 있다. 오늘 중으로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시절 이른바 '반한나라당 연대'에 대해 아주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던 사람들이 진보신당 쪽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비례대표는 물건거 갔으니 지역구에서 한 사람이라도 당선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는지 내막은 모르겠으나 이제는 '반한나라당 연대'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양쪽 모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안스러워 보인다.
3월 31일,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에 정책국장의 직함을 갖고 마지막 출근을 한 날이 되었다.
마지막 출근하던 날에 한국타이어대책위 간사도 넘겨 주고
사무실 책상서랍 속 잡동사니들도 싹 비웠다.
참 많이도 있더군.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던 잡동사니들이
두 박스나 되었다.
그나마 건진 것 중 하나는 2000년 1월 30일 올림픽역도경기장에서 있었던
창당대회에서 흔들었던 시지부 깃발이다.
그 동안 몇 번의 사무실 이사과정에서도 버리지 않고 고이 접어 두었던 그 깃발이
책상 서랍 속 깊은 곳에서 밖으로 나왔다.
그 때는 참 감동의 물결이 역도경기장을 채우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제 마음속 한 구석 추억으로 남겨야 할 뿐이다.
안타깝지만.....
그리고 또 하나.
민주노동당에서 처음으로 진행했던 교육강사단학교 기념사진이었다.
그때 수료한 사람들에게는 모두 '민주노동당 1호'가 적힌 수료증을 주었었다.
그것도 아직 가지고 있는데.........
그 사진을 들여다 보니 아련한 얼굴들이 가득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고 오후에는 한국타이어대책위 회의를 하고
저녁에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 책상정리를 마치니 밤 11시가 다 되었다.
마지막 떠나는 길이 아쉬웠는지도 모르겠다.
2년전,
결혼식 전날에도 새벽까지 자취방을 정리했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이제 모든 것들을 마음 속 깊이 뭍어 두기로 한다.
다시 끄집어 낼 날이 오지 않겠지만
일부러 그리워 하지는 않겠다.
오늘 긴급하게 시당운영위가 열렸고, 총선후보 결정을 위한 논의를 했다.
결론은 2명이 출마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비대위원 2명이 친히 참석해 책임지고 돈을 모으겠노라
호언장담을 하니 두 사람이 고뇌에 찬 표정으로 출마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나는 이번 총선과 관련해 어떤 일도 할 수 없음을 밝혔다.
한국타이어도 힘들어 죽겠는데 총선까지 할 수 없으며
한국타이어가 해결되는 상황을 보아 정책국장직을 사퇴하겠노라고
"공식" 발표를 했다.
그 순간, 모두의 표정이 굳어지며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들이 역력해 보였다.
왜 아니겠냐?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한 번도 그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뒷수습은 남은 자들이 해야 할 몫이다.
오늘 사측에서 대화를 하자고 먼저 찾아왔다고 한다.
이래저래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듯 하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겪게 되는구나.
오늘 그동안 3년 조금넘게 함께 했던 사람이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시당을 그만두게 되었다. 가슴 아픈 일이다. 잘가라는 인사도 없이 보낸 것이 가슴 아프고, 진실을 알지 못한채 떠나 보낸 것이 또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은 얘기라도 할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 온다.
그랬다면 그토록 매정하고, 독설이 가득찬 글을 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고 지나는 것이 무거움의 미덕이 아니라 침묵의 함정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닺게 된다.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퍼다 날려진 이 글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하는 두려움이 한켠에서 밀려 온다. 또 다시 다른 오해들이 생겨나고 그 오해가 다른 오해를 낳고 뒤죽박죽 잡탕이 되어 버리겠지.
진실은 이거요라고 댓글이라도 달고 싶지만 그 또한 추잡한 꼴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차마 그렇게도 못하겠다.
그동안 10년 가까이 고생했던 당원동지들이 떠날 때도 그러지 않았는데 이 글을 보고 있으니 눈물이 난다. 이런 저런 반박도 하고 싶고, 설명도 하고 싶고, 욕지거리라도 하고 싶은데 못하겠다. 못하겠다.
이제 정말 이 바닥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다.
한국타이어 투쟁을 하면서
예상치 못하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면서
역학조사까지 진행이 되었고 이제 종점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역학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현장의 문제를 들추어 낼 수는 있었지만
과도하게 그것에 무게를 둔 것은 아니었는지 후회하게 된다.
어차피 역학조사가 우리가 원하는 내용을 모두 만족시켜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중간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마음졸이며 지나왔다.
반면, 현장을 조직하는 투쟁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현장과 투쟁이 결합되지
못한채 여기까지 와 버렸다.
한국타이어의 현장조건을 감안한다면 현장을 조직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는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기왕에 있는 분회의 활동방향에 대해서는 조직적 방침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분회에 대한 시당차원의 지도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고 분회 스스로도
사측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리고 비록 한국노총 사업장이긴 하지만 민주노총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지원을 조직했어야 했다. 이를 통해 사측을 압박하고 유리한 싸움으로 만들었어야 했지만
이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종합하면 현장투쟁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한 반면, 역학조사와 언론플레이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대중투쟁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평가를 하는 와중에도 내일 최종결과 발표내용이 걱정스럽다.
너무해 너무해 너무해
오늘 중앙위가 너무해
완전 심상정따라잡기로 회의내용이 가득하고
권의원께서는 많이 피곤하신듯 쿨~ 자고 계시고
예전에는 그토록 반대했던 1인 1표를 다시 승인하고
그렇게 비난해 마지 않던 전략공천안도 통과시키고
다함께 김인식은 팽당하고 ㅋㅋㅋ
정말 웃긴다.
당내 자주파 의견그룹이라는 무슨 전국모임은
해산했다는 성명을 열흘이나 지나서 발표하는 건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열흘동안 뭐했을까?
혹시 지난 주말에 결정해 놓고 9일에 결정했다고 뻥까는 건 아닌지,
혹은 하지도 않은 운영위 했다고 구라치는 건지,
반성을 한다면서 주 내용은 심상정 비대위 까대기로 가득하고
지들 할 말 다 해 놓고 반성한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사실 그런 모임이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다.
실체도 없는 자주파 타령한다고 지랄들 하더니
이거 완전 거짓말이었네~.
아님, 나만 순진하게 모르고 있었던가!
문득, 보건의료단체연합에도 노힘, 다함께 등등 조직별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나에게 '정책국장이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주던
홍실이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정책국장이지 정파분석가는 아닌데 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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