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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라진 국수

어려서부터 몹시도 국수를 좋아하던 나는 날국수 가닥을 뽑아 과자 삼아 먹곤 했었다.

시골서 좋은 군것질 거리였다고 해도 좋겠다.

살짝 익힌 것이라고는 해도 날 것에 가까운 국수가닥이 맛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입이 심심하니 재미가 반이 넘었다고 하겠다.

 

어느 날,

나와 같이 국수 가닥을 먹던 언니가 어떻게 만든 것인지

지팡이처럼 끄트머리가 꼬부라진 국수가닥을 들고 자랑을 했다.

 

언니 말인즉...

입안에 넣고 부러뜨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잘 꼬부라뜨리면 그렇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전력을 다했다....기 보다는 틈틈이 애를 써보았지만 계속 실패했다.

실패했다는 사실을 잠깐 잊을 때까지...

아마 먹을 것 없는 심심한 겨울날이 끝나갈 때까지였을 것이다.

 

한참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나는 솥뚜껑에 한가닥 떨어진 채 휘어있는 국수가닥을 발견했다.

국수는 삶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부뚜막의 물기와 솥뚜껑의 열로 보기좋게 휘어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언니가 나를 놀려먹었음을 깨달았다.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리고 국수의 모양을 바꾸는 데는 수분과 열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것도...

 

물론 문제는 남아있었다.

그때 언니가 보여주었던 지팡이처럼 꼬부라진 국수는 부엌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었다.

아마 언니 또한 우연찮게 발견한 예외적 존재였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언니 또한 계획적으로 나를 놀려먹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으며

그때 그 국수를 꼬부라지게 만들었던 수분이 타액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언니 또한 타액이라는 사실만 두고  입안에서 조심스레 굴려서 꼬부라뜨릴 수 있다고 믿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한 25년쯤? 지난 다음에 언니에게 이를 물었다.

언니는 물론 까맣게 잊은 뒤었다.

진실은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진실이란 생각처럼 용이하게 포획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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