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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하중근의 영정 수십개가 시커먼 경찰병력 앞에 서있다.
작열하는 태양의 이글거림은 마치 울부짓음 같다. 정말 무더운 날씨다.
46살의 건설노동자. 영정의 그 검은 띠가 어색한 사진 속 얼굴.

"앞으로 안 나오이소! 뒤에서 뭐하고 서있노!"
"선배! 동지가 다치고 있지 않습니꺼. 앞으로 나오이소!"
그의 죽음은 동료들에게 분노와 함께 치떨리는 두려움이 되었다.

사람을 죽인 죄를 알고 있는 경찰이 쉽사리 진압을 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들은 앞으로 나서려다 멈칫하고 주저하다가는 다시 영정의 얼굴에 괴로워한다.

몸싸움으로 밀릴대로 밀어내, 정경차가 서있는 바리케이트 끝까지 대오가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분노는 가라앉을리 없었다. 설사 포스코 정문까지 가서 정리집회를 할 수 있었다 한들.


처음 바리케이트가 있던 곳부터 50미터 정도를 밀어냈다.
무덥고 힘들고 느리게 지속되는 싸움
단지 50미터를 전진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인식의 겹겹을 넘어서야 했던가.
시퍼렇게 선 날갈린 방패앞에 서있는 본능적인 두려움.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면 내 머리통도 박살날 수 있다는 공포.
그러나 여전히 인정할 수 없는 영정속의 그 얼굴.
힘을 내어 함께 싸우지 않으면 싸우기 전 그 자리로도 돌아갈 수 없다는 벼랑 끝의 절망.
그러나 다시 내가 인간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희망.


포스코 정문 앞까지는 아직도 몇키로미터나 더 남아있다.
그러나 50미터의 전진은 너무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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