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한겨레 21] 벗어나자, 석유...
- 보노보노
- 2008
-
- [한겨레21] “촛불은 아시아...
- 보노보노
- 2008
-
- '몰래 하기'의 달인들
- 보노보노
- 2008
-
- [녹색평론] 농민과 민주주의...
- 보노보노
- 2008
-
- Beatles - Across the Unive...
- 보노보노
- 2008
▣ 글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1배럴(bbl). 석유 단위를 셀 때 쓰이는 이 단어는 최근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신문과 방송에 자주 나온다. 나무통이란 뜻의 배럴은 19세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생산한 원유를 나를 때 나무통을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단위인 리터(ℓ)로 환산하면 1배럴은 158.9ℓ가 된다. 1.5ℓ짜리 플라스틱 음료수통 106개 분량이다.
석유 1배럴의 값은 지난 2월19일 미 서부텍사스유(WTI) 기준 100.04달러로 사상 처음 세 자릿수에 진입한 뒤 13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배럴은 60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2000년 이전에는 10~20달러 수준이었다.
![]() △ 5월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주유소.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의 휘발유, 경유값도 치솟아 리터(ℓ)당 2천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 등 가스 가격도 6월부터 줄줄이 인상될 전망이어서 서민들과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
석유값이 이처럼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선 투기세력이 석유값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주장과 수요에 견줘 공급이 못 미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고유가, 투기 탓인가 공급 부족인가
투기세력 때문이라는 주장은 이렇다. 미국발 금융위기(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 경기가 침체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려 달러 약세가 이어지자, 저금리 달러에 매력을 못 느낀 투기자본들이 원유나 금, 옥수수, 밀 같은 실물 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 급등 원인을 투기세력에서 찾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다. 차키브 켈릴 OPEC 의장은 5월28일 스페인 국영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투기세력이 유입되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 소로스도 영국 일간지 <데일리텔레그래프>와 한 회견에서 투기세력을 고유가 주범으로 몰아세웠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유가 급등 원인을 찾고 있다. 1956년 킹 허버트 박사가 제시한 ‘피크오일’(peak oil) 이론이 대표적이다. 피크오일은 석유 생산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시점을 일컫는다. 소비는 계속 늘어나는데 생산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도 석유를 살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피크오일은 매장량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와는 별 관계가 없다. 수요가 늘어날수록 피크오일에 이르는 기간은 단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앞으로 20년 안에 전세계 석유 공급이 수요보다 매일 1억 배럴씩 모자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석유 부족 현상이 이르면 2012년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적절한 공급 증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제유가가 2년 안에 배럴당 150∼2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인상 원인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법도 다르다. 갈등도 빚어진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4월29일 기자회견에서 “국제유가가 급격히 뛴 이유는 석유 생산이 석유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OPEC에 석유 공급을 늘리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OPEC은 “금융시장을 떠난 투기자본 때문에 유가가 올랐다. 석유 생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 |
석유값 인상은 장기적으로 우리의 먹을거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가가 상승하면 석유를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진다. 석유 대신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에탄올을 더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바이오연료는 콩과 옥수수를 원재료로 한다. 바이오 연료를 많이 만들어낼수록 식량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비싼 농산물 가격의 폭등이 예상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유가 상승은 투기세력과 수요-공급의 문제가 혼재돼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앞으로 유가는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고유가는 서민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유가 상승에 연동돼 원가 부담이 커진 전기, 가스, 철도, 고속버스 등의 공공요금이 하반기에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액화석유가스(LPG)에 도시가스(LNG)에 소규모 가게, 노점에서 주로 쓰는 가정용 LP가스 가격 인상도 예상되고 있다. 자고 나면 치솟는 경유값 때문에 화물차 운전자들이 손을 놓는가 하면 어민들이 조업을 포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 ‘석유독립특별위원회’를 만들라
현재 국제시장에선 경유가 휘발유보다 8~9달러 높다. 휘발유는 주로 자동차 연료로 쓰이지만, 경유는 발전용과 산업용, 농업용 등 수요가 다양해 중국·인도와 같은 신흥시장에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휘발유가 더 비싼데, 휘발유에 붙은 유류세(교통세·교육세·주행세)가 1ℓ당 737.26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경유의 523.27원보다 200원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서민들이 쓰는 경유에 대해선 세금이 없는 면세유를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 5월29일 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 단지. 평일 대낮임에도 자가용들이 주차장에 가득 차 있다. 급등하는 유가가 부담스러운 운전자들이 차를 주차장에 세워놓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
초고유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석유 중독’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유가 상승을 막을 수 없다면,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에너지 소비를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박복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나라마다 고유가에 대응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중국·인도형은 에너지 소비 억제보다 해외 유전 확보와 같은 공급 위주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유럽·일본형은 에너지 소비 억제와 대체에너지 개발에 정책의 역점을 둔다. 석유자원이 유한하다고 본다면 우리나라가 추진해야 할 방향은 후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하루에 쓰는 석유는 약 230만 배럴로, 장충체육관 부피의 5배가 넘는다. 인구 규모(세계 26위)나 경제 규모(세계 11위)에 견줘 너무 앞선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22%는 가정과 상업 부문에서 쓰이고 있다. 이 가운데 10%만 절약하면 6억달러의 외화가 절약된다. 이는 전국 고등학생들이 2년 동안 무료 급식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보통 사람들이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실천도 필요하다. 자가용 대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힘들더라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가는 작은 실천이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를 석유를 우리의 딸과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안준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 부장은 “석유가격 상승은 원가 상승, 물가 상승, 수출채산성 악화, 경제 둔화 등으로 경제의 모든 부분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악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석유로부터의 독립’이다. 대통령 산하 ‘석유독립특별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 위원회를 통해 국민, 학자, 관료, 정치인들 모두가 지혜를 짜내 한국 사회가 석유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1배럴의 원유에서 뽑을 수 있는 휘발유는 63.5ℓ. 2000cc 소나타(연비 11.5㎞/ℓ)에 ‘만땅’(70ℓ)을 넣고 달리면 730㎞를 갈 수 있다. 서울~부산을 왕복하기에 조금 부족한 정도. 1000cc의 경차 모닝(연비 16.6㎞/ℓ)으로 달리면 730㎞의 같은 거리를 가는데, 소나타의 3분의 2인 44ℓ만 있으면 된다. 석유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싶은 당신이 경차나 소형차를 타야 하는 이유다.
