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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조삼모사-우리은행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실체

* 민중언론 참세상[우리은행, 과연 그것은 ‘정규직화’인가?] 에 관련된 글.

우리은행의 조삼모사-우리은행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실체

 

 

(사진/SBS)

 

김근태 열린우리당 상임의장이 28일 우리은행 본사를 방문해 ‘노사간 대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22일에는 우리은행의 이번 노사협상안을 ‘복음’에 빗대며 극찬하기까지 했다. 지난 20일 발표된 우리은행 노사의 합의안을 두고 정치권이 이와 같이 전례 없는 극찬을 보내는 것은 우리은행의 이번 조치가 지난 달 30일 국회에서 그들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활용 사례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우리은행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부와 언론의 과대포장 뒤에 숨은 이번 합의의 실체를 살펴보면 명백히 드러난다.

보기 좋게 전 국민을 기만하고 ‘조삼모사’를 성공시키면서 실리도 얻고 명분도 얻은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실체를 밝힌다.


1. 정규직 임금 동결 대신 비정규직 철폐?

    은행장의 용기 있는 결단, 정규직의 아름다운 희생의 결과물인가


우선 이번 합의안을 두고 ‘정규직의 아름다운 희생’ 운운하는 것은 비정규직 철폐가 마치 정규직의 희생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인 양 호도함으로써 이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책임을 회피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정규직 노조의 역할은 비정규직 노조와의 강력한 연대를 통해 함께 권리를 쟁취하는 것이지 자본과 정부의 책임을 대신하여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은행은 이번 노사합의에서 정규직의 임금을 동결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여 있었다. 우리은행은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의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의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해 정규직 임금을 동결한 이후 올해 특별성과급을 지급했다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는데다 ’MOU를 체결한 금융기관의 임원은 두 번 이상 경고 조치를 받으면 재선임을 할 수 없다‘는 예금보험공사 규정이 내년 3월이면 임기가 만료되는 황영기 행장에게 결정적인 부담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정규직 임금 인상은 사측으로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한편 노조로서는 3급 이상 관리직들을 중심으로 올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또 다른 노조를 견제할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노조가 비정규직들을 포섭할 경우 영향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은행 노사의 이번 합의는 이와 같은 서로의 이해 조건이 맞아 떨어진 ‘적절한 합의조치’ 였던 셈이다.


2. 차별은 철폐되었는가.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 7월부터 ‘단일직군제’를 도입하여 직무 내용에 따라 정규직 직군을 4개 영역으로 나누고 비정규직도 매스마케팅(창구직원), 고객만족(CS), 사무지원 직군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내년 3월부터는 직군분리제를 강화하고 직군에 따른 임금 상한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결국 이 직군에 따라 급여가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은행으로서는 특별히 손해 볼 게 없는 셈이다. 오히려 정규직의 임금 동결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는 더 크다. 26일자 <헤럴드경제> 기사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연 2.9%의 정규직 임금 동결을 통해 연간 300억 원 가까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뿐만 아니라 이 단일직군제에 따라 직원들은 평가 하위 등급인 C, D 등급을 3회 이상 받으면 해고되도록 하고 있어 고용불안의 위험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불문하고 더욱 강화될 것이다.

결국 우리은행 노사의 이번 합의는 ‘정규직’이라는 명분을 미끼로 삼은 사실상의 ‘차별 종신화’ 합의인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3. 3100명에서 제외된 비정규 계약직들의 미래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언론에는 한결같이 ‘우리은행, 비정규직 3100명 전원 정규직 전환’이라고 보도되었으나 실제로는 ‘단일직군제’ 도입 당시 직군 구분에 포함되지 않은 본부 사무계약직 직원 260여명은 여기서 제외되었다는 사실이다.

2004년에도 우리은행에서는 정규직들에게 140%의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면서 계약직 직원 57명에 대해서는 해당 직무가 없어졌다는 이유를 들어 계약을 해지**한 바 있기 때문에 이미  내부에서는 벌써 이번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직원들은 내년 3월 이후 계약을 만료하거나 용역 업체로 재계약을 맺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노조에서는 3월까지 최대한 협상을 해보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을 뿐 협상 과정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이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2월 재계약 시점을 앞두고 고용 불안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보마저도 차단된 260여명의 본부 계약직 직원들은 어떻게 나서볼 방법도 찾지 못한 채 숨 막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론의 호도와 정치권의 극찬 속에 우리은행은 이미지를 높여가는 동안 ‘정규직 임금 동결과 직군제 도입을 통한 비용절감 효과’ 모두에 해당사항이 없다는 사측의 판단 아래 3100명에서 제외된 이들은 무관심 속에 부당하게 일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조삼모사에 속지 말자


인터넷에서는 ‘우리은행이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화 했다’는 기사가 올라오자마자 수많은 이들이 ‘이제 주거래 은행을 우리은행으로 바꾸겠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우리은행의 이번 조치는 결국 비정규직의 ‘종신 차별’을 공고히 하고 노동자 간 분리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례의 실체를 분명히 알고 그 영향을 명확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앞으로 노사관계로드맵과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등에 업고 ‘정규직화’를 미끼로 내세워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강화될 정부와 자본의 교묘한 노동 유연화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규직화’를 내세워 명분을 세우면서 내부적으로는 차별을 제도화는 한편 직무 구분을 통해 사측이 임의로 구분한 직군에 해당되지 않는 이들을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하면서 정리하는 우리은행의 이와 같은 편법 행태가 모범사례로 남지 않도록 부디, 조삼모사에 속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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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과금 수납 업무를 담당했던 이들은 2004년 은행측으로부터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투쟁하다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였으며 이에 지방노동위원회는 “수년 동안 반복적으로 계약갱신을 해온 직원에 대해 이를 해지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취지로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우리은행쪽은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으며, 2005년 중앙노동위가 이를 ‘기각’함으로써 부당해고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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