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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우울한 독백 'Eels'

아름답고 우울한 독백 'Eels'

Eels 의 음악을 처음 접한 건 그들의 1집 에 담긴 첫 곡 ‘Novocaine  for the soul'을 통해서였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마치 꿈 속을 걸어다니고 있는 듯한 사운드와 내던지듯 노래하는 보컬의 목소리에 완전히 취해 몇 번이고 다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영혼을 위한 마취제’라는 그 제목처럼, Eels 와 그 곡들은 그렇게 금방 내 영혼을 마비시키고 말았다.

동화 같은 앨범 재킷과 동화적 환상을 배신하는 가사

‘Eels' 의 앨범 재킷은 대부분 그림 동화책 속의 한 장을 옮겨놓은 듯 예쁘거나 신비롭다.
1집 재킷의 눈만 동그랗고 큰 여자아이와 4집 재킷의 빨간 바탕에 양을 들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어딘가 공허하고, 2집 과 3집 의 그림들은 마치 그림 동화책 속의 한 장을 옮겨놓은 듯 귀엽고 예쁘다.
하지만 가장 예쁜 그림이 그려진 2집의 주제는 예쁘고 귀여운 이미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배신하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2집을 준비하면서 Mark Everett(그는 프로젝트 밴드 ‘Eels' 의 리더이자,
'Eels'의 작사, 작곡, 연주까지 모두 해내는 천재적인 음유시인이다. 대부분 그를 ‘E'로 칭한다.)는 여동생의 자살과 어머니의 불치병에 의한 사망을 겪어야 했고 2집에서 그는 자신이 겪은 혼란과 무표정한 우울을 그대로 녹여낸 것이다.
그러나 그의 우울은 바닥으로 끊임없이 파고 들어가는, 그런 우울이 아니며 그의 혼란은 한도 끝도 없이 번잡스럽기만 한, 그런 혼란이 아니다.
그는 죽음을 다루면서도 그 죽음을 둘러싼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관에 꽃을 던져 넣으면서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그녀의 죽음, 그리고 그렇게 그녀를 잊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녀의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자신이 바보 같이 느껴졌다는 그의 독백은 ‘죽음’(특히 그녀의 동생의 경우와 같은 자살)과 그에 관한 현실을 바라보는 그의 냉소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그 이후에도 2집을 관통하는 그의 냉소적인 우울은 ‘Cancer for the cure'의 그런지 퍼즈톤 기타를 통해 쏟아내는 무겁고 소란스런 사운드를 통해 더욱 증폭되고, 재즈풍의 ’Hospital Food'와 동요 같은 느낌의 ’Last stop - This town'를 지나며 점점 내면으로 잦아든다.
동화 같은 그림의 재킷 이미지와 그에 상반되는 음반의 정서가 그러하듯이 ‘Eels’의 음악은 희망이 가득 찬 듯 아름답게만 그려지는 세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진짜 현실’속에서 매 순간 느끼게 되는 모순과 소외감, 그 우울과 슬픔을 냉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건 단지 작은 진실일 뿐.

It's like I dressed up in my mama's clothing.
It's like I'm talking to a voice that doesn't exist.
It's like I got a wire crossed upstairs.
But all I want is just a little truth and that's it.
마치 엄마 옷을 입은 느낌이야.
마치 존재치도 않는 목소리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아.
마치 위층에서 줄이 엉켜버린 것 같아.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단지 작은 진실이고, 바로 그뿐이야.

They say I'm mental but I'm just confused.
They say I'm mental but I've been abused.
They say I'm mental 'cause I'm not amused by it all.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하지만 난 단지 혼란스러울 뿐.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하지만 난 단지 학대당해 왔을 뿐.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하지, 내가 어떤 것에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니까.

Another anchorman is on the TV.
He's got that far-away and vacant look in his eyes.
I turn the channel but nothing is changing.
The only truth is that everything is a lie.
또 다른 앵커맨이 TV에 나왔어.
그의 눈빛은 너무나도 공허하고 멍하지.
채널을 돌려 보지만 전부 다 똑같애.
유일한 진실이란, '모든 것은 거짓이다'라는 것이거든.

There's truth in everything, there's truth in lies.
With all this knowledge, well,
I think I'm gonna be wise.
모든 것에는 진실이 있고, 거짓 속에도 진실이 있어.
이런 지식들이 있으니, 음,
아마 난 현명해질 것 같아.

- 1집 의 ‘Mental' 중에서 -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서 효신은 혼이 나간 듯 자신의 시를 중얼거린다.

아무도 없다. 아무도 있다. 그러나 없다. 아닌가 있나?
없는 것 같아. 아니야 있어. 없다고 했지?
그것은 진실. 진실은 있다. 있다는 거짓. 거짓은 있다. 있다는 진실.
아무도 몰라. 아무도 없어. 그래서 몰라. 아무도 있어. 그래도 몰라.
정답은 있다. 아니다 없다.
있다는 진실. 없다는 진실. 없다는 거짓. 있다는 거짓. 진실은 거짓.
거짓은 진실.
나는야 몰라. 아무도 나야. 나는야 아무다.
누구도 나도 나는야 누구도 될 수 있다.
진실이 거짓이 되듯...


모순된 세상에서 열여덟의 효신이 느꼈던 혼란을 그는 똑같이 느꼈나 보다.
처참한 전쟁의 소식을 전하면서도 마치 전투기 게임의 한 장면을 전달하듯 무기 자랑과 불꽃쇼 화면을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는 TV와 연신 구매 충동을 부추기는 무수한 광고들과 겉으로는 웃음 지으면서도 돌아서면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양면성을 보면서 그도 효신처럼, 그리고 나처럼 아마도 많이... 아팠나보다.

하지만 그는 ‘거짓이 곧 진실이고 진실 속에 거짓이 있는’ 이 세상 속에서 타인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사랑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리고 2003년에 발표한 5집 에서 그는 이렇게 ‘사랑을 전하자’고 노래한다.

don't have too many friends
never felt at home
always been my own man
pretty much alone
i know how to get through
많은 친구들도 없어
집 같은 느낌도 결코 없어.
항상 나는 나 홀로야
거의 혼자야
나는 어떻게 빠져나오는지 알아.

and when push comes to shove
i got something that you need
i got the love
love of the loveless

그리고 자꾸만 밀어붙여질 때
나는 당신이 필요한 뭔가를 가지고 있지
나는 사랑을 갖고 있어
사랑 없는 이에게 사랑을.

all around you people walking
empty hearts and voices talking
looking for and finding
nothing

당신 주위를 사람들이 걸어갈 때
빈 마음들과 말들을 할 때
찾았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했지

If there a god up there
Something above
God, shine your light down here
Shine on the love
Love of the loveless

만약 신이 위에 있다면
뭔가 위에
신은 당신의 빛을 이곳에 내려 비추고 있어.
사랑을 비추고 있어
사랑이 없는 곳에 사랑을..

- 5집 의 ‘Love Of The Loveless’ 중에서 -


오늘, 한 없이 우울하다면 Eels의 음악을 들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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