고유가 부추기는 환율정책
수출에 목말라 세금 쏟아붓네
정부의 잘못된 환율정책이 고유가를 부추겨 서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고환율(원화약세) 정책으로 서민들이 고유가와 고환율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만수 경제팀은 ‘경제성장률 7%’라는 성장목표에 집착해 1970년대식 수출 드라이브에 ‘올인’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금을 쏟아부어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5월27일 한때 1050원을 웃돌았다. 지난해 각종 경제연구소가 예상한 올해 환율은 880~930원이었다. 이러다 보니 거의 모든 나라 화폐에 대해 약세인 달러가 유독 원화에 대해서는 강세다. 국제유가 상승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고환율 때문에 국내 기름값이 더 올랐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5월27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126.48달러로 이명박 정부 출범 전에 견줘 37.7% 올랐다. 급등하는 유가에 더해 환율마저 치솟으니 원화로 치르는 기름값은 훨씬 더 비싸진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9.4% 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환율이 고유가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했는데, 새 정부 들어서는 환율이 급등세로 돌아서면서 고유가 충격을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환율을 끌어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높은 환율은 단기적으로 수출 증대와 경기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있다. 고환율은 수출 기업들에는 좋지만 그 부담은 국민이 짊어져야 한다. 당장 경유값 급등도 국제유가가 오른 것이 일차적 원인이지만 환율 상승 탓도 크다. 5월27일 정부는 뒤늦게 달러를 대량 매도하면서 환율을 끌어내리기는 했지만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정부의 유가 전망도 ‘뒷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월28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합동회의’에선 올해 연간 유가 전망치(두바이유 기준)를 배럴당 90달러로 예측했다. 하지만 두바이유 가격 곡선은 이런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고유가 대책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유류세를 10% 인하했지만 유가 급등으로 효과는 채 일주일도 가지 못했다. 정부는 5월28일 뒤늦게 국무총리 주재로 에너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종합대책을 내놨다. 정부가 가스, 전기, 주유 등의 대금을 대신 지불하는 ‘에너지 바우처’를 저소득층에게 지급하고, 화물운송 업계와 영세 사업자를 위한 유가보조금 지원을 2년 연장한다는 것이 뼈대다. 지난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나왔던 기존 대책의 재탕 삼탕이다. 바우처 제도의 경우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 서민이나 영세 사업자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예산을 마련하더라도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
||||
출처 : 한겨레21 홈페이지 (강조는 본인)
필리핀 월든 벨로 교수 “요새는 신자유주의자들도 그렇게 완전 개방 요구 안 해… 불황에 빠져드는 미국 경제와 거리둬야”
▣ 방콕(타이)= 엄기호 <닥쳐라 세계화> 저자
[미국산 쇠고기 파동]
지난 20년간 한국의 정치·경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며 많은 글을 써온 필리핀 국립대학의 사회학과 교수 월든 벨로와 미국 쇠고기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일관되게 반대해온 세계적인 석학이자 활동가다. 인터뷰는 그가 설립하고 책임을 맡고 있는 타이 출랄롱콘대학 글로벌 사우스(Focus on the Global South)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사진/ 한겨레 김종수 기자) |
한국에서는 지금 미국에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광우병과 관련해 뜨거운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두 가지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하나는 한국이 1997년부터 급속하게 추진해온 미국식 신자유주의 체제의 완성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IMF의 권고를 전적으로 수용한 나라다. 이번 쇠고기 협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미국 시장과의 완전한 통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신자유주의적인 국가가 될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10대들이 거리를 점거하고 투쟁을 벌이는 것 또한 의미심장하다. 한국은 사회운동의 관점에서 언제나 아시아에서 선두에 서 있었다. 한국에서 새로운 사회운동이 벌어지면 그것은 곧 전 아시아로 퍼지는 경향이 있다. 정부의 신자유주의화와 새로운 사회운동의 대두라는 점에서 이번 광우병 사태는 의미심장하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검역체계에 이상이 없고 국제수역사무국(OIE)과 같은 국제적인 검역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이는 미국에서 얼마나 철저히 검역을 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는 상관이 없는 검역주권의 문제다. 일본은 왜 아직도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가? 솔직히 나는 미국의 농무부가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는 것도 믿기 어렵고 OIE가 미국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국이 각자 사정에 맞는 검역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뼈를 고아먹는 유일한 민족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그런 식생활 습관에 맞춰 그 부분에서는 더욱 민감하고 엄격하게 검역을 실시하는 권한이 한국에 있어야 한다.
