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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그 자리에 없었다...

가끔 심각하게 이런 생각을 하는데요..
아무리 정교한 방법론을 도입하든, OOA/D 기법을 따르든, 좋은 COTS를 사용하든... 엔지니어로서 내 생활이 윤택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이 업계 시스템의 구조를 뜯어고쳐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IT산업은 장인보다 '어떤 스펙을 만족하는 기술자'만을 원하고 있고 창의적이거나 슬기로움은 그 스펙에 들어가지 않는 듯 보입니다.

여하튼.. 이 기사를 보고 아침부터 입맛이 쓰네요... - 빌어먹을 자본(지상)주의
주로 경제/경영 얘기라서 주 문단만 먼저 뜯었습니다.

"투명사회 협약이 발표된 얼마 후에 우리 젊은이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인 안철수씨가 마흔 초반의 이른 나이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과거에 “빌 게이츠가 와도 한국에서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란 말을 했다. 그가 떠나면서 다시 뼈아픈 한마디를 남겼다.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기술자 수와 그 학력·경력까지 요구하고, 심지어는 납품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감사까지 하는 횡포를 부리기 때문에 “대기업이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올려도 중소기업들은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도, 종업원에게 충분한 혜택을 나누어 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게 모두 “사회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진단했다. 투명사회 협약은 노무현 대통령을 가운데로 하여 오른쪽에는 정치인들이, 왼쪽에는 재벌총수들이 손에 손을 잡은 사진과 함께 보도되었다. 안철수 사장은 대통령 왼쪽에 있지 않았다.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불법 정치자금의 면죄부를 받았거나, 소액주주의 재산을 훔쳤거나 또는 안철수연구소와 같은 중소기업들의 피를 말린 재벌총수들이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


============================= 전문 =============================

출처 : 인터넷 한겨레 (http://www.hani.co.kr/section-001000000/2005/03/001000000200503221833075.html)


안철수는 그 자리에 없었다

△ 장하성 / 고려대 교수·경영학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새롭게 시장이나 기업을 규제하는 정책이 없었다. 경제개혁을 했다고 내세울 만한 정책도 없었고, 소득분배나 복지증대를 배려하는 특별한 정책도 없었다. 특정 기업에 정치적 특혜를 주거나 반대로 특정 기업을 정치적으로 압박한 사례도 없다. 노동정책에서는 노·사·정이 아직 자리를 함께하지도 못할 만큼 무력했다. 정부 출범 당시에는 대통령 선거 때 약속했던 경제개혁을 버리고 현상유지를 택했다. 그리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하자 조급해진 정부는 다시 안정에서 성장으로 경제정책의 기조를 크게 바꾸었다.

그랬는데도 노무현 정부는 기득권 보수세력으로부터 반시장적 또는 반기업적이라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마침내 정부는 기업도시나 경제특구와 같은 극단적으로 친재벌·친시장적인 정책을 추진했고, 서슬 퍼렇게 시작되었던 대선 정치자금 수사에서도 재벌총수들에게는 모두 면죄부를 주었다. 공정거래법의 개정이나 증권 집단소송제 후퇴에서는 재벌들의 공개적인 압력에 굴복하는 수모까지도 감수했다. 누명을 벗으려고 몸부림치는 듯한 정부의 애틋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세력들의 반기업·반시장 뭇매 때리기는 계속되고, ‘기업 지상주의’라고 불러야 할 만한 극단적인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추구다. 따라서 기업한테 이익추구 행위에 방해가 되는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거나 윤리적 규범을 따르도록 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이며 사회주의적인 것이라는 주장이 기업 지상주의다. 심지어는 아무리 좋은 외국 투자자라 할지라도 나쁜 재벌보다는 못하다는 어처구니없는 재벌 지상주의까지 판을 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돈 잘 벌고 일자리 많이 만드는 재벌들은 애국자이니 나쁜 짓을 해도 용서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익을 추구하는 활동에 수반되는 책임은 일반시민이나 기업이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개인보다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기업은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더구나 ‘정권은 유한해도 재벌은 영원하다’고 할 정도로 재벌들의 경제권력은 정부나 정당의 정치권력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닌다. 따라서 재벌들이 개인이나 중소기업보다 훨씬 광범위한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기업 지상주의자들뿐 아니라 법원까지도 재벌이나 대기업에 적용하는 책임의 잣대는 개인이나 중소기업 것보다 크게 작다.

최근 정치인과 기업인, 그리고 시민단체 인사가 모여서 반부패 투명사회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부패와 불투명의 가장 큰 원천인 기업부분에서는 선언적인 내용만 담고 있을 뿐 아니라 협약서명이 끝나자마자 협약 당사자가 “기업들이 과거에 어쩔 수 없이 행했던 잘못들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용서할 수 있다”며 ‘재벌 지상주의’를 주장하는 것을 보고서는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투명사회 협약이 발표된 얼마 후에 우리 젊은이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인 안철수씨가 마흔 초반의 이른 나이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과거에 “빌 게이츠가 와도 한국에서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란 말을 했다. 그가 떠나면서 다시 뼈아픈 한마디를 남겼다.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기술자 수와 그 학력·경력까지 요구하고, 심지어는 납품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감사까지 하는 횡포를 부리기 때문에 “대기업이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올려도 중소기업들은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도, 종업원에게 충분한 혜택을 나누어 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게 모두 “사회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진단했다. 투명사회 협약은 노무현 대통령을 가운데로 하여 오른쪽에는 정치인들이, 왼쪽에는 재벌총수들이 손에 손을 잡은 사진과 함께 보도되었다. 안철수 사장은 대통령 왼쪽에 있지 않았다.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불법 정치자금의 면죄부를 받았거나, 소액주주의 재산을 훔쳤거나 또는 안철수연구소와 같은 중소기업들의 피를 말린 재벌총수들이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장하성/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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