한국의 대통령은 질 좋고 맛있는 쇠고기를 싸게 먹게 되는 것이고, 먹고 안 먹고는 국민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그게 바로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에서 자유는 ‘선택의 자유’만을 의미하고 그것은 언제나 소비자의 이름으로 찬양돼왔다. 시장이 개방되고 다양한 상품이 진열되면 소비자는 그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다는 게 신자유주의다. 그리고 이를 소비자의 권력이 강화되고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미화해왔다. 그러나 그 ‘소비의 자유’는 대부분 생산자들의 고혈을 착취해 일시적으로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허상이다. 소비자는 진열돼 있는 것을 고를 수만 있지, 무엇이 진열돼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개입할 수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금융과 유통자본에 의해 결정된다. 생산자는 일방적으로 수탈당하고 소비자는 자신이 권력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게 하는 게 신자유주의 체제다.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은 ‘알아서 골라먹으라’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위해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통제하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쇠고기 시장 개방은 한-미 FTA 타결과 연계된다. 한국 정부는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FTA를 타결하지 않으면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 FTA는 한국 경제를 완전히 미국에 종속시킬 것이다. 지금도 한국은 정치적으로 미국에 종속돼 있는데, 그동안 추구해온 독자적인 경제발전은 포기하는 것이 된다. 그렇게 될 경우 한국의 경제는 미국과 전적으로 연동돼 미국의 경제 부침에 따라 요동치게 될 것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 중에서도 이미 낡아버려 서구조차 따르지 않는 1990년대식 신자유주의다. 요새는 신자유주의자들도 그렇게 완전 개방을 주장하지 않는다. 대통령 주변의 경제자문 라인에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한-미 FTA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말인가.
=지금 미국 경제는 심각한 불황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럴 때 현명한 정부라면 미국 경제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미국과 가급적 거리를 둬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미국과 완전히 경제적으로 연동되는 FTA를 체결하겠다는 것은 자살행위다. IMF를 한번 보라. 1997년 경제위기가 왔을 때만 하더라도 전 지구를 자기 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승승장구하던 것이 IMF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IMF는 생존을 이어가기에 급급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IMF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대출 감소로 재정 압박도 심하다. 이런 IMF가 권고한 것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 한국이고 그것이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양극화와 경제불안의 한 요인이 아닌가. 그런데 다시 한-미 FTA로 그것을 반복하려 하고 있으니 한국 밖에 있는 우리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과 한-미 FTA로 선례를 만들어 다른 나라를 압박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은 대만과 일본의 쇠고기 시장 역시 개방하라고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미국은 지금 타이·말레이시아와 FTA 협상을 진행 중인데 한국과 협상한 내용이 모델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곧 아시아 전역에서 벌어질 일이다.
그렇다면 이번 쇠고기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행동 역시 아시아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거리로 뛰어나온 한국의 10대들과 주부들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지금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 반대 시위는 한국민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전체 아시아인들의 건강을 지키는 엄청나게 중요한 투쟁이다. 좀전에 말한 것처럼 한국이 1997년 이후 가장 충실하게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따라왔기 때문에 쇠고기 시장과 FTA로 제도적으로 그것을 완성하게 되면 미국은 전체 아시아 국가에 압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의 시위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10대들이 나왔다는 점이다. 그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열광하는 스타를 광우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나왔다고 말하기도 한다.
=(웃음) 환상적이다. 멋지지 않은가? 나는 그들이 자신들의 스타를 미국과 광우병으로부터 지켜내기를 바란다. 상대가 누가 됐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은 아름다운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아마 아시아에서, 아니 세계에서 최초일 것이다. 곧 다른 나라의 10대들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웃음) 물론 대중스타만은 아닐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교급식의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가 10대들과 주부들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닌가. 오히려 이런 문제에 전통적으로 한국의 사회운동을 이끌어왔던 대학생 운동과 노조가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다. 노조에서도 문제의 심각성과 이 투쟁의 세계적인 의의를 깨닫고 10대들과 함께 어깨를 겯고 거리에 서기를 바란다. 한국의 투쟁은 세계의 투쟁이기 때문이다.
최근 댓글 목록